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의 장르

구원 오페라(Rescue Opera)

정준극 2012. 12. 4. 07:21

구원 오페라(Rescue Opera)

 

 

구원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인 베토벤의 '휘델리오'. 레오노라 역에 소프라노 봘트라우트 마이어, 플로레스탄 역에 테너 로버트 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공연

 

'구원오페라'(Rescue Opera)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프랑스와 독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의 한 장르이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유행한 오페라의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구원오페라'는 주인공을 위험으로부터 구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극적인 반전 끝에 해피엔딩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된다. '구원오페라'의 중심되는 메시지는 참다운 인간애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승리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이런 주제의 오페라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마침 프랑스 혁명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온 '구원오페라'는 대체로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다가 사태의 반전으로 자유를 얻게 되며 사악한 인간은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형식에 있어서나 주제에 있어서 이런 '구원오페라'는 프랑스 귀족층이 좋아하는 오페라 코믹(opéra comique)에서 파생된 부산물이라고 할수 있다. 음악적으로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와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에 영향을 준 새로운 양식이라고 할수 있다. '구원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베토벤의 '휘델리오'일 것이다.

 

구원오페라의 초석을 놓은 케루비니의 '로도이스카'의 한 장면

 

'구원오페라'라는 용어는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실은 1913년에 독일의 칼 클로브(Karl Klob)라는 사람이 그의 저서인 '글룩으로부터 바그너까지의 오페라'(Die Oper von Gluck bis Wagner)에서 를 '구조 또는 해방작품'(Rettungs- oder Befreiungsstück)이라고 언급한 것을 1927년에 영국의 다인리 허쎄이(Dyneley Hussey)라는 사람이 영어로 번역하여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구조오페라'라는 것을 오페라의 한 장르로서 소개하였지만 오리지널 분류에 의한 장르에는 포함되기 어렵다. 오페라 장르의 구분은 바로코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장르를 '구원작품'(pièce à sauvetage 또는 opéra à sauvetage)라고 부른다. 독일에서는 '구조오페라'(Rettungsoper), 또는 '해방오페라'(Befreiungsoper)라고 부른다. 독일의 어떤 사람들은 '구원오페라'를 '테러오페라'(Schreckensoper: Terror opera)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감옥에 갇히고 처형을 앞두고 있는 공포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구원오페라의 장르에 속한다.

                     

'구원오페라'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에도 실은 오페라 코믹 중에 구원에 대한 주제를 가진 오페라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피에르 알렉산드르 몬시니(Pierre-Alexandre Monsigny)의 '왕과 농부'(Le roi et le fermier: 1762)와 '소외된 사람'(Les deserteur: 1769), 앙드레 그레트리(Andre Gretry)의 '사자왕 리챠드'(Richard Coeur-le-lion: 1784) 등이다. 이들을 '초기의 구원오페라'라고 부른다. 앙리 몽탕 베르통(Henri Montan Berton)의 '엄격한 수도원'(Les rigueurs du cloitre: 1790)은 최초의 '구원오페라'라고 할수 있다. 루이지 케루비니(Luigi Cherubini)의 '로도이스카: 1791)이야 말로 '구원오페라'의 장르를 설립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구원오페라'가 한창이던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는 니콜라스 달라이라크(Nicolas Dalayrac)의 '동백꽃'(Camille: 1791), 장 프랑수아 르 쉬르(Jean-Francois Le Sueur)의 '동굴'(La caverne: 1793), 루이지 케루비니의 '이틀간의 사건'(Les deux journees: 1800) 등이 있다.

 

'이틀간의 사건'의 한 장면

 

'구원오페라'는 기본적으로 프랑스의 오페라 장르이지만 프랑스가 아닌 나라에서너무나 잘 알려진 '구원오페라' 작품들이 있다. 베토벤의 '휘델리오'(Fidelio)는 독일 징슈필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지만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구원오페라'이다. 또 하나는 베드리치 스메타나의 '달리보르'(Dalibor: 1868)이다. '달리보르'에는 징슈필에서처럼 대화체의 대사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달리보르'는 독일 징슈필보다는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 두 작품을 '구원오페라'라고 부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용이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구원오페라'는 기본적으로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다. 사회가 변화한 시기였다. 사회적 변화는 오페라에도 영향을 주었다. 오페라는 더 이상 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오페라는 평민주의, 애국주의, 이상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억압에 항거하는 자유주의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구원오페라' 스타일은 이러한 구미에 합당하는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신분변화에 따른 내용을 좋아했다. 이와 함께 신화나 전설이 아닌 실제 있었던 공포와 감옥에 대한 스토리를 공감하였다.

 

'달리보르'의 한 장면. 영국 로열오페라.

