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작곡가/프랑스

귀로, 어네스트(Ernest Guiraud)

정준극 2012. 5. 16. 19:57

어네스트 귀로(Ernest Guiraud)

뉴올르언스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완성

 

어네스트 귀로

 

자크 오펜바흐는 그의 최후의 걸작 오페라인 '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펜바흐를 대신하여 '호프만의 이야기'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고 레시타티브를 만들었으며 몇개의 음악도 수정한 사람이 어네스트 귀로이다. 어네스트 귀로는 비제의 '카르멘'의 레시타티브 파트도 완성하였다. 어네스트 귀로(Ernest Guiraud: 1837-1892)는 미국 루이지애너주의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프랑스의 작곡가로 간주되고 있다. 어네스트 귀로는 어릴때부터 아버지 장 바티스트 귀로로부터 음악을 배웠다. 장 바티스트 귀로는 뉴올리언스에 있을 때인 1827년, 파리음악원으로부터 프리 드 롬(Prix de Rome)을 받은 뛰어난 작곡가였다.

 

어네스트 귀로는 15세 때인 1852년, 아버지를 따라 파리로 여행을 가는 도중에 다윗왕에 대한 대본을 입수하여 파리에서 오페라로 만들었다. 그것이 3막의 오페라 '다윗'(David)였다. 15세 소년이 작곡한 오페라 '다윗'은 1853년 뉴올리언스의 테아트르 도를레앙(Théâtre d'Orléans )에서 공연되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오페라 '다윗'이야말로 어네스트 귀로의 장래를 예견해준 작품이었다. 뉴올리언스에서 '다윗'이 공연되었던 해인 1853년 12월, 그는 다시 파리로 향하였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위해서였다. 그는 파리음악원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작곡은 유명한 자크 알레비로부터 배웠다. 뛰어난 재능의 어네스트 귀로는 파리음악원에 들어간지 3년 후인 1858년 피아노 대상을 받았으며 이듬해인 1859년에는 파리음악원이 주는 프리 드 롬을 받았다. 파리음악원에서 프리 드 롬을 부자가 받은 경우는 장 바티스트 귀로와 어네스트 귀로의 경우가 처음이다. 어네스트 귀로는 파리음악원에 있으면서 카미유 생 생, 에밀 팔라딜(Emile Paladilhe), 테오도르 뒤부아(Théodore Dubois), 조르즈 비제 등과 두터운 교분을 쌓으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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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의 테아트르 도를리언스. 현재는 철거되어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다.

 

파리음악원을 나온 어네스트 귀로가 파리에서 처음에 했던 일은 극장에서 저녁공연이 있을 때 본막이 오르기전에 여흥용으로 공연하는 단막의 무대작품을 작곡하는 것이었다. 이를 커튼 레이저스(Curtain Raisers)라고 부른다. 그가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무대작품은 그가 27세 때인 1864년 오페라 코믹에서 공연된 실비(Sylvie)였다. 이로써 어네스트 귀로의 이름은 파리 음악계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870년 8월에 무대에 올린 오페라 발레 Le Kobold(도깨비)는 초연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나 보불전쟁(Franco-Prussian War)이 일어나는 바람에 겨우 18회의 공연 밖에 하지 못했다. 전쟁 중에는 모든 극장이 문을 닫았다. 귀로는 군대에 자원입대하여 보병으로서 프랑스를 위해 전쟁이 끝날 때인 1871년까지 전투에 참가했다.

 

어네스트 귀로는 기본적으로 오페라 작곡가가 되려고 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그의 오페라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872년에 내놓은 '마담 튀르뤼팽'(Madame Turlupin)은 인사치레로나마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은 대본이 진부하여서 실패로 돌아간 것이었다. 1876년에 초연된 3막의 오페라 코믹인 '피콜리노'는 그나마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다행히 갈리 마리(Galli-Marié)라는 예명의 소프라노가 '피콜리노'에서 부르는 소렌티노(Sorrentino)가 대단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피노키오'는 그나마 롱 런할수 있었다. 또한 '피콜리노'에는 상당히 아름다운 발레 곡이 나오므로 사랑을 받았다. 카니발이라는 타이틀의 발레 곡은 그의 '첫 오케스트라 조곡'에 나오는 음악을 사용한 것이다.

