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오페라와 영화

테너 마리오 란자의 음악영화

정준극 2013. 6. 25. 15:11

찬란한 고전, 마리오 란자의 음악영화

'위대한 카루소' 등 8편의 영화에 출연

세기의 미녀 소프라노 캐스린 그레이슨과 공연

 

오페라와 관련한 영화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페라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를 영화로 만들었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영화로 만들었다. 그밖에도 여러 오페라를 영화로 만들어냈다. 무대 공연과 영화가 별로 차이가 없다. 다만, 영화이기 때문에 로케이션을 한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런 영화에서는 실제로의 성악가가 직접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배우가 출연하고 노래는 립싱크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두번째 카테고리는 오페라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영화이다. 그러므로 원작 오페라와는 상관이 없고 영화 중에 오페라의 장면이 나온다든지 또는 오페라의 음악을 사용하여 처리한 영화이다. 이미 영화 오페라에 대하여는 소개하였으므로 이번에는 오페라의 멜로디가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흘러 넘치는 오페라 영화를 소개코자 한다.

 

세기의 미인 소프라노인 캐스린 그레이슨과 함께. '뉴올리언스의 토스트'에서

 

[세기의 테너 마리오 란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1959)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38세라는 짧을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마리오 란자는 27세에 테너-배우로서 데뷔하였으므로 그가 활동한 기간은 고작 11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 기간동안 그는 8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중에서 2편은 그가 로마에서 지내는 동안 제작된 것이다. 마리오 란자는 영화에서 팝송도 부르지만 대부분은 유명 오페라 아리아들을 불러 감동을 준다. 마리오 란자는 두 편의 비디오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호세 카레라스가 마리오 란자를 추모하여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에서 가진 연주회 실황을 비디오로 만든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플라치도 도밍고가 주관한 '어메리칸 카루소 마리오 란자'라는 비디오 작품으로서 마리오 란자의 어린 시절,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는 일종의 자서전적 비디오이다. 마리오 란자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서 우선 2편이 2007년에 DVD로 발행되었다. 마리오 란자가 출연한 영화는 다음과 같다.

 

- 미드나잇 키스(That Midnight Kiss). 1949. 마리오 란자의 영화 데뷔 작품. 캐스린 그레이슨(Kathryn Grayson) 출연.

대단한 포부와 의욕을 가지고 있는 소프라노인 프루덴스 버델(캐스린 그레이슨)은 오페라에서 파트너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서 항상 불만이었다. 버델이 만난 테너 파트너들은 대체로 잘생기지도 못했고 노래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지만 잘난체를 하고 거만했다. 지휘자(호세 이투르비)는 버델에게 최적의 테너 파트너는 '노래도 잘 불러야 하지만 우선 잘 생겨서 호감을 주어야 하면 여성 파트너에게 순종할줄 알고 오페라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지휘자는 버델에게 '만일 그런 사람을 찾으면 당장 데려오라'고 당부했다. 마침내 버델은 그런 사람을 발견했다. 실은 버델이 발견한 것이 아니라 MGM이 발견한 테너였다. 마리오 란자는 이미 1949년에 음반을 내놓아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테너였다. 그가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한 것이 '미드나잇 키스'였다. 대성공이었다. 트럭 운전사인 조니 도네티는 노래를 잘 불렀다.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한소절 한소절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불렀다. 그의 음성은 편안했고 부드러웠으며 따듯했다. 도네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청아한 아이다'는 듣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었다. 캐스린 그레이슨은 베르디의 '사랑스런 그 이름'(Caroo Nome: 리골레토)로서 화려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의 재능을 크게 보여주었다.

 

마리오 란자의 데뷔 영화인 1949년도의 '미드나잇 키스'. 캐스린 그레이스와 함께

                             

- 뉴올리언스의 토스트(The Toast of New Orleans). 1950. 캐스린 그레이슨 공연. 토스트는 평판이 자자한 미인을 말한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마리오 란자와 역시 정상의 소프라노인 캐스린 그레이슨이 출연한 화려하고 로맨틱한 영화이다. 경쾌한 코미디, 사치스런 세트, 풍부한 음악이 전편을 누비는 영화이다. 뉴올리언스의 카훈(Cajun)에 살고 있는 노래 잘 부르는 어부와 오페라 스타 수제트 미슐랭과의 사랑이야기이다. 여배우 리타 모레노도 출연하여 그 유명한 '티나 리나' 춤을 춘다. 오페라 소프라노인 수제트는 우연히 어촌에 갔다가 어부인 페페 듀발(란자)을 만난다. 페페는 뛰어난 노래 솜씨를 가지고 있다. 수제트는 페페를 오페라 테너로 만들기 위해 집으로 데려와서 성악레슨을 한다. 그러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마리오 란자는 '미뇽',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마르타'에 나오는 아리아를 부르며 란자와 그레이슨은 놀랍도록 훌륭한 듀엣 두곡을 부른다. '나비부인'의 듀엣과 아카데미 후보로 올랐던 Be My Love 이다. 이 곡은 음반으로 나와 백만장 히트를 기록하였다.

