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24. 리버슨의 '아쇼카의 꿈'

정준극 2012. 6. 11. 10:18

아쇼카의 꿈(Ashoka's Dream)

Peter Lieberson(피터 리버슨)의 불교적 오페라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나 2011년에 64세로 이스라엘에서 세상을 떠난 피터 리버슨. 티벳 불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비롯한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적인 배경이 담겨 있는 예술작품이다. 예를 들어 푸치니의 '토스카'(La Tosca)만 하더라도 성당이 배경이고 Te Deum이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장면이 나오며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만 해도 부활절 아침 성당에서의 미사장면이 나온다. 이밖에도 세계의 수많은 오페라에 기독교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아무튼 거의 모든 오페라가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손해는 아니다. 그런 와중에서 불교와 관련된 오페라가 하나 있다. 하지만 석가모니 부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도의 아쇼카왕에 대한 것이다. 뉴욕 출신의 피터 리버슨(Peter Lieberson: 1946-2011)의 '아쇼카의 꿈'(Ashoka's Dream)이라는 오페라이다. 리버슨의 첫 오페라이다.  전2막 33장으로 구성되었다. 산타페 오페라의 의뢰로 1997년에 완성되어 그해 7월 22일 산타페 오페라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뉴욕 등지에서 공연되었다. 아쇼카(Ashoka Maurya)는 BC 3세기경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국가를 이루 군주이다. 그리하여 인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왕의 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다. 아쇼카의 제국은 현재 인도의 거의 전지역은 물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의 일부까지 세력을 뻗친 대제국이었다. 그러나 아쇼카는 무력에 의한 전쟁의 비참함을 깊이 통탄하여 불교를 융성하게 하고 비폭력을 진흥하고 윤리와 관용과 인내의 정치를 실현코자 했다. 그리하여 곳곳에 절을 짓고 불교를 정리하였으며 스리 랑카, 태국, 버마에 이르기까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총애하던 왕비를 잃고 고독과 번민 속에서 지내다가 새상을 떠났다. 그는 사후에 아라한의 자리에 올랐다. 아쇼카왕은 한문으로 아육왕(阿育王)이라고 쓴다.

 

아쇼카 왕 초상화

 

오페라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아쇼카왕(High Bar.), 라크슈미(Lakshmi: 아쇼카의 어머니인 왕비: S), 트리라크샤(Triraksha: 아쇼카의 부인: MS), 기리카(Girika: T), 네 명의 장관(Cankya-수상: B, Raga: T, Kroda: Bar, Madu: B), 네 원소(흙, 물, 불, 공기: S 2, MS 1, Cont. 1), 현자(Sage: Bar) 이다.

 

아무리 훌륭한 오페라라고 해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관중들의 주의를 완전히 끄는 작품은 거의 없다. 더구나 현대 오페라라고 하면 관중들의 관심을 끝까지 잡아 놓기가 어렵다. 하지나 '아쇼카의 꿈'은 다르다. 모든 면에서 관중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쇼카의 꿈'은 바그너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 총체적예술작품)이다. 드라마틱하며 음악적으로나 무대적으로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관중들은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한 파트가 되어 참여하고 있다. 인간이 가질수 있는 위대한 꿈의 세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간의 가치관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산타페 오페라의 초연에 대한 평을 보면 지금까지 그 어떠한 오페라도 이처럼 관중들이 몰두하여 공연됮 작품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어떤 위대한 인물의 일생을 오페라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나 자세하게 다루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도 문제이다. 더구나 그 인물의 정신세계를 무대 위에 조명한다는 일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작곡자의 고뇌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아쇼카의 꿈'에서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인도에 대한 내용을 얼마나 반영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아쇼카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면 된다. 아쇼카의 내면적인 투쟁, 즉 자만과 전쟁의 영광으로부터의 투쟁을 말한다. 그리고 관능성을 지혜로 변환하는 면을 보여주면된다. 그리고 그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어떨게 적응하는 가를 보여주면 된다. 물론 말은 쉽겠지만 그것을 제한된 오페라의 무대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본을 맡은 더글라스 페니크(Douglas Penick)는 그러한 점들을 참으로 지혜롭고 훌륭하게 처리하였고 초연의 무대감독을 맡은 스테픈 왜즈워스(Stephen Wadsworth)의 혜안도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더글라스 페니크의 간단하면서 명료한 대본은 글로써 읽어보면 건조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공연으로서는 아룸답게 전환되었다. 수정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단어들이 피터 리버슨의 음악으로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라크슈미 왕비. 메조 소프라노 로레인 헌트 리버슨(1954-2006). 작곡가인 피터 리버슨의 부인으로 2006년에 향년 53세로소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제1막. 왕궁으로 가는 길이다. 소년 아쇼카는 걸인처럼 보이는 어떤 현자를 만난다. 현자는 아쇼카에게 동냥 박아지를 내보이며 구걸을 한다. 아쇼카는 박아지에 더러운 흙을 집어 넣고 슬며시 자리를 뜬다. 현자는 아쇼카가 던져 넣은 흙처럼 훗날 흙을 다스릴 것이라고 예언한다. 장면이 바뀌어 장관들인 크로다, 마두, 라가가 빈두사라(Bindusara)왕이 나태하여서 인도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빈두사라 왕이 미련하게도 아쇼카 왕자 대신에 수시마(Susima)를 후계자로 정한 것을 안타까워 한다. 나이 많은 수상인 칸키야는 그가 아쇼카 왕자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왕으로 만든 것처럼 아쇼카도 왕으로 만들수 있다고 선포한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왕의 대접견실이다. 칸키야 수상이 아쇼카를 마치 왕처럼 대한다. 아쇼카가 당황해 하자 수상은 언젠가 그가 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쇼카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가 수시마를 선책했기 때문이다. 칸키야는 그가 수시마를 죽일 것이라고 선언한다. 다음 장면은 마임(무언극)의 장면이다. 칸키야 수상이 꿈꾸고 있는 듯한 아쇼카를 빈두사라 왕과 수시마 왕자와 장관들이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 킨키야가 왕에게서 왕관을 벗겨서 아쇼타의 머리에 씌어 준다. 이어 킨키야는 수시마 왕자에게 술잔을 권한다. 수시마가 술을 마시고 쓰러진다. 왕궁에 홀로 있는 라크슈미 왕비는 아쇼카가 자기를 차갑게 대하였던 것을 심히 괴로워하고 걱정한다. 

