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

정준극 2012. 2. 4. 18:00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

크리스마스 시즌의 오페라

 

베들레헴으로 아기예수를 경배하러 가던 왕들이 베들레헴 인근 마을에 있는 아말과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와 하루밤 쉬고 가기를 청하므로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은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2007)가 작곡한 단막 오페라이다. 영어 대본도 작곡자 자신이 썼다.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은 미국 NBC 방송이 메노티에게 작곡을 요청한 것으로 1951년 12월 24일 뉴욕시의 록펠러 센터에 있는 NBC 스튜디오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은 미국에서 TV 방영을 위해 작곡된 최초의 오페라이다. 작곡자인 메노티는 NBC 오페라 프로그램 책임자인 페터 허만 아들러라는 사람으로부터 TV에서 방영할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메노티는 어떤 제목으로 오페라를 작곡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던중 어느날 뉴욕시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 1450-1516)가 그린 '동방박사들의 경배'(The Adoration of the Magi)를 보고 영감을 받아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작곡하게 되었다. 밤에 찾아온 손님들이란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저 멀리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말한다.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동방박사들의 경배'. 메노티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작곡했다.

                

메노티는 NBC와의 약속 날짜는 다가오지만 아직 음악을 완성하지 못했다. 출연자들은 리허설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출연자들은 방송예정일의 하루 전날인 12월 23일에야 마지막 악보를 받을수 있었다. 메노티의 친구인 사뮈엘 바버는 대기하고 있다가 마지막 파트를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여 겨우 오페라가 완성될수 있었다. 그날 밤에 드레스 리허설(총연습)이 끝나자 이를 보고 있던 NBC 교향악단의 지휘자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메노티에게 '최고의 걸작'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메노티는 아말을 소년이 맡기를 원했다. 그래서 피아노-보컬 스코어가 있는 제작노틍데 '작곡자는 아말을 소년이 맡기를 원합니다. 음악적으로 드라마틱한 면에 있어서 여자 성악가가 소년의 의상을 입고 출연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입니다'라고 썼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공연할 때에는 거의 대부분 소년이 아말을 맡는다. 유럽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경우가 많다.

 

1963년도 NBC 공연장면

                    

메노티는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방송용으로 작곡했지만 극장에서 공연되기를 희망했다. 메노티는 "오페라를 작곡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그러므로 방송용으로 한번 공연하고 끝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은 1951년 12월 24일 밤 미국 최대의 방송 네트워크를 가진 NBC의 35개 네트워크를 통해 방영되었다. 5백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TV오페라 방영의 역사에서 이만한 기록은 아직 없다.

 

웨스트 코네티컷 주립대학교에서의 공연. 이렇듯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공연한다.

                        

주요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아말은 한쪽 다리가 불구여서 목발을 짚고 다녀야만 하는 소년이다. 아말이 유태인인지 팔레스타인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이 오페라의 무대가 베들레헴 근처이므로 유태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말은 보이 소프라노가 맡는다. 아말의 어머니는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그런데 어머니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냥 어머니라고 되어 있다. 다음은 밤에 찾아온 손님들이다. 성경에는 동방에서 박사들이 별을 보고 찾아왔다고 되어 있을뿐 그 박사들의 이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그런데 오페라에서는 카스파르(Kaspar: T), 멜키오르(Melchior: Bar), 발타자르(Balthazar: B)로 되어 있다. 그리고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아니라 모두 왕으로 되어 있다. 왕은 세명인데 종자(B)는 한사람이다. 보통 레슬링 선수처럼 덩치가 큰 사람이 종자의 역을 맡는다. 이밖에 춤추는 목자들, 마을사람들이 등장한다. 촘추는 목자는 초연 때에 4명만 출연했지만 그후의 공연에서는 되도록 많이 출연토록하고 있다. 그런데 카스파르, 멜키오르, 발타자르 등은 챨데아(Chaldea)어에서 나온 단어들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카스파르는 챨데아어로서 '보물'이라는 뜻이다. 챨데아는 오늘날의 이락 남부를 말한다. 그렇다면 동방박사들은 이락 남부의 챨데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아말이 마을사람들과 목동들을 불러와서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춤을 추어 환영한다.

