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르 그랑 마카브르(대종말) 줄거리

정준극 2012. 9. 10. 20:30

'르 그랑 마카브르'(대종말) 줄거리

 

2막의 '르 그랑 마카브르'는 헝가리 출신의 죄르지(기요르기) 산도르 리게티(György Sándor Ligeti: 1923-2006)가 남긴 유일한 오페라이다. 1974-77년의 3년 동안 완성하였으며 뜻한바 있어서1996년에 수정하였다. 오페라 '르 그랑 마카브르'는 벨기에의 아방 갸르드(전위)작가인 미셀 드 겔더로드(Michel De Ghelderode: 1898-1962)가 1934년에 발표한 희곡인 La Balade du grand macabre를 바탕으로 리게티 자신과 동료 대본가인 마이클 메슈케(Michael Meschke)가 대본을 썼다. 메슈케는 스톡홀름 인형극장장이었다. 그래서 메슈케의 주선으로 스웨덴의 왕립오페라극장이 리게티에게 '르 그랑 마카브르'의 작곡을 의뢰했던 것이다. 오리지널 대본은 독일어로 써졌다. 독일어 제목은 Der gross Makaber 였다. 초연에서는 스웨덴어로 번역되었지만 오페라의 타이틀은 원작을 존중하여서 '르 그랑 마카브르'라고 했다. '르 그랑 마카브르'의 대본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헝가리어로 번역되었다.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르 그랑 마카브르'는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사용해도 출연자들의 노래와 대사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대본으로 되어 있다. 다만, 만일 독일어 이외의 언어로 공연할 때에는 악보에서 몇 가지 음표 만을 고치면 되도록 했다.

 

라모네극장 공연장면

                       

리게티는 마우리치초 카겔의 전위 오페라인 '국립극장'(Staatstheater)을 보고나서 이제는 더 이상 앤티 오페라(Anti-opera)를 작곡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다가 반짝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앤티-앤티-오페라'(Anti-anti-opera)를 작곡키로 한 것이다. 앤티-앤티-오페라는 기존 오페라적인 전통과 앤티-오페라에 대한 비평을 모두 인정하는 풍자적인 작품을 말한다. 짧은 서곡은 13개의 자동차 경적을 리듬과 피치에 맞추어 소리를 내도록 했으며 피날레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는 바로크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다. 또한 이 오페라에는 베토벤, 로시니, 베르디 등의 음악을 모방한 조각들이 현대도시를 표현하는 음향과 함께 콜라쥬 형태가 담겨 있다.

 

'르 그랑 마카브르'에는 죽음이라는 심각한 메시지를 가벼운 유머로서 전하는 풍자와 애매모호함이 충만해 있다. '르 그랑 마카브르'의 주제는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리고 그 운명의 중심적인 인물은 '죽음'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오페라에서는 네크로짜르는 인물로 표현되어 있다. 베이스 바리톤이 부른다. 네크로짜르는 마천루가 뒤덮혀 있는 도시로 온다. 쓰레기가 넘쳐 있는 거리에는 부랑자들이 거닐고 있다. 이같은 모습을 본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세상의 종말'(Apocalypse)에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네크로짜르는 술주정뱅이와 점성술사와 함께 고고왕자(Prince Go-Go)의 궁전으로 향한다. 이후 여러가지 장면들이 진행되지만 어찌보면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므로 관중들은 세상의 종말이 정말 당도한 것인지 또는 한낱 익살극에 불과한 것인지를 몰라서 혼동을 일으킬수가 있다.

 

'르 그랑 마카브르'는 1978년 4월 12일 스톨홀름의 왕립오페라(Operan)에서 초연을 가졌다. 이후 2009년까지 세계의 여러 곳에서 약 30회의 추가 공연이 있었다. 199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세계의 관심을 모은 것이었다. 리게티는 잘츠부르크 공연을 위해 여러 군데를 손질하였다. 너무 길다고 생각해서 제2장과 제4장을 삭제하였다. 그리고 연출에 있어서도 자기의 의중을 충실하게 전달하였다. 그리하여 수정된 '르 그랑 마카브르'는 1997년 7월 28일 잘츠부르크에서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미국의 극장감독으로 유명한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 1957-)의 제작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리게티는 셀라스의 제작에 대하여 불쾌하게 생각하여 속을 태웠다. 셀라스는 리게티의 의중과는 달리 세상의 종말의 장면을 체르노빌 장면으로 구성했던 것이다.

