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

정준극 2012. 3. 29. 23:18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

Operas based on films

 

오페라를 영화로 만든 경우는 허다하다. 오페라영화의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제작자-감독도 있다. 프랑코 체피렐리(Franco Zefirelli)는 대표적이다. '라 트라비아타' 등 수많은 오페라를 영화로 제작하였다. 오페라로 만들어진 유명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더 허다하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잔다크(조반나 다르코), 맥베스, 오텔로, 돈키호테, 전쟁과 평화, 부활 등등. 그런데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것을 나중에 오페라로 만든 경우도 있다. 별로 많지는 않지만 우선 소개한다.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에서 알렉 역의 트레버 하워드와 로라 역의 첼리아 존슨.  이 영화를 바탕으로 안드레 프레빈이 '밀화'(Brief Encounter)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 Brief Encounter(밀회)

영국의 지휘자 겸 작곡가인 안드레 프레빈(André Previn: 1929-)이 작곡한 2막의 오페라이다. 1945년도 데이빗 린(David Lean)의 영화 '밀회'(Brief Encounter)를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오페라의 영어 대본은 존 케어드(John Caird)가 썼다. 영화와 오페라는 노엘 카워드(Noel Coward)의 희곡 Still Life 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오페라 '밀회'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안드레 프레빈에게 작곡을 의뢰한 것이다. 2009년 5월 1일 휴스턴의 워덤 극장 센터(Wortham Theater Center)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는 미국의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훠탈(Elizabeth Furtal: 1963-)이 로라 제슨을, 미국의 바리톤 네이단 건(Nathan Gunn: 1970-)이 알렉 하베이를 맡았다. 공연실황은 DDG가 음반으로 내놓았다.

 

로라(엘리자베스 훠탈)와 알렉(네이단 건). 2009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밀포드(Milford) 환승역의 대합실이다. 어느 봄날이다. 가정 주부인 로라 제슨(Laura Jesson)은 런던에서 쇼핑을 한 후 집에 돌아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라는 갑자기 눈에 무슨 이물질이 들어가서 고통스러워 한다. 마침 대합실에 있던 알렉 하베이(Alec Harvey)가 그 모습을 보고서 다가와서 로라의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꺼내주고 간단히 치료를 해 준다. 알렉은 의사로서 결혼하여 가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하여 두 사람은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다. 몇달후 어느 여름날이다. 알렉은 우연히 길에서 로라를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은 반가워하며 마침 점심 시간이므로 어디가서 점심이라도 들자고 한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 구경을 간다. 그로부터 또 두어달이 지난다. 로라와 알렉은 서로의 마음 속에 사랑하는 감정이 생긴 것을 보고 당황한다. 두 사람은 감정에 솔직해 지자고 하면서 서로 연락하여 만난다. 알렉은 로라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의 아파트까지 빌려 놓았다. 로라와 알렉은 서로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사랑을 불태운다. 그로부터 또 두어달이 지난다. 12월이 된다. 두 사람은 모두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죄책감을 가진다. 그리고는 마침내 만나지 않기로 합의한다. 세월을 흘러서 어느덧 다음 해의 봄이 된다. 알렉은 외국에 가서 일을 하기 위해 런던을 떠나야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로라가 마지막으로 알렉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다. 로라는 알렉과 애틋하고 열정적인 작별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수다장이인 로라의 친구가 나타나서 훼방을 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마치 별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처럼 간단히 악수만 하고 헤어진다.

 

 

로라의 남편은 로라의 밀회를 알면서도 모른체 한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라는 결국 그런 남편에게 다시 돌아온다. 로라 역은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훠탈

  

● The Fly(플라이)

캐나다 토론토 출신인 하워드 쇼어(Howard Shore: 1946-)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대체로 1986년도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의 영화 The Fly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중국계 미국의 작가인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 黃哲倫: 1957-)이 영어 대본을 썼다. The Fly는 파리에서 태어난 영국의 작가인 조지 랑겔란(George Langelaan: 1908-1972)의 동명 소설을 기본으로 하였다. 오페라를 작곡한 하워드 쇼어는 이 영화의 음악도 작곡했다. 이 오페라는 파리의 테아트르 뒤 샤틀레(Théâtre du Châtelet)가 작곡을 의뢰한 것으로 초연된 것은 2008년 7월 2일이었다. 영화를 감독했던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무대감독을 맡았고 로스안젤레스 오페라의 예술감독인 플라치도 도밍고가 지휘와 공동제작을 맡았다. 한달 후인 8월 2일에는 '프랑스 무지크'라는 방송국이 라디오 방송했다. 미국 초연은 9월 7일 로스안젤레스 오페라에서였다.

