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 - The Tales of Hoffmann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자크 오펜바흐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는 비공식적으로 약 1백편에 이르는 오페레타를 작곡했지만 오페라다운 오페라로서는 '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페라의 장르로 볼때 '오페라 코믹'에 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프랑스어 대본은 쥘르 바르비에(Jules Barbier: 1825-1901)가 E.T.A. 호프만(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 1776-1822)의 단편소설인 '호프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오페라에서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호프만은 바로 원작자인 ETA 호프만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오페라의 이야기는 ETA 호프만의 경험담이라고 할수 있다. 쥘르 바르비에는 오펜바흐를 위해 오페라 대본을 쓰기 전에 미셸 캬레(Michel Carre)와 함께 연극을 위한 극본을 썼다. 제목은 Les contes fantastiques d'Hoffmann(호프만의 환상적 이야기)라고 했다. 두 사람의 극본에 의한 연극은 1851년 파리의 오데온 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이 연극을 오펜바흐가 보고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이다.
'호프만의 이야기'의 원작자인 E.T.A. 호프만(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
이 오페라의 스토리는 ETA 호프만의 '호프만의 환상적 이야기'라는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실은 이 단편소설도 여러 스토리를 참고로 삼은 것이다. 예를 들면 '지하실 협회'(Die Gesellschaft im Keller), '샌드맨'(Der Sandmann: 1816), '시의원 크레스펠'(Rath Krespel: 영어 제목으로는 The Cremona Violin: 1818), 1814년에 발간된 '섣달 그물날 밤의 모험'(Die Abendteuer der Sylvester-Nacht)에서 가져온 '잃어버린 영상'(Das verlorene Spiegelbild: The Lost Reflection) 등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막은 '샌드맨'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으며 2막은 '시의원 크레스펠'을, 3막은 '섣달 그믐날 밤의 모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아리아인 '클라인자흐의 노래'(Chanson de Kleinzach)는 1819년도의 단편소설인 '잡동사니'(Klein Zaches, gennat Zinnober)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프롤로그와 3막 및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오펠리아, 2막은 안토니아, 3막은 줄리에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줄리에타와 다페르투토. 파리 오페라 코미크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30여년전인 1881년 2월 10일에 파리의 오페라 코믹에서 초연되었다. 이 때의 초연에서는 '줄리에타 장면'이 없었다. 오펜바흐가 '줄리에타 장면'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펜바흐는 1880년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호프만의 이야기'가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 초연되기 4개월전이었다. 그러나 오펜바흐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가 작곡한 부분을 모두 한번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해인 1879년 5월 18일에 파리에 있는 자기의 저택에서 약식으로 연주회를 가졌던 것이다. 오펜바흐 자택에서의 약식 연주회에는 20여명의 친지들이 참석했다. 오페라 코믹의 극장장인 카르발로와 비엔나 링테아터의 극장장인 프란츠 폰 야우너도 참석했다. 이날의 약식공연에는 마담 프랑크 뒤베르노이(Madame Franck-Duvernoy)가 소프라노 역할을 맡았고 바리톤 오게즈(Auguez)가 호프만의 역할을 맡았으며 바리톤 에밀 알렉산드르 타스킨(Émile-Alexandre Taskin)이 4명의 악역을 맡았다. 그리고 에드몽 뒤베르노이가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알베르 비젠티니(Albert Vizentini)라는 사람이 합창 지휘를 맡았다. 에밀 알렉산드로 타스킨은 1881년 2월 오페라 코믹에서의 초연에서도 린도르프, 코펠리우스, 닥터 미라클의 세 역할을 맡았다. 줄리에타 장면이 포함되는 4막의 버전이 처음 공연된 것은 오펜바흐 사후인 1881년 12월 7일 역시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였다. 그러나 이 극장에서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4막 버전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겨우 2회 공연을 마치고 중단되어야 했다.
