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라 체니치엔타(La Cenicienta)

정준극 2012. 2. 8. 07:34

라 체니치엔타(La Cenicienta) - 신데렐라

호르게 페냐 헨의 어린이 오페라

 

호르게 페냐 헨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느나라의 동화이며 누가 썼는지에 대하여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프랑스의 전래 동화로서 프랑스의 작가인 샤를르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가 처음으로 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것이다. 샤를르 페로의 동화책에 나오는 타이틀은 Cendrillon(센드리용)이다. 프랑스어의 Cendrillon이 영어로 Cinderella가 되었다. Cinderella라는 말의 뜻은 Girl by the Cinders, 즉 재(灰)소녀이다. 샤를르 페로의 센드리용은 나중에 독일의 그림(Grimm) 형제가 독일어로 다시 정리하여 동화책에 담아 펴냈다. 독일어 제목은 Aschenputtel(아셴푸텔)이라고 했다. 역시 같은 뜻이다. 독일에서는 Aschenbrödl(아셴브뢰들)이라고도 부른다. 아셴푸텔은 아셴브뢰들의 사투리이다. 브뢰들이라는 말은 늑장부린다는 뜻이다. Cendrillon은 이탈리아에서 Cenerentola(체네렌톨라)가 되었고 스페인에서는 Cenicienta(체니치엔타)가 되었다. 그러므로 칠레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호르게 페냐 헨(Jorge Peña Hen: 1928-1973)이 작곡한 어리이 오페라 La Cenicienta는 신데렐라를 말한다.

 

'라 체니치엔타' 공연. 어린이들만 출연하였다. 말리브란 공연

                      

샤를르 페로의 센드리용에 대하여 몇마디만 더 하자면, 페로의 센드리용 이야기는 1697년에 단순히 '이야기'(Histoires)라는 제목의 책에 담겨 나왔다. 이 책의 부제는 Contes du Temps passé(도덕적 내용의 지난날의 동화: 꽁트 뒤 땅 빠쎄) 또는 Les Contes de ma Mère l'Oye(엄머 거위의 이야기: 레꽁트 드 마 메르 로이)라고 적혀 있다. Cendrillon의 부제는 La Petite Pantoufle de Vair(작은 유리 구두)로 되어 있다. 페로가 수집하여 정리한 동화로는 Cendrillon(신데렐라) 이외에도 Le Petit Chaperon rouge(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 Le Chat Botté(장화 속의 고양이), La Barbe bleue(푸른수염) 등이 있다. 페로의 이야기의 대부분을 그림 형제가 다시 써서 더 유명해졌다.

 

비아르도에서의 공연

                  

신데렐라 이야기는 그림 형제가 완성해 놓은 이래 수많은 예술작품으로 변신하여 나타났다. 영화로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 디즈니 만화영화는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다. 연극은 물로, 뮤지컬, 발레,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그 내용을 모두 소개할수는 없고 오페라로 만든 작품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유명한 오페라는 로시니의 La Cenerentola(라 체네렌톨라)이다. 1817년에 로마에서 초연되었다. 로시니 특유의 아름답고 경쾌한 멜로디가 끊임없이 나오는 대단한 오페라이다. 프랑스의 쥘르 마스네의 Cendrillon(센드리용)도 있다. 1898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마스네 특유의 감미로운 음악이 전편을 수놓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칠레의 작곡가인 호르게 페냐 헨이 작곡한 La Cenicienta(라 체니치엔타)가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동화이므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로시니나 마스네의 오페라는 사실상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며 어린이를 위한 것은 호르게 페냐 헨의 작품이 유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호르게 페냐 헨의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라 세니시엔타'는 특별하다. 참고로 첨언하자면, 뮤지컬로는 로저스와 햄머슈타인의 '신데렐라'가 있으며 로버트 셔먼-리챠드 셔먼 형제가 노래를 만들고 안젤라 몰리가 스코어를 만든 뮤지컬 '슬리퍼와 장미'(The Slipper and the Rose: 부제-The Story of Cinderella)가 있다. 발레곡으로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작곡하여 1945년에 볼쇼이극장에서 초연을 가진 '신데렐라'가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도 신데렐라를 주제로 하여 '아셴브뢰들'(Aschenbrödl)이라는 발레곡을 작곡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미완성의 발레곡 '아셴브뢰들'은 요한 슈트라우스가 세상을 떠난지 1년 후인 1900년에 동료인 요제프 바이어(Josef Bayer)가 완성하였다. 물론 이밖에도 뮤지컬, 발레, 극장음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몇 편 있지만 시간상 설명을 생략코자 한다.

