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미완성 오페라

로드리게와 시멘(Rodrigue et Chimène)

정준극 2012. 3. 27. 13:03

로드리게와 시멘(Rodrigue et Chimène) - Rodrigo and Ximena

클로드 드비시(Claude Debussy)의 미완성 오페라

 

클로드 드비시

 

'로드리게와 시멘'(Rodrigue et Chimène)은 클로드 드비시(1862-1918)의 미완성 오페라이다. 3막의 프랑스어 대본은 캬튀유 멘데스(Catulle Mendès: 1841-1909)가 썼다. 멘데스의 대본은 스페인의 극작가인 귈렝 데 카스트로 이 벨비스(Guillén de Castro y Bellvis: 1569-1631)의 '엘 시드의 젊은 시절'(Las Mocedades del Cid)과 프랑스의 위대한 극작가인 피에르 코리네이유(Pierre Corneille: 1606-1684)의 '르 시드'(Le Cid)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코르네이유의 '르 시드'를 바탕으로 하여서는 마스네가 '르 시드'라는 오페라를 작곡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드비시의 '로드리게와 시멘'은 러이사의 작곡가인 에디슨 데니소브(Edison Denisov: 1929-1996)가 완성하여 1993년 5월 14일 리옹에서 초연을 가졌다.

 

리옹오페라극장에서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 커버

 

멘데스는 '로드리게와 시멘'의 대본을 1878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자기의 대본으로 만든 오페라가 프랑스오페라학파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도록 작곡가 중에서 어느 누구도 멘데스의 대본으로 오페라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멘데스는 1890년에 젊은 작곡가인 드비시를 만나 대본을 건네주었다. 멘데스는 드비시가 장차 프랑스의 음악을 빛낼 위대한 작곡가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드비시의 음악을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작정했다. 드비시는 멘데스의 대본을 읽고 사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오페라로 만들면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며 돈도 생길수 있다고 생각하여 작곡하기로 했다. 그런데 드비시의 작곡 스타일은 그로부터 불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방향으로 급격하게 발전하였다. 드비시는 처음에 시도하였던 '로드리게와 시멘'의 낡은 음악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비시는 드디어 1892년에 멘데스에게 편지를 보내어 '아무래도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비록 생활이 힘들고 가난하게 지내지만 더 이상 작곡을 추진하기가 어렵겠다'고 밝혔다.

 

마스네의 '르 시드'에서 로드리그 역을 맡은 플리치도 도밍고. 1999년.

                   

드비시는 1893년 5월에 매터링크(Maeterlinck)의 상징주의 연극인 '플레아와 멜리상드'를 보고서 '이것이야 말로 오래동안 찾아 헤매던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드비시는 얼마후에 폴 뒤카(Paul Ducas)를 만나 그가 작곡한 '로드리게와 시멘'의 첫 부분 음악을 들려주었다. 뒤카와 얘기를 나눈 드비시는 '내가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대본이다. 그 대본으로 음악을 만든다면 이방인이 되는 느낌일 것이다'라며 작곡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악보를 모두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그런다가 197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의 수집가인 라버트 오웬 레만이 드비시의 오리지널 악보를 취합하여 1987년에 공연했다. 알고보니 드비시는 오케스트라 파트만 완성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후 러시아의 에디슨 데니소브가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여 리옹오레라극장의 새로운 강당을 오프닝할 때 기념으로 무대에 올렸다. 등장인물은 로드리게(T), 시멘(S), 시멘의 몸종인 이네즈(MS), 에르난(T), 베르무도(T), 돈 디에그(Bar), 돈 고메즈(Bar), 왕(B), 돈 후안 다르코스(Don Juan d'Arcos: T), 돈 페드르 드 트륄(Don Pedre de Terruel: T) 등이다. 시기는 11세기이며 무대는 스페인이다.

 

상심하고 있는 시멘을 로드리그가 위로하며 자기를 죽여 달라고 간청한다.

            

[제1막] 돈 디에그의 아들인 로드리게는 돈 고메즈의 딸인 시멘을 사랑하여서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은 고메즈의 저택 밖에서 새벽에 중매인과 함께 만나 서로의 사랑을 다짐한다. 그때 고메즈의 부하들이 축배의 노래를 부르면서 나타난다. 잠시후 디에그의 집에 속한 여인들이 나타나자 고메즈의 부하들이 그들을 희롱한다. 이때 디에그가 나타나 그런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 디에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메즈의 하인들을 구타할 때에 고메즈가 나타나 분노하며 디에그에게 결투를 청한다. 그러나 디에그는 너무 늙어서 결투를 하기에 힘이 부친다. 디에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간다. [제2막] 로드리그와 그의 형제들이 체스 게임을 하고 있다. 그때 거리에서 어떤 늙은 거지가 나타나 형제들에게 구원을 청한다. 로드리그의 형제들은 그 노인을 불쌍하게 생각하여 가까이 오라고 하여 도와주기로 한다. 그런데 거지는 다름아닌 디에그이다. 디에그는 아들들에게 돈 고메즈의 목을 원한다면서 로드리그에게 시멘의 아버지인 고메즈를 죽여서 자기의 명예를 되찾아 달라고 당부한다. 로드리그는 마지못하여 아버지인 디에그의 부탁을 받아 들인다. 로드리그가 고메즈를 찾아가 결투를 청한다. 결투에서 로드리그는 고메즈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 고메즈는 시멘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두면서 자기를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시멘이 사랑하는 로드리그라고 말한다.

 

[제3막] 페르디난드 왕이 무어족과의 전투를 위해 군대를 소집한다. 왕은 호위무사 중에 고메즈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시멘이 왕의 앞에 나와서 아버지인 고메즈가 살해되었다고 말하고 정의를 위해 아버지의 원수인 로드리그를 처벌해 달라고 요청한다. 로드리그의 아버지인 디에그가 왕의 앞에 나와서 아들 로드리그가 고메즈와의 결투에서 그를 죽인 것은 자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로드리그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말한다. 왕은 로드리그를 불러 오도록 한다. 시멘은 몸종인 이네즈에게 자기는 아직도 로드리그를 사랑하지만 그러나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는 그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시멘의 아버지를 죽여서 상심에 빠진 로드리그는 시멘에게 자기가 시멘의 아버지를 죽인 그 칼로 자기를 찔러 죽여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멘은 칼을 들어 로드리그를 찌르지 못한다. 그렇다고 로드리그를 용서할수도 없다. 로드리그는 시멘이 자기를 죽이지 못하자 왕의 병사들에게 대신 죽여 달라고 말한다. 디에그는 그런 로드리그에게 헛되이 죽지 말고 왕을 위해 전쟁에 나가서 무어족들과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로드리그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아버지 돈 디에그의 말에 순종하여 전쟁터로 떠난다. 로드리그는 전쟁에서 전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영화 '엘 시드'의 포스터. 챨톤 헤스턴과 소피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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