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리게티의 '르 그랑 마카브르' - 1

정준극 2012. 9. 10. 14:48

'르 그랑 마카브르'(Le Grand Macabre) - 대종말 - 거대한 멸망

기요르기 리게티(Gyorgy Ligeti)의 3막 앤티-앤티-오페라


죽음을 상징하는 낫을 들고 있는 네크로짜르. 손가락은 그 어느 누구도 네크로차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것을 상징한다.

 

헝가리 출신의 죄르지 리게티(Ligeti György Sándor: 1923-2006)가 작곡한 오페라 '르 그랑 마카브르'를 공연한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갔던 사람들은 오페라가 시작되자 마자 몇 초도 되지 않아서 '무슨 오페라가 이래?'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아무리 현대 오페라라고 해도 전통적인 오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더더구나 그렇다. 우선 오페라가 시작되면 서곡(Prelude)이란 것이 연주된다. 프로그램에 서곡이라고 적혀 있어서 오케스트라에 의한 '운명의 힘'의 서곡과 같은 연주를 기대하지만 그 서곡이란 것은 보기에도 민망스럽게 세명의 타악기 연주자들이 손과 발을 모두 동원해서 열두개나 되는 자동차 경적을 계속 울려대는 것이다. 보통 때에도 자동차의 경적 소리는 듣기 싫은 법인데 하물며 어렵게 참석한 오페라 공연에서 처음부터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가 난리도 아니게 나오니 당황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참는 자가 복이 있나니'란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르 그랑 마카브르'는 공연이 계속될수록 관중들을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몰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튼 가히 음악의 혁명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오페라는 네크로짜르(Nekrotsar)라고 하는 인물의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터무니 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네크로짜르는 독재적이면서도 횡포하기가 그지 없는 르 그랑 마카브르(대종말) 자신을 말한다. 이어 관중들은 그저 기회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는 가학피학적인(사도마조히즘적인) 점성술사와 '배불뚝이 피에트'(Piet the Pot)를 만난다. 그리고 섹스에 탐익하는 한쌍의 눈꼴 사나운 연인들, 부랑자와 같은 막되먹은 왕자, 우쭐거리기만 할뿐 실은 악랄하고 저질적인 정치가를 만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들 모두가 갑자기 고분고분해 진듯 르 그랑 마카브르 자신인 네크로짜르의 변덕스런 행동에 두말하지 않고 복종한다는 것이다. 이 오페라의 무대는 브로이겔란트(Breughelland)라는 나라이다. 아마 화가 페터 브뤼겔을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인 것 같다. 브뤼겔은 '바벨탑'과 같은 대재앙의 장면을 그린 화가이다. '르 그랑 마카브르'에서 말하는 브로이겔란트는 유럽에 있는 하나의 공국이다. 한때는 활기찬 나라였으나 지금은 진이 모두 빠졌는지 도무지 헤어나기가 어려운 실정의 나라이다. 그런데도 브로이겔란트의 백성들은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무슨 살판들이 났는지 아직도 흥청망청의 분위기는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바로 이러한 브로이겔란트를 네크로짜르가 찾아간다. 브로이겔란트의 대종말을 전하러 가는 길이다. 미리 결론을 말한다면 네크로짜르는 대종말을 전하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 피에트가 그에게 술을 먹여 인사불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크로짜르는 브로이겔란트를 지옥의 앞잡이(실은 지옥의 왕자라고도 함)라고 규정하여 파멸로 이끌려고 했으나 그런 기회를 상실하고 오히려 뭇 사람들의 웃음꺼리가 된다.

 

피에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네크로차르의 하인이 된다.

                      

리게티는 이 오페라를 1970년대에 완성했다. '르 그랑 마카브르'는 리게티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긴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의 유일한 오페라이다. 순수 공연시간만 꼭 2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인터미션까지 계산하면 거의 3시간에 이르는 공연이다. '르 그랑 마카브르'는 전위 작품이면서도 전후의 오페라로서는 아직도 세계의 오페라극장에서 그런대로 공연되는 레퍼토리이다. 1978년 스톡홀름에서 처음 공연된 이래 오늘날 까지 무려 30여회나 공연된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이 오페라는 환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환상은 거칠고 외설적인 유머로 되어 있고 심지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오페라에 담겨 있는 뛰어난 풍자는 비록 듣기에는 거북하지만 아무튼 독특한 음악과 함께 어찌 보면 관중들에게 혼란스러우면서도 기이한 경험을 안겨준다. '르 그랑 마카브르'가 전위 작곡가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그것만이 모두가 아니다. 리게티는 마치 오목거울에 비치는 모습과 같은 유머로서 20세기의 사회, 정치, 인간관계를 비추었다. 그런가하면 수많은 부조리하고 불유쾌한 진실을 오늘날에도 울리게 하고 있다.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흑과 백의 정당들, 이기적이지만 다루기 쉬운 민중들, 허풍에 넘쳐 있으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은 관료들, 섹스에 대한 병적인 유혹, 아무도 알수 없는 미래의 종말에 대한 환상등을 모두 담고 있다.

