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레타 철저분석/오페레타의 세계

오페레타가 뭐길래

정준극 2011. 11. 3. 11:05

오페레타가 뭐길래..

 

오페라와 오페레타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대체로 무거운(Serious) 내용의 작품이면 오페라, 가벼운(Light) 내용의 작품이면 오페레타라고 부른다. 음악도 가벼워야 하고 스토리도 가벼워야 한다. 말하자면 재미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페레타는 영어권 작품에서 음악극장(musical theater)이라는 표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음악극장이라는 용어는 극장건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대사, 여기에 춤과 연기가 복합된 무대공연의 한 장르를 말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음악극장이라는 형태는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혹자는 오페라가 음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비하여 음악극장은 음악과 대사 및 액션을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음악극장에 속하는 작품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페레타는 오페라와도 비슷하지만 뮤지컬과 더 비슷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각 장르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구분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한편, 작곡가는 오페라라고 주장하지만 음악학자들이나 흥행가들은 다르게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스콧 조플린(Scott Joplin)이 작곡한 '트리모니샤'(Treemonisha: 1911)는 어느 장르에 속하는 작품인가? '트리모니샤'에는 흥겨운 음악인 래그타임(Ragtime)이 전편에 등장한다. 하지만 내용은 비극적이기도 하다. 작곡가 자신은 '트리모니샤'를 오페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평가는 오페레타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작품인 '타히티의 고통'(Trouble in Tahiti)은 비록 번슈타인 스스로도 오페라라고 주장하지만 오페레타로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번슈타인의 오페레타인 '캔다이드'(Candide)는 간혹 뮤지컬로 분류되고 있다.

  

캔다이드의 한 장면. 캔다이드는 오페라로 규정하기도 하고 뮤지컬로 규정하기도 한다.

                

또 다른 구분방법으로서는 공연시간을 따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페레타는 오페라보다 공연시간이 짧다. 그것으로 두 장르를 구별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보다 긴 오페레타도 있기 때문이다. 풍자(Satire)는 오페레타에서 공통분모이다. 하지만 오페라에서도 '풍자'는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오페레타에는 풍자가 가득하고 오페라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단정 지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페레타에서는 대본의 상당부분을 대화체로 엮어 나간다. 오페라에서는 대화체의 대부분을 음악반주가 있는 레시타티브로 처리한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페레타에서도 어떤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그 노래를 소개하는 목적으로 간단한 레시타티브가 있을수 있으며 그 경우에 반주가 붙는 경우도 있다.

 

스콧 조플린의 '트리모니샤'의 한 장면

                        

오페레타는 현대적 무대극장 또는 뮤지컬의 전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오페레타와 뮤지컬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어떤 것인가? 오페레타는 연기를 동반한 가벼운 오페라라고 설명될수 있다. 반면에 뮤지컬은 노래가 있는 연극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오페레타는 오페라에 가깝고 뮤지컬은 연극에 가깝다는 말이다. 오페레타의 출연자들은 거의 모두 음악을 전공한 성악가들이지만 뮤지컬의 출연자들은 반드시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법이 없다. 그래서 뮤지컬 출연자들은 오페라적인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이것도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윌렴 길버트가 자기 작품에는 노래를 잘 부르는 배우가 적격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해 보면 그렇다. 그런가하면 러시아의 위대한 베이스인 에치오 핀자(Ezio Pinza)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하여 노래를 불렀다. 사실상 뮤지컬이라고 해도 오페라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뮤지컬 '쇼 보트'에는 오페레타적인 향취가 포함되어 있다.

 

뮤지컬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오페레타의 경우보다도 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대화의 양이 많기 때문이고 더구나 춤을 열심히 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나드 쇼(Bernard Shaw)의 1914년도 희곡인 '피그말리온'을 뮤지컬로 만든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에는 대화체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작의 대화 내용을 충실히 살리기 위해서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미국에서는 뮤지컬로 간주하지만 유럽에서는 오페라의 범주에 넣고 있다.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호수무대에서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무대

 

오페레타가 오페라 세리아, 즉 심각한 내용의 오페라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코믹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이냐 또는 그렇지 않은 것이냐라고 한다면 그렇게 구분하는 원래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에서 찾아볼수 있다. 오페라 부파는 오페라를 코믹한 내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 부파를 오페라 지오코사라고도 불렀다. 지오코사(Giocosa: Giocoso)는 '즐겁다'(Merry) 또는 장난기가 많다(Playful)라는 뜻의 단어이다. 영국에서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에서 영향을 받아 발라드 오페라라가 번창하였다. 여러가지 전통민요를 사용하여 코믹하게 처리한 오페라이다. 오페라에 누구나 다 아는 전통 민요를 포함하면 일단은 친밀감을 주어서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독일에서는 징슈필(Singspiel)이 그런 형태를 추구하였다. 프랑스에서도 역시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오페라 코미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오페레트(Operette)라고 불렀다. 그 선봉에 섰던 인물이 자크 오펜바흐이다. 오펜바흐로부터 프랑스의 오페레트가 제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의 요한 슈트라우스가 오페레타를 비엔나 식으로 완성하였다. 비엔나 오페레타는 비엔나 풍의 왈츠와 폴카, 행진곡 등이 나오며 여기에 오스트리아 농민들의 무곡에서 발전된 랜들러, 그리고 같은 합스부르크 제국에 속한 헝가리의 차르다스, 보헤미아의 집시 음악이 곁들여지는 무대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프랑스의 오페레트에는 오펜바흐의 지대한 공로에 의해 현란한 캉캉과 샹송 스타일의 노래가 등장한다. 독일의 징슈필에는 독일의 아름다운 민요가 등장하며 나중에는 사보이 오페라로 발전한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에는 영국의 민요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므로 오페레타이건 오페레트이건 그 나라의 민속음악이 많이 사용되었고 무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난하다.

 

오페라 '포기와 베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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