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레타 철저분석/오페레타의 세계

프랑스의 오페레타

정준극 2011. 11. 3. 13:37

프랑스의 오페레타

 

우리는 일반적으로 오페레타라고 하면 비엔나 오페레타와 오펜바흐의 프랑스 오페라를 연상하게 된다. 비엔나 오페레타에 대하여는 나중에 설명코자 하며 우선 프랑스의 오페레타에 대하여 일고코자 한다. 프랑스의 오페레타는 19세기 중반 이전부터 유행하였던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가 발전하여 이루어진 오페라의 한 장르이다. 오페라 코미크라고 하니까 무조건 코믹한 오페라를 연상하겠지만 실은 프랑스에서는 대화와 아리아가 나오는 오페라의 한 장르를 말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에서도 오페라는 처음에 왕족이나 귀족들을 위한 엔터테인멘트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주로 궁전이나 귀족들의 넓은 저택에서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일반 대중들도 '우리도 오페라를 좋아한다'면서 오페라를 즐기기 시작했다. 생제르맹 극장과 생로랑극장, 그리고 조금 빈도는 떨어지지만 코메디 이탈리안느 극장에서 대중들을 위한 보데빌 스타일의 오페라 코미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오페레타는 바로 이같은 보데빌 스타일의 오페라 코미크로부터 발전하였다. 오페라 코미크라고 해서 전부 코미디와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카르멘'(1875)은 비극적 소재로 만들어진 오페라 코미크이다. 프랑스의 오페라 무대에서 오페라 코미크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것은 트라제디 리리크(tragedie lyrique)가 쇠퇴하고부터이다. 트라제디 리리크라는 것은 17-18세기의 리릭 장르로서 고전적인 신화 또는 타쏘 및 아리오스토의 이탈리아 서사시를 내용으로 한 오페라를 말한다. 명칭이 트라제디라고 했지만 반드시 비극적인 내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파리의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 초연을 가졌을 당시의 '카르멘' 포스터. 1865년

                

프랑스에서 오페레타라는 장르를 처음 개척한 인물로는 에르베(Herve: 1825-1892)를 말하지 않을수 없다. 에르베는 예명이며 원래 이름은 루이 오귀스트 플로리몽 론제(Louis Auguste Florimong Ronger)로서 참으로 다재다능하여 가수, 작곡가, 대본가, 지휘자, 무대예술가였다. 그는 1842년에 L'Ours et le pacha 라는 간단한 오페레타(Operette)를 만들었다. 당시 유명한 대본가인 외진 스크리브가 쓴 보데빌 대본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그것이 아마 프랑스 오페레타(오페레트)의 효시일 것이다. 그후 1848년 에르베는 Don Quichotte et Sancho Panca(돈키호테와 산초 판자)라는 오페레타를 만들어 파리의 무대에 당당하게 선을 보였다. 이 것이야말로 프랑스에서 새로운 음악극장의 전통을 시작한 작품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에르베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구노의 '파우스트'를 풍자한 '작은 파우스트'(Le Petit Faust: 1869)와 맴젤르 니투셰(Mam'zelle Nitouche: 1883)이다.

 

작곡가 에르베. 프랑스 오페레타의 아버지이다. 오펜바흐가 너무 유명해서 그늘에 가려져 있다.

                                  

