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인의 하인(Il servitore di due padroni) - The Servant of Two Masters
비토리오 자니니(Vittorio Giannini)의 오페라
비토리오 자니니
오페라 '두 주인의 하인'(The Servant of Two Masters)은 미국의 비토리오 자니니(Vittorio Giannini: 1903-1966)가 작곡한 것이다.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난 비토리오 자니니는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 오페라 '두 주인의 하인'은 그나마 대표작이다. '두 주인의 하인'의 원작은 너무나 잘 알려진대로 이탈리아의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 1707-1793)이다. 베니스 출신인 그는 수많은 연극 대본을 썼으며 그 중에서 '두 주인의 하인'은 가장 유명하다. 너무나 유명하여서 서양사람으로서 이 연극을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될 정도이다. 골도니의 이탈리아어 극본의 타이틀은 Arlecchino servitore di due padroni 라고도 하며 Il servitore di due padroni 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주인의 하인'이라고 번역한 사람도 있고 '하인 한명, 주인 둘'이라고 번역한 사람도 있다.
'두 주인의 하인' 포스터
'두 주인의 하인'은 연극이나 영화로는 여러 나라에서 수없이 제작되었지만 그런 유명한 작품을 오페라로 만든 사람은 미국의 비토리오 자니니가 처음이다. 1966년에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연극으로 보면 재미가 있어서 죽을 지경이지만 오페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도무지 어색하여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하면 '한 명의 하인, 두 명의 주인, 천 번의 웃음'(One Servant, Two Masters, one Thousand Laughs)이라는 표어만 보아도 알수 있다. 이토록 재미난 스토리이므로 이탈리아의 여러 작곡가들이 '두 주인의 하인'을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을 했지만 아무래도 연극의 아기자기한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할수가 없어서 미적미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실정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비토리오 자니니가 오페라로 만들기로 도전하였다. 그러나 비토리오 자니니의 오페라는 그저 음악사의 한 페이지에 <비토리오 자니니가 오페라 '두 주인의 하인'을 작곡했도다> 라는 구절이 들어가는데 만족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페라의 시놉시스를 소개코자 한다. 오리지널 희곡과 다를바가 없다. 오페라의 대본은 버나드 스탬블러(Bernard Stambler)가 썼다.
오프닝은 '팔리아치'의 사촌 쯤 되는 것 같다.
베니스에 있는 판탈로네(Pantalone)의 저택이다. 판탈로네는 돈많은 부자이지만 구두쇠로도 유명한 노인이다. 판탈로네의 딸인 클라리체(Clarice)와 독토레 롬바르디(Dottore Lombardi)의 아들인 실비오(Silvio)의 약혼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공증인이 참석하여 결혼계약서가 작성된다. 클라리체와 실비오가 앞으로의 결혼을 위해 계약서에 서명을 하려할 때 트루팔디노(Truffaldino)가 들어와서 그의 주인인 토리노의 레데리고 라스포니(Federigo Rasponi)가 도착했다고 전한다. 당시에는 귀족신분의 사람이 어떤 집을 방문할 때에는 하인이 먼저 그 집에 들어가서 '아무개가 오셨으니 마중 좀 하시오'라고 소리치는 것이 관례였다. 약혼잔치에 들떠 있던 사람들은 토리노에서 페데리고가 왔다고 하니까 놀래서 어찌할줄 모른다. 왜냐하면 소문에 의하면 페데리고는 그의 여동생인 베이트리체(Beatrice)가 플로린도(Florindo)라는 청년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자 오빠 페데리고가 '그건 절대로 안된다'고 하면서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플로린도와 결투를 하다가 그만 죽었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런 그가 찾아왔다고 하니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게 된 것이다.
플로린도와 판탈로네
그러면 왜 페데리고가 판탈로네를 찾아 왔는가? 그것은 페데리고가 실은 판탈로네의 딸인 클라리체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데 판탈로네가 결혼 전에 지참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므로 죽지 않고 살아 있으므로 결혼지참금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러면 페데리고는 정말로 결투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죽긴 죽었다. 대신 페데리고의 여동생인 베아트리체가 오빠를 대신하여 지참금을 받아내기 위해 페데리고로 변장하고 판탈로네의 집을 찾아간 것이다. 판탈로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클라리체와 실비오의 결혼계약서 서명을 중지시키고 클라리체에게 페데리고와 결혼해야 한다고 말한다. 클라리체는 '지금 와서 그렇게 말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절대로 페데리고인지 뭔지와는 결혼하지 않겠다. 오직 실비오 뿐이다'라고 말한다. 실비오도 판탈로네가 무슨 로마교황이나 되는 줄로 착각하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자 심히 난처하여서 클라리체와 결혼을 포기할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튼 클라리체와 실비오의 결혼은 연기된다.
