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12. 마이클 티페트의 '프리암 왕'

정준극 2012. 2. 24. 15:36

프리암 왕(King Priam)

Michael Tippett의 3막 오페라

트로이왕 프리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

 

마이클 티페트(1905-1998)

 

'프리암 왕'은 트로이의 헬렌으로 인하여 야기된 트로이와 스파르타의 전쟁 때에 트로이의 왕이었다. 영국의 마이클 티페트(Michael Tippett: 1905-1998)가 프리암 왕의 비극적인 삶에 대하여 오페라로 만들기로 하여 1962년에 3막의 오페라를 완성했다. 마이클 티페트는 대본도 직접 썼다. 티페트는 호머의 일리아드를 기본으로 하여 대본을 썼다. 다만, 파리스 왕자의 탄생과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하이지누스(Hyginus)의 Fabulae(우화집)을 참고로 하였다. 오페라 '프리암 왕'의 초연은 영국 중서부 웨스트 미들랜드의 코벤트리(Coventry)에서 1962년 5월 29일 이루어졌다. 코벤트리시에는 중세로부터의 성미가엘 대성당이 있다. 이 대성당은 2차 대전의 폭격으로 파손되었다. 코벤트리시는 교회와 연합하여 파괴된 대성당을 완전복구하고 1962년 5월 15일에 새롭게 봉헌하였다. 코벤트리시는  이같은 봉헌을 기념하여 예술축제를 열었다. 오페라 '프리암 왕'은 대성당 봉헌기념 예술축제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으며 '대성당의 날'에 초연되었다. 벤자민 브리튼도 이 예술축제를 위해 '전쟁 진혼곡'(War Requiem)을 작곡했다. 브리튼의 '전쟁 진혼곡'은 티페트의 '프리암 왕'이 초연된 다음날 초연되었다.

 

세 여신(아테네, 헤라, 아프로디테), 세 여인(헤부카, 안드로마케, 헬렌)

 

'프리암 왕'의 코벤트 가든 초연은 코벤트리에서의 초연으로부터 며칠 후인 6월 5일에 있었다. 독일 바덴 국립극장(Badisches Staatstheater)에서의 공연은 1963년이었다. 그리스에서는 1985년 아테네 페스티벌 기간중에 공연되었고 프랑스에서는 1988년 낭시-로렝오페라단이 공연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1990년에 바티냐뇨에서 공연되었으며 미국에서는 1994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센터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독일에서는 마이클 티페트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건립하고 여기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기록하였다. 독일어로 Es möge uns das Schicksal gönnen, dass wir das innere Ohr von dem Munde der Seele nicht abwenden. 라고 적혀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May Fate grant that we never turn our inner ear away from our soul's lips. 이다. 이 말은 1912년 러시아의 화가인 바실리 칸딘스카가 아놀트 쇤버그에 대하여 쓴 에세이에 나오는 구절이다.

 

'프리암 왕'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의 왕 프리암(B-Bar), 그의 부인인 헤쿠바(Hecuba: 드라마틱 S), 이들의 큰 아들인 헥토르(Hector: Bar), 헥토르의 부인인 안드로마케(Andromache: 리릭 드라마틱 MS), 프리암 왕의 둘째 아들인 파리스(Paris: T), 소년시절의 파리스 왕자(보이 소프라노), 그리스의 영웅인 아킬레스(Achilles: 영웅적 T), 아킬레스의 친구인 파트로클루스(Patroclus: 라이트 Bar), 보모(MS), 노인(B), 젊은 경비병(리릭 T), 신들의 전령인 헤르메스(Hermes: 하이 라이트 T)이다. 이밖에 사냥꾼들, 결혼 축하객들, 시녀들이 나온다.

