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터반(Achterbahn) -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 - Miss Fortune(미스 포춘)
주디스 웨이어(Judith Weir)의 7장면 오페라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초연 이후 세계적 관심 고조
주디스 웨이어
영국의 여류작곡가인 주디스 웨이어(Judith Weir: 1954-)가 작곡한 '아흐터반'(부제: 미스 포춘)이 2011년 7월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음악제(Bregenzer Festspiele)에서 초연된 이래 지나치게 전위적인 음악에 물려 있던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현대적이면서도 민속적이며 향수적인 음악을 선사해 주어서 사랑을 받고 있다. '아흐터반'이라는 단어는 유원지의 롤러코스터(청룡열차)를 말한다. 높이 올라갔는가 하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반복하는 놀이기구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승강철도라고 한다. 일종의 코스터이다. 오페라의 제목을 '아흐터반'이라고 붙인 것은 사람의 운명이란 것도 높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바닥으로 떨어질 때가 있고 그런가하면 다시 높이 올라갈 때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아흐터반'을 굳이 사자성어로 번역한다면 아마 새옹지마가 될 것이다. 불행이 행복이 될수도 있고 행복이 불행이 될수도 있다는 설명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제목을 '아하터반'이라고 했지만 영어로는 '미스 포춘'(Miss Fortune)이라고 했다. 여기서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잘 아는대로 포춘이라는 단어는 행운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아하터반은 비엔나의 프라터 유원지에 있는 곤돌라 관람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브레겐츠 호수무대에서의 '아하터반' 초연 장면
주디스 웨어는 부모가 모두 스코틀랜드 출신이지만 일찍이 캠브릿지로 와서 살았다. 주디스도 캠브릿지에서 태어났다. 주디스 웨이어는 1985년에 첫 오페라인 The Black Spider(흑거미)를 내 놓은 이래 2011년에 초연된 '아하터반'에 이르기까지 모두 7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즉, 1985년에 또 다른 오페라인 The Consolations of Scholarship을 썼고 1987년에는 잘 알려진 A Night at the Chinese Opera를, 1990년에는 The Vanishing Bridegroom을, 1994년에는 Blond Eckert를, 2005년에는 Armida를 작곡했다. 2011년의 '아흐터반'은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페스티발 당국이 주디스 웨이어에게 런던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공동으로 작곡을 의뢰한 작품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발 당국은 매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오페라를 세계적인 중견 작곡가들에게 의뢰키로 하였는데 주디스 웨이어에게 의뢰한 것이 첫번째이다.
봉제공장에서 마루 청소 일을 하고 있는 티나
'아흐터반'의 소재는 스포르투나(Sfortuna)라는 옛날 시실리의 민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주디스 웨이어는 이야기의 무대를 중세로부터 21세기로 옮겨왔을 뿐이다. 대개의 민화 또는 전래동화가 그렇듯이 '스포르투나'의 이야기도 인생을 비유한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여러번 만나게 된다. 그것은 말하자면 인생과 운명에 대한 시험이며 시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운명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말해서 팔자소관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오페라 '아흐터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록 우리의 삶이 불운과 행운이 교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자기의 운명은 자기가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에 진정한 행운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미스 포춘의 경우가 그렇다. 조금 나아지려고 하면 어느새 불운이 따라온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을 다만 운명의 탓으로만 돌렸다. 미스 포춘은 결국 운명을 만나 담판을 짓고 더 이상 자기의 인생에 관여하지 않도록 한다. 그로부터 미스 포춘의 인생은 더 밝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바뀐다.
작곡가인 주디스 웨이어는 벤자민 브리튼 이후 영국의 최고 작곡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주디스 웨이어의 최대 관심사는 민화와 민속음악이다. 특히 그의 부모가 태어나고 살았던 스코틀랜드의 민화와 민속음악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이슬랜드, 인도, 심지어 중국의 민속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주디스 웨이어의 무대작품들은 대부분 환상적이고도 몽상적인 민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흐터반'의 음악은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상황과 분위기에 적합하게 작곡된 것이다. 한편, 웨이어의 음악은 오리지널리티가 결여되어 있다는 평도 듣고 있다. 그래서 듣고 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레게츠의 초연에서는 무대 제작이 뛰어났다는 찬사를 받았다. 장면과 장면의 교체가 대단히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었다. 네온 조명을 설치한 커다란 판넬은 마치 출입문처럼 사용되었지만 장면이 바뀌면 재봉틀을 놓는 작업대가 되고 세탁기 설치대가 되며 케밥 판매대가 되기도 했다. 첸 시쳉(Chen Shi-Zeng)과 톰 파이(Tom Pye)의 무대장치는 콤팩트하면서도 빈틈이 없는 것이었다.
