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정준극 2012. 4. 15. 06:37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다섯번에 걸친 수정, 1907년의 제5버전이 스탠다드 버전

오리지널 버전과 스탠다드 버전의 스토리는 차이가 있다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은  푸치니가 초연 이래 다섯 번이나 음악과 대본을 수정하여 겨우 완성한 작품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것은 다섯 번째 수정본인 파이널 버전이다. '나비부인'은 1904년 2월에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을 가졌으나 대실패로 끝났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출연자들이 충분히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실수만 연발하다가 막을 내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푸치니는 당장 두번째 공연을 취소하고 음악과 대본을 고쳐서 다시 내놓기로 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원래 2막이었던 것을 3막으로 재편성한 것이었다. 그것을 그해  5월에 브레스키아에서 다시 무대에 올렸다. 이번에는 말이 필요없는 대성공이었다. 푸치니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초연이 있은지 3년 후인 1907년에 파이널 버전을 완성했다. 파이널 버전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그것이 스탠다드 버전이다.

 

'나비부인'의 대본은 푸치니와 콤비인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지아코사가 맡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미국의 존 루터 롱이 쓴 '마담 버터플라이'(1898)라는 소설에 바탕으로 둔 것이다. 존 루터 롱의 소설을 데이빗 벨라스코가 연극대본으로 만들었고 영국에 갔다가 '나비부인'의 연극을 본 푸치니는 대단히 감동하여서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푸치니는 프랑스의 소설가인 피에르 로티가 쓴 '국화부인'(Madame Chrysantheme: 1887)도 참고하였다. '나비부인'의 스토리는 1890년대 초에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나비부인'과 핀커튼의 결혼식 장면

                              

푸치니가 처음에 완성하여 1904년 2월 17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한 2막의 '나비부인'을 오리지널 버전이라고 부른다. 초연의 출연진은 당시 인기제일의 소프라노인 로지나 스토르키오(Rosina Storchio), 테너 조반니 체나텔로(Giovanni Zenatello), 바리톤 주세페 데 루카(Giuseppe de Luca)등 쟁쟁한 면면이었다. 하지만 초연은 푸치니가 음악을 늦게 완성하는 바람에 연습부족이어서 실패였다. 푸치니는 더 이상의 공연을 하지 않고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제2막을 둘로 나누어 전체를 3막으로 만들고 다른 부분도 수정하였다. 수정본은 같은 해 5월 28일 밀라노에서 멀지 않은 브레스키아에서 무대에 올렸다. 초초상 역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디바 솔로미야 크루셸리츠카(Solomiya Krushelnytska: 1872-1952)가 맡았다. 핀커튼 역은 밀라노의 초연 때와 같은 테너였으나 샤플레스는 주세페 데 루카 대신에 비리질리오 벨라티(Virgilio Bellati)가 맡았다. 브레스키아의 제2버전의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저멀리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브레스키아 버전을 재빨리 입수하여 그해 7월 2일 유럽의 다른 어느 곳보다도 먼저 '나비부인'을 소개하였다.

 

런던 초연은 이듬해인 1905년 7월 10일 코벤트 가든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였다. 그리고 미국 초연은 또 다시 1년 후인 1906년 10월 15일 워싱턴의 콜럼비아극장에서였다. 이어 뉴욕 초연은 그해 11월 12일 가든극장에서였다. 뉴욕 공연은 헨리 새비지(Henry Savage)라는 사람이 단장으로 있는 뉴잉글리쉬오페라단에 의한 것이었다. 뉴잉글랜드가 아니라 뉴잉글리쉬라고 한 것은 이 오페라단이 영어 대본으로 된 오페라만을 공연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나비부인'의 뉴욕 초연도 대본을 영어로 번역하여 무대에 올려졌다. 한편, 푸치니는 1906년에 세번째 버전을 썼다. 그것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되었다. 1년후인 1907년에 푸치니는 또 다시 음악을 수정하였다. 오케스트라 파트와 성악 스코어의 여러 부분을 수정한 것이다. 이것이 네번째 버전이다. 네번째 버전은 파리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07년 후반에 푸치니는 다섯번째 버전을 마련했다. 이것이 오늘날 전세계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스탠다드 버전이다. 그러나 1904년도 브레스키아 버전도 간혹 공연되고 있다. 아무튼 오늘날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세계의 톱 10 베스트 오페라에 들어가 있다. 몇년 전에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북미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가 바로 '나비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인 오페라 정보망인 영국의 오페라베이스에 의하면 '나비부인'은 1995/96 시즌으로부터 2009/10 시즌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톱 10 중에서 8위를 차지하였다.

