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미완성 오페라

결혼(Zhenit'ba)

정준극 2012. 3. 28. 15:32

결혼(Zhenit'ba) - The Marriage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미완성 오페라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결혼'(Zhenit'ba)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1839-1881)가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오페라이다. 대본은 니콜라이 고골의 코미디인 '체니트바'(결혼)를 바탕으로 무소르그스키 자신이 썼다. 고골이 1842년에 내놓은 '체니트바'는 구혼과 소심한 태도에 대한 풍자극이다. 네 명의 남자로부터 구혼을 받은 젊은아가씨 아가퍄(Agafya)는 그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포드콜료신이라는 남자를 선택하지만 그가 워낙 결단력이 없어서 결혼하겠다고 하다가 도망간다는 내용이다. 무소르그스키가 고골의 '체니트바'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은 순전히 선배 작곡가인 알렉산더 다르고미츠스키(Alexander Dargomyzhsky: 1813-1879)의 권고 때문이다. 당시 마르고미츠스키는 푸쉬킨의 비극인 '석상 손님'(The Stone Guest)을 바탕으로 첫 실험적 오페라를 작곡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은 자기가 '체니트바'를 오페라로 만들고 싶었지만 후배인 무소르그스키에게 한번 작곡해 보라고 권고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무소르그스키는 '체니트바'의 1막을 1868년에 완성했다. 하지만 보컬 스코어뿐이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훗날 여러명의 작곡가들이 1막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거나 보컬 스코어를 수정했고 2막과 3막을 추가하여 수정하기도 했다.


 '결혼'의 장면을 그린 그림

                

1868년에 무소르그스키가 완성한 1막만을 가지고 그해에 세자르 쿠이의 집에서 나데츠다 프로골드의 피아노 반주로 연주회가 열렸다. 무소르그스키 자신이 주인공인 표드콜료신(Podkolyosin)을 맡아 노래했고 선배인 다르고미츠스키는 표드콜료신의 친구인 코치카료프(Kochkaryov)를 맡았으며 알렉산드라 푸르골드가 중매장이인 표클라 이바노브나(Fyokla Ivanovna)를, 콘스탄틴 벨랴미노프(Konstantin Velyaminov)가 표드콜료신의 하인인 스테판(Stepan)을 맡았다. 실제로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1막에는 이상의 네 사람만 등장한다. 그후 '체니트바'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거의 40년 후인 1906년에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집에서 나데츠다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피아노를, 지기즈문트 블루멘펠트(Sigizmund Blumenfeld)가 표드콜료신을, A.P. 산둘렌코(Sandulenko)가 코치카료프를, 소냐 림스카야 코르사코프바가 표클라 이바노브나를, 구리 스트라빈스키(Gury Stravinsky)가 스테판의 역할을 맡아 연주회를 가진 일이 있다. 그리고 2년 후인 1908년에는 비로소 생페터스부르크의 어느 극장에서 피아노 반주로 일반공연이 있었다. 피아노의 나데츠다 푸르골드는 나중에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부인이 된 사람이다. 지기즈문트 블루멘펠트는 유명한 지휘자인 펠릭스 블루멘펠트의 동생이다. 중매장이 표클라 이바노브나를 노래했던 소냐 림스카야 코르사코바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딸이며 구리 스트라빈스키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위대한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동생이다.

 

                          

1917년에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대폭 수정하여 페트로그라드(현재의 생페터스부르크)에서 무대에 올렸다. 이것을 림스키 코르사코프 버전이라고 부른다. 러시아의 지휘자인 알렉산드르 가우크(Aleksandr Gauk)는 역시 1917년에 별도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외진 다르쿠르(Eugene d'Harcourt)는 1930년에 별도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했다. 프랑스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안투안 뒤아멜(Antoine Duhamel: 1925-)는 1954년에 별도의 버전을 만들었다. 러시아의 작곡가인 미하일 이폴리토브 이바노프(Mikhail Ippolitov-Ivanov)는 2막에서 4막까지 3개의 막을 추가하고 오케스트라 파트도 모두 완성했다. 이폴리토브 이바노프 버전은 1931년 모스크바 방송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러시아의 알렉사더 체레프닌(Alexander Tcherenpnin: 1899-1977)은 완전히 다른 버전을 완성했다. 대본은 독일어와 러시아어로 만들었으며 제목은 Die Hochzeit(결혼)라고 붙였다. 이 오페라는 1937년 9월에 에센에서 초연되었다. 체레프닌은 '결혼'을 2장으로 구성했다. 제1장의 음악은 무소르그스키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제2장의 음악만을 체레프닌이 완성했다. 하지만 모든 오케스트라 파트는 체레프닌이 마련했다. 러시아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게나디 로츠데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 1931-)는 1982년에 무소르그스키의 오리지널 스코어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별도로 완성했다. 러시아의 작곡가인 브야체슬라브 나고비친(Vyacheslav Nagovitsyn)은 1991년에 무소르그스키의 제1막에 대한 오케스트라 파트를 별도로 완성했다. 이것은 그해 8월에 에딘버라에서 초연되었으며 2005년에는 런던 초연을 가졌다. 마리인스키의 솔리스트들이 출연했다. 이처럼 무소르그스키의 '체니트바'는 인기가 많았다.