 

우리가 만일 스웨덴 왕립오페라가 리게티에게 오페라를 의뢰하였을 당시인 1960대로 돌아가 본다면 어째서 리게티가 오페라를 작곡하려고 했는지 궁금하게 된다. 당시 자존심이 강했던 현대주의 작곡가들에게는 오페라 극장이란 것이 그나마 그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장소였다. 사실 그들에게는 오페라에 대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당시 피에르 불레즈와 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이 주도하고 있는 전위 작곡가들은 전위작품으로서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를 꺼려했다. 관중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예술계로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옛부터의 음악질서를 저해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리게티는 불레즈와 슈토크하우젠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리게티는 부다페스트에서 1956년 10월 공산 소련에 대한 저항운동이 일어났을 때에 헝가리로부터 겨우 도피할수 있었다. 리게티는 기차편에 운반되는 우편 가방에 숨어서 부다페스트를 떠나 서독의 쾰른에 도착하였다. 리게티는 쾰른에 있는 슈토크하우젠의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이어 리게티는 다름슈타트의 신음악을 위한 여름학교에서 불레즈를 만났다. 이때 리게티는 불레즈의 작곡이론이 모순되었다고 반박하고 부인했다. 그로부터 실상 리게티와 불레즈는 수십년 동안 서로 불목하였지만 나중에는 화해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리게티의 음악은 전위음악의 두 거장인 불레즈와 슈토크하우젠의 노선과 달랐다. 리게티가 두 거장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작곡전 시스템(Pre-compositional systems)을 사용하는데 있었다. 리게티는 슈토크하우젠의 접근방식을 '소련의 5개년 계획과 같다. 헝가리에서는 누구도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알수 있다.

 

브뤼셀의 라모네 극장 공연.

               

리게티는 어떤 형태의 것이든지 이론적인 주의(독트린)에 항거하였다. 리게티는 헝가리에서 유태인으로 성장하였다. 당시에는 루마니아의 트랜실바니아였다. 리게티는 그의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강제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은 사람이었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가족 중에서는 그의 어머니만 살아 남았다. 전쟁이 끝난후 그는 부다페스트에서 또 하나의 악몽을 만났다. 바로 소련의 강점이었다. 리게티는 소련이 점령한 부다페스트에서 탈출해야 했다. 리게티는 서방으로 왔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서방에서 만난 작곡가들은 의도적으로 작곡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리게티로서는 그런 모습이 정상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 모든 배경이 '르 그랑 마카브르'에 영향을 끼쳤다. '르 그랑 마카브르'에는 리게티의 삶을 테러로서 다룬 사람들과 정치와 시스템을 풍자한 인물들로 넘쳐 있다. 게포포(Gepopo)라는 비밀경찰서장이 등장한다. 소련의 게슈타포를 연상하면 된다. 메조소프라노가 맡도록 했다. 비밀경찰서장은 히스테리와 부조리한 폭력으로 일관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네크로짜르(Nekrotsar)는 20세기에 죽음의 망상에 사로잡힌 독재자를 비유한 것이다. 리게티는 네크로짜르를 '사악하며 불길하다. 그러나 민중을 선동하는 재능이 있다. 하지만 유머가 무엇인지 모르며 자만심만 높아 있다. 그리고 자기가 무슨 위대한 사명을 위탁받았다고 믿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르 그랑 마카브르'의 대본은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작가인 미셀 드 겔더로드(Michel de Ghelderode)의 작품인 La Balade du Grand Macabre(그랑 마카브르 발라드)를 기본으로 했다. 리게티는 브뤼겔이나 보슈(Bosch)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잔혹하고 섬찍한 스토리를 원했었다. 겔더로드의 그로테스크한 극본은 더 이상 좋은 재료가 아닐수 없었다. 리게티는 동료 대본가인 마이클 메슈케(Michael Meschke)와 함께 대본을 썼다. 메슈케는 나중에 스톡홀름에서 '르 그랑 마카브르'의 초연의 제작을 감독하기도 했다. 리게티는 나중에 드라마의 추잡하고 음탕한 면을 더 사실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예를 들면 'Stupid dickhead make your prick red!'라는 대본도 서슴치 않고 사용한 것이다. Dickhead는 남성 성기의 귀두를 말하며 Prick은 음경을 말한다. 두 연인의 오리지널 이름도 스퍼만도(Spermando)와 클리토리아(Clitoria)라고 했다. 스퍼만도는 스펌(정자)을 비유한 단어이고 클리토리아는 음핵(클리토스)을 말한다. 이 이름들은 나중에 좀 더 순화된 아만도(Amando)와 아만다(Amanda)로 변경되었다. 아무튼 일반적인 오페라의 대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괴상함도 음악에 비하면 별 것이 아니다. 리게티의 음악은 여러 오페라 작곡가들의 음악을 조롱하거나 비웃는 듯한 내용으로 넘쳐 있다. 예를 들어 서곡에서의 자동차 경적 소리는 몬테베르디를 모방한 것이다. 모차르트를 흉내낸 소절들이 있으며 로시니를 비유한 것도 있고 오펜바흐와 베르디를 놀리는 듯한 음악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위에 도전장을 낸 제스추어로 간주할수 있다. 만일 20세기 후반의 오페라 극장을 위한 작품을 쓴다면 종료점은 마우리치오 카겔(Mauricio Kagel)의 애매모호한 장르의 무대 작품인 '슈타츠테아터'(Staatstheater: 국립극장)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리게티는 '슈타츠테아터'를 보고 '음악적 반극장(反劇場: Anti-theater)의 걸작'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리게티는 '르 그랑 마카브르'를 '반-반(反-反)오페라'(Anti-anti-opera)이라고 불렀다. 나중에 리게티의 자선저 집필가인 리챠드 슈타이니츠는 "두개의 반(Anti)가 있으면 서로 상쇄하므로 반-반 오페라라는 것은 결국 오페라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게포포와 고고 왕자

