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룰 브리타니아'와 오페라 '알프레드'

정준극 2012. 5. 16. 23:42

'룰 브리타니아'(Rule! Britannia)와 오페라 '알프레드'(Alfred)

토마스 아느(Thomas Arne)의 2막 오페라

체코의 드보르작도 영국의 알프레도 대왕에 대한 오페라 작곡

 

토마스 아느

 

대영제국의 국가는 '하나님이시여 우리의 왕(여왕)을 보살피소서'(God Save the King(Queen))이다. 이와 함께 영국인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애국적인 노래가 있다. '지배하라, 브리타니아여'(Rule, Britannia!)라는 노래이다.  만일 God save the King(Queen)은 알지만 Rule, Britannia라는 노래는 모른다고 한다면 영국인이라고 할수 없다. 국가인 God save the King(Queen)은 주로 공식적인 의식을 행할 때에 부르지만 Rule, Britannia는 아무때고 부르고 싶으면 부른다. 공원에서든지, 술집에서든지 상관없다. 그래서 해마다 열리는 BBC의 프롬스(Proms)에서는 마지막날 마지막 순서는 Rule, Britannia를 부르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그리고 프롬스는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리지만 이곳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하이드 파크 등 여러 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모든 사람이 볼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룰 브리타니아'가 나오면 모두들 손에 유니온 잭을 들고 흔들면서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함께 부른다. Rule, Britannia는 18세기 영국의 작곡가인 토마스 아느(Thomas Arne)가 작곡한 노래이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알프레드'의 피날레에 나오는 합창곡이다. 토마스 아느는 God Save the King(Queen)도 정리하여 영국의 국가로서 정착되도록 했다. 토마스 아느는 영국의 안익태 선생이다.

 

'알프레드'(Alfred)는 영국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대왕이라는 호칭을 가진 알프레드 대왕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이다. 영국의 위대한 작곡가인 토마스 아느(Thomas Arne: 1710-1778)가 음악을 만들고 데이빗 마예(David Mallet)와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이 공동으로 대본을 쓴 작품이다. '알프레드'는 원래 마스크(Masque)로서 작곡되었다. 마스크는 무대작품의 한 장르로서 영국에서 16-17세기에 유행하였으며 배우들이 간단한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알프레드'는 1740년 8월 1일에 런던에서 멀지 않은 클리브덴(Cliveden)이란 곳에 있는 프레데릭 왕세자의 시골저택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프레데릭 왕세자의 할아버지인 조지1세(1660-727)가 독일의 하노버 출신으로서 영국의 군주로 즉위한 역사적인 사실을 기념하며 아울러 조카가 되는 아우구스타 공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하였다. 프레데릭 왕세자(1707-1751)는 조지 1세의 손자이고 조지 2세의 아들이었다. 프레데릭은 왕세자로서 영국의 군주가 될 예정이었으나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국왕으로 즉위하지 못했다. 대신 그의 아들이 조지 3세로서 영국의 국왕이 되었다. 조지 3세의 손녀가 저 유명한 빅토리아 여왕이므로 프레데릭 왕세자는 빅토리아 여왕의 증조부가 된다. 프레데릭의 할아버지인 조지 1세는 영국에서 하노버 왕조를 개설한 사람이다. 작곡자인 토마스 아느는 마스크로 만든 '알프레드'를 나중에 전편이 노래로 구성되는 오라토리오로 새롭게 편곡하였으며 몇년 후에는 이를 다시 완전히 오페라 스타일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토마스 아느의 '알프레드'는 오페라이다. 오페라 '알프레드'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피날레에 나오는 '룰 브리타니아'(Rule! Britannia)이다. 영국사람들은 '룰 브리타니아'만 나오면 마치 모두 애국자가 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당당해 진다.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린 BBS 프롬스의 마지막 날에 넬슨 제독의 복장으로 '룰 브리타니아'를 부르는 영국의 소프라노 사라 코놀리(Sarah Connolly). '룰 브리타니아'는 토마스 아느가 작곡한 오페라 '알프레드'의 피날레에 나오는 노래이다.

 

'알프레드'가 처음에 마스크로서 나왔을 때는 노래가 7곡만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저 유명한 '룰 브리타니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작곡자인 아느가 계속 수정보완을 통하여 음악 파트를 확대하였다. 결국 최종 버전은 전체가 음악으로 만들어진 3막의 오페라가 되었다. 오늘날 무대에 올려지는 것은 대체로 최종 버전이다. 토마스 아느에게 '알프레드'의 작곡을 부탁한 프레데릭 왕세자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연유에서 '알프레드'를 공연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독일의 하노버에서 자라난 프레데릭 왕자는 어른이 되어서 영국에 도착했다. 프레데릭의 아버지인 조지 2세는 영국의 국왕이었다. 그런데 프레데릭은 아버지인 조지 2세와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다. 프레데릭은 조지 2세의 마음에 들도록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그는 앞으로 영국의 국왕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신하가 될 추종자들을 규합하였다. '알프레드'를 작곡토록 한것은 고대 영국의 영웅적인 군주인 알프레드 대왕에 대한 스토리를 마스크로 만들어 부왕인 조지 2세를 기쁘게 해주려던 의도에서였다. 이와 함께 바이킹의 침략을 물리친 알프레드 대왕을 모델로 하여 자기도 앞으로 왕이 되면 알프레드 대왕과 같은 외적의 침략을 물리치고 백성들을 보호하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생각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프레데릭은 아버지인 조지 2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영국의 왕이 되지 못하였다.