1840년부터 1887년까지 오페라 코믹이 들어 있었던 살르 화바르(Salle Favart)건물. '호프만의 이야기'가 초연된 장소이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1811년 2월 10일 초연을 가진 이래 열광적인 박수를 받으며 계속 공연되었다. 그리하여 그해 약 10개월 후인 12월 15일로서 오페라 코믹의 화바르홀(Salle Favart)에서 100회 공연을 기록하게 되었다. 10개월 동안 100회를 공연하였으므로 평균 1개월에 10회 정도씩 공연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1887년에 오페라 코믹 극장에 또 화재가 났다.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석이 모두 불에 탔다. 그래서 그후 몇년 동안 파리에서의 공연은 없었다. 혹시 '호프만의 이야기'를 공연했다가는 불이 날지도 모른다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893년에 이르러 리릭 극장의 르네상스홀(Salle de la Renaissance)에서 다시 공연이 되기 시작하여 연속 20회의 공연기록을 세웠다. 초연의 무대였던 오페라 코믹의 무대에 다시 올려진 것은 1911년이었다. 극장인이며 대본가인 알베르 캬레(Albert Carré)가 새로 제작을 맡은 공연이었다. 알베르 캬레의 제작은 베니스 장면을 포함하는 공연이었다. 알베르 캬레의 제작에 의한 '호프만의 이야기'가 2차 대전 이전까지 계속 같은 무대에서 공연되었다. 알베르 캬레에 의한 제작이 처음 선보였던 1911년부터 1938년까지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페라 코믹에서 무려 7백회나 공연되었다. 그만큼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의 살르 화바르 입구
오페라 코믹 극장의 전용작품이던 '호프만의 이야기'가 파리 오페라(L'Oper)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비교적 근래인 1974년이었다. 테너 니콜라이 겟다(Nicolai Gedda)가 타이틀 롤을 맡은 것이었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도 놀라운 인기를 끌며 공연되었다. 파리에서 초연이 있은 다음해에 이미 제네바, 부다페스트, 함부르크, 뉴욕, 멕시코 시티에서 공연되었고 1883년에는 비엔나, 프라하, 앙베르(Anvers)에서 공연되었으며 1884년에는 르보브와 베를린에서 공연되었다. 또한 그로부터 몇년후인 1894년에는 멀리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899년에는 러시아의 생페터스부르크에서, 1905년에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1910년에는 늦었지만 런던에서 공연되었다. 이 오페라의 무대가 독일의 뉘른베르크인 것을 감안할 때에 정작 뉘른베르크에서의 공연이 훨씬 훗날에 이루어진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줄리에타와 니클라우스. 줄리에타 역은 엘리자베스 바튼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타이틀 롤인 호프만(T)은 시인이다. 이어 4명의 소프라노 역할이 있다. 올림피아는 기계 인형이다. 안토니아(Antonia)는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아가씨이지만 병약한 신세이다. 줄리에타(Giulietta)는 코티상(Courtesan)이다. 고급창녀라고 말 할수 있는 여인이다. 스텔라는 오페라 소프라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를 한 사람이 맡을수 있다. 그런가하면 스텔라의 역할까지 맡을 수도 있다. 1인 4역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악마의 동반자라고 할수 있는 린도르프(Lindorf), 코펠리우스(Coppélius), 닥터 미라클(Dr Miracle)을 베이스 바리톤 한 사람이 맡을수도 있고 따로 따로 맡을수도 있다. 이밖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페르투토(Dapertutto: B-Bar), 1인의 테너가 맡을수 있는 안드레(Andrès), 코센니유(Cochennille), 프란츠(Frantz), 역시 테너가 맡는 피티키나초(Pitichinaccio), 안토니오의 아버지인 크레스펠(Crespel: B), 학생인 허만(Hermann), 볼프람(Wolfram), 빌헬름(Wilhelm)은 모두 베이스가 맡는다. 루터(Luther)는 베이스이며 학생인 나타나엘(Nathanaël)은 테너이다. 호프만의 친구인 니클라우스(Nicklausse)는 바지역할로서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첫 장면에 나오는 뮤즈도 메조소프라노이다. 니클라우스와 뮤즈를 한 사람이 분장만 달리해서 맡는 것이 보통이다. 줄리에타를 사랑하고 있는 페터 슐레밀(Peter Schlémil)은 베이스이며 발명가인 스팔란차니(Spalanzani)는 테너이다. 안토니아 어머니는 음성만 나온다. 소프라노가 맡는다. 독일어로 된 소설을 오리지널로 하여 프랑스어로 대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독일식 이름과 프랑스식 이름이 섞여 나옴을 알수 있다. 그런가하면 여자 출연자의 이름은 모두 이탈리아 이름이다.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 스텔라....모두 이탈리아식 이름이다.
