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미완성 오페라

남자가 여자보다 더 교활하다

정준극 2012. 3. 27. 10:37

남자가 여자보다 더 교활하다(Männerlist grösser als Frauenlist) -

Men Are More Cunning Than Women

Die glückliche Bärenfamilie(행복한 곰가족) - The Happy Bear Family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미완성 징슈필

 

리하르트 바그너

 

리하르트 바그너는 오페라 학도 시절에 몇 작품들을 시도하였으나 그중에서 Die Laune des Verliebten(애인의 변덕: 1830)과 Die Hochzeit(결혼: 1832), 그리고 Männerlist grösser als Frauenlist(남자가 여자보더 더 교활하다: 1838)는 미완성으로 남겨 놓았으며 첫 무대작품인 Leubald(로이발트: 1820)는 만들어 놓았기는 하지만 공연된 일이 없다. 바그너가 본격적인 오페라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교활하다'를 중도에 포기한채 그 해에 시작한 리엔치(Rienzi) 부터라고 말할수 있다. '남자가...'의 원래 독일어 타이틀은 Männerlist grösser als Frauenlist 이다. 이 말은 '남성주의자가 여성주의자보다 더 위대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오페라의 내용을 보면 무슨무슨 주의자라고 하기는 지나치므로 그냥 '남자가 여자보다 더 교활하다'라고 번역한다. 교활하다는 말이 어색하면 '약삭빠르다'라고 할수도 있다. 이 오페라의 또 다른 제목은 Die glückliche Bärenfamilie이다. '행복한 곰가족'이라고 번역할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곰가족이라는 것은 곰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곰의 흉내를 내는 형과 그런 곰에게 재주를 부리게 하여 돈을 버는 아버지 등 가짜 곰과 관련된 식구들을 말한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형이 바로 그 사람들이다.

 

'남자가...'는 오페라라기 보다는 독일의 전통적인 징슈필(Singspiel)에 해당한다. 징슈필은 연극에 음악을 곁들인 것으로 대사가 많이 나오며 대사에는 반주가 곁들이지 않는다. 징슈필은 프랑스의 오페레트, 또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와 같은 장르에 속한다. 바그너는 '남자가...'를 1837-38년에 시도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바그너는 이 징슈필을 쾨니히스버그에 있을 때 시작하여 리가(Riga)로 떠날 때에 완성하기 위해 가지고 갔었다고 한다. 처음에 바그너는 '남자가...'를 네오 프랑스 스타일의 코믹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어쩐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왜 이런 나부랭이나 작곡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한다. 바그너가 '남자가....'를 작곡했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실제로 스코어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도대체 어느정도까지 작곡을 해 놓고 포기했는지를 알수 없었다. '남자가....'의 악보가 발견된 것은 바그너가 작곡을 시도한 때로부터 150년도 훨씬 지난 1994년이었다. 어떤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다. 바이로이트에 있는 바그너재단(Richard-Wagner Stiftung)이 그 악보를 사들였다. 악보에는 처음 세 곡만 남아 있었다. 세곡 중에서 두곡만이 2007년 10월 13일 런던의 린베리 스튜디오 극장(Linbury Studio Theater)에서 영국의 작곡가인 제임스 프란시스 브라운(James Francis Brown)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남자가...'의 스토리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만 무대를 19세기의 독일로 옮겨 놓았을 뿐이다. 보석상을 경영하고 있는 율리우스 봔더(Julius Wander)는 귀족으로 행세하고 있다. 율리우스는 사촌인 레온티네에게 귀족 집 딸과 결혼코자 하니 소개해 달라고 요청한다. 레온티네는 신분을 엄격히 따지는 아벤트하우 남작(Baron von Abendthau)에게 딸이 하나 있는 것을 알고 중매를 서고자 한다. 레온티네는 남작의 딸을 만난 일은 없다. 남작은 상대방 청년이 돈많은 귀족이라고 하니까 솔깃하여 결혼을 허락한다. 그런데 율리우스가 남작의 딸인 아우로라(Aurora)를 만나보니 정말 못생겼다. 율리우스는 평생동안 저런 여자와 함께 살 것을 생각하니 무서웠다. 그래서 두말하지 않고 멀리 도망간다. 율리우스는 도망가다가 길에서 곰 한 마리를 데리고 가는 어떤 사람을 만난다. 아무래도 낯이 익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자기 아버지이다. 그리고 곰은 진짜 곰이 아니라 자기 형인 그레고르(Gregor)가 곰 가죽을 뒤집어 쓰고 곰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아들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행복하다. 율리우스가 아우로라와 결혼할뻔 했다는 얘기를 하자 율리우스의 아버지는 사람은 진실해야 한다면서 남작에게 율리우스의 신분을 떳떳하게 밝히라고 말한다. 율리우스는 마침내 남작을 만나 자기로 말하자면 귀족이 아니며 한심한 백성 중의 하나로서 아버지는 곰을 데리고 다니며 재주를 부리게 하여 돈을 벌어 사는 사람이며 형은 바로 그 곰이라고 털어 놓는다. 신분을 엄격히 따지는 남작은 크게 화를 내며 자기의 딸 아우로라와의 결혼 얘기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고 선언한다. 이제 율리우스는 자유스런 몸이 된다. 그리고 평소 마음 속에 두고 있던 사촌 레온티네와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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