 

두 연인의 사랑의 장면. 런던 ENO 공연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 배불뚝이 피에트(Piet the Pot: Piet vom Fass: T)

- 아만도(Amando: Spermando: MS)

- 아만다(Amanda: Clitoria: S)

- 네크로짜르(Nekrotsar: B-Bar)

- 아스트라다모르스(Astradamors: B)

- 메스칼리나(Mescalina: MS)

- 비너스(Venus: High Coloratura S)

- 게포포(Gepopo) - 비밀경찰서장(High Coloratura S)

- 프린스 고 고(Prince Go-Go: 카운터 테너 떠는 보이 소프라노)

- 루피아크(Ruffiack: B)

- 쇼비아크(Schobiack: Bar)

- 샤버나크(Schabernack: B)

- 화이트당(백당) 장관(White-Party Minister: T)

- 블랙당(흑당) 장관(Black-Party Minister: B-Bar)

합창단: 브로이겔란트의 백성들, 정령들, 에코와 비너스, 막후의 합창단

 

오케스트레이션은 기존의 구성과는 사뭇 다르다. 플륫 3명(2명은 피콜로 겸용), 오보에 3명(2명은 오보에 다모레, 코르 안글레 겸용), 클라리넷 3명(각각 피콜로 클라리넷, 알토 섹스폰, 베이스 클라리넷 겸용), 바순 3명(1명은 콘트라 바순), 혼 4명, 트럼펫 4명(2명은 피콜로 트럼펫 겸용), 베이스 트럼펫 1명, 트럼본 3명(테너, 테너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 튜바 1명, 팀파니, 타악기 4명, 크로마틱 하모니카 3명(혼 주자 또는 드럼주자들이 연주할수 있음), 첼레스타(하프시코드 겸용), 그랜드 피아노(전자 피아노 겸용), 만돌린, 하프, 현악기 15명이다.

 

타악기는 다양한 종류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 정도의 타악기가 등장한다면 어차피 음악은 재미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 사일론폰(Xylophone), 비브라폰(Vibraphone), 글로켄슈필(Glockenspiel), 마림바(Marimba), 각기 다른 피치의 12개의 자동차 경적(Car-horn), 뮤직 박스(Musical box) 4, 전자 도어벨(Electric Doorbells) 4, 탬버린(Tambourine) 2, 군악대 북(Military drum), 작은 북(Snare drum) 2, 봉고(Bongo drum) 3

- 콩가(Conga), 테너 드럼(Tenor drum), 퍼레이드 드럼(Parade drum), 톰톰(Tom-tom) 4, 베이스 드럼(Bass drum), 트라이앵글(Triangle) 2, 크로탈레스(Crotale: 방울뱀 소리를 내는 악기) 3, 서스펜디드 심발(Suspended Cymbal) 3, 앤티크 심발(Antique Cymbal), 크래쉬드 심발(Crashed Cymbal) 2, 공(Gong)

- 탬탬(Tam-tam) 2, 튜불라 벨(Tubular bell), 일본의 범종(Japanese Temple-Bell) 2, 마라카스(Maracas), 귀로(Guiro) 2, 채찍(Whip) 2, 클라브스(Claves: 막대 악기) 1세트, 카스타넷(Castanet) 1세트, 라체트(Ratchet), 우드 블록(Wood block) 3, 통나무 드럼(Log-drum)