 

파리 테아트르 뒤 샤틀레에서의 공연. 루마니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룩산드라 도노세가 베로니카의 역할을 맡았다.

 

과상하면서도 뛰어난 과학자인 세스 브런들(Seth Brundle)은 기자인 베로니카 퀘이프(Veronica Quaife)를 파티에서 만나 현재 추진중인 연구를 보여주겠다고 하며 자기의 집 연구실로 데려온다.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에 대한 연구가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두개의 텔레모드(Telepod)를 설치하여 어떤 물질이든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시킬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베로니카는 기자로서 세상을 바꿀수도 있는 이 기술을 특종기사로서 쓰겠다고 약속한다. 두 사람은 로맨틱한 섹스를 시작한다. 세스는 생물은 실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분(비비)을 변환시키기로 한다.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어느날 밤, 세스는 베로니카를 만나 즐기려고 했으나 베로니카가 갑자기 다른 일로 바뻐서 만나지 못하게 되자 속이 상해서 술을 마신후 이번에는 자기 자신이 텔레포테이션에 들어가서 실험을 하기로 한다. 세스가 들어간 텔레포드에 단순한 집파리 한마리가 우연히 들어간다. 잠시후 세스는 분자가 완전히 분해된후 다시 조합되어 다른 텔레포드를 통해서 무사히 나온다. 베로니카가 일을 끝내고 찾아온다. 세스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잠시후부터는 폭력적이 된다. 세스는 그제서야 자기 몸 안에 다른 생물의 분자가 들어간 것을 인식한다. 콤퓨터 기록을 조사해 보았더니 파리의 분자가 세스의 분자와 결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세스가 텔레포드에 들어가서 정화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고 있다.

 

그로부터 세스는 몇 주간에 걸쳐서 자기 몸에 들어 있는 파리의 요소를 없애고자 노력한다. 그러는 중에 세스는 신체의 일부를 잃기도 한다. 그러면서 결국은 차츰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는 자기가 인간도 아니고 곤충도 아닌 새로운 품종으로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그러한 존재를 브러들플라이(Brundlefly)이라고 부른다. 세스는 점점 더 파리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 심지어는 벽을 기어 오르고 천정에 붙어 있을 수도 있게 된다. 세스는 인간의 이성과 열정을 잃고 곤충의 본능으로 돌아가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크게 당황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베로니카가 임신했다는 것이다. 세스는 뱃 속에 있는 아이가 자기가 파리의 분자와 결합되기 전에 생긴 것인지 또는 그런 후에 생긴 것인지 알수 없어서 고민을 한다. 베로니카는 아기를 지우려고 한다. 그러자 세스는 혹시 그 아이가 자기의 인간 분자를 온전하게 가지고 있는 유일한 분신일수도 있다면서 임신중절을 적극 반대한다. 그렇지만 베로니카는 혹시 돌연변이가 태어날 것 같아서 출산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세스는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한다. 텔레포드를 또 하나 더 설치하여 자기 자신과 베로니카와 뱃 속의 아이를 하나로 융합하여 모두의 분자가 하나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베로니카가 그같은 계획을 극력 반대한다. 이미 텔레포드에 들어간 세스는 더 괴상한 모습으로 변한다. 세스는 베로니카에게 자기를 죽여 달라고 애걸한다. 베로니카가 세스에게 총을 발사한다.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한 세스 브런들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베로니카에게 자기를 죽여 달라고 간청한다.