                      

이 오페라는 어린이인 아말이 주인공이므로 어린이오페라로서 제격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배경이므로 역시 어린이오페라로서 바람직하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주신다는 내용이며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를 받았으면 감사해야 할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경우에 감사는 베들레헴에 가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리는 것이다. 아말의 어머니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다. 어머니는 밤에 찾아온 손님들 중의 한 사람이 황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저 황금만 있으면 아들인 아말의 다리를 고칠수 있다고 생각하여 훔치지만 왕들의 종자에게 발각된다. 그러나 황금의 주인은 이제 태어나신 왕에게는 이 세상의 부귀와 권세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머니에게 그 황금을 가지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마치 '레 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신부가 은식기를 훔쳐서 도망가다가 경찰에 붙잡힌 장발장에게 '나머지 은식기들도 가져가라고 했는데 왜 안가지고 갔느냐?'라고 말하는 케이스를 연상케 한다. 어머니는 자기야말로 그러한 왕을 오래동안 기다려 왔다고 말하면서 제발 이 황금을 태어나신 왕께 드려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말의 다리가 나음을 받아서 목발이 필요없게 된다. 이에 아말은 왕들을 따라 가서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겠다고 말하고 함께 길을 떠난다.   

 

불구였던 다리가 낫게된 아말은 임금들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떠난다.

 

 

[줄거리]

아말은 한쪽 다리가 불구여서 목발을 짚고 다녀야만 한다. 아말에게는 다른 문제가 있다. 헛소문을 내거나 간혹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게 속상하다. 어느날 저녁, 아말은 문밖에 앉아서 목자들이 부는 피리를 불고 있다. 아말은 생전 처음보는 커다란 별을 본다. 그때 어머니가 아말을 부른다(Amahl! Amahl!). 아말은 어머니에게 놀랍도록 커다란 별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아말이 또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믿지 않는다(O Mother You Should Go Outside...). 그날 밤, 아말의 어머니는 불쌍한 아말이 거지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다. 아말이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듣고 어머니를 위로한다(Don't Cry Mother Dear). 아말이 잠들 시간이 되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말이 문을 열자 아말은 훌륭하게 옷을 입은 세명의 왕들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다. 깜짝 놀란 아말이 어머니에게 어서 나와서 보라고 소리친다. 왕들은 어머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기에게 경배하러 가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하룻밤 쉬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어머니는 누추하지만 묵어 가시라고 하면서 왕들을 들어오게 한다(Good Evening! Come In!).

 

어머니가 난로에 불을 지피기 위해 나무를 가지러 가자 아말은 왕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갖는다. 발타자르왕은 아말에게 왕으로서의 생활이 어떠한지를 얘기해 준다. 그러면서 아말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말은 전에 목동이었으나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어머니가 양들을 팔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이제 아무것도 없으므로 어머니와 함께 길에 나가서 구걸을 해서라도 살아야 할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아말은 카스파르왕과 얘기를 나눈다. 카스파르왕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게 보인다. 그리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인지 몇번이나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 카스파르왕은 아말에게 마법의 돌이 들어 있는 상자와 구슬과 감초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아말에게 상자에 들어있는 캔디를 먹으라고 준다. 아말은 그 상자가 자기 것이라고 말한다(Are You A Real King? This Is My Box). 그때 어머니가 돌아와서 손님들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꾸짖는다(Amahl! I Told You Not To Be A Nuisance!). 어머니는 아말에게 이웃 사람들을 불러와서 손님들에게 인사하도록 말한다. 어머니는 이웃 사람들이 먹을 것을 가져오고 따듯하게 환영해 주기를 바란다(Shepherds! Shepherds! Emily, Emily, Olives and Quinces.) 이웃사람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왕들을 대접한다. 이웃사람들은 흥겨운 춤을 추어 왕들을 따듯하게 환영한다.

 

한바탕 춤을 추던 이웃사람들이 모두 가자 아제 왕들은 눈을 붙이고 쉬고자 한다. 어머니는 어떤 왕이 황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 어머니는 만일 그 황금만 있다면 아말의 다리를 고칠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디어 어머니가 마음을 정하고 아기 예수에게 바치려고 하는 그 황금을 훔친다.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던 시종이 황금을 가지려는 어머니를 붙잡는다. 소란스런 소리 때문에 깨어난 아말은 왕들의 시종이 어머니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고 시종에게 대들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멜키오르왕은 어머니의 사정을 알아차리고 그 황금을 어머니에게 주며 '새로 태어나신 왕은 그분의 왕국을 세우는데 이 세상의 권세와 부귀가 필요 없는 분이시다'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자기야말로 그런 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하며 제발 그 황금을 태어나신 아기에게 바쳐달라고 간청한다. 어머니는 아기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그러질 못한다고 말한다. 아말도 아기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목발 밖에 없으니 그것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말의 다리가 기적적으로 고쳐진다. 아말과 어머니는 너무 기쁘다. 아말은 튼튼해진 다리로 왕들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가서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고 목발을 선물로 드리겠다고 말한다. 왕들과 아말과 시종이 베들레렘을 향해 별을 따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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