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하리보 이야기

정준극 2012. 8. 21. 07:00

하리보 이야기

젤리 사탕 Haribo

 

비엔나의 수퍼에서 쉽게 볼수 있는 하리보 캔디. 요즘에는 우리나라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하리보(Haribo)는 쫄깃 쫄깃한 젤리 사탕의 이름이다. 하리보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든다. 비엔나의 대형 수퍼마켓은 물론이고 시골의 구멍가게를 가더라도 당연히 하리보 젤리 사탕이 있다. 사실 그런 젤리 사탕은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볼수 있다. 특히 단 것을 좋아하는 나라에는 반드시 있다. 부다페스트의 거리에도 있고 프라하의 거리에서도 판다. 우리나라에도 어느덧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도 하리보가 들어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젤리 사탕(젤리 캔디)에는 별별 모양이 다 있다. 기다란 뱀 모양의 사탕도 있다. 길다란 뱀 젤리 사탕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좀 괴이하다. 아무튼 그런 젤리 사탕의 대명사가 하리보이다. 마치 세계적으로 추잉 껌이라고 하면 미국의 리글리(Wrigley)를 생각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젤리 사탕이라고 하면 하리보를 빼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가 곤란하다. 젤리 사탕의 대명사라고 하는 하리보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하리보를 먹으면서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하리보는 그만큼 아이들과 친숙해 있다. 그러다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의 습관을 잊지 못하는듯 계속해서 하리보 젤리 사탕을 즐겨 먹는다. 하리보는 어른이나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사랑하는 젤리 사탕이 되었다. 다만, 의치를 한 사람들은 의치에 들어붙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성가신 점은 있다. 그러나 저러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단 것을 좋아하다보니 하리보 젤리 사탕이 구미에 맞지 않을수 없다. 아마 비유컨대 하리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우깡을 시도 때도 없이 사서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할수 있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간식이라고는 눈을 씻어도 찾아 볼수 없었는데 어느 틈에 간식의 나라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짭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새우깡을 먹으면서 자랐다. 그렇게 자란 어른들도 맥주안주로서, 또는 심심풀이로서 새우깡을 계속 먹고 있다. 새우깡은 캔디는 아니지만 하리보와 비유컨대 그렇다는 것이다.

 

테디 베어 모양, 콜라병 모양의 하리보 캔디. 우리나라에서는 곰돌이 젤리로 이름나 있다.

 

사실 하리보의 원산지는 독일이다. 독일의 본(Bonn)에 본사 공장이 있다. 하리보 젤리 사탕의 원래 이름은 하리보 베어스(Haribo Bears)이며 그냥 하리보라고 말하면 회사를 의미한다. 일찍이 1920년에 본에 살고 있는 한스 리겔(Hans Riegel: 1893-1945)이라는 사람이 한참 생각 끝에 뜻한바 있어서 사탕(캔디) 공장을 설립하고 젤리 사탕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하리보라는 말은 한스 리겔 본(Hans Riegel, Bonn)의 글자를 조합하여 만들어 낸 용어이다. 하리보 공장에서 만들어 내기 시작한 젤리 사탕에 하리보 베어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당시 미국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테디 베어 인형이 대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그저 곰인형이라고 하면 남자애나 여자애나 할 것 없이 좋아들 했다. 한스 리겔이 처음 만들어낸 쫄깃쫄깃한 젤리 사탕의 모양이 테디 베어인 것은 유행에 편승한 조치였다.

 

하리보의 창업자인 한스 리겔(1893-1945)

 

하리보의 창업자인 한스 리겔은 2차 대전 중에 별세했다. 그의 아들 한스 리겔 2세가 사업을 떠맡아 크게 확장하였다. 한스 리겔 2세는 독일에 있는 군소 사탕공장들을 합병하여 사세를 확장하였다. 한스 리겔 2세는 특별한 젤리사탕들을 만들어 내어 히트를 쳤다. 특히 감초를 사용한 리코라이스(Liquorice)라는 제품을 만들어 내어 대박을 터트렸다. 현재 하리보 젤리 사탕을 생산하는 공장은 독일에 5개소, 유럽의 다른 나라에 13개소가 있으며 해외지점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 다 있고 심지어 미국과 호주에도 있다. 하리보의 독일어 슬로간은 'Haribo macht Kinder froh - und Erwachsene ebenso'(하리보 마하트 킨더 프로 - 운트 에어봐세네 에벤조: 하리보는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리보의 슬로간은 1991년부터 독일의 인기 TV 호스트인 토마스 고트샬크(Thomas Gottschalk: 1950-)의 목소리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토마스 고트샬크는 Wetten, dass...? 라는 프로그램으로 독일은 물론,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의 목소리로 하리보의 슬로간을 홍보하기 시작했으므로 하리보가 더 유명해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인기 TV 호스트 토마스 고트샬크. 일본의 무슨 수상처럼 생겼지만 그보다는 더 살 생겼다.

 

하리보는 한때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일이 있다. 2차 대전 중에 유태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비난이었다. 하리보 회사측은 오히려 유태인들을 도와주었으면 주었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였다. 유태인 문제가 겨우 잠잠해지나보다 했더니 곧 이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찌된 일인가 하니, 하리보는 1925년부터 감초를 넣은 동그란 젤리 사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제품의 색깔이 검으틱틱하다고 해서 이름을 네거겔트(Negergeld)라고 붙인 일이 있다. 네거는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을 말하며 겔트는 동전처럼 동그랗다는 의미이다. 네거겔트라는 명칭은 하도 유명해서 1974년에는 마침내 독일어 표준사전과 영어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1981년에 작가인 페터 쉬트(Peter Schütt)가 독일어에서 네거(아프리카 흑인)라는 말이 들어간 단어들은 인종차별적인 표현이라고 하면서 비난하였다. 독일어에는 Neger 라는 말이 들어간 단어들이 간혹 있다. 예를 들면 Negerkuss(네거쿠쓰)는 크림이 든 초콜렛 케이크이며 Negerspeck(네거슈페크)는 베이컨의 일종이고 Negerschweiss(네거슈봐이쓰)는 색깔만 거므스레한 커피를 말한다. 그리고 Negerhoerchen(네거회르헨)은 뿔모양의 작은 빵을 말하며 Negerhirse(네거히르제)는 검은 곡식인 수수를 말한다. 사실 네거라는 말이 붙은 단어는 인종차별적인 단어라고 오해 받을 필요가 없는 별것도 아닌 단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리보는 그런 비평을 듣자 네거겔트의 이름을 라크리츠탈러(Lakritztaler: Licorice coins)라고 바꾸었다. 독일어의 Lakritz(라크리츠)는 감초를 말한다.

 

하리보가 생산하고 있는 라크리체리아(라크리츠탈러). 산딸기 성분으로 만든 것이다. 검은 색깔이어서 처음엔 네거겔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네거라는 말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라는 비판이 일자 1993년에 라크리츠탈러라고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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