 

대추나무 요정의 도움으로 마차를 타고 왕궁의 무도회에 가는 체촐라

                   

다만, 한마디만 더 한다면, 신데렐라 이야기는 사실상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나돌고 있던 스토리라는 것이다. 학자들이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류를 조사해 보았더니 기원전 1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로도피스(Rhodopis)라는 타이틀의 이야기가 유행하였는데 내용이 오늘날의 신데렐라와 같았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가 식민지로 삼고 있는 나우크라티스라는 곳에 포로피스라는 그리스 소녀가 살았는데 의붓어머니의 구박을 받고 지내는 중에 우연히 왕자를 만나 해피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로도피라의 이름은 '장미 빛 뺨을 가진 소녀'라는 뜻이며 로도피스가 살았다는 나우크라티스는 오늘날 이집트의 카이로 인근의 마을이다. 이제 본론이 호르게 페냐 헨의 '라 세니시엔타'에 대하여 설명코자 한다.

 

체촐라가 부엌일만 하고 있다. 마드리드 공연

 

3막의 '라 체니치엔타'의 대본은 역시 칠레의 작가인 오스카르 하라 아조카르(Oscar Jara Azocar: 1910-1988)가 썼으며 이를 바탕으로 호르게 페냐 헨이 1966년에 음악을 완성했다. '라 체니치엔타'는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들이 주도하여 공연하는 오페라이다. 첫 공연은 칠레 북부 코큄보 지방의 라 세레나에 있는 여자공립학교에서였다. 이후 산티아고를 비롯한 콘셉시온, 바냐 델 마르, 발파라이소 등에서 순회공연이 이루어졌다. 상당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후 십수년 동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였다. 그러던중 1973년에 칠레의 군부 쿠테타 세력이 호르게 페냐 헨을 암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호르게 페냐 핸이 암살당한지 25년여가 지난 1998년에 '라 체니치엔타'가 처음 공연되었던 라 세레나에서 그를 추모하여 새로운 버전의 '라 체니치엔타'가 공연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라 체니치엔타'는 다시 오랜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라 체니치엔타'가 오랜 동면으로부터 깨어난 것은 2004년이었다. '라 체니치엔타'는 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산티아고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비록 어린이오페라였지만 내노라하는 예술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공연이었다. 그리하여 호르게 페냐 헨의 '라 체니치엔타'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멕시코 시티에서의 '라 체니치엔타' 공연

 

신데렐라의 스토리는 수많은 버전이 있어서 약간씩 내용이 다르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다. 권선징악과 고진감래이다. 어린이 오페라 '라 체니치엔타'의 스토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아내를 여윈 왕자에게는 딸 하나가 있다. 체촐라(Zezolla)이다. 보모 겸 가정교사가 체촐라를 돌본다. 욕심이 많은 보모 겸 가정교사는 체촐라를 앞세워서 왕자와 결혼코자 한다. 왕자는 체촐라의 간청에 못이겨 보모 겸 가정교사와 결혼한다 그러자 보모 겸 가정교사는 자기가 낳은 딸 여섯 명을 집으로 데려 온다. 여섯 명의 딸들은 체촐라를 구박하며 못되게 군다. 부엌일을 시키며 마치 하녀처럼 대한다. 왕자는 자기 딸이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다. 어느때 왕자는 저 멀리 사르디니아의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왕자는 섬에서 어떤 요정을 만난다. 요정은 체촐라에게 전해 달라고 하면서 황금 삽, 황금 버켓, 비단 수건, 그리고 대추씨 하나를 준다. 집에 돌아온 왕자는 체촐라에게 그 물건들을 전해 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체촐라는 하녀처럼 일하면서 지낸다. 체촐라는 대추씨를 정성껏 심고 가꾼다. 대추나무는 무럭무럭 자란다.

 

로시니의 '라 체네렌톨라'의 한 장면

           

어느날 젊은 임금님이 무도회를 연다. 여섯 명의 딸들은 모두 치장하고 무도회에 참석하지만 체촐라는 입을 옷도 없고 신발도 없어서 머뭇거린다. 체촐라는 대추나무에 살고 있는 요정의 도움을 받아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무도회에 참석한다. 임금님은 당장에 체촐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체촐라는 자기의 신분이 발견되기 전에 바삐 왕궁에서 나와야 한다. 임금님은 아쉬워서 또 다시 무도회를 열지만 역시 체촐라는 임금님과 하인들의 눈을 피해 일찍 사라진다. 임금님이 세번째로 무도회를 열었을 때 하인 중의 한사람이 다행하게도 체촐라의 신발(슬리퍼) 한짝을 손에 넣을수 있었다. 임금님은 신발 한짝의 주인을 찾기 위해 온 나라의 처녀들을 모두 불러 모은다. 체촐라도 참석한다. 체촐라의 순서가 되었을 때 임금님 손에 있던 신발이 펄쩍 뛰어서 체촐라의 발로 간다. 그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내용이다. 임금님과 체촐라가 결혼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세니시엔타면 세니시엔타지 갑자기 체촐라는 무엇이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세니시엔타(신데렐라)는 날마다 부엌에서 재나 뒤집어 쓰고 일하는 여자아이를 의미하는 별명이며 실제로의 이름은 체촐라이다.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에서도 주인공의 이름은 안젤리나이며 왕자의 이름은 라미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