 

'프리암 왕' 음반 커버. 프리암 왕이 그리스의 아킬레스에게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제1막] 프리암 왕은 트로이 전쟁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그는 자기가 과연 순간마다 도덕적인 선택을 올바르게 했는지를 생각한다. 오페라는 파리스 왕자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떤 노인이 파리스 왕자가 이다음에 커서 자기 아버지를 죽게 만들 것이라고 예언한다. 파리스 왕자를 낳은 헤쿠바 왕비는 아기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버지인 프리암 왕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나 개인보다는 이 왕국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어쩔수 없이 저 아기를 죽일수 밖에 없다'고 결심한다. 프리암 왕은 어떤 젊은이를 불러 아기를 깊은 산중에 버리라고 지시한다. 노인과 젊은이와 아기의 보모는 과연 프리암 왕의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것인지를 놓고 의논한다. 이들 세명은 오페라의 전편을 통하여 간혹 등장하여 순간마다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각각 발표한다. 이들은 프리암 왕의 진심이 아기를 죽이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하고 산속에 사는 목자들에게 아기를 맡기고 떠난다.

 

그로부터 몇년후, 프리암 왕은 큰 아들 헥토르와 함께 숲에서 사냥을 한다. 헥토르가 어떤 커다란 들소를 이제 막 죽이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떤 소년이 나타나서 들소를 타고 재빠르게 사라진다. 한참후 다시 돌아온 소년은 헥토르에게 그가 트로이의 영웅들과 함께 있어도 되냐고 묻는다. 소년은 자기 이름이 파리스라고 말한다. 프리암 왕은 파리스를 만나자 자기의 은밀한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여 기뻐한다. 프리암 왕은 파리스를 데리고 트로이의 궁전으로 돌아와 훗날 어떤 일이 생길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파리스를 둘째 왕자로서 선포한다. 노인과 젊은이와 보모는 이같은 사태의 전환을 불길한 예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곧이어 헥토르 왕자와 안드로마케의 결혼식이 거행된다. 결혼식에 참석한 축하객들은 헥토르와 파리스가 절대로 친하게 지내지 못할 것이라고 수군거린다. 그 말을 들은 파리스는 트로이를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트로이의 사신으로서 스파르타의 메넬라우스(Menelaus)의 궁전으로 떠난다.

 

스파르타에 온 파리스 왕자는 곧 스파르타의 왕 메넬레우스의 왕비인 헬렌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파리스는 헬렌과의 사랑이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운명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그같은 생각에 답변이라도 하듯 신들의 전령인 헤르메스가 나타나 파리스에게 젊음을 가져다 주는 사과를 두고 다투고 있는 세 명의 여신 중에서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테네, 헤라, 아프로디테이다. 이 세 여신의 역할은 오페라에서 세명의 여인들, 즉 헤쿠바, 안드로마케, 헬렌이 맡는다. 아테네/헤쿠바는 파리스에게 전쟁의 영광을 약속한다. 헤라/안드로메타는 가정의 평화를 약속한다. 그러나 아프로디테/헬렌은 아무 약속도 하지 않고 다만 파리스의 이름만을 부른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헬렌의 부름에 대답하여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다른 두 여신은 파리스에게 트로이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제2막] 스파르타가 트로이를 공격하여 포위하고 있다. 헥토르는 파리스가 전투에서 메넬레우스로부터 도망한 것을 두고 비겁자라며 힐난한다. 프리암 왕이 헥토르와 파리스에게 서로 다투는 것을 책망하자 형제는 함께 전쟁터로 나간다. 노인은 트로이의 앞날을 걱정하여 헤르메스에게 그리스의 영웅인 아킬레스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킬레스는 전투에서 물러나서 그의 장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킬레스는 루트를 타면서 고향 친구로서 함께 전쟁에 참가한 파트로클루스에게 고향의 노래를 들려준다. 평화스러운 분위기이다. 그러나 파프로클루스는 아킬레스가 전투에 나가지 않고 쉬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파프로클루스는 아킬레스에게 갑옷과 투구를 빌려주면 그것을 입고서 전투에 나가겠다고 요청한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 병사들이 아킬레스가 전투에 나온 것으로 믿어서 사기가 올라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킬레스가 허락한다. 아킬레스는 신들에게 파프로클루스의 안전을 기원한다.

 

헤르메스의 보호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된 노인은 전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프리암 왕에게 아킬레스가 출전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트로이에서는 이미 헥토르가 파프로클루스를 단칼에 베어 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프리암 왕은 두 아들과 함께 적장을 베어 버린데 대하여 승리의 노래를 부른다. 이들의 승전가는 어름처럼 차가운 아킬레스의 외침으로 중단된다. 아킬레스는 친구 파프로클루스가 전사했다는 것을 알고 분노에 울부짖고 있다. 아킬레스의 외침이 그리스 병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스 최고의 전사가 다시 전투에 돌아온 것이다.