                   

'르 그랑 마카브르'는 괴상망칙하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찬란하게 공연되었다. 이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그리고 음악적으로 그로테스크한 면모는 어찌보면 표현주의 세계를 완전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음악은 표면상으로는 혼돈스럽다. 그러나 리게티에 의해서 엄격할 정도로 콘트롤 되었다. 특히 마지막 파트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는 단호한 바로크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파사칼리아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도덕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죽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라. 좋은 사람도 모두 죽는다. 다만 아무도 언제인지를 모를 뿐이다. 그리고 그 때가 오면 순순히 따르라.'...이것이 '르 그랑 마카브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리게티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면 아주 세밀하게 감독을 하고 코치를 하였다. 그는 소리는 어떻게 나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면밀하게 지도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르 그랑 마카브르'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리게티의 마음에 만족을 주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1997년의 잘츠부르크 공연은 최악이었다고 한다.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가 제작한 것이었다. 리게티는 이 공연을 보고 무대와 관계를 끊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죄르지 리게티. 참 착하고 순진하게 생기셨는데 아무튼 괴이한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성악파트를 소개한다. 

포도주 시음이 전문인 배불뚝이 피에트(Piet)는 테너 중에서도 캐릭터 테너(Character Tenor)가 맡는다. 캐릭터 테너란 특별한 성격의 역할을 노래부르고 연기하는 테너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주인공으로서 테너는 사랑을 받는 아이돌과 같은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캐릭터 테너는 주로 사람들이 증오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면 '라인의 황금'에서 미메, '장미의 기사'에서 발자키, '마농'에서 귀요, '나비부인'에서 고로 등이다. 미메는 배반하기를 잘 하는 인물이다. 발자키는 교활하고 음모를 잘 꾸미는 사람이다. 귀요는 위험스런 인물이다. 고로는 간사하고 자기 뱃속만 채우려는 인물이다. 그런 역할을 맡는 테너가 캐릭터 테너이다. 오페라에서 이런 역할들은 대체로 주역은 아니고 조역이지만 조역 자체로서 주역처럼 간주되는 역할이다. '르 그랑 마카브르'의 피에트도 조역이면서도 주역으로 간주되는 역할이다. 진짜 주역은 지옥의 왕자라고 하는 네크로차르(Nekrotsar)이다. 베이스 바리톤이 맡는다. 네크로라는 말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고 차르는 황제, 예를 들면 제정러시아의 황제를 말하는 것이므로 네크로차르라는 이름은 '죽음의 황제'라고 번역할수 있다. 아무튼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잘 생각해 보면 의미가 심장해서 이름만 보아도 어떤 역할인지 가늠할수 있게 만든다. 다음은 두 연인인 아만다(Amanda)와 아만다(Amando)이다. 아만다라는 이름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랑할 가치가 있는' 또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연인들의 이름으로서는 제격이다. 아만다는 소프라노이고 아만도는 메조소프라노이다. 사랑하는 남녀인데 남자의 역할을 여성이 맡는다는 것도 이채롭다. 아스트라다모르스(Astradamors)는 점성술사이다. Astrology(천문학)에 예언가인 Nostradamus(노스트라다무스), 그리고 사랑을 말하는 Amore(아모레)가 합쳐진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아스트라다모르스의 부인도 등장한다. 메스칼리나(Mescalina)이다. 캐릭터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캐릭터 테너처럼 특별한 역할을 맡는 메조소프라노이다. 메스칼리나는 Mescaline 이라는 단어를 변형한 것으로 '환각제'라는 뜻이다.