 

'뉴올리언스의 토스트'에서 캐스린 그레이스와 함께 노래하는 마리오 란자

                                 

-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 1951. 앤 블라이스 공연

마리오 란자는 1951년에 엔리코 카루스의 생애와 활동을 그린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에 출연하였다. 영화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카루소의 생애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논평이 있었다. 그리고 란자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자만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란자에 찬사를 보냈던 평론가들이 란자에게 쓴 소리를 한 것이다. 그러나 카루소의 아들인 엔리코 카루소 주니어는 그의 저서 '엔리코 카루소: 나의 아버지와 나의 가족'(Enrico Caruso: My Father and My Family)에서 란자 이외에 카루소를 대신할 사람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리코 카루소 주니어도 테너였다. 이밖에도 란자를 칭송한 언급들이 다수 있지만 그 내용이 그 내용이므로 생략코자 한다. 다만, 한마디만 더 한다면, 란자는 '위대한 카루소'에 출연하기 위해 카루소의 음반들을 밤이나 낮이나 죽어라고 듣고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위대한 카루소'는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던 카루소가 메트로폴리탄에 진출하여 무려 18년 동안이나 최고의 스타로서 활동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도로시 벤자민(Dorothy Benjamin: 앤 블라이스이 맡은 역할)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 있다. 영화에는 메트로폴리탄의 디바들인 도로시 키르스텐(Dorothy Kirsten: 1910-1992), 블랑셰 테봄(Blanche Thebom: 1915-2000) 등이 함께 출연했다. 란자는 이 영화에서 '의상을 입어라'(팔리아치), '여자의 마음'(리골레토), '그대의 찬손'(라 보엠), '청아한 아이다'(아이다), 그리고 영국의 발라드인 '비커스'(Because)를 불렀다.

 

'위대한 카루소'에서 앤 블라이스와 함께

                        

- 내 사랑이기 때문에(Because You're Mine). 1952. 도레타 모로우, 제임스 휘트모어 공연

MGM의 루이스 마이어는 마리오 란자에게 '여보게 친구, 난 말야, 당신을 노래하는 클라크 게이블로 만들어 주겠네'라고 말했다. 당시 클라크 게이블은 최고의 배우였다. 마리오 란자는 MGM의 '위대한 카루소'로 그야말로 클라크 게이블 이상의 인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마리오 란자가 클라크 게이블이 되는 데에는 다른 것은 필요 없었다. 콧 수염만 붙이면 되었다. '내사랑이기 때문에'는 '위대한 카루소'를 만든 그 다음해에 나온 영화이다. 이번에는 요즘 말하면 군대의 연예병사로 입대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모병관은 사지(Sarge: 상사라는 뜻: 제임스 휘트모어)인데 그에게는 노래를 잘 부르는 예쁜 여동생(도레타 모로우)이 있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이지만 마리오 란다와 도레타 모로우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그런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의 백미는 '주기도문'(The Lord's Prayer)이다.

 

- 황태자의 첫 사랑(The Student Prince). 1954. 에드먼드 퍼돔이 출연했고 마리아 란자는 노래만 부름.

마리오 란자는 MGM의 '황태자의 첫 사랑'에 노래도 부르고 직접 출연도 할 예정이었다. 마리오 란자는 우선 1952년에 노래들을 모두 미리 녹음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에 MGM은 란자를 해고하였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연예신문에 나온 이유는 란자가 자꾸 비대해지기 때문에 황태자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고 의상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란자의 자서전 작가들은 란자가 영화 제작의 초기에는 그렇게 비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비대해졌기 때문에 해고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은 감독은 커티스 베른하르트(Curtis Bernhardt)와 의견이 맞지 않아서였다는 것이다. MGM은 베른하르트 감독을 갱질할 의향이 없었다. 그렇다면 란자가 나가야 했다. 란자의 역할은 미남배우 에드먼드 퍼돔(Edmund Purdom)에게 돌아갔다. 퍼돔은 배우이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란자가 녹음해 놓은 노래를 립싱크해야 했다. 그런데 MGM은 나중에 결국 감독을 리챠드 소프(Richard Thorpe)로 교체하였다. 리챠드 소프는 란자가 베른하르트와 교체해 달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리챠드 소프는 과거에 란자와 '위대한 카루소'에서 함께 일하여 대성공을 거둔 일이 있었다.

 

'황태자의 첫 사랑'에서 앤 블라이스와 에드먼드 퍼돔. 마리오 란자는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불렀다.