 

왕궁의 다른 방에서 세 장관은 라크슈미 왕비를 이용하여 변덕많은 행동을 하는 아쇼카 왕자의 마음을 바른 길로 인도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들은 트리라크샤에게 라크슈미 왕비에게 말을 하여 제발 아쇼카의 마음을 바로 잡아 줄것을 부탁하라고 말한다. 장관들은 그런 트리라크샤에게 언젠가는 왕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트리라크샤는 라크슈미 왕비를 찾아가 아쇼카 왕자의 마음을 올바르게 만들어 달라고 간청한다. 한편, 아쇼카와 친구인 지리카는 숲에서 사냥으로 수많은 새와 짐승들을 죽인 것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칸키야 수상은 아쇼카가 무자비한 권세를 가지고 왕국을 통치할 것으로 생각하여 걱정한다. 장관들이 아직 아쇼카를 왕으로 여기지 않는 나라들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를 얘기하고 있다. 칸키야 수상은 아쇼카가 이들을 정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므로 기다리라고 말한다.

 

라크슈미가 아쇼카에게 무자비한 파괴행위를 이제 그만 중지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아쇼카는 평화라는 것은 오직 힘으로서만 보장받을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쇼카는 라크슈미에게 어느 곳이든지 마음대로 가서 살라고 말하고 다만 아이들은 남겨 두고 가라고 말한다. 크로다와 마두 장관은 전쟁에서 인도가 승리하며 이로써 인도가 통일 되는 환상을 본다. 아쇼카가 트리라크샤에게 무엇을 소원하는지를 묻자 트리라크샤는 아쇼카에게 아들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장면은 바뀌어 모든 것이 파괴되어 있는 전쟁터이다.그러나 칸키야 수상과 장관들은 그러한 파괴가 인도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믿어서 기뻐한다. 그러나 아쇼카는 수많은 죽은자 사이를 정신없이 방황하며 다니다가 끝내는 자기 자신도 쓰러진다. 아쇼카는 수많은 영혼들이 아버지와 자식과 남편을 부르짖는 소리를 듣는다. 트리라크샤가 아쇼카를 찾아온다. 아쇼카는 자기가 쫓아버린 라크슈미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제2막. 아쇼카는 꿈 속에서 라크슈미의 환상을 본다. 아쇼카는 갑자기 깨어나서 '무엇이 진정한 왕인가?'라고 묻는다. 라크미슈와 네 원소의 음성은 그가 왕이 될 것이라고 처음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 해답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아쇼카는 거지와 같은 현자를 찾아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묻는다. 현자는 먼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다른 사람에게 쉬지 말고 주는(보시하는) 행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 소리를 들은 아쇼카는 자기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왕궁으로 돌아온 아쇼카는 자기의 왕국을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살며 병고침을 받는 장소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이어 그는 전국에 도서관과 학교와 병원들을 지으라고 명령한다. 칸키야와 장관들은 이러한 새로운 조치들이 인간의 역사에서 한 부분으로 남아 있던 고통을 해소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쇼카는 트리라크샤에게 청혼을 하지만 트리라크샤는 아쇼카의 비전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므로 받아들일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쇼카는 트리라크샤를 설득하고 확신을 주어서 트리라크샤의 마음을 돌린다. 네 원소들은 아쇼카에게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이 제공할수 있는 것들을 선물로 준다. 아쇼카는 그것들을 받아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다. 칸키야는 아쇼카와 함께 부귀영화를 누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쇼카가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백성들을 위해서만 사용하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은 독을 마시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몇해가 지난다. 트리라크샤는 아쇼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기 아들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깊히 생각한다. 트리라크샤는 라크슈미에게서 태어난 아쇼카의 아들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장님으로 만든다. 이 사실을 안 아쇼카는 트리라크샤의 죄를 물어서 멀리 추방하고 트리라크샤의 아들이 왕위를 결코 계승하지는 못할 것이며 라크슈미의 후손이 계승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트리라스탸는 아쇼카가 죽은 후에 그의 대제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제 아쇼카도 늙어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는 근위병을 옆으로 불러서 과일이 담긴 그릇을 현자에게 마지막 선물로 전해 주라고 부탁한 후에 숨을 거둔다. 원소들과 합창단과 장관들이 관중들을 향해 이것이 아쇼카 왕에 대한 스토리라고 말하는 중에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