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96. 쿠르트 봐일의 '스트리트 신'

정준극 2011. 11. 28. 07:24

스트리트 신(Street Scene)

Kurt Weil(쿠르트 봐일)의 2막 어메리칸 오페라

 

쿠르트 봐일(1900-1950)

 

'스트리트 신'(Street Scene)은 미국의 극작가인 엘머 라이스(Elmer Rice: 1892-1967)의 동명 희곡을 작곡가인 쿠르트 봐일 자신이 대본을 쓴 브로드웨이 뮤지컬,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메리칸 오페라'(American Opera)이다. 노래가사는 주로 미국의 시인, 극작가인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1902-1967)이 썼다. '스트리트 신'은 쿠르트 봐일이 1946년에 완성했으며 그 해에 필라델피아에서 초연되었다. 엘머 라이스는 1929년 '스트리트 신'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필자는 Street Scene을 '스트리트 신'이라고 그대로 적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자료들에 의하면 '거리의 풍경' '거리의 장면' '거리의 정경(情景)' '거리의 광경'등 여러가지로 번역되어 있어서 혼잡하므로 아예 '스트리트 신'으로 적기로 했다. 

 

계단에서

                  

'스트리트 신'을 '어메리칸 오페라'라고 부른 것은 작곡자인 쿠르트 봐일 자신이다. 그는 '스트리트 신'을 '브로드웨이 오페라'라고도 불렀다. 새로운 용어이다. 그는 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와 미국의 뮤지컬 극장(Musical Theater)을 합성한 것으로 보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 쿠르트 봐일은 1947년 브로드웨이 초연이 있은 후에 최우스 오리지널 스코어로서 토니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트 신'은 또 다시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된 일이 없다. 브로드웨이가 아니라 일반 오페라단이 자주 공연하였다. '스트리트 신'은 음악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드라마틱한 면에서 봐일의 '서푼짜리 오페라'(Threepenny Opera: 1928)와 번슈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57)의 중간에 오는 작품이다.

 

입소문을 내기에 열중하고 있는 부인네들

                            

'스트리트 신'의 음악으로는 오페라 스타일의 아리아와 앙상블(중창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 어떤 아리아, 예를 들어 안나 모랑(Anna Maurrant)의 아리아 Somehow I Never Could Believe(나는 결코 믿을수 없네)와 프랭크 모랑의 Let Things Be Like They Always Was(언제나 그대로)는 푸치니 스타일의 아리아들이다. '스트리트 신'에는 또한 재즈와 블루스 음악이 담겨 있다. I Got a Marble and a Star(마블과 별을 가지고 있네)와 Lonely House(외로운 집)은 재즈와 블루스의 영향을 받은 곡이다. 그리고 댄스를 위한 음악도 상당수 있다. 쿠르트 봐일은 독일에 있을 때인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반에 그의 오페라에 미국 재즈와 대중가요적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 그러다가 그가 유태계통이었기 때문에 나치를 피하여 미국에 와서는 대중음악과 무대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와 라디오와 영화를 위한 그의 새로운 작품들에 이른바 미국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하였다. 봐일은 그것을 '어메리칸 오페라'라고 불렀다. 봐일은 드라마와 음악, 대화체의 대사, 노래, 연기를 복합한 음악극장(Musical theater)를 창조코자 했다. [음악극장이라는 용어는 건물을 가진 극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연극이 합쳐진 일종의 무대공연작품을 말한다.]

 

가로등 아래에서 로우스와 그의 상사인 해리 이스터.

                                       

1936년에 봐일은 뉴욕에서 엘머 라이스를 만났다. 엘머 라이스의 '스트리트 신'은 풀리처상을 받는 등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봐일은 '스트리트 신'을 어메리칸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엘머 라이스는 봐일의 그같은 제안을 거절했다. 봐일의 작품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후 봐일의 '니커보커 홀리데이'(Knickerbocker Holiday: 1938), '어둠 속의 레이디'(Lady in the Dark: 1940), '비너스 터치하기'(One Touch of Venus: 1943)등이 성공을 거두었고 또한 봐일이 엘머 라이스의 '고도의 두 사람'(Two on an Island)의 극중음악을 작곡하여 좋은 반응을 보여주자 엘머 라이스는 봐일에게 '스트리트 신'을 뮤지컬이든 오페라이든 아무것이나 만들어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라이스와 봐일은 대본을 쓸 사람으로서 할렘 르네상스의 시인 랭스턴 휴스를 선택했다. 랭스턴 휴스는 할렘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용어를 간단하고 알기 쉬운 시어(詩語)로 바꾸는 재능이 있었다. 이와 함께 봐일은 보다 생생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뉴욕 인근의 서민사회를 자주 찾아가서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부터 여자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까지 직접 경험하였다. 랭스턴 휴스는 봐일을 할렘의 나이트클럽을 데려가서 흑인들의 재즈와 블루스의 새로운 스타일에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