 

여기서 잠시 도대체 알프레드 대왕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대왕 또는 대제(The Great)라는 호칭을 받은 군주는 1백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인도 마우랴 왕조의 아쇼카 대왕, 태국의 근대화를 주도한 츌라롱코른 대왕, 러시아의 카테리나 대제와 피터 대제, 프랑크의 샬레마뉴 대제, 로마제국에서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틴 대제, 페르시아 아케메니드 제국을 창설한 사이러스 대왕,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 대왕,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대왕, 몽골제국의 징기스칸, 예수께서 태어나실 때에 유대 땅을 통치했던 헤롯 대왕, 신성로마제국의 오토 대제, 십자군 전쟁에서 승리한 이집트와 시리아의 술탄인 살라딘 대왕, 페르시아의 세르세스(크세르크세스) 대왕,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그리고 영국의 알프레드 대왕이다. 알프레드 대왕은 영국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대왕이라는 호칭을 받은 군주이다.

 

알프레드 대왕은 9세기에 영국 땅의 한쪽에 있던 웨섹스(Wessex)의 국왕이었다. 9세기에 영국은 10 여개의 작은 나라로 나뉘어져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스코틀랜드인 북부에는 포트러(Fortreu)라는 왕국이 있었고 중부에는 노우스엄브리아(Northumbria)라는 왕국이 있었으며 남쪽에는 에섹스(Essex) 왕국, 남서쪽에는 웨섹스(Wessex) 왕국이 있었다. 웨섹스는 지금의 콘월 지방의 일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나 차츰 영토를 넓혀 영국 섬의 남부는 거의 차지한 왕국이었다. 알프레드는 웨섹스의 왕으로서 덴마크로부터 바이킹들이 무자비하게 침략해 오자 용감히 맞서서 바이킹을 격퇴하여 웨섹스 뿐만 아니라 영국 전체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한 영웅이었다. 알프레드는 여러 면에서 훌륭한 정치를 하였지만 특히 영국을 위한 해군을 창설하고 증강하였다. 그러므로 알프레드야 말로 오늘날 세계적인 영국 해군의 창설자이다. 알프레드 대왕은 849년에 태어나 젊은 시절인 871년부터 899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웨섹스 왕국을 다스렸다. 알프레드는 웨섹스의 왕이었지만 실제로는 웨스트 색슨의 왕(King of the West Saxons)으로서 영국 섬의 서남부 지역을 통치하였다. 그러한 연유로서 그는 자신을 '앵글로 색슨의 왕'(King of the Anglo-Saxons)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먼 훗날 영국이 하나로 통일되는 초석을 놓은 인물이라고 볼수 있다. 알프레드는 지금의 옥스포셔의 완티지(Wantage: 예전에는 Wanating)에서 태어났으며 햄프셔의 윈체스터에서 50세의 한창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석관은 1100년경 윈체스터의 하이드 수도원에 안치되었으나 언제인지 알수 없지만 분실되어 찾지 못하고 있다.

 

알프레드 대왕이 태어난 옥스포드셔의 완티지의 중심지에 세워져 있는 알프레드 대왕 기념상. 저 무시무시한 도끼를 들고 바이킹들을 몰아냈다.

 

오페라 '알프레드'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파트는 알프레드가 외적의 침입으로 어쩔수 없이 헤어졌던 가족들과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영국인들의 단결을 호소한 내용이다. 두번째 파트는 알프레드가 영국을 침범해 온 바이킹을 물리치고 나라를 보전하고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내용이다. 위대한 영국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파트 1] 시기는 878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장소는 소머셋셔(Somersetshire)에 있는 아델니(Athelney)섬이다. 황량한 땅이다. 한쪽에 양치기의 오두막이 있다. 알프레드가 무엇에 쫓기는 듯 피난처를 찾아 등장한다. 침략해 온 덴마크의 바이킹들과 맞서서 싸웠으니 역부족으로 패배하여 이곳까지 도피하여 온 것이다. 양치기 코린(Corin)과 그의 아내인 엠마(Emma)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 잠시 머물러 가기를 청하자 행색으로 보아서는 귀한 신분인 것 같으므로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알프레드는 황량한 곳에서 그래도 아무런 걱정도 없이 평화스럽고 단란하게 살고 있는 젊은 부부를 보고 오히려 부러워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Though to a desert isle confin'd). 양치기인 코린과 엠마의 듀엣이 아름답다(The shepherd's plain life). 평범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기뻐하는 노래이다. 알프레드는 바이킹의 침략으로 처참하게 된 백성들과 황폐해진 나라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알프레드는 브리타니아 여신에게 나라를 보호해 주고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앞길을 가르켜 달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잠시후 어떤 여인과 아들처럼 보이는 소년이 역시 피난처를 구하기 위해 양치기의 오두막에 나타난다. 여인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자기의 남편을 찾아 계곡과 산을 다녔지만 아직 찾지 못하여 괴로워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Sweet valley, say where pensive lying the best of mortals leans his head). 알프레드는 그 여인이 음성을 듣고 그 여인이 왕비인 엘트루다(Eltruda)이며 소년은 자기의 아들인 에드워드 왕자인 것을 알아차린다. 에드워드 왕자는 아버지 알프레드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한다(Why beats my heart with such devotion?). 알프레드와 왕비 엘트루다와 에드워드 왕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Let not those who love complain). 잠시후 양치기의 아내인 엠마가 들어와서 다시한번 평화스런 하루를 보낸 것을 감사하며 친구들을 불러와서 하루를 마감하는 기쁨과 함께 춤을 춘다(Nymphs and shepherds come away).