- 템플 블록스(Temple block) 5, 대형 슬레지햄머(Large Sledgehammer), 나무판(Wooden slat), 슬라이드 호각(Slide whistle), 호각(Whistle), 뻐꾸기 소리 호각(Cuckoo whistle), 시그낼 호각(Signal whistle), 사이렌 호각(Siren whistle), 증기선 기적 호각(Steamboat whistle), 사이렌(Siren) 2, 플렉사톤 (Flexatone) 2

- 오리 소리(Duck-quacker), 험 팟(Hum pot), 대형 자명종(Large Alarm Clock), 대형 피라미드 메트로놈(Large pyramidal Metronome), 종이(Paper: 실크 또는 신문지), 샌드페이퍼(Sandpaper) 1세트, 바람소리 기계(Wiind machine), 종이 백(Paper bag), 도자기를 담은 쟁반(Tray full of Crockery), 피스톨, 소스 팬(Sauce Pan)

 

네크로짜르와 두 연인

                                              

이제 줄거리를 살펴보자.

제1막 1장. 막이 오르면 12개의 자동차 경적이 악보에 표시된 대로 피치와 리듬에 따라 마치 합창을 하는 것처럼 울려댄다. 서곡이다. 이것은 황량한 현대의 도시, 특히 교통지옥의 도시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같은 서곡이 끝나면 천성적으로 와인 감정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배불뚝이 피에트'(Piet the Pot)가 술주정뱅이의 탄식노래를 부르기 위해 등장한다. 피에트의 노래는 딸꾹질로서 끝난다. 피에트는 바순과 함께 등장한다. 바순은 피에트를 대표하는 악기이다. 이어 두 명의 연인들이 등장한다. 아만다와 아만도이다. 비록 두 사람은 남녀간이지만 공연에서는 모두 여자가 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다. 지옥의 왕자라고 하는 네크로짜르가 무덤 깊은 곳에서 두 연인의 노래 소리를 듣다가 나타나서 이들의 노래에 참여한다. 두 연인은 자기들의 소리 이외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므로 무어가 무엇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다가 피에트를 발견하고서는 그가 자기들을 몰래 훔쳐보았다고 생각하여 화를 낸다. 피에트는 기가막혀서 '아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누가 말을 했다는 거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그랬단 말이요?'라면서 항의를 한다. 연인들은 섹스를 하기 위한 장소를 찾다가 무덤 속이 좋을 것 같아서 그곳으로 숨어들어간다.

 

                        

드디어 네크로짜르가 등장하여 '못된 놈들 꺼져 버려라. 땅바닥이나 핥아라. 개같은 놈들, 이제 죽을 것이니 마지막 말이나 뱉어라. 돼지 같은 놈들'이라는 내용의 모티프(Motif)를 노래한다. 피에트가 네크로짜르의 노래에 화답이나 하듯 노래를 부르지만 그건 술주정꾼의 넉두리에 불과하다. 네크로짜르가 피에트의 중얼거림에 참지 못하고 마침내 '닥쳐라 이놈아'라고 소리친다. 피에트는 '죽음'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무덤 속에 있는 자기의 모든 '악기들'을 꺼집어 낸다. 네크로짜르의 위협이 점점 거세지지만 피에트는 이를 그저 재미로 생각하여 받아들인다. 피에트는 자기의 주인인 네크로짜르가 죽음만을 얘기하고 처벌에 대하여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불평을 털어 놓는다. 네크로짜르는 자기의 임무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는 하나님이 한밤 중에 그에게 보내는 혜성으로서 지구를 멸망시키는 사명을 띠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크로짜르를 대표하는 악기는 베이스 트럼본이다. 무대의 발코니에 숨어 있으면서 소리를 낸다. 네크로짜르는 피에트가 자기의 말이 되어 자기를 태우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에트가 저항하는 소리는 다만 꼬꼬댁 꼬꼬라는 소리일 뿐이다. 네크로짜르가 피에트를 타고 길을 재촉하여 떠난다. 잠시후 무덤 속에 있던 두 연인이 나타나서 듀엣을 부르며 그저 자기들끼리 함께 있는 것을 엔조이한다.