 

거리에서 밤늦게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매 존스와 딕 맥간

                      

필라델피아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던 '스트리트 신'은 몇번에 걸친 수정을 마친 후에 1947년 1월 9일 브로드웨이에 진출하였다. 아델피극장에서였다. '스트리트 신'은 연속 148회 공연을 마치고 그해 5월 17일 아델피에서 막을 내렸다. 로우스 모랑역은 앤느 제프리스(Anne Jeffreys)가 맡았고 안나 모랑역은 폴리나 스토스카(Polyna Stoska)가 맡았으며 프랭크 모랑역은 노만 코든(Norman Cordon)이 맡았다. 무대장치 등이 단순한 편이어서 제작비가 별로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체 제작비는 예상 외로 많이 들었다. '스트리트 신'은 1947년도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에서 토니상을 받았다. 프레데릭 뢰베의 '브리가둔'(Brigadoon)이 최후까지 경쟁상대였다. 1989년도 런던 콜리세움극장에서의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ENO)의 공연에는 매 존스(Mae Jones) 역을 캐서린 제타 존스가 맡아 화제를 뿌린바 있다. 영국의 '오페라 그룹'(Opera Group)이라는 오페라단은 2008년 7월에 영국에서는 20년만이 '스트리트 신'을 다시 무대에 올렸다. 2008년도 최우수 뮤지컬로서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Evening Standard Award)를 받았다. '오페라 그룹'은 2011년 초반에 드레스덴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여 절찬을 받았고 10월 비엔나에서 해외 첫 공연을 가졌고 이어 그해 10월에는 비엔나에서 공연하여 찬사를 받았다.

  

안나 로랑과 아들 윌리

                        

등장인물들을 각 가정별로 소개코자 한다. 모랑(Maurrant)네 식구들은 폭력적이고 고집이 센 프랭크 모랑(Bar), 그의 마음씨 착한 부인인 안나(Anna: Dramatic Sop), 이들의 10대 딸인 로우스(Rose: Lyric S), 이들의 못된 어린 아들인 윌리(Willie: 아역)이다. 존스(Jones)네 식구들은 수다떨기 좋아하는 엠마(Emma: MS), 알코홀 중독자인 남편 조지 존스(George Jones: Bar), 이들의 딸로서 남자 관계가 복잡하고 난잡한 매(Mae: MS), 이들의 아들로서 성질이 난폭한 택시 운전사인 빈센트(Vincent: 스피킹 역할)이다. 스웨덴에서 이민온 올슨(Olsen)네 가족은 올가(Olga: Cont)와 남편인 칼(Carl: B)이다. 이들에게는 아기가 있다. 카플란(Kaplan)네 가족들은 극단적인 주장을 가진 나이많은 유태인인 에이브라함 카플란(Bar), 에이브라함의 착한 손자로서 로우스 모랑을 사랑하고 있는 샘(T), 샘의 누이로서 학교 선생인 셜리(Shirley: 스피킹 역할)이다. 이탈리아 계통인 휘로엔티노(Fiorentino) 식구들은 독일에서 살다가 왔다. 그레타(Greta: Cont)는 리포(Lippo: T)의 부인이다. 리포는 혈기왕성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남자이다. 힐데브란트(Hildebrand) 가족도 있다. 라우라(Laura:  스피킹 역할)는 남편 없이 혼자서 힘들게 사는 부인이다. 제니(Jennie: MS)는 이 집의 10대 딸이다. 챨리와 메리는 동생들이다. 그외의 이웃으로서는 말 많은 다니엘 부캐넌(Daniel Buchanan: T), 청소부인 헨리 데이비스(Bar), 헨리 데이비스의 어린 딸인 그레이스 데이비스(Grace Davies)가 있다.

 

부부싸움하는 프랭크와 안나

                                              

이밖에 이들을 찾아오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딕 맥간(Dick McGann: Bar)은 매 존스에게 사랑을 느끼고 찾아오는 비교적 순진한 청년이다. 해리 이스터(Harry Easter: B)는 로우스 모랑의 찬박한 보스이다. 스티스 스탠키(Steve Sanky: 스피킹 역할)는 우유배달부로서 폭력적이며 고집이 센 프랭크 모랑의 부인인 안나 모랑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있는 사람이다. 아이보는 여자가 두명이 나온다. 모두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이다. 존 윌슨(John Wilson)은 의사이다. 다니엘 부캐넌의 임신한 부인을 돌보아 주는 의사이다. 해리 머피(Harry Murphy)는 경찰관이다. 제임스 헨리는 시청 공무원이다. 프레드 컬른(Fred Cullen)은 제임스 헨리의 보조원이다.