비너스(Venus)는 행성 중의 금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여신을 말하기도 한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중에서도 높은 음에 자신 있는 하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맡는다. 게포포(Gepopo)라는 비밀정치경찰의 우두모리는 남자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아만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맡는다. 하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맡도록 한 것은 특이한 설정이다. 게포포는 나치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프(Gestapo)에서 가져온 단어이다. 프린스 고고(Go-Go)는 카운터테너 또는 보이 트레블(Boy Treble)이 맡는다. 잔혹하고 무서운 게포포의 우두머리를 높은 음의 소프라노 또는 소년 소프리노가 맡도록 한 것도 예외적이다. 이밖에도 루피아크(Ruffiack: B), 쇼비아크(Schobiack: Bar), 샤버나크(Schabernack: B)가 등장하며 백당(Whie Party)의 장관(캐릭터 테너), 흑당(Black Party)의 장관(B-Bar), 그리고 합창단원으로서 브로이겔란트의 백성들, 정령들, 비너스의 에코, 막뒤의 코러스 등이 출연한다.


네크로차르. 비엔나 노이어오퍼


[1막] 1장. 12개의 자동차 경적이 팀을 이루어서 소리를 낸다. 귀에 거슬리는 시끄러운 소리이다. 스코어에 표시된 대로 서로 다른 피치와 리듬으로 소리를 낸다. 객석의 이곳저곳에서 '이게 오페라냐?'라는 작은 소리들이 들린다. 이런 음향을 마치 서곡처럼 내는 것은 현대의 황폐한 주변환경과 도시에서의 교통지옥을 추상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자동차 경적에 의한 서곡이 끝나자 브로이겔란트(Breughelland)에서 알아주는 와인 감정사인 배불뚝이 피에트가 술취한 상태로 등장해서 연상 딸꾹질을 하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를 탄식을 내뱉는다. 브로이겔란트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더치-플레미쉬 화가인 피에터 브뤼겔(Pieter Brueghel)을 풍자한 명칭이다. 브뤼겔은 그동안의 종교주제를 탈피하고 세속적인 풍경화, 특히 농민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서 새로운 르네상스를 선도한 화가이다. 화가 브뤼겔의 이름을 나라 이름으로 인용한 것도 의미있는 처사이다. 피에트가 대사를 말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에는 반드시 바순(파곳)이 반주를 한다. 피에트의 캐릭터 악기이다. 무대의 포커스는 두 연인으로 전환된다. 아만다와 아만도의 등장이다. 청중들은 남자인 아만도를 여자가 맡는 것을 보고 '이게 무슨 동성애를 하자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네'라고 수근댄다. 무대의 한쪽에는 무덤이 있다. 무덤은 죽은자의 장소, 즉 지옥을 의미한다. 무덤으로부터 지옥의 왕자라고 하는 네크로차르가 두 연인의 다정스런 속삼임을 듣다가 참을수 없다는 듯이 무덤에서 은밀하게 기어나와서 두 연인의 사랑의 듀엣에 동참한다. 두 연인은 갑자기 나타난 네크로차르 때문에 당황한다. 그러는 중에 피에트가 다시 나타나자 피에트가 자기들의 사랑의 속삭임을 몰래 엿보고 있다고 믿어서 화를 낸다. 피에트는 '아니 누가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아마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말씀하셨나'라면서 오히려 항의한다. 두 연인은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얼은 네크로차르가 빠져 나온 무덤 속으로 숨는다.


네크로차르가 모티프 노래를 부른다. '꺼져라, 이 강도같은 배불똑이야, 마루 바닥이나 핥아라, 개같은 놈아, 죽기 전에 할 말이 있으면 뱉어라. 돼지같은 놈아!'라는 가사이다. 피에트가 아직도 술에 취한채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대꾸를 하자 네크로차르는 '닥쳐!'라고 소리쳐서 더 이상 중얼거리지도 못하게 한다. 네크로차르의 고함은 가히 압도적이어서 누구도 거역하기 힘들 정도이다. 피에트는 '죽음의 노예'가 된다. 네크로차르가 기가 나서 더 무섭도록 소리지르자 피에트는 주인인 '지옥의 왕자'의 마음을 누그려트리기 위해 별별 비굴한 말로서 네크로차르를 즐겁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피에트는 너무나 말을 많이 하는 바람에 갈증이 생겨서 죽을 지경이 된다. 피에트는 주인인 네크로차르가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죽음만을 얘기하자 슬며시 반감이 생긴다. 네크로차르가 얘기할 때의 음악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가장 낮음 음을 마치 여러 타악기들이 톤 클로스터로서 연주하는 것처럼 연주하는 것이다. 톤 클러스터(Tone cluster)는 여러 음정을 동시에 내는 것을 말한다. 합창이 톤 클러스터의 외침을 뒷받침한다. '충고를 당장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으면 자정에 죽으리라'이다. 네크로차르는 하나님의 그에게 주신 혜성으로 자정에 지구를 멸망시키겠다고 주장한다. 오케스트라기 연주되는데 그것과는 관계없이 피아노 위의 메트로놈이 자기가 정한 템포대로 똑딱거린다. 괴이한 옷을 걸치고 모자를 쓴 네크로차르의 음성은 대단히 격앙되어 있다. 네크로차르가 격앙되어서 고함을 지를 때에 오케스트라도 따라서 혼돈스러운 음향을 낸다. 여기에 여성 합창이 소리를 높이며 발코니에 숨어 있는 트럼본이 기괴한 음향을 낸다. 트럼본은 마크로차르를 상징하는 악기이다. 네크로차르는 피에트에게 자기의 말이 되어야 한다고 소리친다. 피에트는 그나마 항의하는 심정으로 '꼬꼬댁 꼬꼬'라고 소리친다. 이들이 목적지를 찾아서 떠나자 두 연인이 그제야 나타나서 못다 부른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부인하겠으며 서로 즐거운 시간만을 보내겠다는 내용이다.