 

두번째 장면이다. 자동차 경적이 다시 울리는 서곡으로 시작한다. 궁정 점성술사인 아스트라다모르스와 항상 슬픈 모습의 그의 부인인 메스칼리나가 등장한다. 메스칼리나는 채찍을 들어 자기 남편인 아스트라다모르스를 '하나 둘 셋 넷'이라면서 때린다.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아스트라다모르스는 더 때려 달라고 간청한다. 메스칼리나는 남편에게 스커트를 올리라고 하더니 더욱 세차게 때린다. 아스트라다모르스가 채찍질에 못이겨 쓰러지자 멜스칼리나는 그가 죽은 줄 알고 침을 뱉는다. 그러더니 한동안 슬픈듯 울부짖더니 정말 그가 죽었는지 의아해 한다. 메스칼리나는 자기의 애완동물인 거미를 부른다. 거미에게 남편이 정말 죽었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라고 할 생각이다. 그때 아스트라다모르스가 일어난다. 그는 거미를 보면 항상 구역질이 난다고 불평한다. 메스칼리나는 남편인 아스트라다모르스가 죽은척 했던 것에 대한 벌로서 갈로페이드(Gallopade)라는 춤을 추도록 한다. 이 집안의 전통 춤이다. 마치 강남 말춤과 비슷한 것이다. 춤을 추고 난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아내 메스칼리나를 뒤에서 포옹하며 키스하고서 '사랑스런 일요일'이라는 노래를 가성(팔세토)로서 부른다.

 

                                 

메스칼리나는 남편에게 망원경으로 가서 별들을 자세히 지켜보라고 명령한다. 메스칼리나는 별들 중에서 비너스를 발견하고는 비너스에게 제발 더 좋은 남자를 달라고 아주 감동적으로 간청한다. 잠시후 메스칼리나가 잠이 들자 아스트라다모르스는 그제서야 '저 여자를 쫓아버릴수만 있다면 한이 없겠다'고 독백한다. 비너스가 메스칼리나에게 두 명의 남자를 보냈다고 말한다. 그러자마자 네크로짜르가 나타난다. 네크로짜르는 메스칼리나에게 자기가 요청했던 바로 그 남자라고 주장한다. 네크로짜르와 메스칼리나는 마치 둘도 없는 연인처럼 사랑을 나눈다. 갑자기 네크로짜르가 메스칼리나의 목을 물어 뜯어 죽인다. 그리고는 피에트와 자기의 새로운 하인인 아스트라다모르스에게 어서 시체를 내다 버리라고 말한다. 네크로짜르는 '불과 죽음을 가져왔노라. 태우고 시들게 하련다'라고 소리친다. 네크로짜르는 그의 '여단'(旅團)에게 차렷 자세를 시킨후 고고왕자의 궁전으로 떠날 차비를 한다. 아스트라다모르스는 떠나기 전에 집안에 있는 모든 가구들을 부순다. 그리고는 '마침내 내 집의 주인이 되었도다'라고 소리친다.

 

                                    