 

라 스칼라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전설적인 소프라노 로지나 스토르키오

                  

브레스키아의 두번째 버전의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솔로미야 크루셸니츠카는 우크라이나의 국보적인 존재로서 당시 이탈리아에 와서 활동하고 있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르비브(Lviv: Lwow)에는 솔로미야 크루셰니츠카를 기념하는 오페라극장이 있으며 시내 중심가에는 그의 기념상이 서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솔로미야 크루셸니츠카에 대한 우표도 발행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세계의 소프라노 편에 별도로 수록되어 있으므로 참조하기 바랍니다.]1915년부터 1920년 기간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프라노인 타마키 미우라가 초초상을 맡아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를 기념하여 '나비부인'의 무대가 된 나가사키의 글로우버 가든(Glover Garden)에 타마키 미우라의 동상이 세워졌다. 글로우버 가든에는 푸치니의 동상도 있다. [타마키 미우라에 대한 사항은 세계의 소프라노 편에 별도로 소개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랍니다.] 

 

브레스키아 초연에서 초초상을 맡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소프라노 솔로미야 크루셸니츠카

 

역사상 버터플라이를 가장 많이 맡았던 소프라노는 리치아 알베네세(Licia Albanese)였다.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1940년부터 1966년까지 초초상을 전문으로 맡았다. 그같은 기록을 깬 성악가는 아직 없다.

 

소프라노 리치아 알바네세

                           

오리지널 버전에 의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제1막] 시기는 1904년이다. 미해군 장교인 핀커튼은 나가사키에서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집을 한채 빌렸다. 일본에 주둔하는 동안 지낼 집으로 마련했지만 실은 버터플라이라고 불리는 어떤 여자와 결혼하여 살 집이다. 그 여자의 진짜 이름은 초초상이며 나이는 15세이다. 핀커튼은 잠시 초초상과 동거하다가 미국에서 적당한 신부감이 생기면 초초상와 이혼할 은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일본법에서는 이혼이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핀커튼이 마련한 바로 그 집에서 갖기로 했다. 버터플라이는 미국인과 결혼하게 되어 마음이 몹씨 들떠있다. 버터플라이는 이미 종교도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버터플라이의 삼촌으로 스님인 본조는 조카 버터플라이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알고 결혼식이 열리는 집을 찾아 와서 버터플라이를 저주하고 모여 있는 하객들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하객들은 본조가 두려워서 버터플라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면서 떠난다. 핀커튼과 버터플라이는 어쨋든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 두 사람은 행복에 겨워 듀엣을 부른다.

 

결혼식 무대

                          

[제2막] 그로부터 3년이 지난다. 버터플라이는 핀커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핀커튼은 결혼식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녀인 스즈키는 버터플라이에게 핀커튼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히 설득하지만 버터플라이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중매장이인 고로는 그런 버터플라이에게 야마토리 공자와 결혼하라고 재촉한다. 고로는 버터플라이와 핀커튼의 결혼을 주선했던 바로 그 중매장이였다. 버터플라이는 고로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나가사키 주재의 미국영사로서 핀커튼과는 친구 사이인 샤플레스가 미국에 있는 핀커튼으로부터 편지를 가지고 버터플라이를 찾아간다. 편지에는 핀커튼이 얼마 후에 일본에 온다는 소식이 적혀 있다. 샤플레스는 그 소식을 전하려고 버터플라이를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핀커튼은 그가 일본에 다시 온다는 얘기를 버터플라이에게는 편지로 전하지도 않았다. 버터플라이는 핀커튼이 얼마 후에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어쩔줄 모르고 기뻐한다. 그러면서 샤플레스에게 실은 핀커튼이 떠난 후에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힌다. 버터플라이는 핀커튼에게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얼마후, 버터플라이는 핀커튼이 탄 함선이 항구에 들어오는 모습을 본다. 버터플라이와 스즈키는 집안을 정리하고 핀커튼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스즈키와 어린 아이인 돌로레(Dolore: 슬픔)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지만 버터플라이는 밤이 지새도록 핀커튼을 기다린다.

