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오네(Il Pigmalione) - Pygmalion
Gaetano Donizetti(게타노 도니체티)의 첫 오페라
게타노 도니체티(1797-1848)
게타노 도니체티는 생애 중에 무려 70여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수정본까지 합하면 87편). 그의 오페라 중에는 세계가 사랑하는 '람메무어의 루치아' '사랑의 묘약' '연대의 딸' '돈 파스쿠알레' 등이 있다. 그 많은 작품 중에서 첫 작품이 '일 피그말리오네'이다. '일 피그말리오네'는 도니체티의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 유일하게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삼은 것이다. 이 오페라는 1816년, 그러니까 도니체티가 아직도 10대 청소년인 19세 때에 15일 동안 씨름하면서 완성한 오페라이다. '일 피그말리오네'는 도니체티가 베르가모 음악원의 학생 시절에 쓴 어찌보면 습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페라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앞으로 그가 30여년 동안 벨칸토 오페라를 작곡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리스 신화인 피그말리온에 대한 스토리는 당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이미 1770년에 장 자크 루소가 음악극으로 만들어 사랑을 받았다. 장 자크 루소의 피그말리온은 오비드(Ovid)의 소설 '변형'(Metamorphosis)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런 장 자크 루소의 대본을 당시 유명한 극작가인 안토니오 시메오네 소그라피(Antonio Simeone Sografi)가 다시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소그라피의 대본을 바탕으로 1790년에 조반니 바티스테 치마도르(Giovanni Batiste Cimador)라는 사람이 오페라를 만들었고 이어 1796년에는 보니파치오 아시올리(Bonifacio Asioli)라는 작곡가가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학생 도니체티가 그 다음으로 소그라피의 대본을 바탕으로 단막 오페라를 만들었다. 일설에는 도니체티의 '일 피그말리오네'의 대본은 안토니오 시메오네 소그라피의 대본을 바탕으로 하기는 했지만 실은 그것을 다시 누가 단막에 맞게 고쳐 썼다고 한다.
나폴리 산카를로극장에서의 공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도니체티의 '일 피그말리오네'는 어찌된 일인지 그의 생전에 한번도 공연된 일이 없다. 도니체티가 작곡한지 144년이나 지난 때인 1960년 10월 13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도니체티극장(Teatro Donizetti)에서 공연된 것이 아마 '일 피그말리오네'의 역사상 처음 공연일 것이다. 잘 아는대로 베르가모(Bergamo)는 도니체티의 고향마을이며 이곳에서 해마다 도니체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를 공연하는 축제가 열린다. 이를 Festival delle novita 라고 부른다. '일 피그말리오네' 초연의 지휘는 아르만도 가토(Armando Gatto)가 맡았으며 타이틀 롤인 피그말리온 역은 테너 도로 안토니올리(Doro Antonioli), 상대역인 갈라테아 역은 소프라노 오리아나 산투니오네(Oriana Sanunione)가 맡았다. 이와 같이 '일 피그말리오네'에는 다른 사람들도 출연하지만 성악가는 단 두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테너 한 사람, 즉 피그말리온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피그말리온은 혼자서 대사를 말하지만 피그말리온이나 비너스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가서야 조각이던 갈라테아가 사람으로 변하여 말을 할 뿐이다.
2018년 시카고 오페라극장의 공연
'피그말리온' 스토리는 오비드의 '변형'(Metamophosis)중에서 제 10권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도니체티의 작품에서는 피그말리온이 크레테의 왕으로 등장한다. 비너스는 사이프러스의 여인들이 그의 신성을 부인하자 그 여인들을 인류 최초의 매춘부로 만든다. 사이프러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비너스가 그렇게 만든 매춘부들과 놀아나지만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여인들과 일체의 관계를 끊는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여성미를 창조하기 위해 상아로 여인상을 조각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갈라테아가 완성된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인 갈라테아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인 갈라테아를 혹시라도 손상하면 안되므로 조각칼을 더 이상 대지 못한다. 고뇌에 빠진 피그말리온은 이 조각이 생명을 갖게 해 달라고 미의 여신인 비너스(아프로디테)에게 간청키로 한다. 마침 비너스 축제가 다가온다. 피그말리온은 제단에 훌륭한 제물들을 바친다. 피그말리온은 비너스에게 차마 그 조각이 생명을 갖게 해 달라고 간청하지는 못하고 그 조각을 닮은 여인을 신부로 맞이하게 보내달라고 간청한다. 피그말리온의 기도는 응답을 받는다. 피그말리온이 집에 돌아와서 조각상에 키스를 한다. 그런데 조각인 갈라테아의 입술이 따듯하다. 피그말리온은 다시 키스를 한다. 이제 상아 조각상은 더 이상 단단하지가 않다. 비너스는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기로 한것이다. 갈라테아가 생명을 얻어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보답한다. 피그말리온은 비너스의 축복 아래 갈라테아와 결혼한다. 오비드의 원작에 따르면 두 사람은 딸을 하나 두었는데 파포스(Paphos)이다. 오늘날 그리스의 파포스 도시는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의 딸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아 조각상을 만들고 감탄을 금치 못하며 사랑에 빠진다. 비너스가 피그말리온의 소원을 들어주어 갈라테아에게 생명을 준다.