 

한 아파트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십

                  

때는 1946년 어느 지독하게 더운 여름날이며 이야기는 맨하튼의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어떤 아파트의 계단에서 시작한다. 모두 셋집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체 스토리는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로우스 모랑과 이웃인 샘 카플란과의 로맨스에 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로우스의 어머니인 안나의 불륜에 대한 것이다. 안나의 불륜은 결국 성질이 불같은 남편 프랭크에게 발각된다. '스트리트 신'은 보통 사람들의 로맨스와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이웃들의 가십과 서고간의 시시한 말다툼을 그리고 있지만 모랑씨네 가정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폭력적인 비극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앙상블

                  

[제1막] 엠마 존스와 그레타 피오렌티노가 찌는 듯이 더운 날씨를 탓하고 있다. 올가 올센이 합세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 윌리 모랑이 나타나서 엄마를 부른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엄마 안나는 윌리에게 동전 하나를 던져주며 소다수라도 사서 마시라고 한다. 존슨부인, 피오렌티노부인, 올센부인은 안나에게 더운 날씨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밖으로 내려와서 함께 얘기나 하자고 권한다. 세 부인네들은 안나가 내려오는 사이를 이용해서 안나가 우유배달부인 스티브 생키와 이상한 사이라는 얘기를 자기들끼리만 수근거린다. 다니엘 부캐넌이 들어온다. 윗층의 방에 있는 아내가 출산할 것 같아서 초조해하고 있다. 모랑 부인의 남편인 프랭크가 집으로 돌아온다. 내일 뉴헤이븐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프랭크는 딸 로우스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두고 부인을 나무란다. 우유배달부인 스티브가 나타난다. 스티브는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다고 느꼈는지 그냥 밖으로 나간다. 잠시후 안나 모랑이 마치 자기 아들을 찾으러 나가는 것처럼 스티브가 나갔던 방향으로 간다. 사람들은 또 다시 안나와 우유배달부인 스티브가 정말이지 그렇고 그런 관계에 있다는 얘기를 한다. 이때 올센 부인이 나타나 안나와 스티브가 창고 뒤편에 둘이서만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다.

 

우유배달부와 안나

                     

쾌활한 리포 휘오렌티노가 일터에서 돌아온다. 아이스크림을 한아름 사와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사람들은 안나의 남편인 성질 급한 프랭크의 동정을 살핀다. 혹시 자기 부인이 우유배달부와 눈이 맞아서 밀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나라는 관심때문이다. 과연, 안나가 돌아오자 프랭크는 안나에게 도대체 어디에 갔다 왔느냐고 묻는다. 안나가 윌리를 찾으러 나갔다고 온다고 대답한다. 상황은 일단은 조용해 진다. 프랭크와 에이브라함 카플란은 젊은 부부가 부모가 되는 문제에 대하여 다투듯이 얘기를 나눈다. 에이브라함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힐데브란트네를 보라고 하면서 돈이 없어서 월세도 내지 못하는 처지에 아이들을 어떻게 기른단 말이냐고 말한다. 프랭크와 에이브라함의 말다툼은 거의 치고 받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만 에이브라함의 손녀인 셜리과 두 사람을 뜯어 말리는 바람에 토론은 진정된다. 잠시후 제니 힐데브란트와 다른 여학생들이 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재잘거리면서 들어온다. Wrapped in a Ribbon And Tied in a Bow라는 즐거운 졸업노래가 울려퍼진다. 즐거운 분위기는 우유배달부가 나타나는 바람에 중단된다. 침묵이 흐른다. 우유배달부는 사람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자 떠밀리듯 나간다. 에이브라함의 손자인 샘이 윌리를 데리고 들어온다. 샘은 윌리가 동네 아이들과 싸우고 있는 것을 겨우 말려서 데려온 것이다. 프랭크는 한잔 하러 술집으로 가면서 만일 딸 로우스가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모랑네 식구들이 사라지자 동네 사람들은 모랑네 식구들에 대한 가십을 말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샘은 동네 사람들이 이웃에 대하여 좋지 않은 얘기만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하고 나간다.