제2막 3장은 도어벨과 자명종 소리로 시작한다. 브로이겔란트에 '죽음'이 당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소리이다. 막이 열리면 궁전의 대접견실이다. 두명의 정치인들이 왈츠를 추면서 서로 욕을 한다. 이들은 각각 백당(白黨)과 흑당(黑黨)의 장관들이다. 그런데 욕을 하는 단어가 알파벳 순서로 되어 있다. 한쪽이 Blackmailer(공갈범)이라고 말하면 다른 쪽이 이를 받아서 Bloodsucker(흡혈귀)라고 말하며 이어서 Charlatan(협잡꾼)이라고 말하면 Clodhopper(시골무지렁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들의 비난성 욕은 Driveller: Dodderer, Exorcist: Egoist, Faudulent: Flatterer 등으로 이어진다. 왕자가 나타나서 이들에게 서로 비난만 하지 말고 나라를 생각하라고 간청한다. 이들은 왕자의 말에 순종하지만 대신 왕자에게 기마교습을 위해 흔들말에 올라타라고 요구한다. 정치인들(장관들)이 흔들말에 올라탄 왕자에게 '기병대 돌격'이라고 소리치자 왕자는 '항복'이라고 외치면서 흔들말에서 떨어진다. 그러자 흑당의 장관이 '이렇게해서 왕조가 멸망하다'라고 말한다. 왕자는 헌법에 전쟁이 금지되어 있다고 주장하자 장관들은 '헌법이란 한 장의 종이 쪽지에 불과하다'라고 선언한다. 장관들의 호쾌하고 거친 웃음은 저음의 금관악기들의 소리와 어우러져 한층 소란하다. 장관들은 고고 왕자에게 왕자로서의 자세를 가르친다. 왕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위엄있게 걸어야 하는지 등이다. 장관들은 고고 왕자에게 별별 주문을 다 한다. 고고 왕자는 그들의 요청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도무지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서 대답을 주저한다. 고고 왕자를 대표하는 악기는 하프시코드이다.

 

                            

고고 왕자가 왕관을 쓰자 장관들은 그에게 연설문을 주고 암기하라고 하며 아울러 새로운 칙령에 서명하라고 강요한다. 칙령의 내용은 예를 들면 세금을 100% 인상한다는 것 등이다. 그밖에도 별별 신통치도 않은 사항들이 칙령에 포함되어 있다. 왕자는 칙령의 내용을 하나 하나 읽어보면서 그때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하지만 장관들은 '그래요? 그렇다면 우리가 사임하지요'라면서 은근히 왕자를 위협한다. 왕자는 이들이 사임을 한다면 당장 곤란하므로 어찌할줄 모르다가 그나마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배고 고프니 먹을 것 좀 주시오'라고 말한다. 장관들이 왕자의 기분을 맞추어 주기 위해 거창한 식사를 준비한다. 뚱뚱하면서도 아직 소년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왕자는 거창한 음식들을 보자 무슨 소리인지 알수 없는 찬가를 부른다. 왕자는 음식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 장관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간청할 필요가 없게 되자 드디어 안심한 듯 우선 잔뜩 먹고 나서 이들에게 '그러면 그대들의 사임을 수락하겠오'라고 선언한다.

 

비밀경찰서장인 게포포가 등장할 차례이다. 비너스의 역할을 맡았던 소프라노가 게포포의 역할도 맡는다. 게포포는 한떼의 비밀경찰 무리들과 교수형 집행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게포포의 높은 소프라노 아리아는 마치 울부짖는 것 같다. 가사라는 것도 몇개의 단어를 반복하는 것이며 그나마 소절들을 자기 멋대로 고쳐서 부르는 것이었다. 고고 왕자는 게포포의 암호 메시지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한다. 백성들이 대종말을 두려워해서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메시지이다. 장관들이 발코니에서 백성들에게 진정하라고 소리치지만 백성들은 이들에게 신발과 토마도 등을 던진다. 이 모습을 본 고고 왕자가 웃음을 터트리며 자기가 직접 발코니에 나선다. 그러자 백성들이 왕자를 보고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여! 가시오 가시오(Go Go)'라면서 환호한다. 백성들의 소리가 너무 커서 왕자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는 중에도 게포포는 왕자의 메시지를 알아 듣고는 부하들을 시켜 백성들을 일일히 감찰하며 수색한다. 이런 과정이 판토마임으로 진행된다. 게포포는 왕자에게 이상한 암호로서 혜성이 다가오고 있으며 지구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때 성문 쪽에서 사람이 홀로 나타나자 급히 무대로부터 도망치듯 사라진다. 고고 왕자는 성문 쪽에서 나타난 사람이 '자기 집의 주인'이라고 선언하고 그를 '전설적인 힘이요 고고 가문의 홀마크'라고 호칭한다. 게포포는 왕자에게 경비병을 불러 저 이상한 사람을 막아야 한다고 역시 특유의 암호로서 경고한다. 하지만 실제로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아스트라다모르스이다. 왕자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서로 붙잡고 반가워서 춤을 추며 노래한다. '만세, 이제 모두 제자리에 있도다'라는 노래이다. 이들은 백성들의 광적인 간청은 무시한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린다. 베이스 트럼펫이 함께 소리친다. 위험이 다가왔다는 경고이다. 누군가 고고 왕자에게 '침대 밑으로 속히 숨으시오'라고 소리친다. 드디어 대종말인 네크로짜르가 피에트를 말처럼 타고 나타난다. 두 사람이 행진할 때의 팀파니와 저음의 현악기가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의 제4악장을 풍자적으로 연주한다. 행진에는 바이올린, 바순, 소프라노 클라리넷, 피콜로가 따라오며 연주를 한다.