불타는 하싼의 케밥 밴. 운명이 방관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포춘 경(Lod Fortune: B-Bar)은 기업을 일으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다. 그에게는 부인 레이디 포춘(Lady Fortune: MS)과 딸 티나(Tine: S)가 있다. 주인공인 미스 포춘이다. 하싼(Hassan: T)은 케밥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도나(Donna: MS)는 동전세탁소를 운영하는 여인이다. 시몬(Simon: Bar)은 티나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전도가 유망하고 돈이 많은 청년이다. 운명(Fate)을 의인화한 역할은 카운터테너가 맡도록 되어 있다. 미스 포춘은 현대를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든지 상관없다. 다만, 자기의 운명은 자기가 개척해 나갈줄 아는 사람이면 그가 바로 미스 포춘이다. 백만장자였던 티나의 집은 한순간에 몰락한다. 티나는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저런 일에 도전하지만 운명은 그를 외면하기만 한다. 티나는 마지막 수단으로 운명과 직접 대면하여 더 이상 자기의 앞길을 막지 말아 달라고 담판을 짓는다. 그로부터 티나에게는 미스터리한 행운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아흐터반'는 부유하거나 가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매일의 생활은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신비하게 굴러 간다는 것,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회, 행운, 재난 등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티나는 스웨터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훗날 그가 패션 세계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1장. 백만장자인 티나의 아버지 포춘경은 부인인 레이디 포춘과 함께 화려하고 멋진 파티를 개최한다. 티나의 어머니인 레이디 포춘은 부자집 마나님들이 그런것 처럼 허영과 바람이 들어차있는 여자이다. 말하자면 버터플라이와 같은 생활을 즐기는 여자이다. 티나는 소란한 파티가 싫어서 한쪽에서 점성술에 사용하는 천궁도를 바라보며 자기의 운명을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러한 때에 갑자기 포춘경의 사업이 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동안 이룩한 모든 사업과 재산은 하루밤 사이에 물거품으로 변한다. 친구들이란 사람들은 소리도 없이 모두 떠난다. 세상에서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이 살아온 티나는 가난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집안이 몰락했다는 사실은 안다. 티나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야 한다. 티나는 정직하게 일해서 돈을 벌고 싶다. '운명'이 티나의 뒤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포춘경과 레이디 포춘은 사업이 몰락하고 재산을 잃자 남은 돈을 싸가지고 외국으로 도피한다.
2장. 티나는 불길하게 보이는 어떤 거리에 서 있다. 어떻게해서 이런 곳에 왔는지 모른다. 티나는 어떤 건물에서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그 건물로 들어간다. 3장. 불빛이 새어나오는 건물은 옷만드는 공장이다. 봉제공장이다. 미싱 일을 하는 여자들은 모두 지쳐있다. 티나가 들어와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부탁하니까 마루바닥을 청소하는 일을 하도록 주선해 준다. 티나는 마루를 청소하는 일이 나중에 패션업에 진출할수 있는 첫 계단이라고 생각해서 청소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일하는 여자들이 작업시간을 끝내고 모두 돌아간다. 공장에는 티나만이 남아 있다. 그때 갑자기 일단의 갱들이 들이닥쳐서 기물들을 파괴하고 물건들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티나는 너무 놀라고 무섭지만 티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티나는 요행히 몸을 피하여 도망간다. 4장. 장소는 바뀌어 어떤 허수룩한 길거리이다. 하싼이 케밥 밴을 돌보면서 새벽의 사랑노래(Aubade)를 부른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티나가 뛰어 들어온다. 하싼이 겁에 질려 있는 티나를 보고 위로하며 진정시킨다. 티나와 하싼은 동이 터 오는 모습을 함께 바라본다. 하싼은 케밥 밴을 티나에게 맡기고 잠시 볼 일을 보러 간다. 갑자기 갱들이 나타나서 케밥 밴을 부셔버린다. 티나는 무서워서 다시 도망간다. '운명'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시몬이 세탁소의 도나에게 세탁을 잘해 주어서 고맙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도나.
