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임금님의 아이들(Königskinder)

정준극 2012. 2. 9. 03:56

임금님의 아이들(Königskinder)

The King's Children

엥겔버트 훔퍼딩크의 동화오페라(Märchenoper)

 

뮌헨의 바이에른국립극장에서의 공연. 현대적 연출.

 

'임금님의 아이들'이란 원래 공주였으나 마녀의 마법으로 숲 속에서 거위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된 아가씨와 우연히 숲 속에서 거위아가씨를 만나 그를 사랑하게 된 왕자를 말한다. 엥겔버트 훔퍼딩크의 '임금님의 아이들'은 두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멜로드라마이고 다른 하나는 오페라이다. 오페라 버전은 더 정확히 말해서 동화오페라(Märchenoper)이다. '임금님의 아이들'의 대본은 여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에른스트 로스머(Ernst Rosmer)가 썼다. 에른스트 로스머는 엘제 베른슈타인-포르게스(Else Bernstein-Porges)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으로 체코 출신의 오스트리아 음악가인 하인리히 프로게스(Heinrich Porges)의 딸이다. 음악평론가로서 유명했던 하인리히 포르게스는 1894년에 훔퍼딩크에게 그의 딸 엘제가 쓴 '임금님의 아이들'이라는 연극을 위한 막간음악을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원래 엘제는 '임금님의 아이들'을 멜로드라마로 공연하고 여기에 배경으로 들어갈 간단한 음악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훔퍼딩크는 친구 하인리히 포르게스의 부탁대로 그의 딸 엘제의 새로운 연극인 '임금님의 아이들'을 위한 막간음악을 작곡했다. 물론 아무리 막간음악이긴 했지만 합창도 나오고 노래도 나오게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멜로드라마 버전은 1897년 1월 23일 뮌헨의 호프테아터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주인공인 거위아가씨는 당대의 소프라노인 헤드비히 샤코(Hedwig Schako)가 맡았다. 공연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훔퍼딩크는 엘제의 대본을 가지고 풀 스케일의 오페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마침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07년에 엘제는 훔퍼딩크에게 자기의 대본을 가지고 오페라를 만들어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렇게하여 오페라 버전이 나오게 되었다.

 

거위아가씨와 임금님의 아들. 바이에른슈타츠오퍼. 현대적 연출

 

오페라 버전인 '임금님의 아이들'은 1910년 12월 28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알프레드 헤르츠(Alfred Hertz)가 지휘했고 제랄딘 화라(Geraldine Farrar)가 거위아가씨를 맡았으며 허만 야들로브커(Herman Jadlowker)가 왕자의 역할을 맡았다. 베를린 초연은 1911년 1월 14일이었다. 스페인계 프랑스 소프라노인 롤라 아르로 드 파디야(Lola Artôt de Padilla)가 거위아가씨를 맡았다. '임금님의 아이들'은 훔퍼딩크의 대표작인 '헨젤과 그레텔'의 그림자에 가려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리바이벌 되고 있다. 1986년에는 웩스포드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고 1997년에는 사라소타 오페라가 공연했다. 2006-07 시즌에는 바이에른슈타츠오퍼에서 공연되었고 2007년에는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었다. 그 이후에도 연주회 형식, 또는 학생오페라 그룹들의 작품으로서 간간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거위아가씨와 피들러(바이올린 켜는 사람)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거위아가씨(Gänsemagd: S), 마녀(Hexe: Cont), 임금님의 아들(Köningssohn: T), 피들러(Spielmann: Bar), 목공(B), 빗자루장이(T), 마굿간 아가씨(Cont), 여관집 딸(MS), 문직이(T, Bar), 여관집 주인(B), 첫번째 아이(S), 두번째 아이(S), 양복장이(T), 시의회 의원(Bar)이다. 어린이오페라로 간주되지만 실제로 어린이들의 출연은 많지 않다.

 

옛날 옛적에 어떤 마녀가 임금님의 딸에게 마법을 씌워서 숲 속으로 데려와 거위를 기르는 일을 하도록 한다. 왕자가 숲 속에서 거위아가씨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거위아가씨도 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거위아가씨는 힘들고 천박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왕자와 함께 멀리 떠나고 싶어한다. 그런데 거위아가씨는 마법에 의해 절대로 감옥과 같은 집에서 도망갈수 없으며 숲을 벗어날수가 없다. 거위아가씨는 마법을 거부할 힘이 없다. 왕자는 거위아가씨가 함께 떠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하자 너무나 안타까워 한다. 왕자는 거위아가씨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기가 쓰고 있던 왕관을 거위아가씨가 쓰고 있는 화관과 바꾸겠다고 하지만 거위아가씨는 화관은 그냥 주겠지만 왕관을 받지 못하겠다고 거절한다. 왕자는 자기의 왕관을 거위아가씨의 발 앞에 그대로 놓아두고 어쩔수 없이 혼자서 멀리 방랑을 계속한다.