네크로차르와 피에트


2장. 역시 1장에서처럼 자동차 경적으로 시작된다. 장면이 바뀐다는 통보이다. 궁정 점성술사 겸 천문학자인 아스트라다모르스와 그의 어찌보면 가학적인 부인인 메스칼리나의 집이다. 메스칼리나는 채찍을 들고 남편인 아스트라다모르스를 내려친다. 새디스트이다. '하나, 둘, 셋...' 채찍으로 내려 칠 때마다 오케스트라는 불협화음에 엇갈린 리듬의 소리를 낸다. 여자 옷과 같은 이상한 옷을 입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속마음은 분명히 그렇지 않은데 어쩔수 없이 마누라에게 '더 때려요, 더 세차게'라고 말한다. 그러자 메스칼리나는 아스트라다모르스에게 스커트를 어서 걷어 올리라고 강요하고 남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자 침을 탁탁 뱉으며 채찍으로 때린다. 잠시후 메스칼리다는 남편 아스트라다모르스가 죽은줄 알고서 이번에는 애통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정말로 남편이 죽었으면 어떻게 하나라면서 걱정한다. 메스칼리나는 마음이 허전하다고 생각해서 자기의 애완동물인 거리를 부른다. 이때의 음악은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이 연주한다. 그때 쓰러져 있던 아스트라다모르스가 부시시 일어난다. 그러더니 마누라가 거미를 부른 것을 알고는 '거미를 보면 구토증이 생긴다'면서 항의한다. 메스칼리나는 남편 아스트라다모르스가 일부러 죽은 척한데 대하여 화가 나서 벌로서 집안 의식에 참석하라고 말한다. 우리로 보면 일종의 굿과 같은 의식이다. 의식이란 것은 갈로페이드(Gallopade)라는 리드믹한 춤을 추는 것을 말한다. 갈로페이드는 사이의 말춤을 연상하면 될것이다. 의식은 아스트라다모르스가 마누라의 뒤에서 껴안으며 키스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때 아스트라다모르스가 부르는 노래가 '아주 달콤한 일요일'(Sweetest Sunda)이다. 지금까지의 음성과는 아주 딴판으로 활세토로서 부르는 노래이다.


메스칼리나는 남편 아스트라다모르스에게 '가만히 서 있지 말고 망원경이나 들여다 보시오'라고 다그친다. 이어 '자 별들을 보아요, 왼쪽, 오른쪽, 순서대로 관찰하란 말이요'라고 소리친다. 그러더니 '아 무엇이 보여요? 행성들이 보이나요? 행성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규칙대로 움직이나요?'라고 묻는다. 메스칼리나는 금성(비너스)에게 감동적인 어조로 '제발 관찮은 남자 하나 주선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때의 음악 반주는 오보에이다. 잠시후 메스칼리나가 피곤한듯 잠이 들자 아스트라다모르스는 나즈막한 소리로 '저 여자만 제거할수 있다면 무슨 일이던지 하겠다'고 말한다. 그때 트럼펫 소리와 함께 네크로차르가 나타난다. 한편에서는 비너스가 잠에서 깨어난 메스칼리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비너스는 메스칼리나의 부탁을 들어주어서 두명의 남자를 이미 보냈다고 얘기해 준다. 그러자 네크로차르가 앞에 나서면서 '바로 그 사람 중의 하나가 나 올시다'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 즉 네크로차르와 메스칼리나는 누구나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남녀간의 관계를 갖는다. 그러자 비너스는 자기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메스칼리나에게 남자를 보낸 것을 후회한다. 때를 맞추어서 피에트와 아스트라다모르스도 비너스의 한탄에 동조한다. 네크로차르가 갑자기 메스칼리나의 목을 이빨로 물어서 죽인다. 네크로차르는 피에트와 그의 새로운 하인에게 '어서 시체를 치우라'고 지시한다. 이어 세사람이 부르는 트리오가 유머스럽다. '내가 불과 죽음을 가져오리다. 태워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리라'이다. 네크로차르는 자기의 수하들에게 이제부터 주의를 바짝 기울이라고 지시하고 고고(Go-Go) 왕자가 있는 왕궁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아스트라다모르스는 길을 떠나기 전에 집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을 부순다. 그러면서 '아 이제야 마침내 내가 이 집의 주인이 되었도다'라고 소리친다.


