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미완성 오페라

살람보(Salammbô)

정준극 2012. 3. 27. 15:00

살람보(Salammbô) - The Libyan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4막 미완성 오페라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살람보'는 프랑스의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가 1862년에 내놓은 소설이다. 카르타고의 여사제인 살람보의 비운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플로베르의 살람보를 타이틀 롤로 하여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에르네스트 라이어(Ernest Reyer: 1823-1909)의 '살람보'는 대표적이다. 당대의 대본가인 카미유 뒤 로클(Camille du Locle)이 플로베르의 소설을 바탕으로 대본을 쓴 것으로 1890년 브뤼셀의 라 모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탈리아의 V. 포르나리(Fornari: 1881), 니콜로 마싸(Niccolo Massa: 1886), 폴란드의 유제니우츠 모마브스키 다브로바(Eugeniusz Morawski-Dabrowa),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마티아스 하우어(Josef Matthias Hauer: 1930), 이탈리아의 알프레도 쿠스키나(Alfredo Cuscina: 1931), 불가리아의 베셀린 스토야노프(Veselin Stoyanov: 1940), 이탈리아의 미래작곡가인 프랑코 카사볼라(Franco Casavola: 1948)도 '살람보'를 작곡했다. 현대 프랑스 작곡가인 필립 페넬롱(Philippe Fenelon)의 '살람보'는 1998년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초연되었다. 그런중에도 무소르그스키가 '살람보'를 오페라로 만들고자 했으나 미완성으로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

 

플로베르의 살람보 표지

 

1862년에 나온 플로베르의 '살람보'는 1863년부터 생페터스부르크의 신문에서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연재되었다. 러시아 국민음악을 주도하는 6인조도 '살람보'를 읽고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무소르그스키는 최근에 알렉산드르 세로프가 '유딧'(Judith)을 완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도 그같은 역사물을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했다. 실로 '살람보'는 '유딧'과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배경에 내용도 유사성이 많았다. 그리하여 무소르그스키는 1863년부터 '살람보'의 작곡에 들어갔다. 무소르그스키의 '살람보'는 4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러시아어 대본은 대부분 무소르그스키 자신이 썼다. 물론 플로베르의 소설을 기본으로 했지만 러시아의 시인들인 바실리 추코부스키, 아폴론 마이코프, 알렉산드르 폴레차예프 등의 시도 가사로 인용하였다. '살람보'는 무소르그스키가 최초로 시도한 오페라였다. 그는 '살람보'의 작곡을 1863년부터 시작하여 1866년까지 진행하였으나 중도에서 흥미를 잃어 포기하였다. 그가 완성한 것은 다음과 같은 여섯 곡이었다. 

 

1막: 발레아릭 섬주민의 노래(발레아릭 섬은 북아프리카와 스페인 사이의 지중해에 있는 소군도이다)

1막: 리바아 전송가

2막 카르타고 타닛 사원의 장면

3막: 몰로크 사원의 장면

4막: 아크로폴리스의 지하감옥 장면

4막: 여사제들의 합창

 

이상 여섯 곡 중에서 '리비아 전송가'와 '아크로폴리스 지하감옥의 독백'은 오케스트라 파트까지 완성했다. 리비아 용병대장인 마토(Mato: Matho)가 지하감옥에서 독백하는 내용은 알렉산드르 폴레차예프의 '이로쿠아 포로의 노래'(Song of the Captive Iroquois)를 인용한 것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살람보' 오케스트레이션은 그 시대로서 상당히 앞 선것이었다. 현대적 아이디어를 구사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타닛의 찬가'(Hymn to Tanit)이다. 다양한 타악기를 사용하였으며 피아노, 하프, 글로케슈필 등을 추가로 혼합하였다. 이같은 시도는 50년 후에야 다른 사람들이 응용하기 시작한 기법이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발레아릭 섬사람(Bar), 살람보(하밀카르의 딸, 타닛 사원의 여사제장: MS), 마토(리비아 용병대장: B), 스펜디(스펜디우스: 해방된 노예, 용병 지도자: T), 고승 샤하바림(Schahabarim: Bar), 아미나카르(B), 5두정치가들, 기타 리비아 용병들, 전사들, 타닛의 여사제들, 몰로크의 사제들, 여인들과 어린이들, 노인들, 카그타고의 시민들이 등장한다. 1막에 나오는 '리비아 전송가'는 1877년에 작곡된 러시아의 합창곡 Iisus Navin이 기본이 되었다. 여호수아(Joshua)로 더 잘 알려진 곡이다. 이 합창곡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일토 솔로와 여성 합창인 '가나안 여인들이 눈물을 흘리다'는 블라디미르 스타소브와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유태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하여 작곡한 곡이지만 무소르그스키의 '살람보'에서 마토의 독백인 I Shall Die Alone(나 혼자 죽으리)를 참고로 한 것이다. 4막 2장에 나오는 '여사제들의 합창'은 1884년에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였으며 오늘날 별도의 콘서트 레퍼토리로서 연주되고 있다. '살람보'의 전체를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편곡한 사람은 졸탄 페스코(Zoltan Pesko)이다. 그는 파리음악원의 도서관에서 무소르그스키가 오케스트라 파트로 만든 일부 악보를 발견하고 그것을 참고로 하여 나머지 파트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마무리했다.