 

왕자가 멀리 사라지자 마녀의 집에 사람들이 찾아온다. 빗자루장이와 목수, 그리고 음유시인이다. 멀리 헬라브룬(Hellabrunn)이라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기들을 통치해줄 임금님이 없어서 혼란 중에 있으므로 마녀에게 어떻게 하면 임금님을 구할수 있는지 묻기 위해 왔다. 말하자면 사절단이다. 이들은 마녀에게 누가 자기들의 임금님이 되겠으며 어떻게 그를 알아볼수 있는지 묻는다. 마녀는 내일 정오에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 후에 성문을 통해 처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임금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내일은 마침 헬라 축제일이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정오에 치기로 되어 있다. 그러는 사이에 음유시인이 마당 한쪽에서 거위와 함께 있는 아가씨를 본다. 음유시인은 자기의 예언자적인 감각으로서 그 아가씨가 헬라브룬의 백성들을 위해서 예비된 공주인 것을 확신한다. 음유시인은 자기의 모든 예술적인 힘으로서 거위아가씨에게 씌어져 있는 마녀의 마법을 깨트린다. 음유시인을 비롯한 헬라브룬의 사절단은 마녀를 꽁꽁 묶어 놓는다. 거위아가씨는 이제 자유스러운 몸이 된다.

 

한편, 먼 길을 떠난 왕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왕자는 헬라브룬으로 가서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하며 일자리를 구한다. 왕자는 앞으로 나라를 다스리려면 작은 일부터 충실하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자는 돼지를 돌보는 일을 맡는다. 여관집 딸이 늠늠하고 잘 생긴 왕자를 보고 그만 좋아하게 된다. 여관집 딸은 저렇게 멋있게 생기고 마음씨도 좋은 사람이 어찌해서 돼지를 돌보는 일이나 맡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더구나 자기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를 거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왕자의 마음 속에는 숲속에서 만났던 거위아가씨가 있기 때문이다. 왕자는 거위아가씨가 쓰고 있던 화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꽃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은 화관이다. 왕자는 거위아가씨의 화관을 볼때 마다 자기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생각한다. 왕자는 그가 만나는 헬라브룬의 백성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치있게 사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가르쳐준다. 그런데 왕자로부터 사랑을 거절 당한 여관집 딸이 앙심을 품고 왕자를 도둑으로 몰아서 붙잡혀 가도록 만든다. 왕자가 막 감옥으로 끌려갈 때에 헬라의 축제를 알리는 정오의 종이 울린다.

 

이제 성문을 지키는 파수꾼들은 기쁜 마음으로 성문을 연다. 헬라브룬의 의회의원들과 대신들이 성문 앞에 모여서 처음 들어오는 자기들의 임금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성문을 통해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거위아가씨였다. 거위아가씨가 자랑스럽게 왕관을 쓰고 거위들과 함께 들어온 것이다. 물론 그 뒤로는 음유시인이 따라 들어온다. 왕자는 거위아가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너무나 기뻐서 달려가 거위아가씨를 포옹한다. 헬라브룬의 백성들은 기다리던 임금님이 거위아가씨라는 것에 대하여 대단히 실망한다. 다만, 음유시인과 어떤 어린 아이 한 명만이 거위아가씨와 돼지를 키우는 청년이 고귀한 왕족인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자기들의 새로운 왕이 화려하고 위풍당당하게 나타날 줄 알았던 백성들은 거위아가씨가 거위들을 몰고 나타나고 이어서 돼지를 키우는 청년이 거위아가씨를 반갑게 마중을 하자 실망하고 화가나서 거위아가씨와 돼지 청년을 모든 모욕을 주면서 쫓아버린다. 그리고 사절단이 숲 속에서 데려온 마녀를 불에 태워 죽이고 음유시인의 다리를 부질러서 불구자가 되게 만든다.

 

헬라브룬에서 쫓겨난 왕자와 거위아가씨는 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기로 해서 숲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만 길을 잃고 방황한다. 잠시후에는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허기와 피곤함으로 지쳐서 더 이상 길을 가지 못할 지경이 된다. 왕자는 옛날에 이곳을 지나갈 때에 마녀에게 부러진 왕관을 주고 빵 한덩이를 받은 것을 생각한다. 왕자는 그 빵덩이를 나무 그루터기 있는 곳에서 찾아낸다. 그러나 그 빵은 마녀가 독을 넣어 놓은 것이다. 왕자와 거위아가씨는 독이 든 빵을 먹고 잠시후 죽는다. 눈이 싸여서 두 사람의 시신을 덮어준다. 마을에 있는 어떤 어린이는 거위아가씨가 공주이고 돼지 청년이 왕자인 것을 믿고 다른 아이들에게 얘기하여 숲 속으로 두 사람을 찾으러 간다. 헬라브룬의 어린이들은 마침내 눈 내리는 숲 속에서 죽어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다. 어린이들은 두 사람의 시신을 왕실의 장례식에 못지 않게 정성을 다하여 묻어준다. 음유시인이 나타나서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중에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