1881년 초연의 장면. 2막에서 안토니아가 죽는 장면. 왼쪽으로부터 크레스펠, 니클라우스, 프란츠, 다페르투토, 호프만
프롤로그의 장소는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어떤 주점이다. 뮤즈가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자기의 목적은 호프만의 관심을 끌어서 다른 모든 사랑을 포기하고 순전히 자기에게만 헌신토록 할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뮤즈는 시(詩)를 말한다. 그러므로 뮤즈의 말은 시인인 호프만이 공연히 여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 오로지 시를 쓰는 일에만 집중토록 하겠다는 의미이다. 나중에 뮤즈는 호프만의 아주 친한 친구인 니클라우스의 모습을 취한다. 주점의 옆에는 오페라극장이 있다. 오늘밤 공연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이다. '돈 조반니'의 프리마 돈나인 스텔라는 호프만의 애인이다. 아마 돈나 안나를 맡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텔라는 호프만에게 오늘 밤 공연이 끝나는대로 극장의 분장실에서 만나자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심부름하는 사람 편에 보낸다. 스텔라는 편지 봉투에 호프만이 쉽게 문을 열고 들어 올수 있도록 분장실 열쇠도 함께 넣어 보낸다. 그 편지와 열쇠를 못된 린도르프가 심부름 하는 사람에게 돈을 넉넉하게 주고서 대신 전해주겠다며 가로 챈다(Dans les rôles d'amoureux langoureux). 린도르프는 시의원이다. 하지만 린도르프는 악마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첫번째 케이스이다. 악마는 호프만이 누구를 사랑하게 되면 짖궂게 방해하며 괴롭히는 역할이다. 린도르프는 호프만이 스텔라를 만나러 가지 못하도록 하며 대신 다른 여자들에게 정신을 빼앗기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래야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올림피아(에린 몰리)와 호프만(비토리오 그리골로). 메트로폴리탄
주점에는 대학생들이 여러명이나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때 드디어 호프만이 등장한다. 학생들은 호프만에게 재미난 얘기를 해 달라고 요청한다. 호프만은 난장이 클라인차흐(Kleinzach)에 대한 얘기를 해 준다(Il était une fois à la cour d'Eisenach). 호프만이 클라인차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마치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스'라는 영화에서 식당에 취직하여 노래부르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분명히 '모던 타임스'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참고한 것 같다. 아주 재미있는 노래이다. 그러자 한쪽에 있던 린도르프가 호프만에게 사랑을 했던 이야기를 하라고 부추긴다. 학생들도 간청한다. 호프만은 마지못해 자기가 경험한 세번의 기이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학생들의 합창은 마치 바그너나 베토벤의 합창을 연상케 하는 장쾌한 것이다.
뉘른베르크의 주점에서 린도르프가 호프만에게 사랑이야기를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제1막 올림피아] 1막의 막이 오르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마치 행진곡 풍의 음악은 화려하게 연주한다. 오펜바흐 특유의 명랑함이 담겨 있는 곡이다. 어찌보면 터키풍의 행진곡처럼 들린다. 호프만의 첫번째 사랑은 올림피아이다. 기이한 과학자 스팔란차니가 만든 기계인형이다. 호프만은 올림피아가 기계인형인줄 모르고 그 사랑스런 모습과 꾀꼬리 같은 노래에 반하여 사랑에 빠진다(Allons! Courage et confiance...Ah! vivre deux!). 올림피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니클라우스는 인간처럼 보이는 기계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하며 호프만에게 올림피아를 사랑하면 실망이 더 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호프만은 그러한 경고를 무시한다(Une poupée aux yeux d'émail). 스팔란차니와 공동으로 올림피아를 만든 코펠리우스는 호프만에게 마법의 안경을 판다. 올림피아가 진짜 여자처럼 보이게 하는 안경이다. 코펠리우스는 제1막에 등장하는 악마의 화신이며 보복의 여신이다.
