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미완성 오페라

메트르 피에르(Maître Pierre)

정준극 2012. 3. 27. 08:23

메트르 피에르(Maître Pierre) - Master Pierre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의 미완성 오페라

 

샤를르 구노

                

메트르 피에르는 샤를르 구노(1818-1893)가 당대의 대본가인 루이 가예(Louis Gallet: 1835-1898)의 대본으로 완성하려던 오페라이지만 구노가 다른 오페라 때문에 바뻐서 중도에서 포기한 작품이다. 실제로는 구노가 바쁘기도 했지만 스토리가 저속한 편이어서 논난이 생기자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서 포기했다고도 한다. 메트르라는 말은 마스터(장인)이라고 번역할수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마을의 시장도 메트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재주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손재주가 좋아서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마스터이지만 연애를 잘하는 사람도 마스터라고 부를수 있다. 오페라 '메트르 피에르'에서의 타이틀 롤은 실존 인물인 12세기의 철학자 피에르 아벨라르(Pierre Abélard: 1079-1142)를 말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웬만한 사람이면 아벨라르와 엘로이스의 전설적인 사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구노는 '메트르 피에르'의 작곡을 하면서 추진상황을 자세히 적어서 각본가인 폴 푸아르송(Paul Poirson)에게 여러번 보낸 일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페라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알수 있었다. 구노는 당대의 평론가인 에두아르트 한슬리크(Eduard Hanslick)와도 인터뷰를 하였다. 사람들은 주인공인 아벨라르에 대한 거세작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 하였다. 신문에서는 추잡하기까지 한 상상을 동원하여 그 얘기를 다루었다. 한슬리크가 구노에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구노는 아벨라르가 4막 마지막에서 살해되며 5막에서는 애인인 엘로이스(Héloïse d’Argenteuil)에게 아벨라르의 혼령이 나타난다고만 설명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스가 노트르담 대성당에 속한 어떤 방에서 밀회를 하고 있다. 엘로이스의 삼촌인 풀베르가 이들의 밀회를 목격한다.

 

구노는 '메트르 피에르'를 1877년 여름부터 작곡을 시작하였으나 1878년 여름이 되도록 오케스트라 파트의 절반 밖에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는 중에 '자모라의 공물'(La tribut de Zamora)를 작곡해야 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메트르 피에르'의 작곡을 포기하였다. 나중에 구노는 '메트르 피에르'의 음악을 Suite dramatique en quatre parties 라는 조곡으로 편곡하였다. 구노가 세상을 떠난후 구노의 미망인은 1904년에 카미유 생-생에게 미완성인 제5막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제5막이 완성되었다. 그렇다고해서 '메트르 피에르'가 본격적으로 무대에서 공연된 것은 아니었다. 생-생이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한지 30년도 훨씬 지난 1939년에 베네주엘라 출신으로 프랑스로 귀화한 레이날도 한(Renaldo Hahn)이 제5막만을연주하는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 콘서트에는 'du grand Gounod'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오페라 '메트르 피에르'는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스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인 엘로이스(1101-1079)는 삼촌인 풀베르(Fulbert)의 보호를 받으면서 지내고 있다. 풀베르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수도승들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대성당에 속한 사택에 거처하고 있다. 엘로이스는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여 학문에 열심이었다. 엘로이스는 특히 고대문자에 대하여 조예가 깊었다. 엘로이스는 라틴어로부터 그리스어, 히브리어에 이르기까지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철학자인 아벨라르는 엘로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만나보고 싶었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스를 먼발치에서 한번 바라보고는 그만 사랑에 빠진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벨라르는 엘로이스보다 22세나 연상이었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스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안으로 엘로이스의 삼촌인 풀베르 신부부터 접촉한다. 아벨라르는 풀베르 신부의 사택에 하숙을 정할수 있었다. 그후로부터 아벨라르는 기회가 있을 때마나 엘로이스를 유혹하였다. 엘로이스의 마음도 차츰 아벨라르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드디어 남들의 눈을 피하여 밀회를 거듭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렇가도 해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었다. 두 사람의 밀회는 드디어 풀베르에게 발각된다.

 

엘로이스. 19세기의 작품

 

풀베르는 두 사람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다. 엘로이스에게는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금족령이 내려진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교묘한 방법으로 만나 사랑을 나눈다. 엘로이스가 임신한다. 아벨라르는 젊은 아가씨를 유혹하여 임신까지 시켰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싫었다. 아벨라르는 엘로이스를 브리타뉴 지방에 있는 아는 사람의 집으로 피신시킨다. 엘로이스는 이곳에서 아들을 낳는다. 엘로이스는 아들의 이름을 천체관측기인 아스트롤라브(Astrolabe)라고 짓는다. 엘로이스는 아기 아빠인 아벨라르가 천체를 관측하는 일에 무척 관심이 많았던 것을 생각했던 것이다. 엘로이스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은 삼촌인 풀베르에게도 들어온다. 풀베르는 이 노릇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면서 땅을 쳤지만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다. 아벨라르가 풀베르를 찾아와서 결국은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겠지만 남들이 알지 못하게 비밀리에 올리게 해 달라고 당부한다.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면 학자로서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엘로이스는 반대였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두 사람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다.

 

풀베르는 조카딸의 앞날을 생각하여서 엘로이스가 아벨라르와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힌다. 엘로이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그중에는 엘로이스를 사모하던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엘로이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엘로이스는 아벨라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혼한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이 자꾸 이상하게 꼬이자 아벨라르는 엘로이스를 저 멀리 아르젠토일(Argenteuil)에 있는 수도원으로 보낸다. 풀베르는 아벨라르가 엘로이스를 버리려 한다고 믿어서 어느날 아벨라르를 정신을 잃게 하고는 거세를 한다. 다시는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아벨라르의 로맨틱한 경력은 막을 내리게 된다. 엘로이스는 수녀가 되라는 강요를 받는다. 엘로이스는 아벨라르에게 편지를 보내어 자기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일도 없는데 어찌하여 수녀가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가? 구노의 설명대로 아벨라르는 4막 마지막에서 살해된다. 이어 5막에서 아벨라르의 혼령이 엘로이스에게 나타나 자기의 사랑은 진정한 것이었노라고 말한다. 이것이 전설적인 아벨라르와 엘로이스의 사랑 이야기이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