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베르베나 데 라 팔로마(La verbena de la Paloma)
The verbena of the Dove - 비둘기 성모 축제
Tomás Bretón(토마스 브레톤)의 단막 사르수엘라(Zarzuela)
토마스 브레톤(1850-1923)
사르수엘라(Zarzuela)는 스페인의 오페레타이다. 주로 코믹한 내용이며 스페인의 민속음악이나 플라멘코 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극이다. 사르수엘라라는 말은 마드리드의 교외에 있는 왕실사냥숙사인 플라시오 데 라 사르수엘라(Placio de la Zarzuela)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스페인식 오페레타가 처음으로 공연되었기 때문이다. 왕실사냥숙사를 사르수엘라라고 부르게 된 것은 주변에 사르사스(Zarzas), 즉 검은딸기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왕궁에서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겨보던 사르수엘라는 어느덧 서민들이 즐겨하는 공연이 되었다. 서민들이 즐겨하는 사르수엘라늘 사이네테(Sainete)라고 부른다. 사르수엘라 중에서도 작은 종류(Small sort)에 속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주로 단막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오페라도 많이 공연되고 있지만 사르수엘라가 더 많이 공연되고 있다. 플라치도 도밍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사르수엘라 배우였다. 스페인의 웬만한 도시에는 사르수엘라 전용극장이 있을 정도이다.
사르수엘라 '비둘기 성모 축제'의 한 장면
스페인의 사르수엘라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마도 토마스 브레톤(Tomás Bretón)이 음악을 붙이고 리카르도 데 라 베가(Ricardo de la Vega: 1839-1910)가 대본을 쓴 '비둘기 성모 축제'(La verbena de la Paloma)일 것이다. 아무튼 스페인 사람으로서, 나아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 사람으로서 이 작품을 모른다고 하면 그건 곤란한 일일 정도로 잘 알려진 사르수엘라이다. '비둘기 성모의 축제'는 지금부터 100년도 훨씬 전인 1894년 2월 17일 마드리드의 아폴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부제로는 El boticario y las chulapas y celos mal reprimidos(약사와 아가씨들과 심한 질투심: The druggist and chulapas and jealousy badly depressed)이다. 출라파스(Chulapas)라는 말은 여인들이 축제때에 입는 화려한 민속의상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멋쟁이 아가씨를 의미한다. 비록 100여년전에 공연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이 사르수엘라에 나오는 노래는 일반사람들의 애창곡으로서 남아 있다. 예를 들면 'Tiene razon Don Sebastian'과 '마닐라 만토를 입고 어디를 가시나요?'(?Donde vas con manton de Manila?) 등이다. 이런 노래들은 마치 영국이나 미국에서 길버트-설리반의 'What never? Well, hardly ever!'라는 노래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일상에서 잘 알려진 곡들이다.
리타가 훌리오를 말리는 가운데 돈 일라리온이 카스타, 수사나, 안토니아, 개들과 함께 있는 부조
'비둘기 성모'에 대하여는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로마 가톨릭인 스페인 사람들의 성모 숭배사상은 드높다. 스페인에서는 8월 15일의 성모승천 축일을 마치 국경일처럼 지키고 있다. 성모승천 축일은 8월 7일의 산 카예타노(San Cayetano) 축일과 8월 10일의 산 로렌소(San Lorenzo) 축일과 엇물려서 실상 스페인에서는 8월 6일부터 16일까지를 대대적인 가톨릭 축제기간으로 삼고 있다. 이 기간에는 거리마다 오색등을 걸어놓고 꽃장식을 하며 출라포(Chulapo)라는 전통 의상을 입은 남자들과 마닐라 만토(Manton de Manila)를 걸치고 전통 의상을 입은 여자들이 거리에서 초티스(Chotis)라는 플라멘코 스타일의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긴다. 마드리드에서는 오늘날에도 구시가지의 비스티야스 광장(Plaza de las Vistillas)에서 그런 축제분위기를 맛볼수 있다.
