비너스와 아도니스(Venus and Adonis)
John Blow(존 블로우)의 3막 오페라 - 초기 영국 오페라의 모델
존 블로우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영국의 바로크 작곡가인 존 블로우(John Blow: 1649-1708)가 작곡한 프롤로그가 있는 3막 오페라로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초기 영국오페라 중의 하나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삼은 오페라이다.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세미 오페라(Semi opera) 또는 마스크(Masque)라는 장르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미 오페라 또는 마스크는 글자 그대로 오페라와 연극의 중간쯤 되는 공연작품을 말하며 연극을 하는 중에 춤과 노래가 나온다. '마스크'라고 부르는 것은 간혹 출연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등장하므로 그런 명칭이 붙여졌다. '마스크'는 주로 궁정에서 엔터테인멘트로 공연되며 왕이나 왕족들이 재미로 단역을 맡아 출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에 그들은 자기들의 정체를 관중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세미 오페라가 되었던지 또는 마스크가 되었던지 대개 이에 속하는 작품들은 궁정에서 공연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마린 바로크 오페라 무대
'비너스와 아도니스'도 실은 챨스2세를 위해 1683년에 작곡되었으며 런던에 있는 궁전이나 또는 윈저궁에서 초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오리지널 악보에는 부제로서 '왕의 여흥을 위한 마스크'(A mascque for the entertainment of the King)이라고 적혀 있다. 대본은 문체나 표현방식이 여성스럽기 때문에 여류작가인 아프라 벤(Aphra Behn: 1640-1689)이 썼다고 알려져 있다. 아프라 벤은 훗날 존 블로우와 협동하여 The Lucky Chance(행운의 기회)라는 연극의 대본도 썼기 때문에 충분히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대본도 썼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음악학자인 브루스 우드(Bruce Wood)라는 사람은 앤 킹스밀(Anne Kingsmill)이라는 여자가 대본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도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본을 누가 썼느냐는 것은 사실상 그다지 중요치 않다.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이야기에 바탕을 두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훗날 셰익스피어도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두고 '비너스와 아도니스'라는 시를 쓴바 있으며 오비드는 그의 '변형'(Metamorphoses)에서 '비너스와 아도니스'에 대한 시를 썼다.
'비너스와 아도니스'. 티티안 작품
이 오페라의 전체적인 형식은 당시 프랑스 오페라와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특히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의 작품과 비슷하다. '비너스와 아도니스'에서 프랑스적인 요소는 프랑스 스타일의 서곡, 프롤로그, 당시 유행하던 춤의 공연 등에서 찾아볼수 있다. 이 오페라는 훗날 헨리 퍼셀의 '디도와 이니아스'(Dido and Aeneas)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다. 구조에서도 그렇고 합창을 사용한 것에서도 그렇다. 또한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당시로서는 예외적으로 연속작곡한 작품이다. 즉, 음악이 개별적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계속되도록 작곡한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아리아나 세트 피스는 없지만 레시타티브를 이용하여 피스들이 연결되도록 작곡되어 있다.
버지니아 블랙스버그. 어메리칸 오페라 티어터
등장인물은 비너스(S), 큐피드(S), 아도니스(Bar), 목동(Cont 또는 카운터테너), 사냥꾼(Cont 또는 카운터테너), 양치는 여인(S) 이다. 이밖에 사냥꾼들, 궁정의 사람들, 목동들, 님프들이 등장한다. 비너스와 아도니스에 대한 그리스의 전통적인 신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날 비너스가 자기 아들인 큐피드와 함께 쉬고 있었다. 그런데 큐피트가 활을 만지다가 실수로 화살 하나를 어머니인 비너스에게 꽂는다.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비너스는 젊고 핸섬한 아도니스를 보자 당장 사랑에 빠진다. 아도니스는 사냥꾼이다. 비너스는 사냥꾼인 아도니스와 함께 있기 위해서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한다. 아르테미스(비너스)는 아도니스에게 사냥할 때에는 사나운 멧돼지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아르테미스(비너스)의 말을 듣지 않고 멧돼지를 사냥하다가 멧돼지의 날카로운 이빨에 찔려서 죽는다.
