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Christus am Ölberge)
Christ on the Mount Olives(올리브 산상의 그리스도)
루드비히 반 베토벤
베토벤(1770-1827)이라고 하면 우선 '운명' '전원' '합창' 등 교향곡만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오페라도 작곡했고 오라토리오도 작곡했다. '휘델리오'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이며 '감람산의 그리스도'(Christus am Ölberge)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라토리오이다. 그러나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관련한 다른 오라토리오들과는 달리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고뇌를 강조한 작품이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예수께서는 그가 세상 만민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고 이어 사흘만에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할 것을 알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같은 고난과 부활이 모두 하나님께서 일찍부터 예정하신 일이기 때문에 쓴잔을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결국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그 쓴잔을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감람산(겟세마네 동산)의 그리스도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베토벤이 32세 때인 1802년 가을에 작곡을 시작하여 다만 몇 주만에 완성하였고 초연은 이듬해인 1803년 4월 5일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있었다. 베토벤은 한때 이 극장의 일각에서 기거한 일이 있었다. 한편, 1802년은 베토벤이 저 유명한 하일리겐수타트 테스타멘트를 남긴 해이다. 그러므로 베토벤이 청력을 잃기 시작하여 삶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던 때였으므로 어찌보면 겟세마네 동산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했던 그리스도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수 있다. '감람산의 그리스도'의 대본은 '비너 차이퉁'(Wiener Zeitung)이라는 비엔나의 신문의 편집장인 프란츠 사버 후버(Franz Xaver Huber)가 썼다. 그는 평소에 베토벤과 친밀하게 지내던 사람이었다. 초연은 1803년에 있었지만 베토벤은 1811년에 비엔나의 출판사가 스코어를 출판코자 하자 여러부분을 수정하였다. 그렇게 늦게 수정본을 내놓았기 때문에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베토벤의 작품번호 중에서 상당히 늦은 85번에 배정되었다.
비엔나의 하일리겐슈타트의 프로부가쎄에 있는 이 집에서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작곡되었다. 몇년전에 새로 단장하였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종교적인 합창 미사곡, 또는 드라마틱 오페라라기 보다는 드라마틱 오라토리오이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그리스도의 고난을 그린 다른 작품에 비하여(예를 들면 바흐의 수난곡) 그리스도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한 작품이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예수께서 개인적으로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을 짓는다. 즉, 십자가 고난과 부활이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사항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는 면을 강조하였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의 솔리스트들과 4부 합창단, 그리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으로 스코어가 작성되어 있다. 테너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을 맡으며 소프라노는 천사인 세라프(Seraph: 그룹), 그리고 베이스는 베드로의 역할을 맡는다. 전곡을 연주하는 데에는 약 50분이 걸린다.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초연된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빈강변극장).
베토벤은 '감람산의 그리스도'의 가사에 대하여도 만족하지 못했지만 빈강변극장(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의 초연에 대하여도 만족하지 못했다. 초연에서는 독창자들과 합창단이 제대로 연주를 해주지 못했다고 하여 불평을 털어 놓기까지 했다. 그리고 후버의 가사에 대하여는 '차라리 호머나 쉴러의 시에 음악을 붙이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까지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 보였다. 베토벤은 1824년에 비엔나 악우회(Gesellschaft für Musikfreunde)에 보낸 서한에서 '후버의 가사는 시(詩)라고 간주하기가 어렵다.'까지 언급한바 있다. 결국 베토벤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후에 마침내 쉴러의 시(환희의 송가: An die Freude)에 음악을 붙여 저 유명한 교향곡 제9번을 완성하였다. 출판사인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Breitkopf & Härtel)은 베토벤이 후버의 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을 동감하고 크리스티안 슈라이버에게 부탁하여 '감람산의 그리스도'의 가사를 대폭 손질토록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수정된 가사에 대하여도 흡족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리하여 '감람산의 그리스도'의 가사는 두가지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가사는 슈라이버가 쓴 것이다.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도이테콤, 테너 니콜라이 겟다, 베이스 한스 조틴이 솔로를 맡고 본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연주한 '감람산의 그리스도' 음반
초연의 반응은 엇갈린 것이었다. 베토벤 자신도 초연의 연주내용에 대하여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듯 일부 평론가들은 '구성이 지나치게 부자연스럽다. 표현력이 부족하다. 특히 성악부분에서 그러하다'며 무얼 안다고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비엔나의 프라이뮈티게 블래터(Freymüthige Blätter)라는 신문이 그러한 비평에 앞장 섰다. 그러나 차이퉁 휘어 디 엘레간테 벨트(Zeitung für die Elegante Welt)는 '감탄할만한 곡들이 여러 편이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위대한 베토벤 선생님의 작품에 대하여 무얼 안다고 이러쿵 저러쿵 비판을 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 얄팍한 사람들은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별로 신통치 않은 작품이라는 소리를 듣자 그로부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거의 잊혀져 있다 시피했다. 그러다가 근년에 이르러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특히 '할렐루야..'로 시작하는 피날레 합창곡은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으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피날레 곡은 '할렐루야'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감람산
베토벤의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도입부(Introduction)
2. 레시타티브: Jehovah, du mein Vater(Tenor)
3. 아리아: Meine Seele ist erschuttert(Tenor)
4. 레시타티브: Erzittre, Erde!(Sop)
5. 아리아: Preist des Erlosers Gute(Sop)
6. 합창: O Heil euch, ihn Erlostern(Sop)
7. 합창: Doch weh! Die frech entehren(Sop)
8. 레시타티브: Verkundet, Seraph, mir dein Mund(Ten. Sop)
9. 듀엣: Do ruhe denn(Ten. Sop)
10. 레시타티브: Wilkommen, Tod!(Ten)
11. 합창: Wir haben ihr gesehn
12. 레시타티브: Die mich zu fangen ausgezogen(Ten)
13. 합창: Hier ist er
14. 레시타티브: Nicht ausgestraft(Sop. Ten)
15. 트리오: In meinen Adern wuhlen(Bass, Ten. Sop)
16. 합창: Auf, ergreifet der Verrater!(Ten)
17. 합창: Welten singen Dank und Ehre
18. 합창: Preset ihn, ihr Engelchore
'감람산의 그리스도'. 프란치스코 고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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