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세계 오페라계의 걱정

정준극 2012. 2. 3. 19:03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Operas for Children: Children's Operas)

이야기를 시작하면서---세계 오페라계의 걱정

 

캐나다어린이오페라단의 공연

 

세계의 오페라계에는 요즘 적지 않은 걱정꺼리가 있다. 오페라극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년층이상 노년층이며 청소년층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년층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혹시나 오페라극장이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오페라단들도 마찬가지이다. 오페라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 무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굶어야 한다. 어렵게 어렵게 대학을 나오고 외국유학까지 갔다가 온 예비성악가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째서 젊은층들이 오페라극장에 오지 않는 것일까? 오만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젊은층들이 대개 오페라와는 거리가 먼 팝송이나 뮤지컬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라고 하면 구세대의 유물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오페라단은 훌륭한 단원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도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문제는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굳이 오페라극장을 찾아가서 오페라를 구경하는 일을 귀찮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큰 이유다. 정말 오페라를 보고 싶으면 DVD나 U튜브를 통해서 보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돈쓰고 시간 뺏기면서 어렵게 오페라극장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사회가 변하고 있어서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오페라가 관객이 없어서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차세대의 관객들을 육성하고 유지할수 있을 것인가? 오페라극장들은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바쁘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오페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오페라극장을 찾아오도록 해야 하며 청소년들이 다른 어느 공연예술보다도 오페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견해이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오페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우선 어린이오페라가 자주 공연되어야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하기가 힘든 현대적인 오페라보다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모두 잘 아는 내용의 오페라를 공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 물론 아놀드 쇤버그의 오페라도 필요하고 필립 글라스의 오페라도 무대에 올려져야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불어 넣어주려면 이들에게 적합한 오페라를 공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동화오페라가 제격이다.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세계명작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필요하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대히트를 기록했지만 오페라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새로 오페라를 작곡하려면 청소년들이 좋아할 소재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에서도 음악시간에, 또는 특별활동으로서 오페라에 대하여 배우고 나아가 학생들이 위주가 되어 공연한다면 오페라의 앞날을 위해 이보다 더 바람직힌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 사정이 그러한가! 우리나라만 해도 교실에서 음악시간에 흘러나오는 노래라는 것은 괴성을 지르거나 말도 안되는 가사를 중얼거리는 것이다. 사랑이니 이별이니 하는 신파조의 노래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나마 무난하다는 소녀시대의 가사를 보자.

 

순리에 맞춰 사는 것, 넌 길들여져 버렸니? 괜찮니? (get up)
암담한 세상이 그댈 주눅들게 만드니? (thats funny) 괜찮니? 

 

이게 무슨 가사인가? 이게 우리의 청소년들이 가져야할 가치관인가? 영어로 '댓스 훠니'(thats funny)라고 소리치는 것은 또 무엇인가? 무엇이 그렇게 웃긴다는 것인가? 게다가 학생들은 하나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광란 비슷한 춤들을 춘다. 그러면 아마 음악선생님은 학생들의 성적부에 '매우 잘함'이라고 쓸 것이다. 이것이 현주소이다. 클래시컬 음악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를 바라볼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같은 여러 의미에서 본 블로그는 지금까지 그런대로 알려져 있는 어린이오페라들을 소개코자 한다. 그런데 어떤 오페라는 굳이 오페라라고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구분이 어렵다. 뮤지컬이라고 주장하고 공연하면 뮤지컬이고 오페라라고 주장하고 공연하면 오페라인 셈이다.

 

캐나다어린이오페라단은 2011년 비엔나악우회에서 오페라를 공연하였다.

 

미국의 성악가로서 오페라 감독 일을 맡아하고 있는 존 데이비스(John Davis)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는 동화와 전설을 소재로 어린이오페라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세마리의 새끼 돼지' '잭과 콩나무' '피노키오' 등이다. 그런데 존 데이비스는 이들 오페라의 노래를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중창을 가사만 바꾸어 그대로 사용했다. 예를 들면 '세마리의 새끼 돼지'에서 on-Little-Piggy-Let-Me-In 이라는 노래의 멜로디를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에 나오는 Una bella serenata 라는 아리아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세마리의 새끼 돼지'에서 늑대의 노래인 on the go from morn till night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Notte e giorno faticar라는 아리아를 사용하였다. 이렇게 하면 노래의 멜로디가 훌륭하여 듣기가 좋은 것은 둘째 치고라도 어린이들에게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학습시키는 효과도 있다. 어린이오페라에서는 본격적인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피아노 한대만 있어도 되고 여유가 있다면 몇 개의 악기를 추가하면 된다. 키보드와 타악기는 필수적이다. 키보드로서 여러가지의 음향을 만들어 낼수 있으며 타악기는 리듬을 만들어 주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오페라의 공연시간은 1시간을 넘으면 바람직하지 않다. 존 데이비스는 그의 작품을 모두 40분에 맞추어 제작하였다.

 

챨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어린이오페라라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들만 출연할 필요는 없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일반 오페라에 어린이들의 출연하는 것을 적극 주선하고 있다. 실로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오페라는 많이 있다. 푸치니의 '라 보엠'도 그렇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도 그렇다. 어릴때부터 오페라 무대와 친숙하게 지내면 나중에 커서 오페라 성악가가 될 확률이 크다. 메노티의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에서 아말은 어린이이다. 메노티는 악보에 '아말의 역할은 반드시 어린이가 맡았으면 좋겠다. 메조소프라노에게 아말을 맡길 필요는 없다'고 분명히 적어 놓기도 했다. 어린이가 맡아야 할 역할을 어린이에게 맡김으로서 이들의 의욕을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에서 아말의 역할은 어린이가 맡아야 제격이다.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서 굳이 메조소프라노를 출연시킬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