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의 장르

인터메쪼(Intermezzo)

정준극 2012. 10. 13. 18:19

인터메쪼(Intermezzo)

 

요즘에는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할 때에 1막이나 2막이 끝나면 잠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별도의 오페라를 막간에 간단히 공연하는 일이 없지만 18세기에는 본래의 공연이 심각한 분위기만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미안한 입장에서 잠시 웃어나 보자고 막과 막 사이에 코믹한 오페라를 간단히 공연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렇게 공연하는 간단하면서도 코믹한 오페라를 인터메쪼라고 불렀다. 다시말하여 18세기에 발달한 인터메쪼라고 하면 본래의 공연인 순수오페라(오페라 세리아)의 막간에 넣어 공연하는 오페라적 막간희극(Interlude)을 의미했다. 아무튼 막간의 여흥순서라고 보면 마음 편하다. 인터메쪼는 비록 막간을 장식하는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도 완성된 작품일수가 있다. 물론 인터메쪼는 당연히 본공연보다 짧은 것이 보통이었다. 인터메쪼의 출연자는 본공연에 출연한 사람들이 출연하기도 했고 별도로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순회공연단: 유랑극단)와 같은 그룹에서 사람들을 데려와 공연토록 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메쪼는 르네상스 인터메쪼와는 차이가 있었다. 르네상스 인터메쪼에서는 코믹한 내용이 본공연이었고 막간극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화적인 것이나 목가적인 내용이었으니 차이가 나도 상당히 났었다. 

 

'하녀 마님'. 로잔느 공연

 

인터메쪼는 벌레스크(Burlesque)의 성격을 띠는 것이 보통이었다. 벌레스크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버리아어티 쇼라고 보면 무난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잡탕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인터메쪼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었다. 치고 받고 실수하고 야단맞고 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배우들이 치고 받으며 실수하여 웃기는 것을 좋아했다. 주인을 골탕먹이는 하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보아도 기분 좋은 내용이어서 인터메쪼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일종의 흙수저들의 스트레스 해소이다. 인터메쪼의 출연자들은 대체로 변장을 하여 웃기거나(여자가 남자로, 또는 남자가 여자로), 사투리를 써서 웃기기도 하고(지방의 특색에 맞게) 또는 얼토당토한 스토리로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특기였다. 18세기에 가장 유명했던 인터메쪼는 아무래도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La serva padrona)일 것이다. 이 작품은 비록 처음에는 인터메쪼로서 선을 보였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완벽한 오페라 부파로서 사랑을 받았다. 덧붙여 한마디만 더 한다면, 페르골레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하녀 마님'은 프랑스에서의 저 유명한 Querelle des Bouffons(부퐁논쟁)을 일으키게 만든 주역이 되었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부퐁논쟁'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한번 소개코자 한다. 이밖에도 치마로사의 '런던의 이탈리아 아가씨'(L'italiana in Londra)는 원래 인터메쪼로 작곡되었으나 나중에는 독립된 작품으로서 공연된 대표적인 경우이다.

 

'런던의 이탈리아 아가씨' 음반

 

'부퐁논쟁'(Quarrel of the Comic Actors)은 파리에서 1752-54년간에 일어난 사건이다. 간단히 말해서 프랑스의 순수 오페라 또는 오페라 코믹이 더 좋으냐, 그렇지 않으면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가 더 좋으냐를 놓고 파리의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대 논쟁이다. 사건은 1752년 8월 1일, 페르골레지의 '하녀마님'이 파리의 왕립음악원(Academie royale de musique)에서 공연됨으로서 발단되었다. '하녀마님'은 이탈리아 순회공연단의 코믹 배우들이 공연했다. 이들 코믹 배우들을 부포니(Buffoni)라고 불렀다. 프랑스어로는 부퐁(Buffons)이다. 그래서 '부퐁논쟁'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페르골레지의 '하녀마님'은 파리에서 이미 1746년에 공연된 일이 있다. 하지만 그때에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1752년의 공연에서는 오페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는지 아무튼 프랑스의 오페라적 전통을 변호하는 측과 이탈리아 음악이 최고라며 하며 이탈리아 음악을 수호하는 측이 일대 논쟁을 벌이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논쟁이 걷잡을수 없이 가열된 것은 당시 사회적 저명인사들이 논쟁에 뛰어들고 부터였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를 옹호하는 사람들로서는 저 유명한 장 자크 루소와 프리드리히 멜히오르 그림(Friedrich Melchior Grimm)이 있었으며 또한 백과사전의 발간에 관계되었던 지식인들이 동조하였다. 이들은 프랑스 오페라에서 서정적 비극 스타일이란 것이 별것이 아니라며 아무래도 오페라의 오리진은 이탈리아라고 주장하였다. 프랑스의 서정적 비극 스타일은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가 주도한 것으로 그런 스타일이 프랑스 오페라의 전통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로는 당대의 작곡가인 장 필립 라모 등이 속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이들은 프랑스 전통 스타일의 오페라가 이탈리아 스타일보다 훨씬 내용이 풍부하고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논쟁의 배경에는 귀족사회의 갈등도 한 몫을 하였다. 부퐁논쟁은 무려 2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결말도 내지 못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며시 수그러들었다. '부퐁논쟁'에 대하여는 할 얘기가 더 많지만 이만 그치기로 하고 아무튼 파리에서 '마녀하님' 때문에 하릴없이 대단한 논쟁이 벌어졌었다는 것만 강조코자 한다.

