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공휴일 탐구

만성절(Allerheiligen)

정준극 2012. 6. 1. 07:12

만성절(Allerheiligen) - All Saints' Day

프랑스: Toussaint, 이탈리아: Ognissanti, 스페인: Fiesta de Todes los Santos, 스웨덴: Alla helgons dag

 

어린양과 모든 성인들


만성절의 베토벤 묘지. 비엔나 중앙공동묘지

 

만성절(萬聖節)은 모든 성인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바티칸이 성인으로 시성한 모든 성인들을 말한다. 성인의 수는 서방교회와 동방교회가 다르지만 대체로 1만명 선이라고 한다. 서방교회는 만성절을 11월의 첫주일에 지키지만 동방교회는 오순절이 지난후 첫번째 주일에 지킨다. 일부 기독교 국가에서는 11월 1일을 국가 공휴일로 정하고 만성절을 지킨다. 이날에는 사람들이 성인들을 추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세상 떠난 가족들의 묘지를 찾아가 꽃을 놓고 촛불을 켜서 고인들을 추모한다. 우리 식으로 보면 마치 추석이나 한식에 성묘를 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묘를 갔을 때 묘지 위를 걸어다닌다거나 앉아 있는 행위는 버릇없는 행위로 여겨지지만 서양에서는 선조들의 묘지 위에 천연덕 스럽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무얼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별로 할 일이 없으면 묘지 위에서 낮잠도 늘어지게 자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절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성인의 축일'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좀 유식하게는 '1성인 1축일'이라고 부른다. 로마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는 다른 가톨릭 국가들과 함께 만성절을 열심히 지킨다. 개신교가 우세한 독일과 스웨덴에서도 만성절을 공휴일로서 지킨다. 서양사람들은 유교적이기 아니기 때문에 조상숭배 사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들도 성묘에 정성을 쏟는다. 만성절에 공동묘지에 가서 보면 잘 알수 있다.

 

만성절 전야의 공동묘지의 모습

 

만령절(萬靈節)이라는 것도 있다. 영어로는 All Souls' Day 라고 한다. 이날이야 말로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추모하는 날이다. 11월 2일이다. 교회에서만 성인들을 위한 추모행사를 한다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므로 일반인들을 위한 세속적인 추모행사를 할수 있는 날을 하나 잡은 것이다. 비록 독일이나 스웨덴에서는 만성절을 지키지만 다른 개신교 국가들에서는 만성절을 만령절과 합하여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성인의 축일' 장면. 103명이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만성절을 처음 지킨 기록은 609년이다. 교황 보니화체 4세(Boniface IV)가 포카스(Phocas) 황제로부터 로마의 판테온을 선물로 받고부터이다. 별것을 다 선물로 주었다. 교황은 그같은 뜻깊은 선물을 기념하여서 그날을 성모와 모든 순교자를 추모하는 휴일로 정하였다. 선물을 받은 날이 11월 1일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교회는 천년이 넘게 11월 1일을 만성절로 지켰다. 그러다가 1770년에 이르러 그런 뜻 깊은 날은 주일날 미사도 드리며 지켜야지 평일날 지킨다면 의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하여 11월 1일을 폐지하고 11월 첫 주일을 만성절로 지키기 시작했다. 한편, 교황 그레고리 3세는 만성절을 기왕이면 모든 성인들을 포함하여 추모하는 날로 만들었다. 당시만해도 교황이 인정하는 성인들에 한하여 추모행사를 가졌지만 오늘날에는 우리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성인들도 모두 포함하여 추모하는 행사를 갖는다. 가톨릭 교회는 한발 더 나아가서 요즘에는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추모하는 것으로 정했다. 만성절에 세상을 떠났으니 일반 신도라고 해도 성인과 비슷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오늘날에는 만성절 전날 밤에 묘지에 촛불을 켜 놓는 관습이 생겨났다. 그래서 규모가 큰 공동묘지에 만성절 전날 밤에 가서 보면 촛불로 장관이다. 그 많은 초들이 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지경이다.

 

폴란드서의 만성절 촛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