 

윈체스터에 있는 알프레드 대왕 기념상

 

장면은 바뀌어 강변에서 님프인 에디스(Edith)가 홀로 앉아 사랑하는 사람이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한탄하고 있다(Love's the tyrant of the heart; O fatal love of fame!; A youth adorn'd with ev'ry art). 양치기의 아내인 엠마와 엘트루다 왕비가 에디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에디스의 위로받기 어려운 고통에 대하여 가엾게 생각한다. 엘트루다는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재산과 생명을 잃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Peace thou fairest child of heav'n). 그러면서 하나님에게 평화를 보내달라고 간구한다.

 

[파트 2] 달빛이 비치는 양치기의 오두막이다. 엘트루다는 평화의 나라를 침법한 원수들에게 복수할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Gracious heav'n, O hear me!). 잠들어 있던 알프레드는 왕비의 끊임없는 기도에 깨어난다. 알프레드는 왕비의 아름다움과 선한 마음씨를 치하하며 왕비와 아들을 끝까지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From the dawm of early morning). 에드워드가 뛰어들어와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1천 2백명이나 되는 충성스런 브리튼 군대가 이곳까지 찾아 왔으며 왕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적군을 물리칠 희망이 생긴 것이다(As clams succeed when storms are past). 하늘에서 찬란한 음악이 들린다. 하늘의 정령이 나타나 알프레드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당부한다(Hear, Alfred, hear). 알프레드는 하늘로부터의 환상을 본다. 영국이 문명국가로 발전하여 백성들은 모두 하나님을 경외하는 광경이다. 알프레드는 아들 에드워드의 도움을 받아서 전투에 나갈 차비를 한다(O come, inspire me!). 알프레드는 영국의 하늘에서 먹구름이 사라질 것을 예상한다(Though storms awhile the sun obscure). 알프레드와 에드워드는 충성스런 브리튼의 병사들과 함께 적군을 기습키로 한다. 하늘의 정령(천사)와 모든 사람들은 그동안 전투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의 명예와 영광을 위해 애도의 노래를 부른다.

 

양치기 코린은 그제서야 길잃은 나그네 처럼 찾아왔던 사람이 알프레드인 것을 알고 크게 기뻐한다. 코린과 엠마는 군신 마르스와 미의 여신 비너스가 만난 것을 크게 기뻐한다(Safe beneath this lowly dwelling). 엘트루다 왕비는 전투를 위해 나간 알프레드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한다(Ah me! What fears oppress my throbbing heart: Guardian angels, O descend). 엘트루다 왕비의 걱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진다. 코린이 알프레드가 크게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엠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Arise, sweet messenger of morn). 북소리가 흥겹게 울리며 승리한 병사들이 알프레드를 따라서 돌아온다(O how glorious 'tis to see). 에드워드 왕자는 영국이 다시 일어설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기뻐한다(See liberty, virtue and honour appearing). 알프레드는 백성들을 위하고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진력할 것을 약속하며 특히 더 이상 외적의 침입을 방관할수 없으르모 해군을 강화하겠다고 말한다(Britons, proceed, the subject deep command, awe with your navies ev'ry hostile land). 모두들 브리타니아 여신이 영국을 보호해 주고 대양을 드스리게 해 달라며 소리 높여 찬양한다(Rule, Britannia).

 

알프레드 대왕

                                   

체코(보헤미아)의 위대한 작곡가인 안토닌 드보르작(1841-1904)이 토마스 아느와는 별도로 오페라 '알프레드'를 작곡했다. 드보르작의 첫 오페라로서 독일어 대본은 칼 테오도르 코르너(Karl Theodor Korner)가 쓴 것이다. 그런데 코르너의 대본으로 독일의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우(Friedrich von Flotow)가 '알프레드 대왕'(Alfred der Grosse)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한바 있다. 플로토우는 오페라 '알프레드 대왕'을 1833-35년에 완성했지만 공연된 일은 없다. 드보르작은 오페라 '알프레드'를 1870년에 완성했다. 하지만 드보르작의 생전에는 공연되지 못하였다. 드보르작의 '알프레드'가 초연된 것은 1938년 12월 10일 올로무츠 시립극장에서였다. 독일어가 아닌 체코어로 번역된 대본이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