큐피드
비너스아 아도니스에게 멧돼지 사냥은 위험하므로 사냥을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퍼셀의 '디도와 이니아스'에서 이니아스가 디도에게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디도가 이니아스의 말을 듣지 않는 내용과 흡사하다. 또한 블로우의 버전에서는 큐피트와 관련한 코믹한 장면이 여러번 나오도록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큐피트가 다른 어린 큐피트들에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에 대한 레슨을 하는 것이라든지 또는 '이 궁전에는 모두 바람피는 사람들만 있다'면서 풍자하는 장면 등이다. 특히 궁전의 여인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은 큐피트의 역할을 챨스2세의 사생아인 메리 튜도(Lady Mary Tudor)가 맡아 했고 비너스의 역할은 챨스2세의 옛 정부였던 메리 <몰> 데이비스(Mary <Moll> Davies)가 맡았기 때문에 더욱 풍자적인 소리로 들릴수가 있다.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무대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프랑스 스타일의 서곡이 있은 후에 막이 오르면 큐피트가 여러명의 남녀 목동들을 불러 놓고 그들의 무절제한 애정행위를 꾸짖는 장면이 나온다. 큐피트는 목동들에게 목가적인 즐거움을 누리라고 권고한다. [제1막] 비너스와 아도니스가 벤치에 함께 앉아 있다. 비너스는 레코더라는 악기의 오블리가토로 아도니스가 자기에게 섹스로서 대하여 주기를 바라는 노래를 부른다. 비너스가 아도니스의 품에 안겨 섹스의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는 때에 멀리서 사냥음악이 들린다. 그러자 비너스는 아도니스에게 자기는 이곳에 남겨 두고 어서 사냥을 떠나라고 재촉한다. 사냥꾼들이 등장하여 엄청나게 큰 멧돼지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말을 들은 아도니스는 비너스를 남겨 두고 사냥꾼들과 함께 숲으로 떠난다. [제2막]은 사냥의 장면이다. [제3막] 비너스와 큐피트는 슬픔에 젖어 있다. 아도니스가 멧돼지로부터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아도니스와 비너스는 마지막으로 사라의 듀엣을 부른다. 그리고 아도니스는 비너스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장송곡이 들린다. 장송곡은 목가적인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음악으로 변한다. 오페라는 Mouurn for their servant 라는 대위법을 사용한 비가적인 G 단조의 합창으로 막을 내린다.
오페라 드 리유
잠시 여유가 있으므로 오페라의 한 장르인 마스크(Masque)에 대하여 좀 더 설명코자 한다. '마스크'는 기본적으로 중세 유럽의 궁정에서 축하와 여흥으로 공연되는 작품이다. '마스크'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지만 16세기와 17세기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여러 궁정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될 때에는 인터메디오(Intermedio)라고 불렀다. 궁정에서는 인터메디오라고 불렀지만 일반 사람들은 페전트(Pageant)라고 불렀다. 마치 화려한 행진과 같은 무대였기 때문이다. 인테메디오라는 용어는 나중에 연극에서 막과 막 사이에 별도로 공연되는 인터메쪼라는 용어로 발전했다. 르네상스의 이탈리아에서는 궁정에서 어떤 작품을 공연할 때에 지체 높은 관객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체로 막간에 춤과 노래로 구성된 간단한 공연을 하였다. 그것이 인터메니오 또는 인터메쪼이다. 인터메디오라고 해서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스펙터클하다. 페전트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마스크'는 훌륭한 무대장치와 함께 음악과 춤 또는 노래와 춤이 함께 나온다. '마스크'는 궁정에서 공연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무대장치나 의상 디자인을 당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맡는다. 출연하는 예술가들도 당대의 유명한 인물들이 주로 초청된다. 연회를 베푼 파트론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이다. '마스크'에는 간혹 왕이나 왕족들이 여흥으로 직접 참가하여 춤도 추고 노래도 한다. 제임스1세의 왕비인 덴마크의 앤은 1603-1611년에 '마스크' 공연에 자주 출연하여 궁정의 귀부인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헨리8세와 챨스1세도 '마스크'에 나오는 것을 좋아했다. 프랑스에서는 루이14세가 베르사이유에서 장 바티스트 륄리의 음악에 맞추어 발레를 추기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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