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Little Red Riding-Hood)

정준극 2012. 2. 9. 14:49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Little Red Riding-Hood)

Krasnaja sapocka(그라스나야 사포카) - 작은 빨간 모자

세자르 쿠이의 어린이 오페라

 

단행본 동화책 표지

 

프랑스의 샤를르 페로(Charles Perraut: 1628-1703)가 전래 동화들을 수집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일이 있다. 여기에 들어 있는 동화 중의 하나가 Le Petit Chaperon rouge(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이다. 이밖에도 페로의 동화집에는 Cendrillon(센드리용: 신데렐라), Le Chat Botté (장화 신은 고양이), La Barbe bleue(푸른 수염) 등이 들어 있다. 이들 동화를 나중에 독일의 그림 형제가 다시 정리하여 펴냈다. 그렇게하여 알려진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를 러시아의 세자르 쿠이(Cesar Cui)가 2막 3장의 어린이 오페라로 만들었다. 대본은 마리나 스타니슬라보나 폴(Marina Stanislavona Pol)이 썼다. 쿠이와 콤비여서 여러 편의 어린이 오페라의 대본을 썼다. 세자르 쿠이의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는 1912년에 출판되었다. 세자르 쿠이는 이 오페라를 제정 러시아 최후의 짜레비치(황태자)인 알렉세이 니콜라에비치(1904-1918)에게 헌정하였다. 당시 짜레비치는 13세였다.

 

제정 러시아 최후의 짜레비치인 알렉세이 니콜라에비치. 세자르 쿠이는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를 당시 13세의 짜레비치에게 헌정하였다.알렉시스라는 애칭의 짜레비치는 14세 때에 가족 모두와 함께 혁명군에 의해 총살당하였다.

 

이 오페라가 언제 초연되었는지에 대하여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분명치 않다. 다만, 그중 오래된 기록을 보면 1921년에 벨라우스(당시는 백러시아)의 고멜(Gomel)에서 공연되었다고 되어 있다. 그곳 기술고등학교와 인민시립음악원 학생들이 공동으로 공연했다고 한다.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의 이야기는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최근의 것은 2011년 초에 개봉된 '레드 라이딩 후드'이다. 아만다 자이프리트(Amanda Seyfried)가 주인공인 발레리의 역할을 맡은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을 원래 제목대로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라고 하지 않고 '레드 라이딩 후드'라고 한 것은 제목을 되도록이면 짧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어떤 번역본에서는 '리틀 레드 캡'(Little Red Cap)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그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에도 제목을 그대로 '레드 라이딩 후드'라고 붙였다. 아마 번역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라이딩 후드라는 것은 주로 여자 아이들이 말을 탈 때 입는 옷이다. 후드가 달린 간단한 겉 옷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라이딩 후드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빨간 색의 라이딩 후드를 입은 작은 여자 아이가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이다.

 

오페라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다른 오페라에서도 그렇지만 이 오페라에서도 오리지널 동화의 등장인물과 오페라의 등장인물에 차이가 있을수 있다. 할머니(A), 어머니(MS),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S), 늑대(A), 사냥꾼(S), 나뭇꾼(MS)이 등장한다. 가만히 보면 모두 여성이다. 늑대도 여성이 맡고 사냥꾼과 나뭇꾼도 여성이다. 세자르 쿠이의 오페라의 특징이다. 줄거리는 당연히 샤를르 페로의 동화를 기본으로 했지만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오페라는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연. 할머니, 어머니,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 미국 플로리다.

 

[제1막 1장] 합창단이 이야기를 소개한다. 무대는 숲속의 한 자락에 있는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의 집이다. 라이딩 후드는 병들어 누워 계신 할머니에게 드릴 물건들을 바구니에 넣고 할머니 집으로 간다. 어머니는 라이딩 후드에게 숲 속에서 공연히 다른데로 가지 말것과 이상한 사람과는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제1막 2장] 장면은 어느새 바뀌어 숲 속이다. 나뭇꾼들이 나무를 찍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라이딩 후드는 숲 속에 피어 있는 꽃들이 너무 예뻐서 어머니의 주의는 생각치 않고 꽃을 딴다. 이 모습을 늑대가 지켜본다. 늑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라이딩 후드가 나타나자 할머니 집으로 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한다. 라이딩 후드는 어머니의 경고를 생각하고 아는 길로 가겠다고 말한다. 늑대는 라이딩 후드에게 그러면 누가 먼저 할머니 집에 도착하는지 경주를 벌이자고 말한다. 라이딩 후드는 그러자고 승락한다. 늑대와 라이딩 후드는 서로 다른 길로 바삐 뛰어간다. 나뭇꾼들이 나무를 찍어내는 소리가 멀리서 계속 들린다.

 

[제2막] 합창단이 다시 등장하여 늑대가 사흘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과 할머니의 집에 라이딩 후드보다 훨씬 먼저 도착할수 있었다는 얘기를 한다. 무대에는 할머니의 집이 있다. 집 앞에는 작은 공터가 있다. 늑대가 라이딩 후드의 흉내를 내서 할머니를 속여 집 안으로 들어간다. 늑대는 할머니를 그대로 삼킨다. 늑대는 라이딩 후드가 도착하기 전에 할머니의 침대에 들어가서 할머니처럼 누워 있는다. 드디어 라이딩 후드가 도착한다. 라이딩 후드는 침대에 할머니가 누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목소리도 이상하고 팔과 다리에 털도 많이 나서 의심스러워서 이것저것 질문을 하지만 늑대는 교묘하게 대답하여 라이딩 후드를 안심시킨다. 라이딩 후드가 이불을 들치고 할머니를 보려고 하자 늑대가 달려 들어 라이딩 후드를 집어 삼킨다. 사냥꾼들과 나뭇꾼 몇 명이 늑대를 쫓아서 할머니의 집까지 온다. 늑대는 침대에서 불룩해진 배를 내어 놓고 잠들어 있다. 사냥꾼들이 늑대의 배를 갈르니 할머니와 라이딩 후드가 살아서 나온다. 그런 후에 사냥꾼들은 늑대의 배를 꿰매어 준다. 잠에서 깨어난 늑대는 자기가 한 짓을 후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사냥꾼들과 나뭇꾼들은 늑대가 착하게만 산다면 숲 속에서 오래동안 살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라이딩 후드와 빅 뱃 월프(Big Bad W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