네크로차프와 피에트와 아스트라다모르스


[2막] 3장. 2막은 초인종과 사발시계 소리로 시작된다. 1막에서와 마찬가지로 스코어에 표시된대로 서로 다른 피치와 리듬으로 소리를 낸다. 이 소리들은 죽음이 브로이겔란트에 가까이 오고 있는데 따른 소요를 의미한다. 막이 오르면 궁전의 대접견실이다. 두명의 정치인들이 균형이라고는 도무지 잡히지 않은 왈츠를 추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비난의 말을 알파벳 순서로 번갈아서 내뱉는다.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이 Blackmailer(등쳐먹는 놈), Bloodsucker(피빨아 먹는 놈)'라고 비난하면 다른 사람이 이에 질세라 Charlatan(돌팔이 같은 놈), Cloudhopper(무지랭이 촌놈)라고 말하고 그러면 이어서 Driveller(침이나 질질 흘리면서 헛소리나 하는 놈), Dodderer(비실비실한 놈), Exorcist(신들린 무당 같은 놈), Egoist(이기주의자), Fraudulent Flatterer(사기꾼 같은 간사한 놈)....,,이렇게 서로를 비난한다. 왕자가 도착해서 백정단, 흑정당의 장관들에게 '개인적인 이기심 보다는 나라 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되자'고 간곡히 요청한다. 이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고 왕자가 승마연습을 위해 커다란 흔들목마를 타야한다고 주장한다. 두 장관이 서로의 주장을 고집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부인하거나 반박하고 있을 때 마치 군대 행진곡과 같은 음악이 작은북 소리와 함께 울펴퍼진다. 그러자 두 장관은 그동안 언제 논쟁을 했느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왕자를 향해서 '기병대 돌격' 전쟁이다'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왕자는 왕실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지칭할 때에 1인칭 단수를 사용하지 않고 복수를 사용한다는 것을 관례를 알고 '우린 항복이요'(We Surrender)라고 외치후 말에서 떨어진다. 그러자 흑장관이 아주 의미심장한듯 '그리하여 그 왕조는 몰락을 하였도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 왕자는 갑자기 생각난듯 이 나라의 헌법에서는 전쟁이 금지되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두 장관은 '헌법이란 것은 그저 종이에 불과한 것입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마치 정신나간 사람들처럼 웃는다. 이때에 저음의 금관악기들이 마치 사람이 트림을 하는 것처럼 크윽크윽하는 소리를 낸다. 잠시후 왕자를 바롯한 다른 사람들이 자세 연습을 위해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가장 중심되는 자세 연습은 어떻게 하면 왕관을 아주 위엄을 가지고 쓰느냐는 것이다. 왕자가 주저주저하자 두 장관은 왕관은 이렇게 쓰는 것이 올바르다면서 각기 이런저런 자문을 한다. 이때에는 왕자를 상징하는 악기인 하프시코드가 연주된다. 왕자가 마침내 그런대로 왕관을 쓰자 장관들인 두 정치인들은 왕자에게 연설문을 외우고 새로운 칙령에 서명하라고 강요한다. 새로운 칙령이란 세금을 100%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두 정치인은 계속 사소한 문제들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논란을 벌이는 중에 시간은 흘러만 간다. 왕자는 두 장관들이 이런 저런 제안을 할 때마다 '안된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두 장관은 이구동성으로 '그렇다면 장관직을 사임하겠다'고 협박조로 말한다. 두 장관은 사임한다고 하면 왕자가 겁에 질려서 말을 잘 들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지만 왕자는 별다른 생각은 없고 배고프다는 생각만한다. 두 장관은 이번에는 왕자에게 먹을 것을 잔뜩 차려주고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말할 생각이다. 먹을 것이 마련된다는 얘기를 들은 왕자는 아주 감동적인 찬가를 부른다. 그리고 먹을 것을 먹고 나서 장관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장관들이게 '우리는 저녁을 먹은 후에 그대들의 사임을 수락하겠소'라고 천명한다. 왕자는 두 정치인의 요구사항이 사임인 것을 깊이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만다와 아만도