 

                          

발코니에 올라선 네크로짜르는 '오호라'(Woe)라고 소리친다. 겁에 질린 백성들이 네크로짜르의 '오호라' 소리를 듣고 마치 응답이나 하듯 모두 '오호라'라고 외친다. 네크로짜르는 모두의 죽음을 예언이나 하듯 '죽은 자들의 시신이 노래를 부를지어다. 누구든지 한 줌의 재와 같은 몸이 될 것이로다. 머리는 오그라들 것이다'라고 말한다. 베이스 트럼펫이 발코니의 네크로짜르에게 합류한다. 백성들 중에는 마치 오페라에 온 관중처럼 말쑥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네크로짜르에게 자비를 구한다. 피에트와 아스트라마모르스는 한 잔 마시고 싶은 터에 고고 왕자가 먹던 음식이 아직도 푸짐하게 남아 있자 죽음의 왕자, 즉 네크로짜르에게 '왕자의 신분에 맞는 식당'이라고 하면서 음식을 먹을 것을 권한다. 피에트는 식사를 하기 전에 와인 한 방울을 마시기를 권한다. 네크로짜르의 하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네크로짜르를 도무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네크로짜르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춤을 추며 그를 조롱이나 하듯 한다. 그리고는 어서 와인을 마시라고 권한다. 네크로짜르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다. 네크로짜르는 와인을 보고 '이것이 나의 희생자들의 몸에서 짜낸 주스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와인을 마시는 것은 내가 할 일에 대하여 용기를 갖게 하기 위함이로다'라고 말한다. 네크로짜르는 계속 '자 듭시다'라면서 와인을 마신다. 세사람은 그로테스크한 대화를 나눈다.

 

                          

네크로짜르는 이제 술에 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는 그동안 자기가 이룩한 업적을 횡설수설하며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는 '왕들과 왕비들을 파멸시켰다. 어느 누구도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없다. 소크라테스의 독배와 네로의 단검도 도망갈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메스칼리나를 죽일 때 연주되었던 음악이 다시 연주된다. 어느덧 밤중이 되었지만 네크로짜르는 일어나기조차 힘들다. 숨어 있던 고고 왕자가 나타나서 '짜르 네크로'에게 자기를 '짜르 고고'라고 소개한다. 네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대화를 계속 나눈다. 네크로짜르는 흔들말에 올라타려고 한다. 그러면서 '전지전능하신 자의 이름으로 명령하노니 이 세상은 모두 조각이 나리로다'라고 말한다. 혜성이 더욱 밝게 빛나며 토성을 감싸고 있던 고리가 밝은 하늘로 떨어져 나간다.