비둘기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비둘기 성당'의 중앙제단
전설에 의하면 18세기에 마드리드의 어떤 거리에 비둘기를 안고 있는 작은 성모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성모상은 가끔 기적을 베풀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매년 성모승천 축일에 이 곳에 모여 춤을 추고 카니발을 벌였다. 리카르도 데 라 베가의 대본은 바로 그같은 카니발 축제의 밤을 그렸다. 그 장소가 오늘날의 팔로마(비둘기) 거리이며 그곳에 세운 성당이 '비둘기성당'(Iglesia de la Paloma)이며 이곳에 다시 '비둘기를 안고 있는 성모'의 그림을 마련하여 모셨다. 해마다 성모승천 축일이 돌아오면 사람들은 이 성당의 제단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을 밖으로 가져나와서 거리를 행진한다. 성모승천 축일의 피크는 8월 14일 밤으로 이때 사르수엘라 '비둘기 성모 축제'의 주인공들인 수사나(Susana), 카스타(Casta: Chaste), 돈 일라리온(Don Hilarion), 엘 훌리안(El Julian), 돈 세바스티안(Don Sebastian), 리타(Rita) 등을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뽑는 행사도 갖는다.
'비둘기 성모 축제'가 초연된 마드리드의 아폴로극장
사르수엘라 '비둘기 성모 축제'의 스토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단막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대는 마드리드이며 시기는 1894년 당시로 되어 있다. [제1장] 모두 바쁘게 움직이는 마드리드의 구시가지이다. 거리에는 약국, 빵집, 주점들이 늘어서 있다. 8월 14일의 저녁이다. 서곡은 전체적인 음악에서 발췌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곡이 끝나고 막이 오르면 약국에서 돈 일라리온(Don Hilrarion)과 오랜 친구인 돈 세바스티안이 각각 자기들의 치료방법에 대하여 주장을 펴고 있다. 두사람은 현대과학이 야만적이라는데에 의견의 일치를 본다. 이들은 또한 축일을 앞두고 약국 앞에서 들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불평을 늘어 놓는다. 식자공으로 일하고 있는 훌리안(Julian)과 주점 주인의 마누라인 리타(Rita)는 훌리안이 변덕쟁이 수사나를 좋아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 리타의 남편은 다른 남자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훌리안은 수사나가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고 있다면서 안타까우면서도 질투가 섞인 노래를 부른다. 리타가 그런 훌리안을 위로한다. 청소부와 그의 부인은 그들의 아기를 재우기 위해 안깐힘을 쓰고 있다. 사람들이 길건너 빵집에서 도넛과 추로스(감자 튀김)와 음료수를 사먹고 있다. 모두들 '비둘기 성모 축제'를 준비하면서 세귀디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카페에 있는 수사나와 카스타
훌리안은 리타에게 그날 아침 수사나가 어떤 남자와 마차를 타고 좋아라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털어놓으며 다음에도 그런 모습을 보면 수사나에게 따지겠다고 말한다. 리타가 그러지 말라고 당부한다. 리타가 훌리안을 축제 장소로 데리고 간다. 돈 세바스티안은 약국 주인 돈 일라리온이 엉터리 돌파리라고 비난한다. 돈 일라리온은 친구인 돈 세바스티안이 자기에게 섹스에 대한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자 자기의 섹스에 대한 철학을 설명한다. 돈 일라리온은 자기는 아무에게나 좋은 약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돈 일라리온은 어떤 두 아가씨에게 마음이 빠져 있다고 털어 놓는다. 한 여자는 블론드이며 다른 한 여자는 검은 머리라고 한다. 이름은 카스타와 수사나라고 한다. 한편, 주점의 주인은 마누라인 리타가 훌리안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가자 당장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며 지낸다.