 

오페라의 내용에 있어서는 그런 변화가 있지만 스타일에 있어서는 귀족 오페라라고 하는 오페라 코미크와 무관하지 않았다. '구원오페라'에도 오페라 코미크와 마찬가지로 대화체의 대사가 나오며 인기있는 음악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대체로 귀족들이었다. '구원오페라'는 지방색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국적인 유럽의 지방이 무대로 설정된다. 민속음악과 그림같이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무대 배경을 돋보이게 해준다. 예를 들어 '로도이스카'의 무대배경은 폴란드이다. 흥겨운 폴로네이스 무곡이 등장함은 물론이다. 지방색을 강조하는 것은 극적이며 감정적인 분위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독일에서 '구원오페라'의 뒤를 이어 등장한 낭만주의 오페라에 그런 분위기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베버의 '마탄의 사수'이다. 실로 독일의 '구원오페라'는 베버를 거처 바그너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구원오페라'에서는 음악이 장대하다.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포르테시모는 물론이고 포르테시시모까지 자주 등장한다. 그런 음악적인 장대함과 풍부한 색채의 배경은 프랑스에서 그랜드 오페라를 발전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마이에르베르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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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구원오페라]

 

○ L'amor coniugale(부부애): 독일 출신의 이탈리아 작곡가 시몬 마이르(Simon Mayr: Giovanni Simone Mayr: 1763-1845). 1805년 파두아에서 초연. 대본은 게타노 로시(Gaetano Rossi). 프랑스의 피에르 가보(Pierre Gaveaux)가 1798년에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도 있다.

○ Aucassin et Nicolette(오카생과 니콜레트): 일면 Les moeurs du bon vieux tems. 벨기에의 안드레 그레트리(Andre Gretry) 작곡. 1780년 파리 코메디 이탈리엔느에서 초연. 대본은 미셀 장 세댕(Michel-Jean Sedaine)

○ La caverne(동굴): 일명 Le repentir(참회).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르 쉬르(Jean-Francois Le Sueur) 작곡. 1793년 파리 페이도 극장에서 초연. 대본은 알퐁스 프랑수아 폴 팔라트 더시(Alphonse Francois 'Paul' Palat-Dercy).

○ Dalibor(달리보르). 체코의 베드리치 스메타나(Bedrich Smetana) 작곡. 1868년 프라하의 뉴타운 극장에서 초연. 독일어 대본은 요제프 벤치히(Josef Wenzig)

○ Le deserteur(탈영병): 프랑스의 피에르 알렉산드르 몽시니(Pierre-Alexandre Monsigny) 작곡. 1769년 파리에서 초연. 대본은 미셀 장 세댕(Michel-Jean Sedaine)

○ Le deux journees(이틀간의 사건): 일면 Le porteur d'eau(물장수). 이탈리아 출신의 루이지 케루비니(Luigi Cherubini) 작곡, 1800년 파리 페이도 극장에서 초연. 프랑스어 대본은 장 니콜라스 부일리(Jean-Nicolas Bouilly)

○ Euphrosine(외프로생): 일면 Le tyran corrige(변화된 폭군). 프랑스의 에티앙느 니콜라스 메울(Etienne Nicolas Mehul) 작곡. 1790년 파리에서 초연. 대본은 프랑수아 베누아 호프만(Francois-Benoit Hoffman)

○ Faniska(화니스카): 이탈리아 출신의 루이지 케루비니 작곡. 1806년 비엔나의 캐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초연. 독일어 대본은 요제프 존라이트너(Joseph Sonnleitner)

○ Fidelio(휘델리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작곡. 1805년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초연. 대본은 요제프 존라이트너

○ Leonora(레오노라): 일명 L'amore coniugale(부부애). 독일의 페르디난트 파에르(Ferdinand Paer) 작곡. 1804년 드레스덴에서 초연. 대본은 장 니콜라스 부일리의 대본을 바탕으로 조반니 슈미트(Giovanni Schmijdt)

○ La Lodoiska(로도이스카): 독일 출신의 이탈리아 작곡가인 시몬 마이르가 작곡. 1796년 베니스의 라 페니체에서 초연. 이탈리아어 대본은 프란체스코 고넬라 데 페라리(Francesco Gonella De Farrari).

○ Lodoiska(로도이스카): 이탈리아 출신의 루이지 케루비니 작곡. 1791년 파리에서 초연. 대본은 프랑스의 장 바티스트 루베 드 쿠브레(Jean-Baptiste Louvet de Couvrai: 1760-1797)의 소설 Les amours du chevalier de Faublas를 바탕으로 클로드 프랑수아 휘예트 로러(Claude-Francois Fillette-Loraux). 영국의 스테픈 스토레이스(Stephen Storace: 1762-1796)이 존 필립 켐블(John Philip Kemble)의 영어 대본으로 작곡한 '로도이스카'도 있다. 그러나 음악의 대부분을 루이지 케루비니의 '로도이스카'에서 가져왔다.

○ Richard Coeur-de-lion(사자왕 리챠드): 벨기에 출신의 안드레 그레트리 작곡. 1784년 파리에서 초연. 대본은 미셀 장 세댕(Michel-Jean Sedaine). 영국의 사자왕이라고 하는 리챠드 1세가 오스트리아에 억류되자 음유시인인 블롱델 드 네슬(Blondel de Nesle)이 구출한다는 내용

○ Trovaldo e Dorliska(트로발도와 도를리스카): 조아키노 로시니가 작곡. 1815년 파리에서 초연. 대본은 세자레 스테르비니(Cesare Sterbini)가 프랑스의 혁명주의 소설가인 장 바티스트 루베 드 쿠브레의 Les amours du chevalier de Faublas를 바탕으로 작성

 

로시니의 '트로발도와 도를리스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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