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나이팅게일(Nightingale)

정준극 2012. 2. 10. 12:23

나이팅게일(Nightingale) - Solovey - Le rossignol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3막 꽁뜨 리리크(Conte lyrique)

 

20세기 최고의 러시아 작곡가라고 하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러시아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해인 1914년에 완성한 오페라 '나이팅게일'(솔로베이)는 오페라라기 보다는 꽁뜨 리리크라고 부른다. 실상, 요즘에는 오페라로서 공연하지만 초창기에는 발레로서 공연하였다. 그래서 1914년 5월 26일 파리의 국립오페라극장(현재의 팔레 갸르니에)에서 초연하였을 때에는 역할을 맡은 성악가들은 모두 무대 아래의 피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무대 위에서는 마임(무언극)하는 사람과 발레 댄서들이 이들의 역할을 표현하였다. 이 작품의 제목은 파리에서 초연되었기 때문에 러시아어의 솔로베이나 영어의 나이팅게일보다는 프랑스어의 로시뇰(Le rossignol)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오페라의 원작인 '나이팅게일'은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이 동양의 전래 동화를 정리하여 작성한 작품이다. 오페라 '나이팅게일'의 대본은 작곡자인 스트라빈스키와 극작가인 스테판 미투소프(Stepan Mitussov)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최근 미국 뉴욕출신의 뮤지컬 작곡가인 챨스 스트라우스(Charles Strouse: 1928-)가 안델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1982년에 똑 같은 제목인 '나이팅게일'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한바 있다. 챨스 스트라우스는 뮤지컬 작곡가로서 Bye Bye Birdie, Annie 등 20여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작곡하였다. 이처럼 뮤지컬 작곡가이지만 그의 '나이팅게일'은 뮤지컬보다는 오페라로 분류되고 있다.

 

네덜란드 오페라단의 공연. 인형극을 함께 사용했다.

 

스트라빈스키에게 작곡을 의뢰한 사람은 러시아발레단(Ballets Ruses)를 창설한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872-1929)였다. 그는 예술평론가이지만 특히 발레에 관심이 지대하여 발레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했다. 스트라빈스키가 디아길레프로부터 '나이팅게일'을 내용으로 하는 작품의 작곡을 의뢰받은 것은 1908년이었다. 그러나 스트라빈스카는 다른 발레 작품인 페트루슈카(Petrushka)와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을 작곡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여서 차일피일하다가 결국 의뢰받은 때로부터 6년 후인 1914년 초에 완성하였고 그해 5월에 파리에서 무대에 올렸다. 실제로 스트라빈스키는 그 즈음에 실내악이나 피아노 작품에 집중하였으며  대규모 제작이 필요한 무대작품 등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팅게일'의 작곡도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파리 갸르니에에서의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모두들 환상적인 무대, 그 중에서도 특히 동양풍의 음악과 춤에 매료하였다. 그로부터 몇년후, 발레작품이라고 할수 있는 '나이팅게일'은 성악가들이 정식으로 무대에 올라와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는 오페라로서 발전하였다. 발레는 간혹 중간에 포함되었다. 오페라 '나이팅게일'은 동화적인 스토리와 환상적인 무대로 인하여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비록 어린이들의 출연은 없지만 어린이 오페라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한다.

 

나이팅게일역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샤넬 우드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나이팅게일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맡는다. 어부(T), 중국의 황제(B), 황제의 쿡(S), 황제의 시종장(B), 승려(Bonze: B), 의인화한 죽음(Cont), 세명의 일본 사절단(S, B, T)이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가 나이팅게일을 처음 발견하여 잡아서 황제에게 가져왔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국 황제인데 일본의 중이 나온다는 것은 어딘지 이상하다. 아무튼 무대는 고대 중국이다. 어부는 스토리의 이벤트에 대하여 해설을 하는 역할도 한다. 나이팅게일은 도대체 어떤 새인가? 사전에 의하면 유럽산 지빠귓과의 작은 새라고 되어 있다.