페데리고로 변장한 베아트리체는 일단 판탈로네의 집에서 나와 여관에 투숙하고 하회를 기다리기로 한다. 여관집 주인인 브리겔라(Brighella)는 베아트리체가 아무리 남장을 했어도 여자인 것을 알아차린다. 브리겔라는 베아트리체로부터 사정 이야기를 듣고 난후에 자기도 기왕에 판탈로네 가문에 대하여 유감이 있던 터였으므로 베아트리체의 임무가 성공되기를 기원하며 자기가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약속한다. 이제부터 오페라의 진짜 주인공인 하인 트루팔디노의 활약이 나오는 장면이다. 트루팔디노는 어떤 인간인가? 한마디로 기발한 사람이다. 눈치도 빠르고 멍청한듯 하여 실수도 많이 저지른다. 그러면서 자기가 손해 볼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트루팔디노는 한시도 쉬지 않고 자기의 비어 있는 뱃속에 대하여 불평을 한다. 즉, 항상 배가 고프기 때문에 무언가는 먹어야 한다. 그저 먹을 것이 눈에 보이면 우선 먹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의 무대에서도 계속 무언가는 먹고 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주인인 베아트리체가 애지중지하는 고양이를 잡아 먹겠다고 베아트리체에게 넌지시 암시하는 장면이다.
트루팔디노와 스메랄디노
얼마후 트루팔디노는 길에서 우연히 플로린도를 만난다. 플로린도는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의 오빠를 결투에서 죽이고 나서 토리노로부터 도망나온 처지이다. 그러면서 베아트리체가 베니스로 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베아트리체를 만나러 베니스에 왔다가 길에서 트루팔디노를 만난 것이다. 플로린도는 타지에서 이런 저런 일을 보려면 하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트루팔디노에게 자기의 하인으로 일해 달라고 부탁한다. 마침 트루팔디노로서도 밥을 한끼라도 더 먹기 위해서는 본업인 베아트리체의 하인 노릇을 하는 것 이외에 알바를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기만 약삭빠르게 처신한다면 각각의 주인이 모르게 수입을 배로 올릴수 있다고 생각하여 플로린도의 요청을 받아 들인다. 트루팔디노는 기왕에 알바를 맡았으면 그나마 쉽게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플로린도를 자기와 베아트리체가 묵고 있는 여관에 투숙하게 한다. 오페라의 제목이 '두 주인의 하인'인 것은 다름 아니라 하인은 트루팔디노 한명인데 주인은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의 두명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로부터 트루팔디노는 두명의 주인을 위해 봉사하게 되는데 그로 인하여 별별 웃기는 일이 다 일어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트루팔디노에게 편지나 돈이나 물건들을 주인에게 전해 주라고 하면 어떤 주인을 말하는 것인지 몰라서 엉뚱하게 전달하는 바람에 웃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항상 배가 고파서 무언가 먹어야 하는 하인 트루팔디노
또 한가지 더 웃기는 것은 트루팔디노가 이렇듯 두 주인을 섬기다 보니 자기도 정신이 오락가락해져서 결국은 말더듬이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오페라나 연극에서 말더듬이 하인 때문에 포복절도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하여튼 트루팔디노의 말더듬이 증상 때문에 더욱 혼란만 가중되고 오해만 증폭한다. 같은 여관에 투숙한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가 서로를 찾으로 다니며 숨바꼭질을 하는 장면도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은 여관에 묵고 있으면서도 설마 상대방이 같은 여관에 묵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트루팔디노가 두 사람에게 온 편지를 서로 바꾸어 전달하는 바람에 플로린도는 사랑하는 베아트리체가 아직도 토리노에 있는 줄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역시 편지들이 잘 못 배달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모두 베니스에 와서 서로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
페데리고로 변장한 베아트리체는 다시 한번 판탈로네의 집을 찾아가 상심하여 있는 클라리체를 만난다. 베아트리체는 더 이상 클라리체를 속일 생각 없다. 그래서 클라리체에게 사실은 이러이러하다고 얘기를 하면서 자기가 바로 베아트리체라고 밝힌다. 클라리체의 기쁨은 한이 없다. 사랑하는 실비오와 결혼할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체와 클라리체는 서로 손을 잡고 서로의 행복을 빈다. 베아트리체는 자기가 사랑하는 플로린데를 찾을 때까지 당분간 페데리고의 역할을 조금 더 하겠다고 말한다. 아무튼 멀리서 페데리고와 클라리체가 서로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본 판탈로네는 이제 드디어 페데리고와 클라리체가 화해하고 결혼하기로 작정했다고 믿는다. 그리고는 실비오의 아버지인 독토레 롬바르디에게 어서 이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그러한 와중에 트루팔디노는 판탈로네 집의 하녀인 스메랄디나(Smeraldina)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스메랄디나도 트루팔디노에게 오염되었는지 원래부터도 한 성깔 했지만 트루팔디노를 만난 후부터는 더욱 스마트해져서 트루팔디노 못지 않게 웃긴다.