프랑스의 오페레타에서 자크 오펜바흐는 불멸의 이름이다. 오펜바흐는 프랑스의 오페레타는 본궤도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당시에는 우습게도 오페레 코미크(오페레타)는 모두 단막이어야 하며 출연진도 다섯명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있었다. 오펜바흐의 초기 오페레타인 Les deux aveugles(두 사람의 장님), Le violoneux(바이올린 켜는 사람), Ba-ta-clan(북소리 둥둥)은 모두 단막이며 출연진도 제한된 작품이었다. 모두 1855년에 발표한 것이다. 오펜바흐의 첫 규모가 큰 오페레타는 Orphée aux enfers(지옥에 간 오르페)였다. 이것을 기화로 이른바 오펜바히아드(Offenbachiade)라는 새로운 장르의 오페레타가 출범하게 된다. 오펜바히아드에 속하는 작품으로서는 '브라반트의 즈느비에브'(Geneviève de Brabant), '아름다운 헬렌'(La belle Hélène), Barbe-bleue(푸른수염), La vie parisienne(파리인의 생활), '게롤슈타인 대공부인'(La Grande-Duchess de Gerolstein), '라 페리숄레'(La Périchole), '산적'(Les brigands) 등이 있다. 오펜바흐의 전통은 로베르 플랑케트(Robert Planquette), 앙드레 메싸저(Andre Messager) 등이 이어 받았다.

 

프랑스 오페레타의 대명사인 자크 오펜바흐. 원래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삶을 표현하는데 그로테스크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방법이란 희극과 비극이 복잡하게 얽히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 하나는 마치 포르노를 연상케 하는 경솔하고 천박하기까지 한 표현이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에는 캉캉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캉캉 춤은 점잖은 당시 사람들에게 일종의 충격이었으며 사실 그런 외설적인 공연때문에 일부러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에밀 졸라는 제2제국 기간중에 테아트르 데 바리에테(Théâtre des Variétés )의 백스테이지와 온스테이지의 상황을 그의 소설 나나(Nana)에 생생하게 묘사한바 있다. 오페레타 디바 겸 고급창녀인 나나를 소개하는 내용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온다. 소설 속의 나나는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에서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인 호르텐스 슈나이더(Hortense Schneider)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호르텐스 슈나이더는 뛰어난 소프라노이기도 했지만 영국 에드워드 7세의 정부로서도 유명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 나나에 나오게 된 것은 오펜바흐와 콤비인 대본가 루도빅 알레비가 에밀 졸라에게 호르텐스 슈타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번에 걸쳐 자세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졸라의 나나를 보면 오펜바흐 스타일의 오페레타가 어떠했는지를 잘 알수 있다. 그리고 파리에서 오페레타를 공연할 때에는 그래도 상류층의 뭇 남자들이 매일 저녁마다 구경하러 왔다는 것을 알수 있다. 비엔나 또는 베를린에 사는 상류층 사람들은 파리에서의 오페레타를 자기 도시에서 구경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비엔나와 베를린에서도 오페레타가 발전하게 되었다.

 

런던출신의 고급 창녀 겸 오페레타 디바인 코라 펄(1835-1886).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에 간 오르페오'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간단한 옷으로 겨우 중요한 부분만을 가린채 등장하여 놀라운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상당히 에로틱하다. 문제는 그런 에로틱한 스토리의 오페레타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파리의 사교계에서 알아주는 고급창녀들이 직접 출연하였다는 점이다. 전설적인 가수 겸 고급창녀인 호르텐스 슈나이더, 그리고 코라 펄(Cora Pearl)은 대표적이다. 코라 펄은 1867년 오펜바흐의 '지옥에 간 오르페오'의 리바이벌에서 다이아몬드로 만든 화려한 옷으로 겨우 몸의 일부만을 가린채 무대에 등장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파리의 사람들은 오페레타라고 하면 '야하다'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실제로 야하고 그로테스크한 내용이야 말로 오펜바흐와 그 이후 에르베의 오페레타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통요소로 간주되었다. 그런 야하고 저속하기까지 했던 파리의 오페레타가 보다 심각해지고 옛 향수를 불러 일으켜 주는 것으로 변환한 것은 한참 후였다. 말하자면 일말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나 할까? 프랑스 오페레타라고 하면 무조건 에로틱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대두되었다. 고전적인 버전의 오페레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오페레타는 개인극장에서 고급창녀들이 주역으로 직접 출연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오페라극장에서 유명한 오페라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오펜바흐의 '지옥에 간 오르페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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