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비엔나 소시지 이야기

정준극 2012. 8. 25. 10:40

비엔나 소시지 이야기

비엔나 소시지는 없고 프랑크푸르터는 있다

 

'비엔나 소시지'라는 상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마트에 가면 '비엔나 소시지'라고 쓴 비닐 봉지 안에 엄지 손가락 크기만한 몽땅한 소시지가 들어 있는 것을 볼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멋도 모르고 그것을 비엔나 사람들이 일상 먹는 소시지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니다. 비엔나의 마트에서 우리나라에서처럼 생긴 이른바 '비엔나 소시지'를 찾으면 없다. 비엔나의 웬만한 식당에서도 비엔나 소시지로 만들었다는 음식 메뉴는 없다. 우리나라의 일부 식당에서는 '비엔나 소시지 어묵 고추장 볶음'과 같은 메뉴가 있지만 비엔나의 식당에서는 비엔나 소시지라는 말이 들어간 메뉴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비엔나에서는 어쩌다가 간혹 수퍼에서 작은 캔에 든  비엔나 소시지(Vienna Sausage)라는 것을 발견할수는 있다. 하지만 미제이다. 미국의 리비스 회사가 만든 분필처럼 생긴 소시지이다. 그런 '비엔나 소시지'를 비엔나에서 유래한 제품이라고는 생각하면 곤란하다. 비엔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소시지이다. 더구나 미제 비엔나 소시지는 순수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닭이나 칠면조 고기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말하는 소시지(부르스텔)와는 맛부터 다르다. 비엔나를 대표하는 소시지는 실은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르는 소시지이다. 프랑크푸르터 뷔르스텔(Frankfurter Würstel) 또는 그냥 뷔르스텔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길죽한 소시지로서 핫도그에 넣어 먹는 그런 소시지이다. 비엔나에서 비엔나 커피를 달라고 하면 '웬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라는 핀잔을 받기가 십상이듯 비엔나에서 비엔나 소시지를 찾으면 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받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프랑크푸르터와 젠프(비너 뷔르스텔). 빵은 카이저.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지방에서는 소시지라고 하면 아무래도 비엔나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어서 그런지 비엔나에서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르는 소시지를 비널리(Wienerli)라고 부른다. 스위스의 슈봐비아 지방에서는 비너를레(Wienerle)라는 사투리로 부르기도 하지만 자이텐부르스트(Saitenwur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이텐이라는 말은 끈을 말한다. 소시지가 끈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붙인것 같다. 한편,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프랑크푸르터를 비너 뷔르스첸(Wiener Würstchen) 또는 그냥 비너(Wiener)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비엔나 소시지를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대표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스트라스부르 소시지'(Saucisse de strasbourg)라고 부른다. 그런가하면 프랑크푸르트를 생각하여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Saucisse de francfort)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위스의 프랑스어 지역(스위스 로망)에서도 역시 비엔나를 염두에 두어서 '소시스 드 비안느: 비엔나 소시지'(Saucisse de vienne)라고 부른다. 헝가리에서는 비엔나의 프랑크푸르터를 비르슬리(Virsli)라고 부르는데 어원은 잘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는 독일어를 존중하여서 뷔르스텔(Würstel)이라고 표기하는 식당들이 많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폴란드에서는 파로브카(Parowka), 루마니아에서는 크렌부르스트(Crenvurst)라고 부른다. 말이야 어찌 되었든 비엔나 소시지인 프랑크푸르터는 미국에서 핫 덕에 사용하는 소시지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프랑크푸르터(비엔나 소시지: 비너 뷔르스텔). 비엔나에서는 비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프랑크푸르터를 비너 뷔르스텔, 즉 비엔나 소시지라고 부르게 된 유래는 간단하다. 최초 개발자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살았던 요한 게오르그 라너(Johann Georg Lahner: 1772-1845)라는 정육점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람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루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양의 내장에 넣고 뜨거운 물에 익혀서 소시지를 만들었다. 반응이 무척 좋았다. 새로운 제품에는 이름이 있어야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터 뷔르스텔'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뷔르스텔은 부르스텔(Wurstel)이라고도 한다. 영어의 소시지(Sausage)라는 뜻이다. 아무튼 그러다가 명칭이 너무 길어서 그냥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냥 프랑크푸르트에 살았으면 문제가 없을 터인데 뜻한바 있어서 가족과 함께 비엔나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얘기가 발전되었다. 그는 1805년부터 비엔나에서 계속 그런 소시지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팔았다. 현재의 7구 노이슈티프트가쎄 111번지에서 팔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맛있는 소시지를 만들다가 왔으므로 그를 존중하여서 그 소시지를 계속 프랑크푸르터라고 불렀다. 다른 사람들은 비엔나에서 만들었으니 비너 뷔르스첸(비엔나 소시지)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으나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는 소리가 더 컸다. 그러나 아무리 명칭이 프랑크푸르터라고 해도 비엔나에서 본격적으로 만들었으니 프랑크푸르터의 오리진이 비엔나라는 주장은 합당하다. 그러면 우리가 비엔나 소시지라고 부르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짧은 길이의 소시지를 비엔나 소시지라고 부르게 된 것은 아마 미국의 리비스(Libby's) 회사가 만들어 내는 통조림 소시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그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프랑크푸르터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돼지고기를 어떻게 훈제로 만들었느냐에 따른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터는 그대로 요리해서 먹지 않는다. 끓는 물에 약 8분간 끓여서 먹는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프랑크푸르터를 젠프(Zenf)라고 하는 겨자 소스에 곁들여 먹으며 감자 살라드도 함께 먹는다. 프랑크푸르터의 맛은 미국의 핫 덕과 거의 같다. 핫 덕과 프랑크푸르터의 차이점은 거의 없지만 핫덕이 좀 더 길고 가늘며 껍질을 먹을수 있는 재료로 만든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에서 '비엔나 소시지'는 캔에 든 짧은 길이의 소시지를 말한다. 캔에 든 비엔나 소시지는 전적으로 돼지고기로만 만들지 않는다. 닭고기와 칠면조 고기를 주로 사용하며 간혹 소고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리비스가 생산한 비엔나 소시지. 비엔나에서 말하는 프랑크푸르터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길이가 길다.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는 간단히 Wiener(비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 '비너'라는 소시지는 폴랜드나 우크라이나에서 유래한 소시지를 말하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터와는 차이가 있다. '비너'를 다른 표현으로는 베나르(Wenar)라고도 하며 폴란드어로는 킬바사(Kielbasa)라고 하는데 크바사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킬바사는 터키어로 퀼 바스티(kul basti) 즉 구운 커틀렛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있고 히브리어의 콜 바사르(kol basar), 즉 모든 종류의 고기라는 의미의 단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킬바사가 되었던 크바사가 되었던 이는 동구 사람들, 특히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소시지이다. 캐나다에서 우크라이나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알베르타주의 먼데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킬바사 기념조형물이 있어서 일부러 구경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도 덧 붙인다. 별것을 다 기념물로 만들어 놓았다.

 

캐나다 알베르타주 먼데어(Mundare)에 있는 소시지 기념물. 세계에서 가장 큰 소시지 조형물이다. 이 지방에서는 코바사(Kovbasa)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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