 

1925년의 살람보 공연장면. 마토와 살람보.

 

제1차 퓨닉전쟁(Punic War: 기원전 3세기에 있었던 카르타고와 로마의 전쟁)에서 패배한 카르타고는 용병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용병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간다. 용병 대장인 마토는 카르타고 장군인 하밀카프 바르카(Hamilcar Barca)의 딸이며 타닛 신전의 여사제인 살람보에 대하여 집요한 욕망을 갖고 있다. 마토는 자유를 얻은 노예인 스펜디우스의 계략으로 카르타고의 성스로운 베일인 자임프(Zaimph)를 손에 넣는다. 자임프는 타닛 여신의 모습을 각종 보석으로 수놓은 베일이다. 자임프는 카르타고를 수호하는 베일이며 누구든지 마음대로 만지면 죽음을 가져 온다고 한다. 마토가 자임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살람보는 마토의 병영에 숨어 들어가 성스러운 베일을 되찾으려고 한다. 마토는 살람보가 그렇게 하기를 노리고 있다. 이상이 기둥 줄거리이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온 것을 축하하는 잔치가 한창이다. 용병들은 재미 삼아서 리비아군의 사령관인 하밀카르가 부재 중인 것을 기화로 그의 정원을 파괴한다. 용병들은 폭도가 되어 있다. 하밀카르의 딸인 살람보가 폭도들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한다. 용병 대장인 마토가 살람보를 사랑한다. 스펜디우스가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된다. 스펜디우스는 마토에게 용병들을 위해 카르타고를 접수하라고 설득한다. 급료를 받지 못한 용병들은 불만을 머금은 채 카르타고를 떠나 시카(Sicca)로 향한다. 나중에 한노(Hanno)가 등장하여 용병들에게 보상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기다릴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차르사스(Zarxas)가 나타나서 뒤에 남아 있던 300 명의 용병들을 반역자로 낙인 찍어 모두 학살했다고 전한다. 장면은 바뀌어 살람보가 신에게 기도하며 샤하바림(Schahaberim)의 지시를 받는다. 한편, 용병들은 드디어 카르타고를 포위하고 공격코자 한다. 마토와 스펜디우스가 비밀통로를 통하여 성안으로 잠입한다. 마토와 스펜디우스는 신성한 자임프를 훔친다. 마토가 잠시라도 살람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살람보의 침실에 숨어들 때 그만 잡히고 만다. 살람보는 마토에 대하여 복잡한 심정을 갖는다.

 

부시에르 갸스통이 그린 살람보

 

용병들은 카르타고를 떠나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우티카(Utica)를 공격하고 다른 한 그룹은 히포 자리투스(Hippo Zarytus)를 공격한다. 한노는 우티카에서 스펜디우스를 보고 놀란다. 마토는 살람보의 부하들에게 잡혔다가 도망쳐 나온다. 우티카에 도착한 마토는 병사들을 재정비한다. 하밀카르 장군이 우티카에서 멀지 않은 마카르에서 스펜디우스의 용병들을 격퇴한다. 하지만 곧이어 다른 용병들에게 포위당한다. 샤하바림은 살람보를 변장시켜서 마토에게 빼앗긴 자임프를 찾아오라고 보낸다. 살람보가 마토의 진지에 도착한다. 살람보와 마토는 서로 영혼이 나타난 줄로 알고 신의 뜻으로 여겨 사랑을 나눈다. 하밀카르의 군대가 용병들을 물리친다. 살람보는 자임프를 무사히 훔친후 되돌아 온다. 살람보가 아버지 하밀카르와 약혼자인 나르하바스(Narr'Havas)를 만난다. 나르하바스는 용병이었으나 하밀카르의 편으로 돌아선 사람이다. 피난을 갔던 카르타고의 시민들이 성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스펜디우스가 성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막는다.

 

카르타고의 어린이들이 용병들이 섬기는 몰로흐 신에게 바쳐진다. 하밀카르는 어떤 노예의 아이를 자기 아들인 한니발로 가장시켜 대신 제물이 되도록 한다. 한발이 끝나고 원조가 들어온다. 하밀카르가 용병들을 멀리 물리친다. 용병들은 좁은 협곡에 포위되어 서서히 굶어 죽는다. 한노와 스펜디우스가 사로 잡혀서 십자가형을 받는다. 카르타고에서는 승리의 축하소리가 높이 울린다. 사로잡힌 마토는 지하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처형되기만을 기다린다. 이 모습을 본 살람보가 충격으로 숨을 거둔다. 자임프를 만지는 사람은 누구던지 죽는다는 얘기가 사실이 된다.

 

살람보의 다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