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의 세계/특별 오라토리오

'메시아' 대탐구 - 5

정준극 2012. 10. 27. 14:09

파트별 특성에 대한 탐구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의 '메시아' 공연. 솔리스트들이 합창단 속에 자유스럽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필요한대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긴다.

 

파트 1 예언과 탄생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오프닝은 신포니아이다. 현악기만으로 연주하는 E 단주의 서곡이다. 서곡은 프랑스 서곡(French overture) 스타일이다. 헨델이 그의 오라토리오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스타일이다. 대체로 바로크 시대의 서곡에는 이탈리아 스타일과 프랑스 스타일이 있다. 프랑스 스타일은 슬로우로 시작하여 빠른 템포로 끝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장 바티스트 륄리가 그의 발레작품의 서곡으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반면에 이탈리아 서곡은 빠르게-천천히-빠르게의 세파트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내용까지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으므로 이만 접는다. 아무튼 '메시아'의 서곡은 프랑스 스타일로서 조용하고 천천히 시작하여 빠르게 끝나는 형태이다. 다만, 한마디 덧붙인다면 이 서곡에 대하여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메시아'와 같은 불멸의 걸작에 어울리는 서곡이냐는 것이 논란의 중심이다. 대부분 음악학자들은 '메시아'의 서곡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으며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심지어 '메시아'의 텍스트를 쓴 챨스 제넨스도 '헨델의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메시아'에게는 더구나 어울리지 않는 서곡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헨델의 전기작가인 챨스 버니(Charles Burney)라는 사람은 '메시아'의 서곡이 '무미건조하고 흥미가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그러한지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문제이다.

 

현대적인 무대조성의 '메시아' 공연. 천사장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전하고 있다.

 

서곡에 이어 조성은 바뀌어 E 장조의 테너 아리아가 나온다. '위로해 나의 백성들'(Comfort ye)이다. 현악 반주와는 독립적인 아리아이다. 그 후에 조성은 여러 변화를 거치면서 합창인 '우리를 위해 나셨다'(For unto us a child is born)에서 G 장조로 완성된다. '우리를 위해 나셨다'에서 '기묘라, 모사라, 전능의 주'는 헨델의 이탈리아 칸타타인 No, di voi non vo'fidarmi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를 위해 나셨다'에서 보여준 빠르고 복잡한 파싸지는 헨델의 드라마틱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헨델은 과연 드라마틱한 효과의 거장이었다.

 

전원교향곡(Pastoral symphony)에는 피파(Pifa)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피파는 목자들이 사용하는 백파이프와 같은 것이다. 당시에 로마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람들이 거리에서 피파를 불며 돌아다니는 풍습이 있으므로 그것을 연상하여서 피파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같다. 아무튼 피파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관련이 있다. 6번의 베이스 아리아인 '주 오시는 날 누가 당해내랴'(But who may abide the day of his coming)는 간혹 소프라노가 부르는 경우가 있다. 그 후에 나오는 17번 '주께 영광'(Glory to God in the highest)은 앞에서 전한 메시지들에 대한 확정적인 응답이다. 이어  네곡의 레시타티브가 나온다. 이들은 그 뒤에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인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하라'(Rejoice greatly, O daughter of Zion)를 준비해 주는 역할이다. 파트 1의 나머지 곡들은 대부분 B 플랫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20번인 '주는 목자요'(He shall feed this flock)는 현재는 알토와 소프라노의 듀엣이지만 처음에는 소프라노 단독의 아리아로 마련되었다가 다시 알토 단독의 아리아가 되는 등의 변화를 겪었다. 파트 1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합창곡인 '그 멍에는 쉽고 그 짐은 가벼워'(His yoke is easy, his burden is light)는 예언과 탄생이라는 범주에는 적합하지 않은 비통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합창만은 이탈리아 스타일로서 아름답고 장엄하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이방인들의 첫 공현

 

파트 2 예수의 수난과 속죄

 