 

중매장이와 아가퍄

         

게으른 총각인 포드콜료신은 결혼을 하면 마누라가 어쨋든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신부감을 찾기로 한다. 포드콜료신의 현재 생활은 엉망이다. 보잘것 없는 하인 스테판이 있어서 무슨 일을 시키던지 언제나 충성이지만 그것이 모두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중매장이인 표클라 이바노바가 포드콜료신을 위해 신부감을 하나 찾았다고 하면서 찾아온다. 포드콜료신은 우선 궁금한 것이 지참금이다. 포드콜료신은 중매장이에게 지참금을 얼마나 가지고 올지부터 의논하자고 말한다. 포드콜료신은 신부감이 적어도 미천한 집안의 출신이 아니기를 바란다. 중매장이는 포드콜료신의 그런 보잘것 없는 모습과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입장에서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충고한다. 그때 마침 포드콜료신의 친구인 코치카료프가 찾아온다. 코치카료프는 중매장이를 보자마자 화부터 낸다. 중매를 잘못 하는 바람에 골치꺼리 마누라를 얻어서 고생을 하고 있다며 불평이 대단하다. 코치카료프는 중매장이를 쫓아버리고 친구인 포드콜료신을 위해 자기가 직접 중매에 나서겠다고 자청한다.

 

코치카료프는 포드콜료신에게 이상적인 결혼이라는 것은 이래야 한다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우선 새장의 새가 노래를 부르고 있고 자수를 놓은 천들이 걸려 있는 방에 편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라고 한다. 조용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옆에는 동글동글하고 예쁘게 생긴 여인이 언제라도 지시만 내리면 시중을 들 태도로 대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한다. 그 여인이 바로 그대의 마누라인데 작고 예쁜 손으로 그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겨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걱정하지 말고 결혼을 작정하라고 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콜료신은 친구의 말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코치카료프가 당장 내일이라도 그가 소개하는 아가씨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그래도 포드콜료신은 선뜻 내키지 않아 한다. 그러자 코치카료프는 포드콜료신에게 '그대는 바보천치인데다가 소심한 겁장이다. 아니, 그보다도 더 하다. 그대는 무기력한 사내이며 멍텅구리이다'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포드콜료신은 아무리 친구이지만 그의 말이 듣기 싫어서 삽을 들고 코치카료프를 방에서 내쫓아 버린다. 여기까지가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체니트바'의 제1막이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서 붙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고골의 원작에는 충실하였다.

 

 누구를 신랑으로 삼아야 할지 걱정인 아가퍄

그러면 고골의 원작 내용은 어떠한지 줄거리만을 살펴보자. 공무원인 이반 쿠즈미치 포드콜료신(Ivan Kuzmich Podkolyosin)은 방에 혼자 앉아 파이프를 피어 물고는 결혼이란 것에 대하여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는 중매장이 표클라 이바노브나에게 중매를 부탁했다. 중매장이를 이용하는 것은 당시 러시아의 관습이었다. 실제로 포드콜료신은 오래전부터 신부감을 찾아 왔었다. 그가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이유는 마땅한 처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의 미적지근하고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중매장이는 참한 젊은 아가씨를 구했다. 아가퍄 티코노브나(Agafya Tokhonovna)라는 아가씨이다. 포드콜료신의 친구인 코치카료프가 느닷없이 찾아온다. 코치카료프는 포드콜료신의 집에 중매장이인 표클라 이바노브나가 있는 것을 보고 포드콜료신가 드디어 신부감을 찾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중대한 사항을 포드콜료신이 친구인 코치카료프에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미적지근한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그런데 코치카료프는 표클라를 보자마자 화부터 낸다. 왜냐하면 포클라의 중매로 결혼을 했지만 도무지 행복한 결혼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치카료프는 표클라를 교묘하게 다루어서 표클라가 중매코자 하는 아가씨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 사는지를 알아낸다. 아가씨의 이름은 아가퍄라고 했다. 이에 코치카료프는 자기가 포드콜료신의 중매를 직접 추진할 것이니 표클라는 더 이상 중매에 끼어들지 말라고 선언하며 표클라를 쫓아낸다.

