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고골로리(Der Goggolori)

정준극 2012. 2. 8. 14:28

고골로리(Der Goggolori)

바이에른 지방의 전래동화

 

빌프리트 힐러(1941-)

 

고골로리라고 하면 독일, 특히 바이에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고골로리는 땅의 정령이다. 일종의 도깨비이다. 농부들과 관련이 깊어서 수확을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수 있는 도깨비이다. 슈봐비아 출신으로 현재 독일의 중견작곡가인 빌프리트 힐러(Wilfried Hiller: 1941-)가 작가인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대본으로 바이에른의 전래동화인 고골로리에 대한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물론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라고 할수 있다. 빌프리트 힐러는 오페라 '고골로리'를 스승인 칼 오르프에게 헌정했다. 실상, 칼 오르프의 '아수투툴리'(Astutuli)가 고골로리와 흡사한 점이 많다. '고골로리'는 1985년 2월 3일 뮌헨의 개르트너플라츠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고골로리에 대한 전설은 30년 전쟁(1618-1648)의 기간중에 기독교와 이교도간의 분쟁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즉, 오페라에 등장하는 고골로리는 이교도를 대표하며 농부 이르빙과 그의 딸 자이포트는 기독교를 의미한다. 기독교인들이 이교도에 의해 희생당하지만 최후의 승리는 기독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페라 '고골로리'는 바바리아 지방의 방언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오리지널 대본으로 공연한다면 웬만한 독일 사람들도 알아 듣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내용 자체도 이상하여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주인공인 자이포트가 어린 소녀이므로 어린이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교육이 되는 점도 간과할수는 없을 것이다. '고골로리'의 원작은 1935년에 작가이며 과학자인 오토 로이터(Otto Reuther)가 썼다.

 

고골로리의 모습

 

전 8장과 에필로그로 되어 있는 오페라 '고골로리'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도깨비 고골로리는 테너이다. 이르빙(Irwing: B)은 옷감도 짜면서 생활을 하는 착한 농부이다. 그의 어린 딸이 자이포트(Zeipoth: S)이며 부인이 베버린(Weberin: Cont)이다. 마을의 젊은이인 아버빈(Aberwin: B)은 숯을 구워 파는 사람이지만 음악을 연주하여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다. 울러린(Ullerin: 하이 팔세토의 베이스)은 마을의 무당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의사의 역할도 하며 이발사이기도 하다. 이밖에 인형극을 하는 사람, 농부들이 나오고 고골로리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을의 무당인 울러린. 여자이지만 베이스가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더욱 코믹하다.

 

이야기는 실을 뽑아 내듯 길게 늘일수 있지만 아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0년 전쟁 중이던 때에 바바리아의 어느 마을에 이르빙이라는 농부가 살고 있었다. 농부 이르빙은 지루한 전쟁의 참화로 인하여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수확을 많이 할수 있고 옷감을 많이 짤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때 땅의 정령으로 도깨비인 고골로리가 나타나 이르빙에게 앞으로 계속 농사 수확을 많이 거두게 해줄것이니 대신에 당신의 딸의 영혼과 바꾸자고 제안한다. 이르빙으로서는 아직 딸도 없으므로 별다른 생각 없이 도깨비 고골로리와 계약을 맺는다. 그로부터 이르빙의 농사는 풍작을 거듭하여 빚을 다 갚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르빙과 부인 베베린에게도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자치포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느새 자이포트는 14세의 소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뜻밖에도 고골로리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르빙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즉, 딸 자이포트의 영혼을 달라는 것이다. 말할수 없는 걱정에 휩싸인 이르빙은 마을 무당인 울러린을 찾아가 어떻게해서든지 고골로리의 마음을 달래서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나 깎아주고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감기약이나 주는 울러린으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울러린은 고골로리를 영원히 쫓아버릴수 있는 여러 방법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실패였다. 울러린은 마지막으로 고골로리가 역병에 걸리도록 해 보았지만 그것도 실패로 끝났다. 마지막으로 자이포트가 자기의 목숨을 희생하여 고골로리와의 계약을 지키겠다고 나선다. 울러린의 얘기에 의하면 만일 자이포트가 죽는다면 고골로리도 함께 죽는다는 것이다. 자이포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희생한다. 마을에는 평화가 깃들고 수확은 전보다 더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