올림피아는 유명한 '인형의 노래'(Les oiseaux dans la charmille)를 부른다. 그러나 노래를 계속하려면 누가 계속 태엽을 감아주어야 한다. 호프만은 올림피아에 정신을 빼앗겨서 친구인 니클라우스의 솔직하고도 진지한 경고를 듣지 않는다(Voyez-la sous son éventail). 올림피아와 정신없이 춤을 추던 호프만은 그만 바닥에 미끄러져 쓰러진다. 그통에 마법의 안경이 깨진다. 그러자 코펠리우스가 나타나 올림피아를 조각조각으로 해체한다. 올림피아를 함께 만들었던 스팔란차니가 제대로 발명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올림피아를 해체한 것이다. 호프만은 그제서야 자기가 기계를 사랑했던 것을 알아차린다. 사람들이 그런 호프만에게 조소를 보낸다.
올림피아는 기계인형이지만 마법의 안경을 쓴 호프만의 눈에는 살아 있는 아가씨로 보인다.
[제2막 안토니아] 병약한 안토니아의 집이 무대이다. 호프만은 안토니아와 사랑에 빠졌었다. 그러나 안토니아의 아버지인 크레스펠이 두 사람의 사랑을 반대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다. 크레스펠은 안토니아를 데리고 아무도 찾을수 없는 곳에 숨어서 산다. 호프만은 오랜 수고 끝에 크레스펠이 안토니아를 숨겨서 살고 있는 곳을 찾아낸다. 안토니아는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 받아서인지 노래를 잘 부른다. 그러나 크레스펠은 딸 안토니아가 노래 부르는 것을 못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안토니아가 이유를 알수 없는 병에 걸려 몸이 점점 쇠약해지고 있는 마당에 노래를 부르면 병세가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크레스펠은 호프만이 안토니아에게 노래를 계속 부르라고 적극 권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호프만을 무척 싫어한다. 크레스펠은 호프만 때문에 안토니아의 더욱 병이 깊어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안토니아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서 자기를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Elle a fui, la tourterelle). 크레스펠은 잠시 외출하면서 하인인 프란츠에게 안토니오를 잘 지키고 있으라고 당부한다. 프란츠는 Jour et nuit je me mets en quatre 라는 노래를 부른다.
안토니아는 세상 떠난 어머니처럼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한다. 초상화의 여인은 안토니아의 어머니이다. 닥터 미라클이 안토니아에게 노래를 불러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라고 권면한다.
크레스펠이 집을 나서자 그 틈을 타서 호프만이 집안으로 스며들어간다. 호프만과 안토니아는 서로 포옹하고 기뻐하여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C'est une chanson d'amour). 얼마후 크레스펠이 돌아온다. 호프만은 얼른 숨는다. 이어 닥터 미라클이 찾아온다. 호프만을 못살게 구는 악마의 화신이다. 닥터 미라클은 안토니아의 병을 고쳐주겠다고 말한다. 닥터 미라클은 크레스펠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집안에 숨어 있는 호프만은 크레스펠과 닥터 미라클이 얘기를 들으면서 안토니아가 노래를 너무 많이 부르면 병이 도져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호프만은 안토니아에게 노래에 대한 꿈을 버리겠다고 약속하라고 말한다. 안토니아는 사랑하는 호프만의 소원이므로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안토니아가 혼자 있을 때 닥터 미라클이 나타나 안토니아에게 그의 어머니처럼 영광의 길을 걷고자 하면 노래를 열심히 불러야 한다고 부추킨다. 안토니아의 어머니도 성악가였으나 일찍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호프만은 오로지 안토니아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고 있으며 자기의 잔인함을 충족하기 위해 결국은 안토니아를 희생물로 삼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어 닥터 미라클은 신비한 능력으로 안토니아의 죽은 어머니의 환상이 보이도록 한다. 어떤 연출에서는 안토니아의 어머니가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자기의 초상화를 뚫고 무대 위로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안토니아의 어머니의 역할은 뮤즈와 마찬가지로 니클라우스가 대신 맡을 수도 있다. 미라틀은 안토니아에게 어머니처럼 노래를 부르라고 부추긴다. 안토니아는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숨을 거둔다. 그때 마침 크레스펠이 돌아온다. 크레스펠은 딸의 마지막 순간을 눈물로서 지켜본다. 크레스펠은 호프만이 나타나자 그가 딸을 죽게 했다고 믿어서 호프만을 죽이려고 한다. 니클라우스가 호프만을 위기로부터 구출하여 도피한다.