 

라 스칼라 공연

                          

[제3막] 아침에 스즈키가 깨어보니 핀커튼은 오지 않았다. 버터플라이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그만 잠이 들었다. 마침내 샤플레스와 핀커튼이 버터플라이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온다. 핀커튼의 미국인 부인인 케이트도 함께 온다. 케이트는 핀커튼이 일본에서 낳은 아들이 있다고 하자 미국으로 데려와서 기르겠다고 합의했다. 그래서 핀커튼과 함께 일본에 온 것이다. 집안에 들어선 핀커튼은 버터플라이가 자기를 환영하기 위해 집안을 단장한 것을 알게 된다. 핀커튼은 마침내 자기가 말할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닫는다. 핀커튼은 자기가 비겁하였다는 것을 깨닫고 차마 버터플라이에게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왔다는 얘기를 하지 못한다. 샤플레스와 케이트가 버터플라이를 만나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왔다고 말한다. 모든 상황을 깨달은 버터플라이는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한다. 다만, 핀커튼이 직접 나타나서 데려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버터플라이는 방에 모셔놓은 부처상 앞에서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눈을 가린다. 버터플라이는 병풍 뒤로 가서 예전에 그의 아버지가 물려준 칼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찌른다. 비틀거리면서 나온 버터플라이는 아들에게 키스를 하고 숨을 거둔다. 핀커튼이 뛰어 들어가지만 이미 늦었다.

 

스즈키와 함께 밤새도록 핀커튼을 기다리고 있는 초초상

                       

오리지널 버전과 파이널 버전의 스토리상의 차이는 피날레에서 초초상이 죽음을 마지하는 장면에 있다. 파이널 버전에서는 초초상이 아버지가 물려준 칼로 자결하자 방으로 뛰어 들어온 핀커튼이 '오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라고 울부짓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핀커튼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두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오리지널 버전에는 버터플라이가 밤새도록 핀커튼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이 되어 깨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파이날 버전에서는 도무지 잠을 자지 않고 아침이 되기까지 항구를 내려다보며 기다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무튼 오리지널 버전과 파이널 버전 사이에는 사소하지만 여러 차이가 있다. 이 블로그에서는 지면상 파이널 버전의 스토리를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려우므로 대신 파이널 버전의 음악 넘버들을 소개코자 한다.

 

1막

1. 짧은 오케스트라 서곡. 후가 스타일의 오프닝 테마, 이어 일본풍의 두번째 테마가 나온다.

2. E soffitto e pareti(그리고 천정과 벽들과)

3. Dovunque al mondo(세상을 통해서)

4. Amore o grillo(사랑 또는 상상)

5. Ancora un passo(한걸음 더)

6. Gran ventura(그대에게 행운이 있기를)

7. L'Imperial Commissario(황궁의 높은 관리)

8. Vieni, amor mio(오라, 내 사랑아)

9. Iera son salita tutta sola(어제 혼자서 갔지요)

10. Tutti zitti(모두 조용히)

11. Madama Butterfly(마다마 버터플라이) - 결혼식이 시작되고 모든 사람들이 신혼부부에게 행복을 기원.

12. Cio-cio San(초초상) - 삼촌인 본조가 초초상을 부르며 저주를 퍼붓는 장면

13. Bimba, bimba, non piangere(사랑하는 그대여, 울지 마시오)

13A. Viene la sera(밤의 장막이 내릴때) - 사랑의 듀엣

14. Bimba dagli occhi(사랑하는 그대요, 눈빛으로)

15. Vogliatemi bene(사랑해 주오)

2막

16. E Izaghi e Isanami(이자나기와 이자나미)

17. Un bel di vedremo(어떤 갠날)

18. C'e, Entrate(저기 있구나, 들어가야지)

19. Yamadori, ancor le pene(야마도리, 그대는 아직도)

20. Ora a noi(이제 우리를 위해)

21. Due cose potrei far(내가 할수 있는 두가지)

22. Ah! M'ha scordata?(아, 나를 잊었단 말인가?)

23. Io scendo al piano(이제 가보리다)

24. Il cannone del porto!(항구에서 들리는 저 대포소리)

25. Tutti i fior?(이 모든 꽃을?)

26. Or vienmi ad adornar(어서 단장을 해야지)

27. Coro a bocca chiusa(허밍 코러스: 입을 닫고 부르는 합창)

3막

28. Oh eh! Oh eh!(어기여차)

29. Gia il sole!(해가 떠 오르네)

30. Io so che alle sue pene(저 여인의 고통을 알수 있도다)

31. Addio, fiorito asil(잘 있어라, 행복이 깃들었던 꽃피는 작은 집)

32. Suzuki! Suzuki!(스즈키, 스즈키) - 무대 뒤에서 버터플라이가 스즈키를 부르며 부르는 노래

33. Come una mosca(작은 파리처럼)

34. Con onor muore(명예로운 죽음) - 아버지가 버터플라이에게 준 단검에는 Who cannot live with honor must die with honor(명예스럽게 살수 없으면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피날레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