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슈투름 이야기

정준극 2012. 8. 27. 23:11

슈투름(Sturm) 이야기

독일에서는 페더봐이써(Federweisser)라고 한다.

 

슈투름(페더봐이써)과 츠비벨쿠헨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비엔나의 시청 앞 광장, 프라이융 광장, 암 호프 광장,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벨베데레 궁전 마당, 칼스키르헤 광장, 쇤브룬 궁전 마당 등에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포도주를 따듯하게 데운 푼슈 또는 글뤼봐인이라는 것을 팔아서 인기가 있지만 슈투름이라는 것도 인기가 있다. 푼슈가 되었든 글뤼봐인이 되었든 슈투름이 되었든 그런 것을 한 잔 마셔야 추운 겨울 날씨에 크리스마스 기분을 더 낼수 있다. 슈투름은 비단 크리스마스 시장이 아니더라도 그린칭의 호이리거에서 얼마든지 사서 마실수 있다. 다만, 슈투름의 계절은 9월 하순부터 몇 달 동안인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슈투름은 새로 수확한 포도를 짜서 만든 주스에 이스트를 넣어 발효한 것이다. 때문에 포도주스와 같은 맛이 있으면서도 알콜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몇 잔을 계속 마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얼큰해 지는 음료이다. 알콜 함량은 보통 맥주와 비슷한 4%이다. 처음 한 잔을 마실 때에는 별로 부담이 없다. 오히려 싸-하여서 입맛이 당긴다. 슈투름이라는 말은 폭풍이라는 뜻이다.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이라는 용어에서 볼수 있는 그 슈투름이다. 색갈이 흐리기 때문에 폭풍과 같다는 별명을 붙였다. 아무튼 비엔나에서 슈투름을 모른다면 곤란하다. 그보다도 차가운 겨울 밤에 따듯한 슈투름 한 잔도 걸치지 않고 지냈다면 그건 비엔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더 곤란한 일이다. 푼슈가 되었든, 슈투름이 되었든, 또는 하다 못해 무스트가 되었든 하여튼 겨울에 그런 것을 마시는 것은 비엔나 생활의 일부이다. 관광객이라면 일부러라도 사서 마시는 것이 추억에 남는 일이다. 그런 슈투름이지만 사실은 비엔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 시작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로 전파된 것이다. 독일에서는 슈투름을 페더봐이써(Federweisser)라고 부른다. 페더(Feder)는 깃털을 말하며 봐이쓰(weiss)는 하얗다는 뜻이다. 음료수의 위에 떠 있는 거품이 후- 불면 날아갈듯 가볍고 또한 하얗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붙였다는 것이다.

 

라트하우스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르크트

 

슈투름(페더봐이써)은 보통 4%이지만 독일 사람들은 그걸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10%로 높여 마시기를 즐겨한다. 그래야 그나마 한 잔 걸쳤다는 기분이 나는 모양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독일 사람들의 10%의 유행을 쫓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슈투름 파는 가게 앞에서는 간혹 거나해진 사람들의 큰 소리도 들린다. 슈투름은 어떻게 만드는가? 새로 수확한 포도를 눌러짜서 주스를 만든 것을 무스트(Must)라고 부른다. 그래도 그냥 포도주스와는 다르다. 벌써 술냄새를 맡을수 있다. 어떤 와인이든지 만드는 단계는 무스트로부터 시작한다. 슈투름은 무스트의 단계에서 누룩(이스트)을 넣어 발효시킨 것이다. 포도주스에 이스트를 넣으면 신통하게도 즉시로 발효가 시작된다. 포도에 들어 있는 과당(fructose)이 알콜과 이산화탄소(glycolysis)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알콜 농도가 4%가 되었을 때 병에 담아서 판다. 그것이 슈투름 또는 페더봐이써이다. 슈투름을 오래 두면 당분이 계속 알콜 성분으로 분해되어 결국 알콜 농도가 10%까지 이르게 된다. 포도의 탄산화 때문에 슈투름은 포도로 만든 탄산수를 마시는 것처럼 싸하다. 하지만 포도 소다 또는 달콤한 샴페인과는 다르다. 슈투름은 탄산화가 진행될수록 색깔이 짙어 진다. 간혹 호박(앰버)색을 띠기도 하고 엷은 갈색을 띠기도 한다.

