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돈 조반니'를 좋아하십니까?

정준극 2012. 6. 15. 21:44

'돈 조반니'를 좋아하십니까?

Aimez vous Don Giovanni?

 

'돈 조반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작곡가들이 '돈 조반니'에 나오는 음악을 주제로 하여 만든 변주곡들도 사랑함이 마땅할 것이다. '돈 조반니'는 프라하에서 1787년 10월 29일 모차르트 자신이 지휘를 하여 초연된 이래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오페라에 나오는 음악들을 흠모하여서 이런 저런 형태의 음악으로 '돈 조반니'를 기념하였다. 하기야 모차르트 자신도 자기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 '돈 조반니'가 최고의 대표작이라고 고백했을 정도이니 '돈 조반니'의 위대함은 알아 모실 일이다.

 

돈 조반니의 여인들. 한쪽에서는 하인 레포렐로가 무얼 먹고 있다.

 

'돈 조반니'에 나오는 음악을 주제로 하여 만든 작품 중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작품은 프란츠 리스트(1811-1886)가 작곡한 오페라적 환상곡 Reminiscences de Don Juan(돈 후안의 회상)일 것이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환상적인 피아노곡으로 옮겨 놓았다. 리스트의 또 다른 곡인 Fantasy on Themes from Mozart's Marriage of Figaro and Don Giovanni(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의 테마에 의한 환상곡: Fantasie uber Themen aus den Opern von Wolfgang Amadeus Mozar Die Hochzeit des Figaro und Don Giovanni: 1842-43)에는 '돈 조반니'의 1막 피날에에 나오는 메뉴엣이 등장한다. 독일의 지기스몬트 탈베르크(Sigismond Thalberg: 1812-1871)도 그의 Grand Fantasie sur la serenade et le Minuet de Don Juan, Op. 42('돈 조반니'의 세레나데와 메뉴엣에 의한 그랜드 환상곡)에서 똑 같은 메뉴엣을 사용하였다.

 

모차르트를 경외한 프란츠 리스트

 

탈베르크는 메뉴엣 이외에도 Deh, vieni alla finestra(그대여 창문으로 나오라)를 그의 환상곡에 사용하였다. Deh, vieni alla finestra를 사용한 사람으로는 이탈리아의 페루치오 부소니(Ferruccio Busoni: 1866-1924)가 있다. Variations-Studie nach Mozart(Variation Study after Mozart)라는 타이틀의 '피아노연습곡'(Klavierubung)에 사용하였다. 프레데릭 쇼팽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인 Variations on 'La ci darem la mano'(손에 손잡고서 주제에 의한 변주곡: 돈 조반니와 체를리나의 듀엣)에 La ci darem la mano를 사용하였다. 베토벤과 프란츠 단치(Franz Danzi: 1763-1826)도 La ci darem la mano의 멜로디를 사용하여 변주곡을 만들었다. 또한 베토벤은 Diabelli Variations(디아벨리 변주곡집)에 변주곡 22번으로서 레포렐로의 아리아인 Notte e giorno faticar(밤이건 낮이건 지치네)의 멜로디를 사용하였다.

 

지기스몬트 탈베르크

 

차이코브스키는 '돈 조반니'를 무척 흠모하고 경외하였으며 모차르트를 자기의 음악신으로서 존경하였다. 1855년에 당대의 메조소프라노인 폴랭 비아르도(Pauline Viardot: 1821-1910)는 런던의 경매장에서 모차르트의 오리지널 '돈 조반니' 악보를 구입하였다. 풀랭 비아르도는 한때 차이코브스키의 비공식 연인이었던 벨기에의 소프라노인 데지레 아르토(Desiree Artot: 1835-1907)의 레슨선생이었다. 그때 폴랭 비아르도는 제자인 데지레 아르토에게 차이코브스키와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폴랭 비아르도는 모차르트이 '돈 조반니' 오리지널 악보를 구입하여 파리에 있는 자기 저택의 사당에 고히 보관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악보를 보러 왔었다.

 

'돈 조반니' 오리지널 악보를 구입하여 간직했던 메조소프라노 폴랭 비아르도

 

차이코브스키도 1886년(서울에 배재학당이 설립된 해) 파리에 머물고 있을 때에 폴랭 비아르도의 저택을 방문하여 '돈 조반니'의 악보를 알현했다고 한다. 그 악보를 본 차이코브스키는 '마치 신전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돈 조반니' 1백주년을 기념하는 1887년에 차이코브스키로서 무언가 '돈 조반니'를 기념하는 작품을 써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고 한다. 차이코브스키는 감히 '돈 조반니'의 음악을 사용하지 못하고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 중에서 멜로디를 빌려와서 네번째 오케스트라 조곡에 사용하고 그 작품을 모차르티아나(Mozartiana)라고 불렀다. '돈 조반니'가 초연되었던 프라하에서 '돈 조반니' 1백주년을 기념하는 '돈 조반니' 공연이 있을 때에 타이틀 롤은 유명한 바리톤 마리아노 파디야 이 라모스(Mariano Padilla y Ramos)가 맡았다. 이 사람이 차이코브스키 대신에 소프라노 데지레 아르토와 결혼한 사람이었다.

 

차이코브스키와 결혼하려 했던 소프라노 데지레 아르토(Artôt de Padilla, Lola)

                                                               

'돈 조반니'의 음악은 이처럼 여러 기악곡에 등장하였지만 오페라에도 사용되었다. 오펜바흐는 그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니클라우스의 아리아에 레포렐로의 아리아 Notte e giorno의 멜로디를 잠시 사용하였다. 로시니는 그의 Ill turco in Italia(이탈리아의 터키인)에서 셀림이 입장할 때의 음악을 '돈 조반니'에서 콤멘다토레(기사장)의 음악을 사용하였다.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작곡가인 Jean Francaix(장 프랑세: 1912-1997)은 그의 Mozart new-look, Petite fantaisie pour contrebasse et instruments a vent sur la Serenade de 'Don Giovanni'(돈 조반니의 세레나데 주제에 의한 더블 베이스 및 목관악기를 위한 작은 환상곡: 1981)에 Deh, vieni alla finestra를 사용하였다. 이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만!

 

돈 조반니의 역을 맡은 유명한 바리톤 프란치스코 단드레아데. 1902년. 바리톤이라고 하면 누구나 한번 맡고 싶은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