줄리에타와 다페르투토. 로열 오페라단의 이스탄불 공연
[제3막 줄리에타] 베니스이다. 3막은 아름다운 뱃노래(바르카롤레)인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Belle nuit, ô nuit d'amour)으로 시작한다. 호프만은 코티상(고급창녀)인 줄리에타를 사랑하게 된다. 호프만은 줄리에타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Amis, l'amour tendre et rêveur). 줄리에타는 호프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캡틴 다페르투토의 지시에 따라 호프만을 유혹할 뿐이다. 악마의 화신인 캡틴 다페르투토는 만일 줄리에타가 거울로부터 호프만의 모습을 훔친다면 다이아몬드를 주겠다고 약속한 일이 있다(Scintille, diamant). 줄리에타로부터 사랑을 거절당한 슐레밀(Schlemil)은 호프만과 줄리에타가 사랑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여 질투심에 넘쳐 호프만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실상 슐레밀은 캡틴 다페르투토의 희생자였었다. 슐레밀이 호프만의 칼에 찔려 죽음을 당한다. 니클라우스는 호프만을 어서 베니스로부터 떠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타고 갈 말을 구하러 나간다. 한편, 호프만은 줄리에타의 유혹에 저항하지 못한다(O Dieu! de quelle ivresse). 호프만은 자기의 영상(影像)을 줄리에타에게 준다. 그러자 줄리에타는 호프만을 언제 보았냐는 듯이 차갑게 대한다. 다페르투토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다페르투토는 니클라우스가 호프만을 구출하여 빠져나갈 것으로 생각하여 니클라우스를 죽일 독을 준비한다. 그러나 잘못하여 줄리에타가 그 독을 마신다. 줄리에타는 호프만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에필로그의 장소는 다시 뉘른베르크의 주점이다. 술에 취한 호프만은 다시는 사랑이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는 결국 같은 사람이지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 세 여인은 실제로 호프만의 애인인 스텔라의 젊은 여인으로서의 모습, 소프라노로서의 모습, 코티상(고급창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호프만이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니클라우스는 실은 자기의 정체가 뮤스라고 밝히면서 호프만에게 '그대를 사랑한다. 나는 그대의 것이다.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강조한다. 시의 마력이 호프만에게 도달한다. 호프만은 O Dieu! de quelle ivresse라고 노래부르며 '나는 뮤즈를 사랑한다. 나는 그대의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할 때에 스텔라가 등장한다. 스텔라는 호프만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주점으로 찾아온 것이다. 술에 취한 호프만은 스텔라에게 '잘 가시오. 나는 그대를 따라가지 않겠소. 그대는 환상이며 과거의 망령일뿐이요'라고 말한다. 어두운 곳에 몸을 감추고 있던 린도르르가 나타난다. 니클라우스는 스텔라에게 호프만이 더 이상 스텔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대신 린도르프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학생들이 술을 마시기 위해 주점에 들어설 때 스텔라는 린도르프와 함께 나간다.
안토니아의 소냐 욘체바. 마리인스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펜바흐는 '호프만의 이야기'의 무대 공연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페라 코믹에서의 초연으로부터 4개월 전이었다. 오펜바흐는 '호프만의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줄리에타가 등장하는 막을 완성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피아노 스코어는 모두 완성하였으며 오케스트라 파트는 프롤로그와 제1막까지 완성하였다. 아무튼 이로 인하여 오펜바흐의 사후에 너도나도 미완성인 제3막을 비롯하여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결국 여러 종류의 다른 버전들이 등장하였다. 그중에서 어떤 버전은 오펜바흐의 원래 의도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어서 아쉬움을 주었다. 여러 버전 중에서 초연의 스코어로 채택된 것은 어네스트 귀로(Ernest Guiraud: 1837-1892)의 것이었다. 어네스트 귀로는 미국의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지만 파리에 와서 프로멘탈 알레비에게 작곡을 배운 뛰어난 재능의 작곡가였다. 비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 '카르멘'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다시 완성한 사람도 어네스트 귀로였다. 어네스트 귀로는 '호프만의 이야기'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레시타티브도 썼다.