정보기관의 우두머리인 게포포가 느닷없이 첩보부대원들과 사형집행인들을 데리고 등장한다. 사형집행인들은 왜 데리고 왔는지 공연이 끝나도록 자세한 설명이 없다. 게포포는 1막에서 비너스를 맡았던 여성이 다시 맡는다. 게포포가 부르는 고음의 울부짖는 듯한 아리아는 가사가 '암호언어'로 된 것이다. 앞뒤가 뒤바뀌는 가사이며 반복되는 가사가 자주 나오는 아리아이다. 단어들과 문장들을 적당히 프로그래밍한 가사이다. 고고 왕자는 게포포가 부르는 아리아의 가사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백성들이 앞으로 다가올 대재앙을 두려워하여서 대대적인 봉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백성들은 벌써 궁전의 문밖까지 몰려와 있다. 다급해진 두 정치인이 발코니에 나가서 백성들을 설득하기 위해 연설을 한다. 한 사람이 끝나면 다른 사람이 이어서 연설을 한다. 하지만 백성들은 두 정치인에게 신발을 벗어 던지고 토마도를 던지며 야유와 비난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왕자가 참을수 없었던지 웃음을 터트린다. 왕자가 발코니에 모습을 보이자 백성들은 '위대하신 수령님, 우리의 위대하신 지도자님, 고, 고, 고, 고'(Our Great Leader! Our Great Leader! Go Go Go)라고 외친다. 왕자가 연설을 하지만 왕자의 소리는 백성들이 점점 맹렬하게 부르는 노래에 묻혀서 들리지도 않는다. 다만, 왕자의 제스추어만이 보일 뿐이다. 그럴 때에 전령 한명이 급하게 들어온다.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 장면에서 첩보원들은 하나하나가 전령이 가지고 온 문서를 검사하고 또한 인정한다는 제스추어를 보여준다. 그 모든 과정이 판토마임으로 진행된다. 문서의 내용은 역시 암호언어로 되어 있어서 판독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린다. 마침내 암호문을 해독했는데 내용인즉 커다란 혜성 하나가 지구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대재앙이 아닐수 없다는 것이다. 두 정치인들은 대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자 이제야 말로 왕국에 비상계엄령을 내려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러다가 궁전 문밖으로부터 무언가 둔탁한 물체가 몰려오는 소리를 듣자 재빨리 무대에서 도망친다. 왕자는 자기가 이 궁전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고고 왕가의 선조들에게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전설적인 능력을 달라고 간청한다. 게포포는 고고왕가의 능력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어서 수비대를 불러서 방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게포포의 말은 암호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청중들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그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짐작할 뿐이다. 왕자의 간청에 대한 응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아스트라다모르스가 등장한다. 마치 왕자의 간청에 응답한 듯한 모양새다. 왕자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만세! 모든 것이 원래 대로이다'(Huzzah! For all is now in order)라는 노래이다. 백성들은 두려워서 난리인데 그것과는 상관없는 즐거운 노래이다. 그때에 사이렌이 울부짖는 듯이 울리고 베이스 트럼펫이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는 소리를 빼액빼액 낸다. 사람들이 왕자에게 어서 침대 아래에 숨으라고 말한다. 드디어 네크로차르가 피에트의 등에 엎혀서 아무 말도 없는채 등장한다. 뒤를 이어 지옥을 상징하는 형상들이 등장한다. 지옥 자체가 뒤따라 나타나는 것과 같은 장면이다. 행렬은 조용한 3박자 무곡인 파사칼리아에 맞추어서 천천히 입장한다. 팀파니와 현악기가 같은 패턴의 음악을 반복한다. 이때의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에로이카'의 4악장을  모방한 듯한 것이다. 이어서 나오는 음악은 스콧 조플린의 '엔터테이너'(The Entertainr)를 모방한 것이다. 바순과 소프라니노 클라리넷과 피콜로가 행진에 참여한다. 이들의 연주는 잠시후 오케스트라로 벌전한다.


발코니에 올라온 네크로차르는 '화 있을진저!'라고 외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백성들도 '화 있을진저, 화 있을진저'라면서 네크로차르의 외침에 응답한다. 네크로차르는 백성들에게 죽음에 대한 예언을 말해주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모든 남자들의 시체는 불에 그슬림을 당할 것이며 결국엔 숯덩이와 같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치 바짝 말라 쪼그라진 머리처럼 오그라들 것이다' 등등이다. 브로이겔란트의 백성들은 네크로차르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런데 백성들 중에서 몇명은 마치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온 것 같다. 오페라에 올때 입는 정장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간할수 있다. 피에트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죽음의 왕자인 네크로차르에게 배가 고픈데 고고 왕자가 먹다가 남긴 음식들을 먹어도 되냐고 묻는다. 이들은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서 역시 왕실의 식당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피에트가 한마디 한다. '우리 식사하기 전에 와인 한 방울 정도는마셔도 관찮은 것 아닌가?'라고. 그런데 피에트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네크로차르에게는 마치 하인과 같은 존재이지만 네크로차르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네크로차르의 주변을 돌면서 춤을 추는가하면 네크로차르에게 와인이나 한잔 하자면서 권한다. 두 사람은 은근히 네크로차르를 못마땅한 인물이라면서 비난도 한다. 네크로차르는 두 사람의 권유에 못이겨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덧 취한 경지에 들어선다. 네크로차르는 '나의 희생자들을 쥐어 짜서 만든 이 주스는 나에게 새로운 능력을 줄것이며 내가 하는 행동을 계속 유지할수 있도록 해 줄것이다'라며 흥얼댄다. 아느덧 세 사람은 그로테스크한 대화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팀파니와 오케스트라가 일반적이 아닌 괴이하면서도 엉뚱한 비트를 만들어 낸다. 네크로차르가 내 뱉는 말은 단 한마디 '술잔이나 들자'이다. 그러면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마신다. 식사가 끝날 즈음에는 네크로차르를 위시한 다른 사람들도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런데도 네크로차르는 그저 자기의 업적을 자랑하느라고 더 정신이 없다. '왕들과 왕비들을 파멸시킨 것이 수십명이나 되지. 그 어느 누구도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는 없어.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신것, 네로가 칼로 죽은것 이모두가 나의 업적이지'라는 내용이다. 네크로차르가 메스칼리나를 죽일 때 나왔던 현악기 음악기 이때에도 다시 나온다. 자정이 가까워 온다. 그러나 네크로차르는 일을 하러 일어설수가 없다. 고고 왕자가 숨어 있던 곳에서 '이제는 안심이겠지'라며 기어 나온다. 그러다가 네크로차르를 만난다. 고고 왕자는 '차르 네크로'에게 '차르 고고'라고 소개한다. 이렇게 해서 모인 네 사람(네크로차르, 고고 왕자, 피에트, 아스트라다모르스)은 쓸데없는 것은 다 제외한 음악으로 쓸데 없는 것은 다 제외한 코미디를 공연한다. 네크로차르는 커다란 흔들목마에 올라타려고 한다.  그러면서 '전지전능하신 분의 이름으로 나는 이세상을 조각조각 쳐부술것이다.'라고 선언한다. 그러다보니 네크로차르는 전에는 아주 두려운 존재였는데 지금 보니까 그런 면이 아주 조금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의 종말이 오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다. 현악기들이 거칠게 연주를 하며 목관악기들은 그레센도에서 디크레센도를 넘나들며 종말의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다. 무대에 설치된 하늘 배경에서는 혜성이 점점 밝아지며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모습이 보이며 태양계의 행성 중의 하나인 토성은 반지처럼 보이는 고리를 번서던지고 더 밝게 보이고 있다.


