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오페라와 영화

베스트 오페라 영화 10선

정준극 2012. 9. 26. 22:48

베스트 오페라 영화 10선

거장들의 위대한 예술적 재능

 

오페라를 영화로 만든 것들이 있다. 여러 스타일이 있겠지만 본 블로그에서 소개코자 하는 것은 유명 성악가들이 직접 출연한 오페라 영화들이다. 극장에서의 공연 실황을 필름에 담은 것이 아니고 로케이션을 통해 진짜 영화처럼 만든 것이다. 어떤 오페라들이 주로 영화로 만들어졌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다섯 명의 오페라 작곡가들의 작품이 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바그너, 모차르트, 베르디, 푸치니, 그리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이다. 이밖에도 비제, 로시니, 차이코브스키, 무소르그스키,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브리튼, 오펜바흐, 스메타나, 그리고 심지어는 들리우스와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도 오페라 영화의 메뉴가 되었다. 1980년대는 오페라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세명의 위대한 영화감독들이 오페라 영화의 제작에 정열을 쏟아 부은 결과 놀라운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체피렐리(Franco Zeffirelli: 1923-), 프랑스의 장 피엘 폰넬르(Jean-Pierre Ponnelle: 1932-1988), 독일의 페터 봐이글(Peter Weigl)이다. 이밖에도 스웨덴의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 1918-2007),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로시(Francesco Rosi: 1922-), 미국의 조셉 로지(Joseph Losey: 1909-1984) 등도 훌륭한 오페라 영화를 만들었다. 오페라를 영화로 만든 것을 보는 것과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여러가지로 차이가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오페라 평론가들이 선정한 베스트 오페라 영화 10선을 소개하는 것으로 임무를 다하고자 한다. 다만, 10편의 베스트 오페라 영화를 선정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이므로 그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오페라 영화의 귀재 프랑코 체피렐리의 젊은 시절

 

1.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베르디). 1983년도 작품.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 영화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플라치도 도밍고와 테레사 스트라타스가 주역을 맡았다. 화려한 세팅과 의상, 그리고 그 시대를 반영한 장식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Sempre Libra(언제나 자유롭게)를 부르는 장면과 Libiamo ne' lieti calici(축배의 노래: Brindisi)를 부르는 장면은 과거에 이토록 찬란하고 놀랍도록 아름답게 보여준 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장면이다. 거장 체피렐리는 '라 트라비아타'를 만든 기간에 '오텔로'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도 영화로 만들었다. 그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와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 테레사 스트라타스

 

2. 파르지팔(Parsifal: 바그너). 1982년. 한스 위르겐 지버버그(Hans-Jurgen Syberberg: 1935-) 감독

파르지팔의 서곡은 인간의 귀가 들을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음악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파르지팔은 뛰어난 작품이다. 그 파르지팔을 독일의 한스 위르겐 지버버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이 영화를 표현주의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뛰어난 제작이었다. 세상의 어떤 오페라도 바그너의 '파르지팔'처럼 영적인 문제를 다룬 것은 없을 것이다. 성배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스 위르겐 지버버그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원작에 가장 충실한 영화를 만들었다. 한스 위르겐 지버버그의 영화에는 배우가 출연하지만 노래는 유명 성악가들이 불러 더빙하였다. 파르지팔은 카렌 크리크(Karen Krick)가 맡았고 노래는 테너 라이너 골드버그(Reiner Goldberg)가 불렀다. 쿤드리는 배우 에디스 클레버(Edith Clever)가 맡았고 노래는 소프라노 이본느 민튼(Yvonne Minton)이 불렀다. 암포르타스는 배우 아르민 조단(Armin Jordan)이 맡았고 노래는 베이스 볼프강 쇠네(Wolfgang Schoene)가 불렀다.

 

한스 위르겐 지버버그가 감독한 오페라 영화 '파르지팔'의 포스터

 

3. 돈 조반니(Don Giovanni: 모차르트). 1979년도 작품. 조셉 로지 감독

오페라 '돈 조반니'의 철학적인 면모와 세속적인 면모가 훌륭하게 표현된 영화이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돈 조반니 역에 베이스 루제리오 라이몬디(Ruggerio Raimondi), 레포렐로에 바리톤 호센 반 담(Jose Van Dam), 돈나 안나에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Kiri Te Kanawa), 돈 오타비오에 테너 케네스 리겔(Kenneth Riegel)이 출연하여 직접 노래를 불렀다. 더 이상 완벽할수가 없는 작품이다. '돈 조반니' 영화의 결정판이다.

