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명소와 공원

로싸우어 카제르네(Rossauer Kaserne)

정준극 2011. 5. 30. 04:55

로싸우어 카제르네(Rossauer Kaserne)

오스트리아 국방부 건물

 

로싸우어 카제르네. 군마병영이라는 의미.

 

쇼텐링에서 도나우 운하를 따라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붉은 색조가 중심을 이룬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을 만난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궁전처럼 생겼다. 사방에 세워진 높은 망루가 그런 느낌을 더해 준다. 로싸우어 카제르네(Rossauer Kaserne)이다. 9구 알저그룬트의 마리아-테레지엔-슈트라쎄(Maria-Theresien-Strasse)에 있다. 로쓰(Ross)는 군마를 말한다. 탱크도 없고 전투기도 없던 시절에 말(馬)은 군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로싸우(Rossau)는 군마들을 조련하고 관리하는 넓은 장소를 말한다. 카제르네(Kaserne)는 병영(바라크)을 말한다. 한때 이 건물에는 2천 4백명의 병사들과 4백필의 군마가 있었다. 그렇게 많은 군마가 있었기 때문에 로싸우어 카제르네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현재 이 건물에는 오스트리아 국방부가 들어서 있다. 신통하게도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방부가 체육업무도 커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국가축구대표팀은 국방부 소관이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는 듯하다.

 

대규모의 병영인 로싸우어 카제르네가 비엔나 시내에 건설된 것은 1848년 혁명 후의 일이었다. 주로 시외지대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비엔나 시내를 보호하기 위해 시내에 두 곳의 병영을 마련하였는데 하나는 로싸우어 카제르네이고 다른 하나는 남쪽의 게오르그-코흐-플라츠(Georg-Coch-Platz)에 두었다. 두 병영은 링슈트라쎄(프란츠-요셉 카날)에 연결되어 있어서 연락이 편했다. 오늘날 게오르그-코흐-플라츠의 병영은 철거되어 포스트슈파르카쎄(Postsparkasse) 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에 옛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 마리아-테레지엔-슈트라쎄에 있는 로싸우어 카제르네는 처음에 건물을 완성하고서 '루돌포 황태자 병영'(Kronprinz-Rudolf-Kaser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루돌프 황태자(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러다가 1차 대전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막을 내리자 로싸우어 카제르네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공중에서 내려다 본 로싸우어 카제르네. 군대의 병영으로서는 참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로싸우어 카제르네는 순수 병영으로 건설되었지만 1차 대전후에는 건물의 일부가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일부는 무주택자를 위한 아파트로 사용되었고 또 일부는 차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유명한 오스트리아 육군보병연대의 기념관으로도 사용된 일이 있다. 2차 대전 후에는 오스트리아 경찰청 본부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경찰청 일부와 함께 오스트리아 국방부가 들어가 있으며 일부는 비엔나 시의회의 별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엔나에서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이 건물을 지을 때에 건축가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을 잊었다고 한다. 실수를 알아차린 건축가는 수치심을 느껴서 자살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얘기일 뿐이다. 처음부터 화장실은 있었다. 다만, 바깥 쪽에 있는 두개의 탑 건물에 있었을 뿐이다. 중앙건물에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자살얘기가 나온듯 싶다. 물론 오늘날에는 건물 내에 여러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나중에 추가로 화장실을 설치하느라고 계획에도 없는 상당한 예산이 들었음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쇼텐링쪽에서 바라본 로싸우어 카제르네. 제국의 병영은 어떠했는지 한번 들어갈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