올림피아, 더치 내셔널 오페라
여러 버전이 있다보니 출판사에서 나오는 악보도 각각 다른 스코어로 출판되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일어나서 1970년대부터는 되도록이며 오펜바흐의 오리지널 스코어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1992년에 나온 마이클 케이(Michael Kaye) 에디션은 오리지널 스코어에 가장 부합되는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다가 1999년에 추가로 오리지널 스코어가 발견되어 새롭게 출판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마침내 '호프만의 이야기' 출판의 양대 산맥인 프랑스와 독일의 출판사가 경쟁을 그만두고 그동안의 스코어를 재정비하여 오리지널에 최대로 부합하는 스코어를 서로 협동하여 출판키로 합의했다. 이를 '그랜드 에디션 오펜바흐'라고 부르기로 했다. 다음은 오펜바흐가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나온 버전 중에서 중요한 사항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올림피아와 호프만. 슬로베니아 오페라
- 오펜바흐가 작곡하지 않은 음악이 추가되었다. '줄리에타 막'에 나오는 Scintille, diamant 라는 다페르투토의 아리아는 실은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인 Le voyage dans la Lune(달여행: 1875)의 서곡을 바탕으로 만들어 넣은 곡이다. 1908년도 모나코 제작부터 포함되기 시작했다. 역시 '줄리에타 막'에 나오는 6중창도 오펜바흐가 작곡한 것이 아니다. 누가 작곡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바르칼로네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 막의 순서가 변경될수 있다. 각 막은 호프만의 각각 다른 사랑 이야기를 얘기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막은 사실상 독립된 내용이다. 예외가 있다면 안토니아 막에서 올림피아에 대한 이야기가 한 줄 나온다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할 때에는 각 막의 순서를 바꾸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도 다른 막의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오펜바흐가 설정한 순서는 프롤로그-올림피아-안토니아-줄리에타-에필로그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줄리에타의 막을 안토니아 막보다 먼저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왜냐하면 음악적으로 보아서 안토니아의 막이 줄리에타의 막보다 더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와서는 원래 오펜바흐가 설정한 순서대로 따르고 있다.
- 새롭게 막의 번호를 붙이려는 노력이 있다. 독일의 음악학자인 요제프 하인첼만(Josef Heinzelmann)은 프롤로그를 제1막으로, 에필로그를 제5막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그렇게 주장하는 학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므로 어떤 오페라단은 공연할 때에 올림피아 막 제2막, 안토니아 막은 제3막, 줄리에타 막은 제4막으로 삼고 있다.
- 스토리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간혹 줄리에타 막 전체를 제외하고 공연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오페라 코믹에서 초연할 때에는 줄리에타 막이 없었다. 그럴 때에는 저 유명한 뱃노래(바르칼로네)를 제2막 안토니아의 막에 포함시키며 호프만의 아리아인 Amis! l'Amour tendre et rêveur는 에필로그에 포함한다. 줄리에타 막이 포함된 것은 1883년 비엔나에서 처음 공연될 때였다. 그런데 비엔나 공연에서는 줄리에타가 독을 마시고 죽는 것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대신 하인인 피치키나초가 노를 젓는 곤돌라를 타고 사라지는 것으로 변경했다. 한때 이런 결말을 좋아하여서 그렇게 공연한 경우가 많았다.
니클라우스 역의 메조소프라노 Ruxandra Donose.
- 대사 부분도 많이 있다. 오페라이기 때문에 레시타티브로 구성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대사가 나오는 파트도 상당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프만의 이야기'를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가 아니라 오페라 코믹(opera comique)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대사 부분을 레시타티브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대사부분을 레시타티브로 변경하다보니 공연시간이 길어지는 어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원래대로 대사를 하는 공연도 있다.