5장.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도나는 우주의 신비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있다. 하싼이 돌아와 보니 케밥 밴이 철저하게 부서져 있다. 하싼은 정신이 뒤집힐 지경이다. 봉제공장의 여직공들은 일터가 파괴되어 일자리가 없어지자 하나 둘씩 어디론가 떠난다. 티나의 마음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아 정신이 없다. 그런 티나에게 도나가 세탁소 일자리를 제안한다. 티나가 '나의 운명은 왜 이럴까?'하면서 어쩔수 없이 세탁소에서 일하겠다고 나선다. '운명'은 조소나 하듯 티나에게 그런 일자리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세탁소의 단골 소님으로 시몬이라는 청년이 있다. 부자이다. 시몬이 셔츠를 찾으로 온다. 티나가 아무리 찾아도 셔츠가 없다. 티나가 당황한다. 도나는 '운명'의 장난인 것으로 의심한다. 도나는 티나에게 '운명'과 대결하라고 말한다. 티나는 동네 끝에 있는 쓰레기 공터에서 '운명'을 만나기로 한다. 이후 휴식시간이다.
티나가 케밥 집에서 일하겠다고 하자 하싼은 마침 일손이 부족한데 잘되었다면서 일을 시킨다.
6장. 티나는 공터에 나와 있다. 저쪽에 있는 무너진 건물에서 이상하고 신비스런 말이 흘러 나온다. '운명'이 그곳에 있는 모양이다. 티나가 '운명'을 부른다. 티나와 '운명'은 불편한 휴전을 한다. 7장. 몇달후, 거지가 된 하싼은 세탁소 앞의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지낸다. 티나가 세탁소의 일을 거의 모두 맡아한다. 그 때문에 도나는 마음 놓고 쉬고 있다. 복권 당첨자가 발표되었지만 거액의 당첨금을 아직 받아간 사람이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운명'이 손님처럼 가장하여 세탁소에 나타난다. '운명'은 도나에게 세탁표를 보여주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넘버로 된 세탁물은 없다. 도나가 세탁표를 던져 버린다. 티나가 무의식중에 그 세탁표를 집어든다. 무대의 분위기는 밝고 긍정적인 것으로 변한다. 시몬이 세탁소를 찾아와서 도나에게 세탁을 잘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 옆에 서 있는 티나에게 한줄기 빛이 비친다. 시몬은 비로소 티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사로잡힌다. 시몬은 세탁소 앞 길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하싼을 발견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시몬은 하싼에게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어서 준다.
티나가 봉제공장에서 즐겁게 청소일을 하고 있다.
예전에 레이디 포춘의 집에서 파티가 열렸을 때 참석했던 우아한 모습의 여인이 나타난다. 이어서 파티에 참석했던 어떤 신사도 나타난다. 이들은 자기들의 재산과 행운이 모두 사라진데 대하여 말할수 없이 낙심해 있다. 이들은 복권에라도 당첨되어 돈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들은 복권의 당첨자가 발표되었지만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복권이라도 찾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티나의 아버지인 포춘경과 어머니인 레이디 포춘이 돌아온다. 누더기를 입은 덥수룩한 모습이다. 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겨우 돌아온 것이다. 세탁소에 있던 티나가 복권을 들고 뛰어나온다. 마지막 숫자 하나만 남기고 모든 숫자가 맞는 복권이었다. 티나는 모든 사람들이 복권을 타기를 바라는 것을 보고 '운명'을 찾아가 복권 추첨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운명'이 추첨의 마지막 순간을 다시 시작토록 만든다. 티나가 가지고 있는 복권의 숫자가 모두 맞는다. 티나는 당첨된 복권을 몰려든 군중들에게 던진다. 그리고는 시몬과 함께 미지의 미래를 향해 떠난다. 사람들은 복권당첨금을 받게 되어 모두 축하분위기이다. '운명'이 그런 모습을신중하게 바라보는 중에 막이 내린다.
마을 사람들이 복권 때문에 몰려와 있다.
2011년 7월 21일 브레겐츠에서 '아하터반'이 초연되자 언론의 논평을 엇갈렸다. 찬사를 보내는 쪽이 있는가 하면 비판적인 논평도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는 '주디스 웨이어의 음악은 아방 갸르드도 아니고 실험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단히 민속적인 스타일로 정제된 것이다. 노래는 브리튼의 것처럼 칸타빌레 스타일이다. 토널리티나 아토널리티는 결코 적용되지 않았다. 어찌보면 미국의 라이히와 라일리의 음악처럼 병렬주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그런 음악은 색채가 있고 리듬이 있는 맥박이 있다. 말하자면 소리의 특성이 살아 있다'고 썼다. 런던의 The Independent 지는 '미스 포춘이 미숙하고 경험이 없는 작품이라고 비평했다. 그리고는 '재능과 리소스의 낭비'라고 주장했다. 가디안지는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긴 두시간'이라는 제목 아래에 '만화같은 내용이다. 사실적인 특성이 없다. 도전이라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드라마틱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티나는 당첨된 복권을 마을사람들에게 던져주고 시몬을 만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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