 

● Lost Highway(로스트 하이웨이)

오스트리아 그라츠 출신의 여류 작곡가 올가 노이비르트(Olga Neuwirth: 1968-)가 1977년도 같은 제목의 미국의 공포영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대본은 오스트리아의 슈티리아 출신으로 2004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eide Jelinek: 1946-)가 맡았다. 오페라 '로스트 하이웨이'는 2003년 그라츠에서 열린 슈타이어 신예술 가을 페스티발(Steiischer Herbst Festival der Neuer Kunst)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의 연주는 전자음악음향연구소(IEM)가 맡았으며 IEM은 퓨어 데이타(Pure Data)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라이브 전자음악을 만들어냈다. 미국 초연은 2007년 뉴욕의 밀러극장과 오하이오 오벌린의 핀니 채플(Finney Chapel)에서였다. 오벌린음악원(Oberlin Conservatory of Music) 학생들이 출연하였다. 영국 초연은 2008년 런던의 영빅(Young Vic)에서 ENO(English National Opera)가 맡았다.

 

로스트 하이웨이 무대

 

프레드 매디슨(Fred Madison)은 부유한 색소폰주자이다. 어느날 밤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프레드의 친구인 에디가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프레드에게 무슨 말을 남겼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사람은 그 말만 전하고 사라진다. 프레드는 에디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간다. 프레드가 그의 집에가서 인터콤을 누르고 마이크에 대고 '디크 로렌은 죽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메시지이다. 형사인 앨과 에드가 나타나 문 앞에 서 있는 프레드를 발견한다. 프레드는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여서 두려운 마음에 급히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난다. 두 형사가 뒤를 바짝 따라온다. 주위는 점점 컴컴해 진다. 프레드는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는다. 프레드는 어두운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로스트 하이웨에(영화)의 한 장면

 

● Seance on a Wet Afternoon(비오는 오후의 음모)

이 오페라는 미국의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인 스테픈 슈봐르츠(Stephen Schwartz: 1948-)가 1964년도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대본도 작곡자 자신이 썼다. 스테픈 슈봐르츠는 '위키드' '이집트 왕자'등 여러 편의 뮤지컬 음악을 작곡했다. '비오는 오후의 음모'의 원작은 마크 맥셰인(Mark McShane: 1829-?)이다. 심령술사가 자기 남편을 시켜서 어떤 아이를 납치하고 경찰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며 그러는 중에 몸값을 가로 챈다는 내용이다.

  

'비오는 오후의 세안스'

 

마이라 새비지(Myra Savage)는 자칭 심령술사로서 자기 울적하고 따분한 집에서 세앙스(강령회)를 열고 있다. 남편인 빌(Bill)은 천식이 심해서 풀 타임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 와이프의 세앙스를 도와주고 있다. 빌은 마이라의 부추김을 받아 어떤 부자 부부의 어린 딸을 납치한다. 마이라는 납치한 여자 아이를 자기 집에 가두고 자기는 간호사 차림을 해서 여자 아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줄로 알게 한다. 경찰이 납치 당한 여자 아이를 찾기 위해 온갖 힘을 다 기울이고 있다. 마이라는 경찰의 일을 신통력으로 도와주어 여자 아이를 찾도록 한다. 그런후에 여자 아이에게 걸려 있는 몸값을 차지하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마이라의 계획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이라의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재발되었기 때문이다.

 

● A Wedding(결혼)

미국의 윌렴 볼콤(William Bolcom: 1938-)이 작곡한 코믹 오페라이다. 1978년도 라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대본은 작곡가 자신과 아놀드 웨인스테인(Arnold Weinstein)이 썼다. 이 오페라는 시카고의 리릭 오페라가 의뢰한 것으로 2004녀 12월 11일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작곡자인 볼콤이 무대감독을 맡은 초연이었다. 영화에는 48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오페라에서는 19명으로 줄였다. 영화에는 캐롤 버네트, 릴리안 기슈, 제란딘 챠플린, 비토리오 가스만, 미아 화로우, 로렌 허튼, 그레이그 리챠드 넬슨, 팸 도버, 데지 아네스, 데니스 크리스토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미국 남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집안과 조직범죄로 부자가 된 집안과의 호화결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웨딩'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