 

비제의 '카르멘'의 한 장면. 그라츠오페라단 공연. 어네스트 귀로는 '카르멘'의 대사 파트를 레시타티브로 완성했고 오케스트라 파트도 일부 손질하였다.

                                           

비제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귀로는 친구인 비제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을 정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아를르의 여인 조곡 제2번'의 출판도 주관하였다. 귀로의 기여 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카르멘'에서 대사로 되어 있는 부분을 음악적 레시타티브로 수정한 것이다. 귀로의 '카르멘' 레시타티브는 환영을 받기도 했지만 비제의 오리지널 대사 파트를 그대로 놓아 두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귀로는 또한 저 유명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의 대사 부분을 레시타티브로 만들었고 오펜바흐가 완성하지 못한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였다. 귀로의 '호프만의 이야기' 버전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오펜바흐가 오케스트라 파트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스케치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오펜바흐가 세상을 떠나자 여러 작곡가들이 서로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는 바람에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펜바흐가 미완성으로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 어네스트 귀로가 레시타티브와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였다. 사진은 슬로베니아국립오페라단의 '호프만의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

                                                                      

귀로가 남긴 작품은 별로 많지 않다. 아마도 친구들을 도와주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며 한편으로는 교수로서 정진하느라고 작품을 별로 남기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다. 어네스트 귀로의 작품으로서 널리 알려진 작품은 발레곡인 Le Forgeron de Gretna Green(1873. 파리 오페라)이 있으며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1885), 교향시인 Chasse fantastique(1887) 등이 있다. 귀로는 1876년부터 파리음악원의 교수로서 활동했다. 귀로는 국립음악원(Société Nationale de Musique)의 창립 멤버였다. 국립음악원은 젊은 음악도들의 연주회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기구이다. 귀로는 1891년에 프랑스예술원(Académie des Beaux-Arts)의 멤버로 임명되었다. 귀로는 작곡법 강의는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클로드 드빗시는 귀로의 화성악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귀로의 제자 중에는 안드레 블로흐(André Bloch), 폴 뒤카, 아킬레 포르티에(Achille Fortier), 에릭 사티(Erik Satie), 안드레 즈달즈(André Gedalge) 등이 있다. 귀로는 1891-92년에 레오 들리브(Léo Delibes: 1836-1891)의 5막 오페라인 카시야(Kassya)의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하느라고 수고하였다. 오페라 '카시야'는 레오 들리브가 54세로서 파리에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겨졌던 것이다.

 

어네스트 귀로가 교수로 재직했던 파리음악원의 현재 모습. 현재는 Conservatoire National Supérieur de Musique et de Danse de Paris라고 부른다. 국립파리음악댄스원(Paris National Conservatory of Music and Dance)이다.

 

어네스트 귀로의 오페라 수첩은 다음과 같다.

● 다윗(David). 1853. 미국 뉴올리언스의 테아트로 도를레안스 ● 글리 아벤투리에리(Gli avventurieri). 단막의 멜로드라마 지오코소. 1861. 미공연  ● 실비(Sylvie). 단막의 오페라 코믹. 1864. 파리 오페라 코믹 극장(화바르홀) ● 툴레왕의 술잔(Le coupe du roi de Thulé). 3막. 1869. 미공연. ● 죄수(En prison). 오페라 코믹. 단막. 1870. 오페라 코믹극장(화바르홀) ● 도깨비(Le Kobold). 오페라 발레. 단막. 1870. 오페라 코믹극장 ● 마담 튀르뤼팽(Madame Turlupin). 오페라 코믹. 2막. 1872. 파리 아테네극장(Théâtre de l'Athénée)  ● 피콜리노(Piccolino). 오페라 코믹. 3막. 1876. 오페라 코믹극장 ● 불(Le feu). 오페라. 미완성. 1879 ●  용감한 모험(Galante Aventure). 오페라 코믹. 3막. 1882. 오페라 코믹극장 ● 프레데공드(Frédégonde). 그라마 리릭. 5막. 미완성. 1-3막의 오케스트라는 폴 뒤카, 4-5막의 오케스트라와 발레곡은 생 생이 완성하였다. 1895. 완성된 작품은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