 

조셉 로지가 감독한 '돈 조반니' 오페라 영화. 루제리오 라이몬디가 돈 조반니의 역할을 맡았다.

 

4. 마술피리(The Magic Flute: 모차르트). 1975년도 작품. 잉그마르 페르히만 감독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신비스런 느낌의 작품이다. 영화의 장점과 무대 공연의 장점을 모두 융합한 작품이다. 베르히만은 그 두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재능이 있다. 베르히만 특유의 축제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지니는 아름답도록 어두운 분위기가 깃들이도록 배려한 작품이다. 베우 요제프 쾨스트링거와 이르마 우릴라(Irman Urrila)가 출연했다.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감독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5. 카르멘(Carmen: 비제). 1984년도 작품. 프란체스코 로시 감독

소프라노 겸 배우인 줄리아 미제네스(Julia Migenes)가 최고의 카르멘을 맡은 영화이다. 상대역은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이다. 줄리아 미제네스는 어느 남자들지 파멸로 이끌수 있는 카르멘 역할을 놀랍도록 뛰어나게 표현하였다. 세계의 오페라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세팅도 훌륭했고 장면과 장면의 연결 테크닉도 뛰어난 작품이다.

줄리아 미제네스가 타이틀 롤을 맡은 영화 '카르멘'

 영화 '카르멘'의 한장면


6. 유진 오네긴(Eugene onegin: 차이코브스키). 1988년도 작품. 페터 봐이글 감독

한마디로 말해서 황홀한 영화이다. 마치 장면마다에 중독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더빙이기 때문에 어색한 면도 있었지만 대체로 출연자들의 노래도 뛰어나다. 차이코브스키의 위대한 오페라가 영화로서 다시 찬란하게 빛을 보았다. 여성 출연자들은 최고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숨막히게 만드는 연기였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뒷받침을 해주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 주었다. 소프라노 테레사 쿠비아크(Teresa Kubiak)가 타티아나 역할을 맡았다. 거장 게오르그 솔티가 차이코브스키의 스코어를 폭넓게 해석하였다.

 

차이코브스키의 '유진 오네긴' 영화. 생페터스부르크의 키로프 오페라 공연실황

유진 역에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 타티아나에 안나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7. 오텔로(Otello: 베르디). 1986년도 작품.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

오페라 '오텔로'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의 하나인 '버들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영화에서는 삭제되었다. 그렇지만 프랑코 체피렐리는 다른 장면에서 찬란한 재능을 보여주어 '버들의 노래'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도록 했다. 오텔로 역을 맡은 플라치도 도밍고, 데스데모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카티아 리키아렐리, 이아고 역을 맡은 바리톤 유스티노 디아즈(Justino Diaz)는 모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영화를 볼수록 긴장감이 더해지는 작품이다. 뛰어난 세트, 조명, 분위기 모두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최대 비극의 하나인 오텔로를 과감하게 필름에 담았다.

 

프랑코 체피렐리가 감독하고 플라치도 도밍고가 주역으로 출연한 영화 '오텔로'

 

8.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푸치니). 1995년도 작품. 프레데릭 미테랑 감독

프레데릭 미테랑의 영화 '나비부인'은 오페라 시청각의 수평선을 저 멀리까지 확대시켜 영화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이 영화의 특색은 첫째 대부분 젊고 매력적인 여성들이 출연토록 했다는 것이다. 타이틀 롤의 초초상은 과거에는 나이가 듬직한 소프라노들이 맡았으나 이 영화에서는 23세의 중국 소프라노인 잉 후안(Ying Huan)이 맡도록 했다. 잉 후안의 놀랍도록 어필하는 음성과 용모는 초초상으로 최적이었다. 두번째로 나가사키 인근의 세트를 튜니시아의 해안에 완벽하리만치 그대로 재현하여 촬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대에 국한되어야 하는 카메라의 앵글을 완전히 폭넓게 사용할수 있었다. 1904년도의 일본의 모습을 푸치니의 음악과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세번째로는 최신 영화제작의 기법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음향은 물론 촬영기법, 특수효과등이 '나비부인'에 적합하도록 만든 것이다. 핑커튼 역은 테너 리챠드 트록셀(Richard Troxell)이 맡았다. 그런데 잉후안, 즉 후안 잉은 환영(歡迎)이라고 쓴다.