 

슈트룸(페더봐이써)을 큰 병에 담아서 조금씩 따라서 판다. 한 잔에 1유로 50센트이다. 우리 돈으로 약 2천원이다.

                              

슈투름(페더봐이써)은 백포도로 만든다. 적포도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에는 페더봐이써라고 하지 않고 페더로터(Federroter) 또는 로터 자우저(Roter Sauser) 또는 로터 라우셔(Roter Rauscher)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적포도로 만든 페더로터는 별로 흔하지 않다. 아무래도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많이 만들지 않는다. 슈투름은 발효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오래 두고 마시기가 어렵다. 일단 사 놓으면 하루 이틀 안에 마셔버리는 것이 좋다. 잘못 하면 신 맛이 나기 때문이다. 또한 탄산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므로 병을 단단히 밀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뻥하고 터질 위험이 있다. 슈투름을 채운 병을 보관할 때에는 일반 포도주 병처럼 눕혀서 보관하면 곤란하다. 반드시 세워 두어야 한다. 그래야 가스가 새어나가게 할수 있으며 거품이 흘러 나오는 것을 방지할수 있다. 발효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산지에 가서야 사서 마실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특수 냉방차가 있어서 장거리 수송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장거리 수송에는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찐 양파를 주재료로 삼아 베이컨, 크림 등을 넣고 만든 츠비벨쿠헨. 슈투름(페더봐이써)와 콤비이다.

                        

슈투름은 보통 포도 수확철인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생산된다. 슈투름을 마실 때에는 관찮은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전통적인 음식궁합은 츠비벨쿠헨(Zwiebelkuchen) 이다. 츠비벨쿠헨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오니언 케이크이다. 오니언(양파)을 쪄서 주재료로 삼아 만든 파이이다. 누룩으로 발효한 밀가루 반죽에 베이컨, 크림, 캐러웨이(Caraway)라는 향신료의 씨 등을 넣어 만든다. 츠비벨쿠헨은 독일의 포도 생산지역에서 인기있는 음식이다. 예를 들면 라인 헤쎄, 팔라티네이트, 프랑코니아, 슈봐비아 지방이다. 알사스 지방에서는 플람쿠헨(Flammkuchen)이라는 비슷한 음식이 있다. 어찌하여 양파를 주재료로 삼은 츠비벨쿠헨을 페더봐이써와 함께 먹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스위스의 바젤에서는 키쉬(quiche)라는 음식이 독일의 츠비벨쿠헨과 비슷한 파이 종류이다. 바젤 지방에서는 키쉬를 카니발 기간 중에 만들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송편을 추석 때에 만들어 먹는 것과 같은 전통이다. 비엔나에서는 츠비벨쿠헨이 당장 없으면 군밤이 슈투름의 콤비 역할을 한다. 육류 음식과 먹어도 상관없다. 슈투름에는 비타민 B가 많이 들어 있어서 건강에도 좋다.

 

키슈의 한 종료. 키슈는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서남부 독일과 스위스, 그리고 남부 티롤지방에서는 페더봐이써(슈투름)를 주저(Suser). 자우저(Sauser), 또는 노이어 쥐써(Neuer Suesser)라고 부른다. 노이어 쥐써는 '새로운 단 것'이라는 뜻이다. 슈투름은 오스트리아와 바바리아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팔라티네이트에서는 노이어 봐인(Neuer Wein: 새 포도주), 프랑코니아에서는 브렘저(Bremser), 슬로바키아에서는 부르치아크(Burciak), 체코공화국에서는 부르차크(Burcak), 프랑스에서는 부뤼(Bourru) 또는 베르나셰(Vernache)라고 부른다. 루마니아에서는 그대로 무스트(Must)라고 부르며 그루지아에서는 마챠리(Machari)라고 부른다. 스위스에서는 주저 또는 자우저라고 부르지만 만일 페더봐이써라고 부른다면 이것은 적포도로 만든 백포도주를 말한다. 예를 들면 피노 누아르(Pinot noir)이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면 슈투름(페더봐이써)이 단연 인기이다. 푼슈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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