페데리고로 변장한 베아트리체가 판탈로네를 만나 지참금을 요구한다.
별별 우여곡절이 다 많지만 일일히 설명하기가 어려우므로 생략키로 하고 결론을 말하자면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는 서로 상대방이 죽은 것으로 믿는다. 그것이 모두 트루팔디노가 편지들을 잘못 배달해서이다. 낙심천만한 베아트리체는 더 이상 페데리고로 변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남장을 벗어 던지고 토리노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마침 판탈로네가 베아트리체의 본 모습을 보고 페데리고라고 믿었던 남자가 여자인 것을 알게 된다. 판탈로네는 독토레 롬바르디를 만나서 클라리체와 실비오의 결혼을 완전히 없던 것으로 하자고 얘기하려던 참이었다. 판탈로네는 독토레 롬바르디를 만나서 클라리체와 실비오의 결혼이 아직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편, 플로린도가 죽었다고 믿은 베아트리체는 자기도 살아서 무엇하냐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다. 그러나 그냥 그렇게 죽으면 드라마가 아니므로 플로린도가 백마를 탄 왕자처럼 나타나서 자살하려는 베아트리체를 구출한다. 두 사람은 너무 기뻐서 페데리고를 죽인 과거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오직 사랑으로만 살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것이 결론이 아니다. 트루팔디노와 스메랄디나가 남았다. 플로린도는 판탈로네를 만나 그의 하녀인 스메랄디나를 자기의 하인인 트루팔디노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클라리체가 그건 안된다고 반대한다. 왜냐하면 스메랄디나는 베아트리체의 하인과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클라리체는 베아트리체에게 트루팔디노와 스메랄디나의 결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판탈로네와 플로린도가 난감해 있는 중에 트루팔디노가 나서서 실은 자기가 바로 베아트리체의 하인이기도 하고 플로린도의 하인이기도 하다고 해명한다. 두 주인을 섬긴 하인이 바로 자기라는 고백이었다. 이렇게 하여 베아트리체와 플로린도가 결합하고 클라리체와 실비오가 결혼키로하며 트루팔디노와 스메랄디나가 약혼을 한다.
트루팔디노(알레퀸)와 스메랄디나
여기서 잠시 이탈리아의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 대하여 설명코자 한다. 17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유행하였던 연극 형태이다. 주로 마차에 무대장치와 배우들을 태우고 이마을 저마을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팀이 공연하는 연극이다. 연극의 스토리는 거의 공통되어 있다. 어릿광대와 같은 하인이 등장하고 돈 많은 구두쇠 영감의 예쁜 딸을 순박한 청년이 사랑하여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인의 사랑도 곁들인다. '두 주인의 하인'은 카를로 골도니가 그때까지의 통상적인 스토리를 정리하여 교과서처럼 발표한 것이다. 주인공인 하인은 주로 마스크를 하고 나온다. 어릿광대로 분장한 것이다. 하인이 실제로 어릿광대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연극을 공연할 때에는 어릿광대가 나와야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하인들에게 마스크를 쓰게하고 어릿광대의 옷을 입혀서 내보낸다. 그래서 '두 주인의 하인'의 부제도 알레키노(Arlechino: Halequin)라고 붙였던 것이다. 연극의 대본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즉흥적인 대사로서 처리토록 하고 있다. 그런 대본을 카노바치오(Canovaccio)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코미디 연극을 라치(Lazzi)라고 부른다.
연극 '두 주인의 하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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