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뱅 에르베(Le vin Herbé) - 묘약
The Poisoned Wine - L'Elisir d'amore
프랑크 마르틴(Frank Martin)의 2막 오페라
프랑크 마르틴(Frank Martin: 1890-1974)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한 전설은 중세 초기부터 여러 음유시인들이 선호하던 스토리였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따라, 세월에 따라 여러 버전이 생겼다. 구전되어 오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한 전설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이 있었다. 우선되는 노력은 13세기 초, 독일의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쓰부르크(Gottfried von Strassburg: - 1210)가 정리한 작품이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바그너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하였다. 프랑스에서는 비교적 근자에 조셉 베디에(Joseph Bédier: 1864-1938)라는 작가가 1913년에 '크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한 프랑스에서의 여러 버전들을 취합하여 The Romance of Tristan and Iseult 이라는 제목의 표준소설을 만들었다. 스위스 출신의 프랑크 마르틴이 조셉 베디에의 소설을 바탕으로 1941년에 Le vin Herbé 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약초로 만든 포도주'라는 뜻이지만 실은 유럽의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l’Elixir d’Amour)을 말한다. 내용에 있어서 두 오페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기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인 프랑크 마르틴의 '르 뱅 에르베'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프랑크 마르틴의 '르 뱅 에르베'는 규모가 작은 실내 오페라 스타일이다. 하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매니아라고 하면 마땅히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도 깊이 통찰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르 뱅 에르베'를 소개코자 한다. 또 한가지 프랑크 마르틴의 잇점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중간에 있는 스위스 사람이라는 것이다.
Le vin Herbé의 마르세이유 공연.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배에서 내리며 이별을 나눈다.
프랑크 마르틴은 소규모의 앙상블과 코러스로서 최대의 효과를 이룰수 있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어떤 평론가는 그런 아름다운 음악이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프랑크 마르틴은 Le vin Herbé에서 12명의 합창단원과 그 중에서 몇 명을 솔로이스트로 선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합창단이 합창을 하다가 독창 파트가 나오면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해설자가 있어서 줄거리를 설명하도록 했다. 오케스트라는 7명이며 여기에 피아노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출연진과 앙상블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표현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Le vin Herbé은 오라토리오 형식이므로 장엄한 교회에서 연주할 경우에, 그리고 스피커를 이용할 경우에, 그 음향은 놀라울 정도일 것이다. 실제로 뉴욕 리릭 오페라단이 성요한대성당에서 공연할 때에는 건물 자체에서 나오는 에코적인 음향과 중세적인 분위기로 인하여 더 이상의 무대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배를 타고 콘월로 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저 옆에는 브랑게네가 있다.
프랑크 마르틴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드빗기의 '플레아와 멜리상드'의 영향을 받은 것을 짐작할수 있다. 그런가하면 쇤베그크의 Verklärte Nacht(Transfigured Night)와 칸타타인 Gurrelieder(구레의 노래)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을 알수 있다. 100분에 걸친 Le vin Herbé의 음악을 듣는 것은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경험일 것이다. 다음으로, 무어라해도 Le vin Herbé를 듣고 있으면 바그너의 천재성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는 점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Liebestod 로서 상징된다. 다시 말하여 사랑=죽음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프랑크 마르틴의 Le vin Herbé에서는 사랑의 완성이 강조되고 있다.
나환자 마을로 추방당한 이졸데를 따라온 트리스탄. 트리스탄은 결국 또 다른 이졸데와 결혼하지만 끝내는 처음의 이졸데를 잊지 못한다.
Le vin Herbé에서 약초를 넣은 포도주는 사랑의 묘약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묘약이기도 하다. 프랑크 마르틴은 Le vin Herbé의 무대를 1938년에서 1941년 사이로 잡았다. 이졸데는 어떤 하녀의 실수로 사랑의 묘약을 마신다. 오래된 가정부인 브랑게네가 의도적으로 이졸데에게 마시도록 한 것이 아니다. 이졸데는 마크와 결혼한다. 그러나 일단 Le vin Herbé 을 마신 이졸데의 마음은 트리스탄에게로 향하여 있다. 마크와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기를 몇해를 지난다. 이졸데에게는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다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마크는 이졸데를 나환자들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마을로 추방한다. 그때서야 트리스탄이 이졸데와 함께 동행한다. 두 사람은 비록 어려운 환경이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앞날을 생각해야 했다. 결국 이졸데는 트리스탄의 설득에 따라 마크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트리스탄은 또 다른 이졸데와 결혼한다. 중략하고, 결론을 말하자면 두 연인은 모두 죽는다. 하지만 따로 따로 죽는다. 트리스탄의 무덤에서 찔레나무가 솟아나와 자란다. 찔레나무는 그 옆에 있는 이졸데의 무덤으로 줄기를 뻗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찔레나무로서 연결된다.
Le vin Herbé의 로테르담 공연. 이졸데 역의 소프라노 앨리슨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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