 

해리 이스터가 로우스에게 새로운 생활을 하자고 유혹한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샘이 등장하여 외로움을 노래한다. 샘이 나가고 이번에는 로우스가 자기 직장 상사인 해리 이스터와 함께 나타난다. 해리는 예쁜 로우스에게 마음이 쏠려 그럴듯한 얘기로 로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애쓴다. 그러더니 로우스에게 키스한다. 해리는 로우스에게 집에서 나와 함께 살자면서 그러면 브로드웨이에 출연토록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그러나 로우스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로우스의 아버지인 프랭크가 주점에서 돌아오는 기척이 보이자 로우스는 해리에게 얼른 자리를 피하라고 말한다. 프랭크는 로우스에게 방금 전에 누구하고 말하고 있었느냐며 추궁한다. 로우스가 춤추러 갔다가 누가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라고 말하자 프랭크는 화를 불같이 내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부캐넌이 밖으로 뛰어나오면서 마침 로우스가 있자 아내가 아기를 낳을 것 같으니 어서 의사에게 전화좀 걸어 달라고 부탁한다. 부캐넌이 다시 자기 집으로 올라가자 로우스가 전화를 걸러 뛰어 나간다. 매 존스와 딕 맥간이 함께 나타난다. 춤추고 오는 길이다. 시시덕 거리던 두 사람은 빠른 템포의 지터벅을 부르면서 서로에게 마음에 쏠린다는 얘기를 한다.

 

프랭크와 안나의 다툼

                  

매의 난폭한 오빠인 빈센트가 집으로 돌아온다. 마침 로우스가 있자 성가시게 군다. 그 모양을 본 샘이 참을수 없어서 빈센트에게 맞서지만 빈센트는 샘을 밀쳐버리고 주먹으로 때릴 기세이다. 마침 빈센트의 어머니인 엠마가 나타나는 바람에 샘은 위기를 모면한다. 샘은 로우스 앞에서 빈센트로부터 모욕을 당했기 때문에 속이 몹시 상해 있다. 샘은 험한 할렘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면 한탄한다. 로우스가 그런 샘을 위로한다. 의사인 윌슨 박사가 도착해서 부캐넌의 집으로 바삐 올라간다. 안나가 딸 로우스에게 얼른 들어와서 잠이나 자라고 소리친다. 샘과 로우스는 키스를 나누고 헤어진다. 로우스가 집으로 올라가서 창문을 열고 길거리에 서 있는 샘에게 굿나잇을 얘기할 때 막이 내린다.

 

파티에서

                      

[제2막] 다음날 아침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엠마의 남편 조지 존스가 술집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온다. 의사인 윌슨 박사는 부캐넌에게 부인을 충분히 휴식토록 하라고 말하고 떠난다. 매 존스와 딕 맥간은 어제 밤에는 그렇게도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지만 아침에 다시 만나자 별로 그런 열정이 없었던지 덤덤한 표정으로 잘 있으라고 인사를 나눈다. 윌리, 걒리, 메리 힐데브란드, 헨리의 딸인 그레이스 등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산나는 놀이를 한다. '날 잡아 봐라'이다. 아이들 때문에 소란하자 로우스가 창문을 열고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소리친다. 로우스는 샘에게 아침에 자기가 다니고 있는 부동산 회사의 사장이 죽었기 때문에 장례식장에 가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셜리가 샘에게 아침 먹으라고 부른다. 부캐넌이 나타나서 휘오렌티노에게 어제 밤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고 자랑한다. 안나가 밤새 산모를 돌보아 주었다고 한다. 로우스는 아버지 프랭크에게 제발 엄마인 안나에게 잘해 주라고 부탁한다.

 

햄버거를 들고서

                     

안나는 남편 프랭크에게 며칠동안 출장을 가느냐고 묻는다. 프랭크는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울라고 그러는줄 안다면서 발각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한다. 안나가 그런 일이란 있을수 없다면서 극력 부인한다. 프랭크가 나가자 안나와 로우스는 아버지 프랭크의 난폭한 언행에 대하여 한탄한다. 셜리 카플란이 나와서 로우스에게 자기 오빠 샘은 일을 해야 하는데 왜 그와 그렇게 시간을 많이 보내느냐면서 따진다. 로우스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셜리는 일하러 간다. 존스씨 집의 못된 아들인 빈센트가 나와서 또 다시 로우스에게 집적대며 못살게 군다. 마침 샘이 집에서 나오자 빈센트는 그냥 어디론가 간다. 샘은 로우스에게 집적대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고 로우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둘이서 멀리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로우스도 그럴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로우스의 상사인 해리 이스터가 나타나 로우스에게 사장의 장례식에 같이 가자고 말한다. 로우스와 해리 이스터가 함께 떠난다.