'비둘기 성모 축제'의 포스터
[제2장] 라틴 구역의 거리이다. 카스타와 수사나가 카페 드 멜릴라(Cafe de Mellila)에 앉아 있다. 옆에는 뚱둥하고 보통으로 생긴 숙모 안토니아가 앉아 있으며 주위에는 이웃 사람들과 몇 명의 경찰들이 있다. 카페에서 피아노 반주로 플라멘코 노래인 솔레다드(Soledad)가 흘러 나온다. 두 아가씨는 훌리안과 돈 일라리온중에서 누가 더 마음에 드는지를 놓고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안토니아가 데리고 있는 개들이 덤벼드는 바람에 집 뒤로 황급히 도망간다. 어느덧 밤의 장막이 내린다. 야경꾼과 두명의 경찰이 정치에 대하여 불평을 털어 놓으며 야간 근무에 들어간다. 돈 일라리온이 두 아가씨와 함께 카페에서 만나 축제에 가기 위해 나타난다. 두 아가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카페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반주로 마주르카가 연주된다. 기다리고 있던 돈 일라리온은 안토니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함께 포도주를 마신다. 주점 주인이 친구들과 함께 나타나고 이어 리타라 훌리안과 함께 나타난다. 훌리안은 수사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축제마당에 가는 줄로 생각하고 수사나의 집으로 찾아가 따지려고 한다. 리타가 훌리안을 만류한다. 리타는 훌리안에게 수사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가서 있으면 더 이상 구차스럽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마드리드의 라틴 구역에 '비둘기 성모 축제'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
훌리안은 카스타와 수사나가 늙은 돈 일라리온과 함께 시시덕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질투를 느낀다. 훌리안은 리타의 조언을 생각한다. 그리고 일부러 수사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사나가 훌리안에게 접근한다. 훌리안이 수사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화를 낸다. 그러면서 수사나에게 어느쪽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다그친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아바네라 음악이 시작된다. 수산나가 춤을 추며 교묘하게 훌리안과 돈 일라리온 두 사람으로부터 떨어진다. 훌리안이 돈 일라리온과 말싸움을 벌이려하자 사람들이 말린다. 그러자 수사나가 불쌍한 훌리안을 계속 놀린다. 모두들 축제마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거리의 행진에 참가한 비둘기 성모
[제3장] 돈 세바스티안의 상점이 있는 거리의 축제마당이다. 모두들 축제 분위기에서 흥겹게 춤을 춘다. 돈 세바스티안은 마누라와 딸과 하인들이 축제에 나가서 구경하겠다고 하자 나가지 못하게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훌리안이 돈 일라리온을 보고 사람들을 그가 있는 곳으로 몰고가서 쫓아내려고 한다. 돈 일라리온은 급히 친구인 돈 세바스티안의 가게 안으로 도망간다. 리타가 훌리안을 찾으려고 사방을 돌아다닌다. 안토니아의 개들이 훌리안을 먼저 발견하고 쫓아다닌다. 경찰들이 술에 취한 훌리안을 체포한다. 돈 세바스티안이 훌리안을 위해 얘기를 한다. 그러는데 개들이 돈 세바스티안의 바지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바지가 찢어진다. 돈 세바스티안은 바지를 갈아 입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늙은 약사인 돈 일라리온이 훌리안에게 쫒겨서 급히 나타난다. 수사나, 리타, 카스타가 훌리안을 진정시킨다. 수사나와 훌리안은 화해를 한다. 사람들이 세귀디야를 흥겹게 추며 '비둘기 성모를 위해'(Por se la Virgen de la Paloma)라는 노래를 부르며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드리드의 비둘기 성모 성당
'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 > 추가로 읽는 366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9. 프란츠 슈베르트의 '음모자' (0) | 2011.11.14 |
---|---|
278. 조지 프레데릭 헨델의 '톨로메오, 이집트 왕' (0) | 2011.11.12 |
276. 자크 오펜바흐의 '브라반트의 즈느비에브' (0) | 2011.11.06 |
275. 요한 슈트라우스의 '기사 파즈만' (0) | 2011.11.05 |
274. 탄 던의 '차: 영혼의 거울' (0) | 2011.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