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어린이 오페라

피터와 늑대(Peter and the Wolf)

정준극 2012. 2. 10. 19:13

피터와 늑대(Peter and the Wolf) - Petya i volk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 교향곡

 

'피터와 늑대' 음반 커버

 

'피터와 늑대'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1891-1953)가 1936년에 작곡한 뮤지컬 교향곡이다. 대본도 프로코피에프가 직접 썼다. 스토리는 어린이 동화로서 연주 중에는 해설자가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 이야기의 진전을 설명해 준다. 음악은 이른바 묘사음악이다. 각각의 악기로서 등장인물들을 상징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플륫은 새를, 오보에는 오리를, 클라리넷은 고양이를, 바순(파곳)은 할아버지를, 프렌치 혼은 늑대를, 그리고 피터는 현악기로서 상징된다. 사냥꾼들은 목관악기들로 상징하고 있으며 총소리는 팀파니나 큰 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피터와 늑대'의 음악은 각 등장인물들과 그때그때의 현황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재미가 있다. 음악만 잠시 들어도 오리가 나오고 새가 지저귀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물론 스토리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여서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원래 이 작품은 모스크바 어린이음악극장이 초등학교 첫 학년의 아이들부터 음악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프로코피에프에게 의뢰한 것이다. 프로코피에프는 불과 4일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하여 그해 5월 2일 어린이음악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관중들은 메이데이 행사에 참석했던 '젊은 선구자'(Young Pioneers) 멤버들이었다. '젊은 선구자' 그룹은 공산당이 조직한 청소년 기구이다. 그런데 초연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25분짜리 짧은 작품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피터와 늑대'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시컬 작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른 아침이다. 피터는 마당에 있는 집문을 열고 푸른 초원으로 나간다. 큰 나무의 가지에 작은 새가 앉아 있다. 피터의 친구이다. 작은 새는 '모든 것이 조용해요'라면서 오늘도 행복한 듯 짹짹 거린다. 그때 거위 한마리가 뒤뚱거리면서 걸어나온다. 피터가 집 문을 열어 놓아서 밖에 있는 연못에 가서 수용을 즐길수 있게 되었다. 작은 새는 심심하던 판에 오리가 나타나자 잽싸게 오리의 등에 내려 앉으며 말을 건다. '무슨 새가 날지도 못하냐?'라고 말하자 오리는 '무슨 새가 헤엄도 치지 못하냐?'면서 응수한다. 그러면서 오리는 풍덩 연못으로 다이빙해서 들어간다. 오리와 작은 새의 말다툼은 계속된다. 피터는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만 볼 뿐이다. 그때 피터의 눈에 띠는 장면이 하나 있다. 고양이가 풀밭은 살금살금 기어오는 모습을 본 것이다. 고양이는 '작은 새가 오리와 말다툼을 하느라고 정신 없을 것이야. 내가 가서 작은 새를 잡아 먹어야지'라고 마음 먹는다. 고양이는 마치 비로도와 같이 부드러운 발로서 작은 새를 향해 소리도 없이 걸어간다.

 

