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명소와 공원

갠제호이펠(Gänsehäufel)

정준극 2012. 4. 30. 12:10

갠제호이펠(Gänsehäufel)

비엔나의 리도(Lido)

 

갠제호이펠

 

비엔나에는 도나우 강변에 몇 군데의 대중 수영장이 있다. 이렇듯 생각치도 못했던 대중 수영장이 마련된 것은 1920년대 부터였다. 1차 대전 이후 공화국이 된 시기는 이른바 Red Vienna 라고 하여 사회주의 사업이 곳곳에서 착수된 시기였다.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시설, 교육시설, 오락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중 수영장도 여러 곳에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수영장이 많다고 해도 갠제호이펠은 하나 뿐이다. 갠제호이펠은 무려 1백년 전부터 여름에 누디스트들의 장소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지금도 유명하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아보자. 그보다도 우선 갠제호이펠이란 말의 뜻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갠제는 거위들을 말한다. 호이펠은 쌓아놓은 더미를 말한다. 그러면 '거위들의 더미'는 무슨 말인가? 알테 도나우에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모래가 밀려와 쌓여서 강가운데에 섬이 생겼다. 처음에는 작은 모래 섬이었으나 차츰 넓어지고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거위를 기르기 시작했다. 섬이기 때문에 거위들은 도망가고 싶어도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이 모래 섬을 갠제호이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갠제호이펠

 

1875년쯤에 도나우의 홍수조절을 위한 대역사가 일단 마무리되자 비엔나의 누디스트라고 자처하는 플로리안 베른들(Florian Berndl)이라는 사람이 자기 마을에서 누드생활을 즐기기가 어렵게 되자 눈을 갠제호이펠로 돌렸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강 가운데의 섬이라면 마음 놓고 누드생활을 할수 있다고 믿었다. 1900년에 그는 섬의 한 파트를 버드나무를 심는다는 목적으로 임대하였다. 사실상 그는 자기 개인 소유의 땅에서 벌거벗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는 얼마동안 자유를 만끽하며 갠제호이펠의 한 쪽, 자기가 임대한 땅에서 누드생활을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즐거움도 얼마가지 못했다. 다른 누디스트들이 합세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갠제호이펠은 누디스트들에게 인기가 높아져서 더 많은 누디스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엔나 시당국도 눈치는 있어서 기왕에 갠제호이펠에 누디스트 구역이 생겼으니 다른 시설들도 설치하여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강수욕장들을 그럴듯한 리도(해수욕장)로 만들기 시작했다. 갠제호이펠의 대중 수영장은 1907년에 문을 열었다. 그러자 베른들은 다른 곳에 누디스트 지역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갠제호이펠 섬을 마주보는 강변의 땅을 임대하여 새로운 누디스트 지역으로 삼았다.

 

갠제호이펠의 옥외수영장

 

베른들은 새로운 누디스트 지역을 '비엔나의 브라질'(Brasilien in Wien)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여기에 정원들을 조성하였다. 정원이 만들어진 곳은 '새로운 브라질'(노이브라질리엔: Neubrasilien)이라고 불렀다. '노이브라질리엔'이라는 말은 갠제호이펠 내에 있는 여관의 이름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1945년,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갠제호이펠도 폭격을 받아 거의 모두 파괴되었다. 비엔나 시당국은 1948년부터 갠제호이펠의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1907년대의 오리지널 오두막집 들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물론 내부시설은 현대적으로 개선되었다. 오늘날 갠제호이펠은 하루에 3만명의 수영애호가들을 수용할수 있다.

 

갠제호이펠의 누디스트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누드로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다. 

                                                               

갠제호이펠의 오리지널 누디스트 구역이 강건너편으로 옮겨갔지만 근자에 오리지널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다시 만들어졌다. 약 2km에 이르는 거리가 누디스트 지대로 사용되고 있다. 갠제호이펠의 중심지역에는 어린이 수영장 등 여러 시설들이 있다. 로프로 기어올라가는 운동시설도 있다. 이를 호흐자일가르텐(Hochseilgarten)이라고 부른다. 2007년에 칼스플라츠의 비엔나박물관은 갠제호이펠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열었다. 갠제호이펠은 비엔나 노동자계급을 위한 전형적인 장소이다.

 

알테 도나우의 슈트란트에서 누드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