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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 포에버(Callas Forever)

정준극 2013. 7. 6. 12:18

칼라스 포에버(Callas Forever)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추모를 담은 체피렐리의 영화

 

'칼라스 포에버'의 패니 아르당

                                              

2002년에 오페라 영화의 거장 프랑코 체피렐리(Franco Zeffirelli)가 평소 우정을 나누던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 12. 2-1997. 9. 16)를 추모하여서 '칼라스 포에버'(Callas Forever)라는 영화를 제작하였다. 오페라 성악가의 생애와 활동을 기념하거나 추모하는 영화는 거의 없는 입장에서 칼라스를 추모하는 영화는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 특히 칼라스 팬들에게 적지 않은 감동과 감회를 안겨준 것이었다. 지금까지 위대한 오페라 성악가에 대한 영화는 아마 1951년 MGM이 제작한 '위대한 카루소'(The Great Caruso)가 유일할 것이다. 테너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1959)가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의 역할을 맡은 영화였다. 카루소는 48세에 세상을 떠났으며 칼라스는 53세에 세상을 떠났다. 영화감독인 프랑코 체피렐리는 마리아 칼라스가 주연한 오페라 영화를 3편이나 제작한바 있다. '노르마',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이다.

 

제작자인 래리 켈리(제레미 아이언스)와 칼라스(패니 아르당)

 

영화에서 칼라스의 역할은 프랑스의 패니 아르당(Fanny Ardant: 1949-)이 맡았다. 마리아 칼라스의 이미지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을 받은 여배우이다. '칼라스 포에버'의 스토리에는 소설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77년이다. 우연히도 칼라스가 세상을 떠난 해이다. 칼라스는 사실상 오페라 무대에서 은퇴하여 파리의 아파트에서 가정부 한 사람과 함께 조용히 살고 있다. 그때 과거에 칼라스의 매지저를 했던 래리 켈리(Larry Kelly: Jeremy Irons)가 칼라스를 찾아온다. 칼라스와는 오랜 친구사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왜냐하면 래리가 주선한 칼라스의 지난번 도쿄 공연이 너무 실망이었기 때문이었다. 래리 켈리는 칼라스가 더 이상 연주활동을 하지 않기로 하자 클래시컬 음악의 임프레사리오(흥행가)를 포기하고 락 음악의 임프레사리오가 되었다. 래리 켈리는 펑크 스타일의 록 밴드 연주회를 갖기 위해 파리에 왔다. 칼라스는 래리가 찾아왔다고 하자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래리가 칼라스를 꼭 만나고 가야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결국 만난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별 의미도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래리가 칼라스에게 칼라스의 대표적인 오페라 장면들을 편집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니 부디 출연해 달라며 본래의 방문목적을 털어 놓는다. 래리로서는 칼라스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그나마 기록적인 영화를 남겨 놓고 싶었던 것이다.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인 칼라스(패니 아르당)

                                           

래리는 칼라스에게 영화에 출연하여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녹음해 두었던 것을 사용하여 더빙(립싱크)을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 소리를 들은 칼라스는 그것은 자기 자신은 물론이지만 아직도 자기를 애호하는 수많은 팬들을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거절한다. 그러나 래리의 끈질긴 설득에 차츰 마음이 돌아선다. 칼라스는 만일 영화에 출연한다면 오페라의 장면들은 과거에 수백번 했던 것이므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칼라스는 마침내 영화출연을 승낙한다. '토스카'는 칼라스의 대표적인 역할이었다. 칼라스는 처음 생각과는 달이 립싱크를 하지 않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조건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를 제작하는 중에 투자자들이 어찌된 일인지 하나 둘씩 빠져 나간다. 칼라스는 '카르멘'을 삭제하자고 주장한다. 칼라스는 지금까지 수없이 여러번 '카르멘'을 녹음했지만 무대공연은 한번도 한 일이 없다. 칼라스는 아무리 오페라이지만 카르멘의 역할이 너무 선정적이고 저속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맡지 못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래리는 만일 '카르멘'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전체 영화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계속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칼라스가 카르멘을 노래하고 연기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카르멘'에서 돈 호세는 이탈리아 모델 출신인 가브리엘 가르코(Gabriel Garko)가 맡았다. 칼라스의 또 다른 오랜 친구인 저널리스트 사라 켈러(Sarah Keller), 그리고 심지어는 가정부인 브루나(Bruna)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도움으로 '카르멘'은 순조롭게 촬영되었다. 칼라스는 라이브로서 놀랍도록 뛰어난 음성과 연기를 보여준다. 칼라스 자신도 이런 능력이 다시 솟아날줄은 몰랐을 정도였다. 마치 잃어버렸던 보물을 다시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수많은 칼라스의 팬들이 아직도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있는 이유였다.

 

영화는 뷰카레스티, 안달루시아의 코르도바, 그리고 파리에서 촬영되었다. 의상 디자인은 스페인에서 고야상 후보에 올랐고 이탈리아 전국영화기자협회로부터는 실버 리본을 받았다.

 

'칼라스 포에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