피터가 작은 새에에 '조심해!'라고 소리친다. 깜짝 놀란 작은 새는 얼른 나무 위로 날아 올라간다. 연못 가운데에 있던 오리가 고양이를 발견하고 꽥꽥거리면서 성을 낸다. 고양이는 작은 새가 날아 올라간 나무를 빙빙 돌면서 '저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나? 힘들여서 올라갔을 때엔 작은 새가 아미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텐데'라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한 때에 할아버지가 집에서 나오신다. 할아버지는 피터가 들판으로 나간 것을 알고 피터에게 '위험한데 나가면 어떻게 하냐? 숲에서 늑대라도 나오면 어쩔려구 그러냐?'라면서 속이 상하여 걱정한다. 그러나 피터는 할아버지의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 피터같은 소년은 늑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얼른 피터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끌고 들어온다. 할아버지는 집 문을 걸어 잠근다. 피터가 집으로 들어가자 과연 숲속에서 커다란 회색 늑대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늑대가 나타나자 고양이는 자기도 모르게 얼른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간다. 연못에 있는 오리는 죽어라고 꽥꽥 거린다. 위험을 느낀 오리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연못으로부터 급히 나온다. 늑대가 오리를 보고 쫓아간다. 오리는 죽을 힘을 다하여 도망가지만 늑대의 발길보다 빠를수는 없다. 늑대가 죽어라고 도망가는 오리를 따라 잡는다. 늑대는 오리를 한 손으로 웅켜 잡고서는 그대로 집어 삼킨다. 이렇게 하여 오리는 늑대의 밥이 되었다. 나무 위에서는 작은 새와 고양이가 옴짝도 못하고 앉아 있다. 작은 새는 저쪽 가지에 앉아 있고 고양이는 이쪽 가지에 앉아 있다. 늑대는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면서 어떻게 하면 저 작은 새와 고양이를 먹어 치울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큰 나무의 굵은 줄기 하나는 담장을 넘어서 피터의 집 안으로 걸처 있다. 피터는 단숨에 큰 가지를 타고 나무로 올라간다. 피터는 작은 새에게 '어서 아래로 내려가서 늑대의 머리 위로 날아다녀라. 잡히진 말고 늑대의 관심만 끌어!'라고 말한다. 작은 새가 아래로 날아가서 늑대의 관심을 끈다. 작은 새는 늑대의 발톱에 거의 잡힐 뻔 했지만 잽싸게 날아 올라간다. 작은 새는 행동이 재빠르고 약삭 빠르기 때문에 늑대에게 잡히지 않으면서 늑대를 성가시게 만들고 있다.

 

피터는 밧줄로 올가미를 만든다. 피터는 그 올가미로 늑대를 잡아 꼼짝 못하게 만들 생각이다. 피터는 늑대가 작은 새에게 신경을 빼앗기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늑대의 꼬리에 올가미를 씌워 잡는다. 꼬리를 올가미 밧줄에 잡힌 늑대는 미쳐 날뛴다. 하지만 빠져나오지는 못한다. 피터는 밧줄 한 쪽을 나무에 단단히 묶어 놓는다. 늑대가 뛰면 뛸수록 올가미는 더욱 단단히 묶여진다. 그때 사냥꾼들이 숲에서 나온다. 사냥꾼들은 못된 늑대를 쫓아서 이곳까지 온 것이다. 사냥꾼들은 늑대를 발견하자마자 총으로 쏘려고 한다. 사냥꾼들은 나무 아래에서 늑대가 날뛰고 있는 것을 보고 나무 위의 어린아이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무위에 있는 피터는 사냥꾼들에게 '쏘지 마셔요. 제가 작은 새와 함께 늑대를 붙잡았어요'라고 소리친다. 그러면서 피터는 '늑대는 동물원에 보낼 거예요. 사람들이 보게요'라고 말한다.

 

이제 상상해 보라. 피터가 얼마나 의기양양하게 행진하며 들어오는지를...개선장군과 같은 행진이다. 피터가 앞장서고 그 뒤로 사냥꾼들이 늑대를 끌고 걸어간다. 행진의 마지막에는 할아버지와 고양이가 걸어 들어온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믿을수가 없다. '피터가 늑대를 잡다니...어떻게?' 이런 궁금증이 끊임 없이 솟아 나온다. 작은 새가 사방을 날아다니면서 재재거린다. '피터와 내가 늑대를 잡았어요. 우린 정말이지 용감하지요'...그리고 만일 귀를 잘 기울인다면 늑대의 뱃 속에서 오리가 꽥꽥 거리는 소리도 들을수 있을 것이다. 즉대는 급한 나머지 오리를 그내로 삼켰기 때문에 아직도 늑대의 뱃 속에서 살아 있다.

 

피터가 늑대를 잡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