 

- 세레나데(Serenade). 1956. 사리타 몽티엘, 빈센트 프라이스 공연

란자는 한동안 정체기간을 가진 후에 1955년 영화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세레나데'였다. 워너 브로스사가 배급했다. 하지만 '세레나데'는 란자의 지난 날 영화에 비하여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세레나데'는 다른 어느 영화보다도 음악적 콘텐트가 풍부했지만 말이다. '세레나데'에는 '장미의 기사'. '페도라'(Fedora), '아를르의 여인'(L'arlesiana). '오텔로' 등 여러 오페라의 장면들이 나온다. '오텔로' 3막에서 데스데모나와의 듀엣은 소프라노 리치아 알바네세(Licia Albanese)와 함께 부른 것이었다. 미스 알바네세는 1980년에 란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마리오에 대하여 별별 얘기를 다 들었다. 무대에서 음성이 너무 작다는 말도 들었다.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래서 한 편의 오페라에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할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는 아리아를 완전히 부르지도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녹음할 때에는 여러 파트를 쪼개서 짜집기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모든 얘기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마리오는 가장 아름다운 리리코 스핀토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말할수 없이 아름답고 힘찬 음성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테너들과 노래를 불렀다. 마리오는 테너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음성, 기질, 완벽한 딕션...성악적으로 볼때 그는 안정적인 테너였다. 그에게는 어려움이 없었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마리오 란자는 '세레나데'를 촬영한 후인 1957년에 로마로 돌아갔다. '로마의 일곱 언덕'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그후 런던, 아일랜드, 그리고 유럽의 여러 곳에서 라이브 콘서트도 해야 했다. 그런데 로마로 간 후에 건강이 악화되어 여러 콘서트를 취소해야만 했다. 그래도 란자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란자는 결국 1958년에 영국, 벨기에, 네덜랜드, 프랑스, 독일을 다니며 콘서트를 가졌다.

 

'세레나데'의 한 장면

                           

- 로마의 일곱 언덕(Seven Hills of Rome). 1957. 레나토 라스칼, 마리사 알라시오 공연

미국의 인기있는 TV 가수인 마크 리비어(Marc Revere: 마리오 란자)는 그의 부유한 멋쟁이 약혼녀인 캐롤(페기 캐슬)이 로마를 여행중이라는 것을 알고 캐롤을 만나러 로마로 온다. 마크는 로마에서 우선 사촌인 페페(레나토 래스칼)의 집에 묵기로 한다. 페페는 친척의 일이라면 때를 가리지 않고 도와주려는 사람이다. 마크와 페페는 라파엘라(마리사 알리시오)라는 젊고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친구가 된다. 이들은 밤이 새도록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지낸다. 아직 캐롤을 찾지 못한 마크는 아쉬운 대로 어떤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맡는다. 마크의 노래는 삽시간에 인기를 끈다. 많은 사람들이 마크의 노래를 들으러 클럽을 찾아온다. 마크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캐롤리 그 소문을 듣고 마크를 찾아온다. 그런데 어느새 라파엘라가 미국에서 온 영웅인 마크를 사랑하게 된다. 그로인하여 라파엘라, 마크, 캐롤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로마에서 로케이션이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로마의 경치가 전편에 흐르고 있다. 마크 리비어의 스토리는 실제로는 유명 가수인 주세페 아마토(Giuseppe Amato)에 대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음악적으로나 영화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작품이다.

 

'로마의 일곱 언덕' 음반

 

- 첫 사랑(For the First Time). 1959. 요한나 반 코지안, 차 차 가보 공연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계적 테너의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전편에 유명 오페라의 아이아들이 흘러 넘치는 영화이다. 세계적인 테너로서 사랑을 받았던 토니오 코스타(Tonio Costa: 마리오 란자)는 참지 못하는 성미 때문에 언제나 문제가 되어 왔었다. 그러던 어느날에는 오페라 출연을 앞두고 그만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가하면 밤새도록 파티에 몰두하는 바람에 극장측에 큰 낭패를 안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오의 환락적인 생활을 그치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토니오는 우연히 아름다운 크리스타(조한나 반 코지안)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토니오는 크리스타의 따듯한 사랑의 힘으로 옛모습을 되찾아 오페라 무대에 다시 서게 된다. 크리스타는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녀였다. 토니오는 크리스타에게 청혼하지만 크리스타는 귀가 낳아서 토니오의 아름다운 음성을 듣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크리스타는 다행히 세계적인 의사의 수술을 받을수 있게 된다. 크리스타가 수술을 받는 시간에 토니오는 순회연주를 하고 있다. 토니오는 무대에서 마음속으로부터 크리스타의 수술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노래를 부른다. 두 사람의 마음은 진정한 사랑으로 연결된다.

 

'첫 사랑'의 한 장면

 

마리오 란자가 영화에 관여하게 된 것은 1947년 헐리우드 보울의 연주회가 시작이었다. 그때 마리오 란자의 노래를 들은 MGM의 루이스 메이어(Louis B. Mayer)가 당장 마리오 란자에게 영화출연 계약을 맺자고 하여 7년 계약이 이루어졌다. 26세의 젊은 성악도로서 파격적인 기회였다. 마리오 란자는 영화 경력과 오페라 또는 콘서트 경력을 콤바인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리오 란자는 1949년에 RCA 빅터와 첫 레코딩을 했다. 그 레코딩에 포함된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은 미국음반평론가협회로부터 '올해의 오페라 레코딩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