 

프레데릭 미테랑 감독의 영화 '나비부인'에서 핑커튼(리챠드 트록셀)과 초초상(잉 후안)

 

9. 라 보엠(La Boheme: 푸치니). 1965년도 작품.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

1965년도의 이 영화에는 1963년에 라 스칼라에서 공연되었던 '라 보엠'의 장면 중에서 상당부분이 활용되었다. 특히 카페 모뮈의 장면은 무대 세트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현실감을 주는 것이다. 미미 역을 맡은 미렐라 프레니의 노래가 뛰어나다. 완벽한 미미이다. 루제로 라이몬디의 중후한 역할도 한 몫을 한다. 프랑코 체피렐리는 푸치니적인 음악을 유감없이 펼쳐보이는 따듯한 인간애의 작품을 만들었다.

 

안나 네트렙코가 미미를, 롤란도 빌라존이 로돌포를 맡은 '라 보엠' 영화

영화 '라 보엠'에서 로돌포(롤란도 빌라손)과 미미(안나 네트렙코)


10.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로시니). 1974년도 작품. 장 피엘 폰넬르 감독

1972년에 라 스칼라에서 공연되었던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상당부분이 마술처럼 영화에서 재현되었다. 영화는 자연적인 조명과 최고의 카메라 활용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대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연기에도 뛰어난 베스트 캐스팅이었다. 지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맡았다. 우리가 잘 아는 사랑스런 아리아와 앙상블 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것을 있을수 없다. 피가로는 바리톤 허만 프라이(Hermann Prey)가 맡았다. 그가 부르는 Largo al factotum(나는 이 거리의 만능선수)는 가장 뛰어난 아리아이다. 알마비바 백작은 감미롭고도 화려한 음성의 테너 루이지 알바(Luigi Alva)가 맡았으며 아름답고 명랑한 로지나는 메조소프라노로서 정상에 있던 테레사 베르간차(Teresa Berganza)가 맡았다. 이 오페라는 몇번이나 보아도 즐겁다.

 

허만 프라이, 테레사 베르간자, 루이지 알바 등이 출연한 '세빌리아의 이발사' 영화 오페라 커버

영화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한 장면


11위부터 25위까지의 베스트 오페라 영화를 간단히 소개한다.

 

11.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마스카니. 1982년.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

12. 리골레토: 베르디. 1983년. 잉그바르 윅셀과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13. 살로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992년. 고츠 프리드리히(Gotz Friedrich) 감독

14.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을: 들리우스. 1986년. 페터 봐이글 감독

15. 보리스 고두노프: 무소르그스키. 1956년. 베라 스트로예라(Vera Stroyera) 감독

16. 호프만의 이야기: 오펜바흐. 1951년. 파웰과 프레스부르거가 공동감독

17. 토스카: 푸치니. 1976년. 지안프랑코 데 보시오(Gianfranco de Bosio) 감독

18.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 1978년. 장 피엘 폰넬르 감독

19. 베니스의 죽음: 벤자민 브리튼. 1981년. 토니 파머(Tony Palmer) 감독

20. 엘렉스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993년. 고츠 프리드리히 감독

21. 베르테르: 마스네. 1985년. 페터 봐이글 감독

22. 팔리아치: 레온카발로. 1984년.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

23.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쇼스타코비치. 1992년. 페터 봐이글 감독

24. 팔려간 신부: 스메타나. 1981년. 프란치세크 필립(Frantisek Frlip) 감독

25.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 도니체티. 1988년. 페터 봐이글 감독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DVD로 만든 제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는 플라치도 도밍고, 타티야나 트로야노스, 베른 쉬날 등이 출연했다.

팔리아치에는 테레사 스트라타스, 플라치도 도밍고, 셰릴 밀스 등이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