피그말리온 스토리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여러 형태로 전파되고 재생산되었다. 상아 조각상에 갈라테아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실은 오비드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 였다고 한다. 작가들이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조각상의 이름을 바다 님프인 갈레테아라고 붙였던 것이다. 괴테는 엘리제라고 불렀다. 디도와 엘리사(Dido-Elissa) 스토리의 변형이라고 보면 된다. 피그말리온 스토리의 피노키오 스토리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나무 인형이 살아 있는 소년으로 변형되는 스토리이다. 그런데 피그말리온에서는 조각을 만든 사람이 신에게 간청해서 조각을 사람으로 만들지만 피노키오 스토리에서는 나무 인형을 만든 게페토의 간청에 의해서 피노키오가 생명을 얻는 것이 아니라 피노키오 자신이 신의 힘을 빌어서 사람이 된 것이 다르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의 마지막 장면에서 헤르미오네 여왕의 조각상이 생명을 얻어 살아 있는 사람이 되는데 그것은 헤르미오네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픠곡인 '피그말리온'은 현대판 피그말리온 신화라고 볼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음성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가 서민층 꽃팔이 소녀인 일라이자 둘리틀을 상류사회의 여인으로 교육하여 변형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희곡은 연극과 뮤지컬과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 영감을 준 것이다. 영화 '라르스와 살아 있는 소녀'(Lars and the Real Girl)은 인형을 만들어서 실제 사람처럼 대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런에 소녀 인형은 이번에는 실제 소녀가 되지 못한다. 다만 그가 인형을 실제 사람처럼 대하였을 뿐이다. 그가 더 이상 인형을 필요치 않게 되자 그는 그여자를 떠나게 둔다. 이 경우에는 피그말리온 신화와 반대이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는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이번에는 '피그말리온'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 발레, 일반 음악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피그말리온 스토리는 1748년 장 필립 라모가 만든 오페라 '피그말리온'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또한 체코의 게오르그 벤다(Georg Benda)의 1779년 모노드라마(또는 듀오드라마)의 타이틀도 '피그말리온'이다. 독일의 시인인 칼 빌헬름 람러(Karl Wilhelm Ramler)는 '피그말리온' 시를 썼다. 이 시를 바탕으로 J.C.F. 바흐가 1772ㄴ면에 아리아를 작곡했다. 이어 1784년에는 독일의 작곡가이며 바이올리니스트 겸 피아니스트인 프리드리히 벤다가 '피그말리온 칸타타'를 작곡했다. 프랑스의 프로멘탈 알레비는 1820년대에 오페라 '피그말리온'을 작곡했으나 공연된 일이 없다. 프란츠 폰 주페의 오페레타 '아름다운 갈라테'(Die schone Galathee)는 파그말리온과 갈라테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레오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Coppelia)는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인 코펠리아를 만든 이야기로 피그말리온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작곡가인 니키타 트루베츠코이 공자가 음악을 붙이고 당대의 안무가인 마리우스 페티파가 안무를 맡은 4막의 발레 작품인 '피그말리온'(일명 사이프로서의 조각)은 오비드의 '피그말리온'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발레 작품은 1895년에 당대의 위대한 발레리나인 피에리나 레냐니(Pierina Legnani)에 의해 리바이발 되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영국의 진보적인 락 그룹인 '예스'(Yes)는 1977년에 '세기의 전환'(Turn of the Century)를 작곡했는데 로안이라는 조각가가 사랑하는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부인의 모습을 닮은 조각을 만들었는데 그 조각이 살아나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밖에도 다수가 있으나 생략코자 한다.
라모의 '아나크리온과 피그말리온'. 뉴욕시티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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