두번째 파트는 G 단조로 시작한다. 마치 그 뒤에 길게 나오는 수난에 대한 비극적인 사항들을 예견해주는 것 같다. 파트 2의 오프닝 합창인 '어린 양을 보라'(Behold the Lamb of God)는 푸가 형태이다. 그 뒤로 나오는 알토 솔로인 23번 '그는 멸시를 당하셨네'(He was despised)는 비통한 내용이면서도 E 플랫 장조로 되어 있다. 이 솔로 곡은 단독의 곡으로서는 아마 '메시아'에서 가장 긴 곡일 것이다. 이 곡의 어떤 부분은 무반주로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리스도가 버림받았음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음악학자인 챨스 버니는 23번 곡인 '그는 멸시를 당하셨네'야 말로 영국의 어떤 노래보다도 가장 비통한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된 곡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이 곡에는 심금을 울리게 하는 비통함이 담겨 있다. 그 후로 나오는 비교적 짧은 합창곡들은 그리스도의 수난, 십자가에서의 죽음, 부활에 대한 내용이다. 이들 내용의 합창곡들은 처음에는 F 단조로 시작하다가 '양과 같이'(All we like sheep)에서 잠시 F 장조를 보여준다. 아무튼 수난 등에 대한 파트 2의 합창곡들은 모두가 참으로 웅장하고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된 작품들로서 과연 헨델과 같은 천재적인 인물만이 완성할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다가 테너 레시타티브 27번 '주를 보고 비웃었네'(All thay  that see him)는 B 플랫 단조로 되어 있다. 어찌보면 비참하고 귀에 거슬리는 조성이다. 저 멀리서부터 들리는 소리와 같다.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다가 승천의 합창인 33번 '머리들라, 문들아'(Lift up your heads, O ye gates)에서는 밝고 힘찬 분위기로 바뀐다. 여성 3부 합창은 천사들의 노래이다. 헨델은 처음에 이곡을 연주할 때에 합창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러다가 알토의 역할이 중요하여서 세 파트로 나누었다. 알토는 처음에는 소프라노에 대한 베이스 라인을 보완하는 역할이다가 나중에는 테너와 베이스 라인에 대한 소프라노(트레블) 역할까지 맡아하도록 했다. 1754년의 파운들링 병원 연주에서는 이 곡에 두개의 혼을 부가하였다. 그리하여 혼(Horn)들이 기운차게 마지막 파트에서 합창과 연합하도록 했다. 35번 '저 모든 천사 주께 경배하라'(Let all the angels of God worship him)는 마치 축제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그리스도가 천국에서 영접을 받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38번 소프라노 아리아 '오 아름다운 발이여'(How beautiful are the feet)와 40번 베이스 아리아 '열방이 어찌하여 서로 분노하느냐'(Whey do the nations so furiously rage)는 파트 2의 마지막을 대단원으로 장식하는 44번 할렐루야를 준비하는 역할이다. '오 아름다운 발이여'는 전원풍의 아름다운 곡이며 '열방이...'는 드라마틱한 강렬함이 있는 곡이다. 이 두 곡은 서로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할렐루야' 합창은 '메시아'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힐렐루야'를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마지막 대합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할렐루야'는 제2부 수난과 속죄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합창이다. '할렐루야' 합창은 누가 들어도 열광하지 않을수 없는 곡이다. '할렐루야'는 독일의 필립 니콜라이(Philipp Nicolai)가 작곡한 루터교 찬송가인 '깨어나라'(Wachet auf)를 참고로 했다는 주장도 있다. '왕의 왕...영원히...할렐루야...'라고 소리 높이 외칠 때에 모두들 감격하지 않을수 없어서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수 없다.

 

그리스도의 수난

 

파트 3 부활과 영생

 

세번째 파트는 E 장조의 소프라노 아리아인 '내 주는 살아계시고'(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로 시작한다. 이 곡은 '메시아'에서 오리지널 형태로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곡 중의 하나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받게 된다. 특히 반주 부분에서 바이올린 유니송이 나오는 것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4부 합창이 나오는데 이는 4중창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어 베이스의 D 장조 아리아인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보라 이 심오한 진리를 들으라'(Behold, I tell you a mystery)가 나오고 계속하여 웅장하고 활기에 넘친 '나팔이 울리리라'(The trumpet shall sound)가 피날레를 예견하면서 나온다. '나팔이 울리리라'는 Pomposo ma non allegro라는 지시가 붙어 있다. '당당하고 위엄있게, 그러나 빠르지 않게'이다. 헨델은 원래 이 아리아를 처음부터 반복하는 '다 카포'(Da capo)로서 작곡하였다. 그라다가 중간부분을 반복하는 '달 세뇨'(Dal segno) 형태로 단축하였다. 그래서 초연 때부터 달 세뇨로서 불렀다. 베이스가 아리아를 부르기 전에 트럼펫이 팡파레로서 솔로 연주를 한다. '메시아'에서 특정 악기가 솔로를 맡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50번인 알토와 테너의 듀엣은 사실상 '메시아'에서 유일한 듀엣이다. 파트 1의 20번에서 알토와 소프라노의 듀엣 '주는 목자요'도 있지만 이 곡은 어찌보면 알토의 아리아에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이어지는 것과 같다. 50번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는 헨델의 1722년 칸타타인 Se tu non lasci amore의 멜로디를 인용한 것이다. 알토와 테너의 듀엣은 다음에 오는 합창인 51번 '하나님께 감사하자'(But thanks to God)와 직접 연결된다.

 

소프라노 솔로인 52번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 주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하시니 누가 대적하리요'(If God be for us)는 마르틴 루터의 합창곡인 Aus tiefer Not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 솔로는 마지막 곡인 53번 '죽임 당하신 어린 양'(Worthy is the Lamb)으로 인도하여 주는 역할이다. 후반부에서 '아멘, 아멘'이 반복되는 53번 피날레에서는 천군천사들의 악기라고 하는 트럼펫이 놀라운 역할을 한다. 마치 하늘로부터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과 같다. 헨델의 첫 전기작가인 존 메인웨어링(John Mainwaring)은 '아멘 합창'이 '할렐루야'보다 더 장엄하고 더 위대하며 더 하늘높이 솟아 오르는 듯한, 더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는 마치 팔레스트리나(Palestrina)가 하늘의 환상을 보고 작곡한 것과 마찬가지의 작품으로서 온 교회가 소리 높이 함께 불러야 할 거룩하고 위대한 합창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승천

 

이상의 어줍지 않은 설명에는 잘못된 사항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바라건대 독자제위께서 잘못 설명된 부분을 바로 잡아 주신다면 고맙겠다. 올해 성탄절에도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많은 은혜를 받게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