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

정준극 2012. 2. 10. 06:50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

올리버 크너쎈의 단막 어린이 오페라

 

뉴욕시티오페라에서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공연.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맥스의 역할은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Where the Wild Things Are 는 어린이 오페라라기 보다는 어른들까지도 즐길수 있는 판타지오페라이다. 그래서 뉴욕에서는 이를 가족 오페라(Family Opera)라고 부른다. Where the Wild Things Are 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폴란드계 유태인인 모리스 센다크(Maurice Sendak: 1928-)가 쓴 어린이를 위한 소설이다. 굳이 동화(Fairy Tale)라고 부르지 않고 어린이를 위한 소설이라고 한 것은 아무래도 어른들의 취향에 맞는 스토리이기 때문인듯 싶다. Where the Wild Things Are 는 우리나라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고 번역되어 있다. 우리말로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누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라고 번역하였다. 이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사람은 영국 글래스고 출신의 올리버 크너쎈(Oliver Knussen: 1952-)이다. 오페라 대본은 원작자인 모리스 센다크가 준비했다. 올리버 크너쎈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1979년부터 작곡에 들어가서 4년 후인 1983년에 완성했다. 브뤼셀 국립오페라가 의뢰해서였다.

 

맥스는 뜻하지 아니하게 괴물들의 왕이 된다.

 

오페라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형태나 주제는 모리스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èges)과 흡사하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나이팅게일'도 관련이 된다. 작곡자인 크너쎈은 다른 여러 작품에서 음악을 빌려와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넣기도 했다. 예를 들면 드빗시의 La boite a joujoux(장난감 상자),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에서 대관식 때 울리는 종소리의 모티프 등이다. 그런가하면 해리슨 버트위슬의 '펀지와 주디'의 음악과도 비슷한 점이 있으며 벤자민 브리튼의 '베니스에서의 죽음'과도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맥스가 방안에서 늑대 옷을 입고 혼자서 난리를 치며 장난하고 있다. 소프라노 카렌 비어드슬리.

 

올리버 크너쎈이 완성한 첫번째 버전은 1980년 11월 28일 브뤼셀의 모네극장(Le Théâtre Royal de la Monnaie)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크너쎈은 스코어를 계속 손질하였으며 마지막 버전은 1984년 1월 9일 글린드본 순회공연단이 런던의 내셔널극장에서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미국에서의 초연은 1985년 9월 미네소타 오페라에서였다. 미네소타 제작 버전은 1987년 11월 뉴욕시티오페라의 무대에 그대로 올려졌다. 뉴욕시티오페라는 2011년 4월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리바이벌하였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괴물나라의 왕이 된 맥스가 왕국을 다스리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점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집에 가고 싶어한다.

 

주인공 어린이인 맥스(Max)는 소프라노가 맡는다. 뉴욕시티오페라에서는 소프라노 카렌 비어드슬리(Karen Beardsley)가 맡아서 갈채를 받았다. 어린이의 어머니는 메조소프라노이다. 여자괴물인 치피(Tzippy)도 메조소프라노이다. 수염이 난 괴물 모이셰(Moishe)는 테너이며 뿔이 달린 괴물 브루노(Bruno)는 바리톤이다. 수탉 괴물인 에밀(Emile)은 베이스-바리톤이며 황소 괴물인 버나드(Bernard)는 베이스이다. 스코어에 의하면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괴물들은 무용수들이 맡도록 되어 있으며 무대 밖에서는 성악가들이 맡도록 되어 있다.

 

괴물들의 왕이 된 맥스가 괴물들의 사정을 돌보아 주고 있다.

 

제멋대로인 맥스는 이날 저녁도 늑대 옷을 입고 방안에서 이리저리 날뛰며 장난을 치고 있다. 맥스는 어머니가 제발 그만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어머니는 벌로서 저녁밥을 주지 않기로 한다. 하는 수 없이 침대에 누운 맥스의 눈 앞에 기이한 현상이 펼쳐진다. 맥스는 숲과 바다를 상상하며 잠을 청한다. 그런데 상상 속의 숲과 바다가 점점 커지더니 진짜 숲과 바다가 된다. 이어서 맥스는 조그만 배를 타고 야생 동물들이 살고 있는 땅으로 간다. 야생 동물들은 괴물처럼 무섭게 생겼다. 그러나 남을 괴롭히는 장난이라면 당할 사람이 없는 맥스로서는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겁이 나지 않는다. 맥스는 눈한번 깜빡 거리지 않고 괴물들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괴물들은 '세상에 이런 아이는 처음이다'라고 하며 모두 눈싸움에서 진다. 괴물들은 맥스에게 왕관을 씌어주고 그들의 왕으로 삼는다. 맥스는 괴물들에게 누구나 행복하게 살수 있는 왕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괴물들은 기뻐서 춤을 춘다. 하지만 그건 춤이 아니라 광란이며 소란이다. 심지어 광란 중에 치피라는 괴물은 머리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맥스는 광란의 파티를 중지시킨다. 맥스는 왕국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맥스는 점점 집이 그리워지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맥스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잠시후 눈을 떠보니 자녁때 자기가 누웠던 그 침대이다. 침대 옆에는 어머니가 만들어서 가져놓은 저녁 밥이 아직도 따듯한 채 놓여있다. 배가 고픈 맥스는 저녁밥을 먹기 시작한다.

 

시카고 공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