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도시를 건설하세(Wir Bauen eine Stadt)

정준극 2012. 2. 10. 17:39

도시를 건설하세(Wir Bauen eine Stadt)

Let's Build a Town - Make a City - We're building a City

 

 '도시를 건설하자' 음반 커버

 

20세기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독일의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 19=895-1963)은 새로운 기법의 여러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어린이들이 쉽게 공연할수 있는 오페라도 만들었다. Wir Bauen eine Stadt 이다. 일단은 다른 사람들이 번역해 놓은 것을 참고로하여 '도시를 건설하세'라고 제목을 붙여 보았지만 '우리 함께 마을을 만들자'라고 번역한 것도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개념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대본은 독일의 로베르트 슈타이츠(Robert Steitz)가 썼다. 일찍이 1930년 6월 21일 베를린의 어느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당시에는 Song Cycle 이라고 불렀다. 공연 시간은 약 30분 이었다. 힌데미트는 비록 소규모의 작품이지만 몇번이나 수정하여 몇년 후에는 세번째 버전이 나왔다. 세번째 버전은 제목도 Stadt der Zukunft(미래의 도시)라고 붙였다. 봐이마르 어린이오페라단이 공연했다.

 

파울 힌데미트는 여러 면에서 20세기 독일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혹자는 바그너 또는 슈톡하우젠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특히 차세대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1920년대에 이미 Jugendbewegung(도일청년움동)에 참여하였고 1930년대에는 Gebrauchmusik(실용음악: Utility music)을 주도하였다. 힌데미트는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서 반드시 최고의 기량을 닦은 사람만이 연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훈련을 받지 못한 음악인, 현재 훈련 중인 음악인도 참여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악기에 있어서도 특이한 악기, 예를 들면 기계 피아노, 헤켈폰, 타르우토니움 등도 사용함이 바람직 하다는 견해였다. 그리하여 근자에 이르러서는 Neue Deutsche Welle(신독일운동)을 이끌게 되었는데 홀거 힐러(Holger Hiller)의 1981년도 전자음악 버전인 Wir Bauen Eine Stadt, 또는 팔레 샤움부르크(Palais Schaumburg)에서의 Gibst du mir Stein은 신독일운동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것이다.

 

'도시를 건설하세'는 아이들이 어떤 상상 속의 도시를 건설하고 그 도시를 아이들이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도시를 지을 때 느낄수 있는 기쁨과 흥분이 노래마다 도사려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판타지와 넌센스와 순진성 등이 상황마다 적용된다. 영국의 음악평론가인 기 리카드(Guy Rickards)는 말하기를 '도시를 건설하세'는 힌데미트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이른바 '베를린 학생들'이라고 하는 하르트만, 헨체, 파이돈 등의 관념이 복합되어 나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말은 '도시를 건설하세'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동화오페라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서는 곤란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를 생각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도시를 건설하세'의 스코어는 피아노와 어린이 합창을 위한 것으로 작곡되었다. 그러나 1930년의 초연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동원된 것이었다. 1973년에는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가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을 썼다. Construiamo Una Citta(도시를 건설하자)라는 타이틀이었다.

 

막이 오르면 어린이들이 행진을 하며 들어온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 모인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건물을 짓기 위해 석재가 필요하다는 등 이것저것 필요한 자재를 말한다. 아이들은 자재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빵만드는 사람,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 등 도시의 기능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아이들이 서로 임무를 나누어 맡는다. 심지어 버스 차장을 하는 아이도 선정한다. 아이들이 경찰도 하고 가정주부도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도록 한다.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이웃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 없이도 무슨 일이든지 잘 치루어 나갈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계속 도시를 지어 나가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