대재앙 이후의 난장판


4장. 대재앙이 지나간 후의 장면이다. 고요한 코드와 저음 현악기의 하모니가 울려퍼진다. 하모니카 소리가 지난날에 대한 한가닥 기억을 불러 일으켜 줄 뿐이다. 피에트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유령이 된 것으로 믿고 있다. 두 사람은 하늘 높이 떠다니고 있다. 고고 왕자가 나타난다. 그는 대재앙 이후에 유일하게 생존한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인간들도 있다. 묘지에서 부활한 세명의 병사들이다. 병사들은 선하신 하나님이 내려주신 모든 물건들을 약탈하고 노획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병사들은 고고가 왕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고고 왕자가 자기들에게 금성, 은성 훈장을 주겠다는 것도 믿지 않으며 만일 준다고 해도 거부하겠다고 말한다. 병사들은 왕자가 자기들을 더 이상 군대에 붙잡아 두지 않고 제대시켜 주겠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네크로차르가 엎어진 카트 속에 숨어 있다가 나온다. 하지만 기분이 몹씨 상해 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잔뜩 불만을 품고 있다. 자기 이외의 사람들이 살아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놀란다. 그런 때에 그가 죽인 메스칼리나가 무덤에서 살아 나온다. 네크로차르는 메스칼리나가 복수를 할 것 같아서 겁이 난다. 네크로차르와 메스칼리나 사이에 쫓고 쫓기는 슬랩스틱 스타일의 장면이 연출된다. 목관악기들의 톤 클러스터가 연주된다. 슬랩스틱 장면에 고고 왕자와 병사들과 정치인들이 합류한다. 이들은 마치 아이들이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밧줄을 잡고 끌려간다. 이들은 메스칼리나에게 자기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메스칼리나는 이들이 자기에게 말할수 없는 잔학행위를 했다면서 비난한다. 메스칼리나가 이들을 따라와서 잡으려 하자 이들은 진흙을 집어서 메스칼리나에게 던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들은 갑자기 생각이 난듯 '누가 군사혁명을 창안하였는가', '누가 집단 무덤을 고안해 냈는가'라고 소리친다. 어디서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서로 싸운다. 그리고 모두 자멸한다. 하늘에서 떠돌아 다니던 피에트와 아스트로다모르스가 지나간다. 고고 왕자가 이들에게 '내려와서 와인이나 한잔들 합시다'라고 초대한다. 피에트와 아스트로다모르스는 땅에 떨어지면서 '하긴 우린 목이 마르네. 그래서 우리가 살아 있는 거야'라고 말한다. 네크로차르가 패배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네크로차르는 몸이 점점 오그라들더니 아예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만다와 아만도도 무덤에서 나와서 이들과 함께 한다. 두 연인은 자기들이 선한 일을 했기 때문에 살아 남은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출연자 전원이 무대 앞에 나와서 관중들에게 '죽는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누구도 자기에게 언제 그런 시간이 닥칠지를 모른답니다. 그러니 기분좋게 작별을 합시다. 잘들 돌아가시오'라고 말한다. 오케스트라는 가능한한의 화음을 만들어 내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피날레에서 관중들과의 작별을 고하는 전체 출연자들. 겪어보니까 죽음이란 것도 별것 아니므로 절대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