 

'하녀 마님'. 나폴리 공연

 

어떤 경우에는 인터메쪼가 본공연보다 더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무리 인터메쪼이긴 하지만 출연자들이 당대의 유명 성악가들이면 더 인기를 끌고 박수를 받았다. 내용이 더할수 없이 재미나면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서 인터메쪼만을 일부러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극장당국은 본공연은 취소하고 인터메쪼만을 공연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더구나 인터메쪼는 두어 사람만이 출연하는 간단한 것이기 때문에 제작에도 부담이 없었다. 인터메쪼는 유럽의 다른 도시로도 파급되었다. 예를 들어 모스크바에서는 순회극단에 의한 인터메쪼 공연이 1년전부터 예약되어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에서의 영향은 더 컸다. 이탈리아어의 인터메쪼는 프랑스에서 앙테르메드(Intermede)라고 불렀다. 결론적으로 앙테르메드는 프랑스의 오페라 연혁에 있어서 새로운 장르인 오페라 코믹(Opera comique)를 창조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하녀마님'의 한 장면

 

막간희극을 뜻하는 인터메쪼라는 단어는 오페라의 독립된 타이틀로서도 사용되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인터메쪼'(1924)가 그것이다. 2막의 '인터메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메쪼와는 격이 다른 훌륭한 오페라 작품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인터메쪼'의 한 장면

 

19세기에 인터메쪼라는 단어는 또 다른 의미로서 사용되었다. 비단 오페라뿐만이 아니라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 작품의 악장과 악장 사이에 넣는 간주곡을 인터메쪼라고 부른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록 막간이나 악장 사이를 연결하는 간주곡이라고 해도 독자적인 작품으로 연주될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경우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막간음악(인시덴탈 뮤직)이다. 원래는 막과 막 사이를 연결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막간음악이지만 오늘날에는 별도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연주되고 있다. 브람스와 멘델스존의 실내악에서도 인터메쪼를 찾아 볼수 있다. 내부적인 악장간의 연결수단으로서 인터메쪼를 만들어 넣은 것이다. 스케르치(Scherzi)도 같은 형태이다. 브람스의 피아노 인터메찌는 악장과 악장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독립된 작품으로서 만든 것이다. 브람스의 피아노 인터메찌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19세기의 인터메쪼는 형식에 있어서 대체로 서정적이며 멜로디적이다. 만일 인터메쪼가 대규모 작품의 악장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인터메쪼는 더구나 서정적이고 멜로디적이다.

 

오페라 작곡가들은 막과 막 사이를 연결하는 수단으로서 기악곡의 인터메쪼를 작곡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인터메쪼는 프랑스의 앙트락트(Entr'acte)와 흡사하다. 앙트락트는 오페라에서 막간극을 말하며 특히 발레가 나오는 경우를 말하지만 점차 발전하여서 간주곡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인터메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무어라해도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나오는 간주곡(인터메쪼)일 것이다. 콘서트에서 독립된 작품으로서 자주 연주되고 있다. 푸치니도 '마농 레스꼬', '수년 안젤리카'와 '나비부인'에 인터메쪼를 만들어 넣었다. 볼프 페라리와 들리우스도 인터메쪼를 만들어 넣었다. 연극의 반주음악도 인터메쪼의 한 형태라고 말할수 있다. 슈베르트가 연극 '로자문데'를 위해 작곡한 극음악, 그리그의 '페르 긴트'에서의 간주곡은 몇개의 인터메쪼로서 구성되어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인터메쪼라는 용어가 별로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쇼스타코비치가 그의 '현악4중주곡 15번'에서 하나의 악장을 인터메쪼라고 부른 경우가 있다. 바르토크는 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의 제4악장을 인터메쪼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메쪼라고 하면 대체로 오페라의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는 간주곡을 말한다. 인터메쪼는 인터루드(Interlude), 앙드레메이(Entremets: Entremes)라는 단어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인터루드는 막간의 간주곡이나 막간에 공연되는 일종의 촌극을 말한다. 앙트레메이는 원래 식사할 때에 메인 메뉴에 곁들여서 나오는 야채 같은 것을 말하지만 역시 간주곡이나 막간극음악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인터메쪼, 즉 간주곡이 나오는 오페라들을 소개한다.


○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에서 간주곡

○ 푸치니의 '수녀 안젤리카'에서 간주곡

○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허밍 코러스와 간주곡

○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에서 간주곡

○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간주곡

○ 마스카니의 '친구 프리츠'에서 간주곡

○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Vour qu Faites L'endormie

○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3막에서 뱃노래(바르카롤레)

○ 퐁키엘리의 '라 조콘다'에서 '시간의 춤'(Danse des Heures)

○ 무소르그스키의 '코반쉬키나'에서 앙트락트와 '페르시아 노예들의 춤'(Dance of the Persian Slaves)

○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에서 '발람의 축배의 노래'(Varlam Drinking Song)

○ 베르디의 '돈 카를로스'에서 Ella Gaimmia Mamo와 Donir's Sol

○ 베르디의 '아이다'에서 발레음악

○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La serva padrona)에서 간주곡

○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러'()에서 2막의 인테메쪼와 4막의 전주곡

○ 마스네의 '타이스'에서 명상곡(Meditation)

○ 조르다노의 '페도라'(Fedora)에서 간주곡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뱃노래(바르카롤레)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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