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그림 형제(The Brothers Grimm)

정준극 2012. 2. 7. 19:14

그림 형제(The Brothers Grimm) - Die Gebrüder Grimm

캐나다의 딘 버리가 작곡한 어린이 오페라

 

그림 형제라고 하니까 그림을 그리는 형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민망스럽다. 그게 아니라 성이 그림(Grimm)이다. 그러므로 남들이 그림 형제에 대하여 얘기할 때에 '아니, 그나저나 무슨 그림을 그렸나요'라고 물어보면 곤란하다.

 

'그림 형제'는 캐나다의 딘 버리가 음악을 만들고 대본도 쓴 오페라의 제목이다. 단막이며 출연진은 남성 성악가 3명과 여성 성악가 2명이다. 반주는 피아노와 실내앙상블이 맡으면 된다. 오페라 '그림 형제'는 1999년 캐나다오페라단이 딘 버리에게 의뢰한 작품으로 2001년 토론토에서 초연되었다. 등장인물은 형인 야콥 그림(Jacob Grimm: 1785-1863: Bar)과 한살 아래 동생인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 T), 부유한 시인인 브렌타노(Brentano: B), 젊은 여인인 도르첸(Dortschen: S), 나이든 현명한 여자인 프라우 비만(Frau Viehmann: MS)이다. 출연진이 모두 어른이기 때문에 어린이 오페라라고 말하기가 뭐하지만 내용은 그림 형제들이 어떻게하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서너개의 재미난 동화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으므로 어린이 오페라의 범주에 넣어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페라의 무대는 독일 카쎌(Kassel)에 있는 그림 형제의 서재이며 시기는 19세기 초이다. 야콥과 빌헬름 형제는 서재에서 논문을 쓰고 단어사전과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지만 도대체 이런 책들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이런 책들로 인하여 그림 형제가 얼마나 유명해질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의구심을 가지고 한탄하고 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문을 노크한다. 부유한 시인이며 출판가인 브렌타노이다. 그는 그림 형제에게 독일의 전래 동화들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대학교의 교수님들도 참고로 할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말을 들은 그림 형제는 처음에 그런 어리석은 얘기들을 수집해서 정리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여 '글쎄올시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브렌타노는 수고료를 충분히 지불할 것이며 그런 작업을 통하여 유명해질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 형제는 단번에 수락한다.

 

영화 '그림 형제'. 형 야콥 역에 히스 레저(Heath Ledger), 동생 빌헬름 역이 매트 데이몬(Matt Damon)

                    

그림 형제는 우선 전래동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동화를 얘기해 줄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소문을 낸다. 첫번째로 찾아온 사람은 젊은 아가씨인 도르첸이다. 실은 그림 형제의 집안 사람들과 잘 아는 사이의 아가씨이다. 야콥은 도르첸이 무슨 얘기를 해 줄수 있겠느냐면서 별로 내키지 않아 하지만 동생 빌헬름은 그러지 말고 도르첸의 얘기를 들어보자고 주장한다. 도르첸은 기쁜 마음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긴머리의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여 중간에서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한다. 도르첸은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노파를 데려 오겠다면서 나간다. 빌헬름은 지금까지 들은 도르첸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리하여 그림 형제는 머리 긴 아가씨의 이야기를 다룬 라푼첼(Rapuzel)을 만들어 낸다. 독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라푼첼 이야기이다.

 

오페라의 한 장면

                                                  

도르첸은 프라우 비만(Viehmann)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프라우 비만은 현명한 여자이다. 그는 어떤 건방진 아가씨가 교활한 늑대에게 잡아 먹힌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림 형제는 좋은 소재이긴 하지만 아가씨가 늑대에게 잡아 먹힌다는 끝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림 형제는 그림 형제 스타일의 마무리를 선호했다. 프라우 비만은 마을 밖의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어떤 퇴역 군인이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하면서 소개한다. 그림 형제는 지금까지 프라우 비만이 얘기해 준 내용도 관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르첸과 프라우 비만은 그 퇴역 군인으로부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나러 나간다. 그림 형제는 프라우 비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리틀 레드 캡'(Little Red Cap)의 이야기를 구상한다.

 

잠시후 도르첸과 프라우 비만은 퇴역 군인인 크라우제(Krause) 대령을 데리고 돌아온다. 크라우제 대령은 낡은 옷 몇가지를 새옷으로 바꾸어 준다는 조건으로 지푸라기로 금실을 짜는 어떤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모두들 그 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크라우제 대령은 이야기를 끝맺지 못하고 피곤한지 잠들어 버렸지만 그림 형제는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룸펠슈틸트슈킨(Rumpelstiltskin)이라는 동화를 구상한다. 그림 형제는 오늘 여러 사람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었음을 만족하게 생각하고 밤이 늦었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부유한 시인인 브렌타노였다. 브란타노는 이제 더 이상 동화를 정리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자들과 얘기해 보니 그들은 일반 백성들의 쓰잘데 없는 이야기는 필요없다고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브렌타노는 그동안 수고한 그림 형제에게 단 한 푼의 돈도 주지 않고 그대로 가버린다. 그림 형제는 마치 사막에 버림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그림 형제는 도르첸과 프라우 비만과 크라우제 대령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이야기라면 훌륭한 소재가 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여 흥분했고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적어 놓은 것이 허사가 된 것을 속상해 한다. 그림 형제는 자기들이 실패자이며 자기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림 형제가 프라우 비만의 리틀 레드 캡과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도르첸도 늑대가 리틀 레드 캡을 잡아 먹었다고 하자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줄 모르고 있다.