 

                 

4장은 하모니카와 현악기들이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대는 마치 대홍수가 지난간 후의 모습과 같이 황폐하다. 피에트와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자기들이 죽어서 혼령이 된 것으로 믿는다. 고고 왕자는 자기만이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세명의 병사가 무덤에서 솟아나와 하나님이 준 모든 물건들을 약탈한다. 이들은 고고가 왕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믿지 않으며 고고가 금과 은으로 만든 훈장들을 준다고 하며 대신 공적인 업무로 복귀하라는 제안을 거절한다. 갑자기 네크로짜르가 뒤집힌 마차에서 기어 나온다. 몹시 기분이 상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가 정작 기분이 상한 것은 사람들 중의 일부가 살아남았다는 것이며 이들이 흉폭한 행동을 서슴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메스칼리나가 무덤에서 살아 나온다. 메스칼리나와 네크로짜르는 쫓고 쫓기는 슬랩스틱을 하며 소란을 핀다. 이들의 소란에 고고와 병사들과 장관들이 합류한다. 병사 중의 한 사람이 밧줄로 모두를 묶자 한줄로 따라다닌다. 이들은 자기들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메스칼리나는 이들을 모두 흉악하다고 비난한다. 그러자 모두들 메스칼리나에게 진흙을 던진다. 한바탕 아수라장과 같은 싸움판이 벌어진다. 모두 나가 떨어진다. 아스트라다모르스와 피에트도 사람들에게 눌려서 어디론가 떠내려한다. 고고아 모두에게 와인을 마시자고 권한다. 모두들 '우리는 목마르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기들이 지구로 되돌아 왔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네크로짜르가 패배한 것이다. 모두 살아났던 것이다. 그 우람하던 체구의 네크로짜르는 어느새 아주 작게 찌부러져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피날레는 모드가 합창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러나 모두 예기치 못한 순서로 합창을 부른다. 두 연인들이 무덤에서 기어나온다. 이들은 자기들이 무덤 속에서 좋은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출연자들은 모두 앞에 나와서 관중들에게 '죽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오.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다 죽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언제인지 모를 뿐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기분 좋게 떠나십시오'라고 말한다.

 

['르 그랑 마카브르'의 음악 넘버]

 

제1막 1장

1. Car Horn Prelude(자동차 경적 서곡)

2. Scene one: Dies Irae(디에스 이라에: 최후의 심판일)

3. Away, you swag-pot!(꺼져라, 배불뚝이 녀석)

4. Shut up!(닥쳐라)

5. Oh...! Amanda! Can do no more!(오 아만다, 더는 할수 없어요)

6. Ha-ha-ha-ha! Hey! Give my my requisites, slave(하하, 필요한 것을 주세요, 노예를)

7. Melting snow is thy breast(눈처럼 녹아내리는 당신의 가슴)

8. Second Car Horn Prelude(두번째 자동차 경적 서곡)

제1막 2장

9. one! Two! Three! Five!(하나 둘 셋 다섯)

10. Shapely and attractive figure(멋지고 매력적인 모습)

11. Venus! Venus!(비너스 비너스)

12. Stop! Sh!...Quiet, for heaven's sake!(중지. 쉿. 제발)

13. Who's there? A Man? A Man?(누구요? 남자요?)

14. Finale: Fire and death I bring(피날레: 불과 죽음을 가져왔도다)

제2막 3장

1. Door bell Prelude(도어 벨 서곡)

2. Arise licker, arise-kisser!(일어나라 핥기쟁이야, 키쓰쟁이야)

3. Posture exercises!(자세 훈련)

4. Tsk...-Psst! Ha! Head of my Secret Service(츳츳 나의 비밀경찰서장)

5. Ahh!...Secret cypher!(아, 비밀 암호)

6. Hurray, hurray! My wife is dead, hurray!(만세, 마누라가 죽었도다)

7. Nekrotzar's Entrance(네크로짜르의 입장)

8. Woe! Ooh! For the day of wrath(오호라, 분노의 날에)

9. There's no need to fear(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다)

10. Up! Drink! Up!(마시자 마시자)

11. Galimatias: Hmm! It's delicious(갈리마티아스: 흠 맛있는데)

12. Where am I? What time is it?(나는 어디에 있는가? 몇 시인가?)

Interlude

13. Scene Four: Ghost Astradamors, are you dead?(아스트라다모르스, 죽었는가?)

14. Mirror Canon(거울 캐논)

15. Finale: Passacaglia(피날레: 파스칼리아)

 

바르셀로나 리세우 오페라극장에서의 공연 D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