 

아가퍄와 코치카료프

 

다음 장면은 아가퍄가 숙모인 아리나와 앞으로의 결혼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두 여인은 표클라가 중매를 서고 있으니 금명간에 무슨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 마침 중매장이 표클라가 찾아온다. 표클라는 두 여자에게 얼마 있으면 몇 명의 구혼자들이 집에 찾아올 것이니 그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면 될 것이니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말한다. 짐작컨대 표클라는 포드콜료신과 코치카료프에게 당한 모욕을 갚아 주려고 온 동리를 돌아다니며 아가퍄의 신랑후보자들을 모집했던 것 같다. 표클라로서는 중매료를 받아야 하는데 코치카료프가 필요없다고 하니 어디서든지 중매료를 받아내야 했다. 포드콜료신과 코치카료프가 아가퍄의 집을 찾아온다. 청혼하기 위해서이다. 두 사람보다 먼저 세사람의 구혼자가 도착한다. 첫번째 사람은 야이치니차(Yaichnitsa)라는 사람이다. 글자 그대로 한다면 '프라이드 에그' 또는 '오믈렛'이다. 야이치니차는 아가퍄가 가져올 지참금에 대하여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마치 지참금과 결혼하려는 듯하다. 야이치니차는 중매장이인 표클라가 아가퍄에게 지참금 얘기를 분명히 했는지를 몰라서 걱정이다. 두번째 남자는 아누치킨(Anuchkin)이라는 사람이다. 아누치킨은 아가퍄와 함께 있는 야이치니차를 아가퍄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야이치니차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세번째 남자는 체바킨(Zhevakin)이라는 사람이다. 퇴역한 해군 중위이다. 그는 자기의 함대가 시실리에 있을 때 일어났던 일 들에 대하여 자세히 얘기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실리에는 모르긴해도 러시아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을 것이므로 그의 얘기는 모두 믿기가 어렵다.  

 

그럴 때에 포드콜료신과 코치카료프가 찾아온다. 모두 한자리에 앉아서 잡담을 나누지만 속으로는 아가퍄와의 결혼생각 뿐이다. 성미가 급한 야이치니차는 아가퍄에게 당장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다. 아가퍄는 방에서 내려오다가 그말을 듣고 별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또는 귀찮아서인지 그냥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아가퍄가 내려오지 않자 구혼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한다. 코치카료프가 다른 구혼자들에게 실은 아가퍄가 정말로 못 생겼다고 말해 준다. 포드콜료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말에 은근히 겁을 집어 먹는다. 잠시후 코치카료프는 몰래 아가퍄의 방으로 가서 아가퍄에게 네 사람의 구혼자 중에서 포드콜료신을 선택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설득한다. 사실 아가퍄는 누구를 좋아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네 명의 구혼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를 못하고 모두 아가퍄의 방으로 몰려가 어서 결정을 내려 달라고 말한다. 아가퍄와 코치카료프는 다른 남자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다만 포드콜료신만 남으라고 한다. 결국 아가퍄와 포드콜료신은 코치카료프의 강력한 설득에 의해 약혼을 한다. 사실 포드콜료신이 직접 청혼하지 않고 코치카료프가 대신했다. 포드콜료신는 예의 미적지근한 성품을 발휘하여 한달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코치카료프는 한걸음 더 앞서 나가서 두 사람이 당장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햐하면 이미 축하객들을 교회로 오라고 했으며 음식도 주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가퍄가 웨딩 드레스를 준비하고 포드콜료신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자 한다. 포드콜료신은 결혼이라는 것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신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전매특허인 결단성이 없는 성격을 발휘해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면서 창문을 통해 도망간다. 아가퍄는 신랑 포드콜료신이 갑자기 사라지자 의아해 한다. 모두 신랑 포드콜료신을 찾아 나선다. 창문을 통해 도망간 포드콜료신은 택시를 집어타고 집에 가서 있었다. 결혼은 없던 것이 된다. 중매장이 표클라가 코이카료프의 엉터리 중매실력을 비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키에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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