주점에서. 메트로폴리탄
- 출연하는 성악가의 수는 조정될수 있다. 소프라노 한 사람이 세 역할을 맡아할수 있고 베이스 바리톤 한 사람이 네 역할을 맡을수 있기 때문에 출연하는 성악가의 수가 변경될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스텔라를 맡은 소프라노가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를 함께 맡는 경우가 많다.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는 결국 스텔라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맡아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린도르프, 코펠리우스, 닥터 미라클, 다페르투토도 한 사람이 맡을수 있다. 모두 악마의 동반자로서 호프만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들 역할들을 각각의 성악가가 따로 맡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특히 스텔라,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의 경우에 그러하다. 각 역할에 따라 성악적인 테크닉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림피아는 높은 기교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토니아는 보다 서정적인(리릭) 음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좋다. 줄리에타는 드라마틱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림피아 역의 소프라노 에카테리나 시우리나
만일 세 역할을 한 사람의 소프라노가 감당한다면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세 역할을 모두 맡아서 했던 대표적인 소프라노를 꼽아 본다면 다음과 같다. 카란 암스트롱(Karan Armstrong), 비나 보비(Vina Bovy), 에디타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á), 패니 헬디(Fanny Heldy), 캐서린 말피타노(Catherine Malfitano), 안야 실랴(Anja Silja), 비벌리 실스(Beverly Sills), 루스 앤 스웬슨(Ruth Ann Swenson), 캐롤 바네스(Carol Vaness), 니논 발린(Nonon Vallin), 버지니아 치니(Virginia Zeani)이다. 한편 스텔라까지 네 역할을 한 사람이 맡아서 한 경우는, 영국의 조세핀 바르스토우(Josephine Barstow), 독일의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 미국의 엘리자베스 훠탈(Elizabeth Furtal), 루마니아의 엘레나 모수크(Elena Moșuc), 호주의 조앤 서덜랜드(Joan Sutherland) 등이다.
왼쪽으로부터 조세핀 바르스토우, 디아나 담라우, 엘리자베스 훠탈, 엘레나 모수크, 조앤 서덜랜드. 모두 네 인물의 역할을 혼자서 맡아한 디바들이다. 즉, 스텔라,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의 네 역할을 혼자서 맡아한 성악가들이다.
-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Belle nuit, ô nuit d'amour)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뱃노래(바르카롤레)이다. 제3막 줄리에타의 장면이 시작할 때에 나오는 곡이다. 그러나 이 유명한 곡은 오펜바흐가 '호프만의 이야기'를 위해 작곡한 것이 아니다. 오페라 '라인의 요정들'(Die Rheinnixen: Les fées du Rhin)에서 '요정들의 노래'로서 작곡한 것이다. 오펜바흐의 '라인의 요정들'은 '호프만의 이야기'가 초연되기 16년 전인 1864년 2월 8일 비엔나에서 초연되었다. 잘 아는대로 오펜바흐는 '호프만의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으며 오페라 코믹에서의 초연의 장면을 보지 못했다. 어네스트 귀로라는 작곡가가 초연을 위한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완성했고 레시타티브를 썼다. 바로 그 귀로가 오펜바흐의 옛날 작품에서 아름다운 곡을 찾아내어 듀엣으로 만들어 '호프만의 이야기'의 제3막 오프닝에 사용하였다.
바르카롤레. 신시나티 오페라단 공연 무대
'뱃노래'(바르카롤레)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여러 작곡가들이 이 곡을 자기들의 작품에 사용하였다. 영국의 카이코스루 샤푸르지 소랍지(Kaikhosru Shapurji Sorabji)는 1956년에 오펜바흐의 '뱃노래'를 사용하여 Passeggiata veneziana sopra la Barcarola di Offenbach 라는 곡을 작곡했다. 독일의 모리츠 모츠코브스키(Moritz Moszkowski)는 '뱃노래'를 사용하여 비르투오소 작품으로 편곡하였다. '뱃노래'는 여러 영화에도 사용되었다. 1997년도 헐리우스 영화인 '타이타닉'(Titanic)에도 사용하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영화였다. 이탈리아의 1997년도 영화로서 주역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1999년에 아카데미 최우수남우상을 받은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에도 '뱃노래'가 사용되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60년도 영화인 '지아이 블루스'(G.I. Blues)에서 Tonight Is So Right For Love라는 곡을 오펜바흐의 '뱃노래'의 멜로디를 사용하여 불렀다.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오펜바흐의 '뱃노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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