 

궁전에 온 나이팅게일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1막] 어느 해안 마을이다. 해가 뜨기 직전이다. 어부는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를 듣는다. 세상 모든 근심걱정을 잊게 하는 노래이다. 마을에 살고 있는 쿡(요리사)이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를 듣고 이 새를 황제에게 바치면 큰 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쿡은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들어보도록 하기 위해 대궐에서 황제의 시종장을 비롯한 관리들을 데려 온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황제의 시종장은 쿡에게 만일 나이팅게일을 찾아 온다면 황제의 쿡이 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얼마후 마침내 나이팅게일이 다시 나타난다. 쿡과 시종장은 나이팅게일에게 황제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 달라고 간청한다. 나이팅게일은 그러한 초청을 수락한다. 그러나 숲속에서 부르는 노래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궁전에서 부르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황제가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듣고 크게 감동한다.

 

[2막] 궁전에 있는 시종들은 나이팅게일이 온다고 하니까 궁전을 낮처럼 환하게 만들기 위해 랜턴들을 줄로 엮어서 달아 놓는다. 함께 따라온 쿡은 대궐 사람들이 어떤 새냐고 궁금해하자 나이팅게일에 대하여 설명한다. 회색의 작은 새여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노래를 부르면 그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얘기해 준다. 이윽고 황제가 여러 신하와 시종들을 거느리고 등장한다. 황제는 나이팅게일에게 노래를 불러 보라고 명령한다.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부르자 어찌나 아름답던지 황제의 마음은 큰 감동을 받는다. 황제는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나이팅게일에게 황금 신발을 상으로 내리도록 한다. 그런 일이 있은후, 이번에는 세 명의 일본 사절단이 황제를 알현하러 온다. 이들은 기계로 만든 나이팅게일을 가져온다. 기계로 만든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부른다.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 언제라도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노래를 부른다. 진짜 나이팅게일과 비슷하게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진짜 나이팅게일은 할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해서인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황제는 진짜 나이팅게일이 멀리 달아나자 분노하여서 진짜 나이팅게일이 다시는 이 땅에 발도 들여 놓지 못하도록 엄히 명령을 내린다. 황제는 일본 사절단이 가져온 기계 나이팅게일을 '첫번째 가수'라고 부른다.

 

일본 사절단이 황제에게 기계 나이팅게일을 선물한다. 워싱턴청소년합창단. 시드니 하머 극장

                           

[3막] 이제 황제는 병이 들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죽음이 이미 황제의 침대 머리에 서 있다. 황제의 과거 행적을 말하는 영령들이 찾아온다. 잘한 일도 있고 잘못한 일도 있다. 황제는 진짜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를 듣고 싶다. 일본 사절단이 가져온 기계 나이팅게일은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고장이 생겼는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건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가 아니다. 황제는 대궐의 음악사들을 불러서 나이팅게일처럼 음악을 연주하라고 지시한다. 도무지 나이팅게일과 같은 노래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황제는 진짜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를 듣고 싶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멀리 떠났던 진짜 나이팅게일이 돌아온 것이다. 진짜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운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죽음이 나이팅게일의 노래소리를 듣고서는 너무도 감동하여서 다시 한번 들려달라고 간청한다. 나이팅게일은 죽음이 황제에게 그의 왕관과 보검과 황제의 깃발을 돌려준다면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한다. 죽음이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나이팅게일이 노래를 부르자 죽음은 어느새 슬며시 사라진다. 이와 함께 황제의 건강도 점차 회복된다. 황제는 그제서야 진짜 나이팅게일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이어 황제는 진짜 나이팅게일을 궁전의 제1 가수로 임명한다. 나이팅게일은 황제의 눈물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며 매일 어둠이 내릴 때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 노래를 부르겠다고 약속한다. 

 

죽음이 황제를 데려가려고 하자 진짜 나이팅게일이 나타나서 노래를 불러 죽음을 감동시키며 아울러 황제의 일으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