 

로우스와 해리 이스터

                    

우유배달부인 스티브 생키가 나타난다. 안나가 창문을 열고 스티브에게 올라오라고 말한다. 남편인 프랭크는 출장을 떠났고 딸 로우스는 장례식에 갔으며 어린 아들 윌리는 학교에 갔기 때문에 집에는 아무도 없다. 스티브가 급히 안나의 집으로 올라가는게 복도에서 마침 자기 방에서 나오는 샘과 스쳐간다. 샘은 안나가 자기 집 창문의 셔터를 내리는 것을 본다. 샘은 아파트 계단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때 시청 공무원인 제임스 헨리와 조수인 프레드 컬른이 나타난다. 이들은 아파트 청소부인 헨리 데이비스에게 힐데브란트 집안에 있는 살림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 길 한쪽에 쌓아 두라고 말한다. 아파트 월세가 밀려 있기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하지만 아직 비우지 않았기 때문에 시청의 직원이 집달리로서 찾아온 것이다.

 

프랭크 모랑은 출장을 떠나기로 했다가 계획을 바꾸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집 창문의 가리개가 모두 내려져 있는 것을 보고 버럭 의심을 한다. 계단에 앉아 있던 샘이 프랭크에게 제발 집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부탁하지만 그럴수록 프랭크는 더욱 화를 내며 집으로 뛰어 올라간다. 안나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이어 두발의 총소리가 들린다. 우유배달부인 스티브 생키가 겁에 질린듯 창문에 모습을 보인다. 스티브는 도망가려고 하지만 프랭크가 잡는다. 그리고 프랭크가 총으로 스티브를 쏜다. 잠시후 온 몸이 피에 젖은 프랭크가 집 밖으로 걸어나온다. 프랭크는 몰려온 사람들에게 권총을 겨누면서 당장이라도 쏠 듯한 기세이다. 사람들이 피하자 프랭크는 어디론가 도망간다. 경찰들과 구급차와 이웃 사람들이 몰려온다. 장례식에 갔다고 돌아온 로우스는 아파트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무언가 불길한 생각을 한다. 샘이 로우스를 막고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지만 로우스는 샘을 뿌리치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앙상블은 비극적인 내용의 합창을 부른다. 구급요원들이 방으로 올라가서 안나의 시신을 들것에 담아 내려온다. 앰뷸런스가 소리를 내며 병원으로 달리자 사람들이 앰뷸런스를 쫓아간다. 로우스는 샘의 팔에 안겨 흐느낀다. 두 명의 시청 공무원들이 힐데브란드의 집에서 가구들을 꺼내어 길바닥에 놓는 중에 막이 내린다.

 

체포되어 가는 프랭크

                       

다음 장면은 그날 오후이다. 두 명이 살해된 스캔들 소문은 이미 동네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검은 상복을 입은 로우스가 나타난다. 로우스는 경찰관인 머피에게 자기 아버지 프랭크의 행방을 찾았느냐고 묻는다. 머피는 아직 찾고 있다고 대답한다. 샘이 나타나서 로우스에게 학교에 간 동생 윌리를 그를 아주머니 집에 맡기고 오는 길이라고 얘기한다. 셜리가 찾아와서 로우스를 위로한다. 경찰이 길 끝의 어느 집 지하실에 숨어 있던 프랭크를 발견했다고 전한다. 경찰관 두명이 아직도 피에 젖은 옷을 입고 있는 프랭크를 데려온다. 프랭크는 경찰관에게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딸 로우스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경찰관들은 그렇게 하라고 허락한다. 프랭크는 로우스에게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관들이 프랭크를 데려간다. 로우스는 이제 혼자다. 샘이 로우스에게 이제 무얼하겠느냐고 묻는다. 샘은 그날 아침에 로우스에게 함께 멀리 떠나자는 말을 생각하고 이제 정말 둘이서 함께 멀리 떠나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샘은 마침내 로우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로우스가 없는 삶이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우스는 이제 자기 부모도 자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되었으므로 자기는 혼자라면서 혼자서 떠나겠다고 말한다. 샘은 로우스의 생각을 꺾을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이윽고 로우스가 옷가방을 들고 혼자서 떠난다. 허탈한 샘은 로우스를 바라만 볼 뿐이다. 부인네들이 나타나서 어제 밤늦게 로우스와 해리 이스터가 거리에서 만났다는 얘기를 하며 아마 로우스가 해리 이스터를 따라서 떠난 것 같다고 수근거린다. 부인네들이 찌는 듯이 무더운 더위를 원망할 때에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