 

[제3막] 헥토르의 침실이다. 헥토르의 부인인 안드로마케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안드로마케는 그 옛날 아킬레스가 자기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죽인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헤쿠바 왕비가 들어와서 안드로마케에게 어서 성벽으로 가서 전장에 있는 헥토르를 성안으로 불러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킬레스의 보복이 두려워서이다. 안드로마케는 프리암 왕이 어찌하여 전쟁을 끝내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스파르타에서 데려온 헬렌을 남편에게 돌려 보내면 트로이가 안전하게 될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이다. 그러자 헤쿠바 왕비는 안드로마케에게 이 전쟁에서 헬렌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며 실은 스파르타와 그리스가 연합하여 트로이를 차지하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설명해 준다. 그때에 헬렌이 들어온다. 안드로마케는 헬렌을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모욕하며 비난한다. 헬렌은 대단한 기교를 요구하는 아리아를 부르며 사랑의 열정은 정치나 도덕보다도 더 강하다고 말하며 자기와 파리스의 사랑은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며 지옥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각자의 의견이 다르자 세 여인은 각각 다른 소원을 담아 여신들에게 기도를 드린다.

 

헬렌과 헤쿠바가 나가고 방에는 안드로마케만 남는다. 시녀가 들어와 헥토르를 위해 목욕물을 데워놓을지를 묻는다. 안드로마케는 본능적으로 헥토르가 전투에서 죽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본능을 부정이나 하듯 시녀에게 '그래 그래'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시녀는 안드로마케의 말을 '아냐, 아냐'라고 들었는지 그대로 메아리처럼 따라한다. 잠시후 드디어 헥토르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제일 먼저 그 소식을 들은 하인들이 안드로마케에게 전한다. 안드로마케는 절망중에 밖으로 뛰어 나간다. 하인들은 노예들과 함께 시니컬하게 헥토르의 죽음을 아쉬워 하는 노래를 부른다. 파리스가 프리암 왕에게 헥토르의 죽음을 전한다. 프리암 왕은 두 아들 중에서 살아 있는 아들인 파리스를 저주하며 파리스도 형 헥토르를 따라 죽기를 바란다. 파리스는 아킬레스를 죽이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은 프리암 왕은 오래전 노인의 예언을 생각한다. 노인은 파리스 때문에 프리암 왕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하지만 프리암 왕은 살아 있고 대신 큰아들 헥토르가 죽임을 당했다.

 

잠시후 노인과 젊은이와 보모가 나타나 프리암 왕에게 묻는다. '한 아들의 죽음 때문에 다른 아들이 산다. 이것이 왕의 법칙입니까?'라는 질문이다. 프리암 왕은 힘겨운 목소리로 '그래, 그래'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코러스는 '아니야, 아니야'라며 프리암 왕의 마음 속에 있는 대답을 대신 노래한다. 헤르메스가 프리암 왕을 아킬레스의 장막으로 안내한다. 프리암 왕이 아킬레스의 앞에 꿇어 엎드려 그의 손에 입을 맞춘다. 프리암 왕은 아킬레스의 손을 보고 '아들을 죽인 손'이라는 생각을 씻지 못한다. 프리암 왕은 아킬레스에게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 달라고 간청한다. 장사라도 지내주기 위해서이다. 이칼레스가 승낙한다. 두 사람은 자기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듯하다. 아킬레스는 파리스의 손에 죽임을 당하며 프리암은 아킬레스의 아들인 네오톨레무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예감을 갖는다. 이제 트로이는 모두 파괴된다. 프리암 왕은 트로이를 떠나자는 사람들의 말을 거절한다. 프리암 왕의 가족들도 하나 둘씩 모두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헬렌이 작별을 고한다. 잠시후 아킬레스의 아들이 나타나 프리암 왕을 칼로 내리쳐 죽인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헤르메스는 이제 드라마가 끝났다고 말하고 올림푸스 산으로 떠난다.

 

영화 '트로이의 헬렌'에서 프리암 왕을 맡은 피터 오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