                     

아침이 되었다. 그림 형제는 누가 문을 크게 두드리는 바람에 깨어 일어난다. 프라우 비만과 크라우제 대령이었다. 두 사람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림 형제가 재미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사람들이 이야기 책을 보고 싶어서 난리가 났다는 얘기를 한다. 특히 크라우제 대령의 손자는 잠을 쉽게 들기 위해 어서 그 동화책을 읽고 싶다는 것이다. 학교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위해 5백부의 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르첸은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절렁거리면서 사람들한테서 책 값으로 미리 받은 돈이라고 말한다. 그림 형제는 누군가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 형제는 어서 책을 발간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학자들을 위한 연구서적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읽고 즐거워 할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하여 그림 형제의 책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그림 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되었다. 이제 도르첸과 프라우 비만과 크라우제 대령이 말했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코자 한다.

 

독일 하나우에 있는 그림 형제 기념상

                  

[라푼첼](Rapunzel)

젊은 아가씨인 라푼첼은 못된 마법사 노파에 의해 높은 탑에 갇혀 있다. 숲속을 지나가던 왕자가 라푼첼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라푼첼은 자기의 긴 머리칼을 내려트려 왕자가 탑 위로 올라오도록 한다. 두 사람은 어느덧 사랑에 빠진다. 불행하게도 마법사 노파가 두 사람을 발견한다. 마법사 노파는 라푼첼의 아름답고 긴 머리를 잘라 버린다. 마법사 노파는 라푼첼을 숲속으로 쫓아내어 헤매도록 한다. 그리고 왕자는 높은 탑에서 아래로 던져버린다. 왕자는 가시에 찔려 눈이 멀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찾으며 몇 해동안이나 숲속에서 방황한다. 어느날 마침내 왕자는 라푼첼이 부르는 노래소리를 다시 듣는다. 두 사람은 감격적으로 다시 만난다. 그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마 왕자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이 왕자의 눈을 뜨게 했을 것이다.

 

라푼첼과 왕자

 

[리틀 레드 캡](Little Red Cap)

할머니 집에 케익과 포도주를 가지고 심부름을 가야 하는 리틀 레드 캡에게 어머니는 절대로 길에서 낯선 사람과는 얘기도 나누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런 얘기를 엿들은 못된 늑대는 리틀 레드 캡이 찾아가는 집이 어딘지를 알고서 미리 가서 방심하고 있던 할머니를 잡아 먹는다. 그리고는 할머니로 가장하고서 리틀 레드 캡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다. 리틀 레드 캡이 할머니 집에 오자 늑대는 아픈 할머니처럼 침대에 누어서 리틀 레드 캡에게 어서 가까이 오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틀 레드 캡이 침대에 가까이 가서 보니 할머니가 아니라 늑대였다. 늑대는 겁에 질린 리틀 레드 캡을 잡아 먹는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면 리틀 레드 캡이 너무 불쌍하므로 그림 형제는 다른 내용의 결혼을 덧 붙이기로 한다. 그렇게 하여 사냥꾼이 도입되고 늑대를 잡아서 할머니와 리틀 레드 캡을 구출한다는 내용으로 결론을 만든다.

 

리틀 레드 캡과 늑대

 

[룸펠슈틸트슈킨](Rumpelstiltskin)

제목을 발음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이 이야기는 어떤 방앗간 사람이 임금님을 감동시키기 위해 자기 딸이 지푸라기로 황금 실을 짤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에 대단히 감동한 임금님은 방앗간집 딸을 붙잡아서 지하 감옥에 가두고 지푸라기를 잔뜩 준 후에 그것을 황금 실로 만들라고 명령한다. 임금님은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말한다. 도저히 그렇게 할 재간이 없는 방앗간집 딸은 생각다 못해서 난장이 악마와 계약을 맺고 황금실을 짜준다는 약속을 받는다. 계약의 내용은 황금실을 짜 주면 방앗간집 딸이 낳은 첫번째 아이의 생명을 난장이 악마가 가져 간다는 것이다. 과연, 난장이 악마는 임금님 몰래 방앗간집 딸을 위해 지푸라기로 황금 실을 짜 준다. 다음날 황금실을 본 임금님은 너무나 감동하여서 방앗간집 딸을 왕비로 맞아 들인다. 얼마후 왕비가 된 방앗간집 딸은 엄마가 된다. 그러자 난장이 악마가 나타나 약속대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왕비가 절대로 안된다고 하자 난장이 악마는 정 그렇다면 자기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 맞히면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고 제안한다. 왕비는 별별 이름을 다 말해보지만 맞추지 못한다. 이제 희망은 없어 보인다. 그때 왕비는 마침내 정답이 무엇인지를 알아낸다. '난장이 악마'가 그의 이름인 것이다. 독일어로는 룸펠슈틸트슈킨이라고 한다. 왕비는 '당신의 이름은 룸펠슈틸트슈킨이야!'라고 소리친다. 왕비가 자기의 알아 맞추자 난장이 악마는 너무 분해서 어찌할줄 모르다가 그만 몸이 두 동강이 난다. 임금님과 왕비와 아기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지푸라기로 금실을 짜는 난장이 악마 룸펠슈틸트슈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