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I puritani) - The Puritans
빈첸조 벨리니의 3막, 영국 내전 중의 비극
벨리니의 마지막 오페라
결혼식을 앞 둔 엘비라(안나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17세기 영국의 내전에서는 의회를 지지하는 올리버 크롬웰파와 스튜어트 왕조에 충성을 바치는 왕당파로 분열되어 있다는 점은 강조코자 한다. 청교도를 중심으로 한 크롬웰의 의회지지파는 라운드헤드(The Roundheads)라고 불렀다. 마치 수도승들 처럼 머리를 짧게 깍았기 때문이다. 왕당파는 기사당원(The Cavaliers)이라고 불렀다. 주로 귀족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I Puritani)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엮어진 작품이다. 사족이지만, 17세기 영국의 내전으로 인하여 챨스 왕은 참수형을 당했으며 왕비 앙리에타는 시녀로 가장하여 가까스로 왕궁을 빠져나와 목숨만은 건졌다. 청교도는 성공회(영국 국교)의 종교개혁을 더욱 철저히 실천코자 하는 일파를 말한다. 이들은 칼뱅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모든 쾌락을 죄악시하고 사치와 허영, 그리고 성직자들의 지나친 권위를 배격하였다. 그래서 정화한다는 의미의 퓨리탄, 즉 청교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리아 칼라스가 엘비라를 맡아 취입한 음반
오페라 '청교도'의 대본은 이탈리아의 시인이며 대본가, 정치가인 카를로 페폴리(Carlo Pepoli: 1796-1881) 백작이 프랑스 극작가인 자크 프랑수아 앙슬로(Jacques-Francois Ancelot: 1794-1854)와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조셉 사비에 생탱(Joseph Xavier Saintine: 1798-1865)과 공동으로 완성한 Tetes rondes et Cavaliers(둥근머리와 기사)를 바탕으로 썼다. '둥근머리와 기사'는 월터 스콧의 소설인 Old Mortality(올드 모탤리티: 구원)를 참고로 한 것이다. 올드 모텔리티는 프랑스에서 Les puritans d'Ecosse(스코틀랜드의 청교도: 1817), 이탈리아에서 I puritani di Scozia(스코틀랜드의 청교도: 1825)라는 타이틀로 이미 소개된바 있다. 벨리니의 '청교도'는 특이한 리듬의 길이, 바그너 스타일의 시간 스케일, 드라마틱한 연기에 맞추는 벨 칸토 스타일의 노래, 스펙터클한 무대 효과와 오케스트라로 인하여 벨 칸토 오페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청교도'에는 서곡이 없다. 그러나 벨리니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완전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즉, 팀파니의 두드림, 긴 시리즈의 스포르찬도 코드, 장조와 단조의 빈번한 변경 등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조명하였다.
엘비라 역의 디아나 담라우와 아르투로 역의 알렉세이 쿤드리야
'청교도'는 1835년 1월 24일 파리의 이탈리아극장(Théâtre-Italien 또는 Comédie-Italienne)에서 초연되었다. 벨리니는 그해 9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청교도'는 34세로 요절한 벨리니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그런데 벨리니는 파리의 이탈리아극장을 위한 '청교도'와는 별도로 당대의 유명한 소프라노인 마리아 말리브란(Maria Malibran)을 위해서 별도 버전을 작곡했다. 별도 버전은 1986년 4월 10일, 바리(Bari)의 테트루쩰리극장(Teatro Petruzzelli)에서 처음 공연되기까지 한번도 공연된 일이 없다. 1835년 1월의 파리 초연에서 엘비라는 소프라노 줄리아 그리시(Giulia Grisi)가 맡았고 아르투로는 테너 조반니 바티스타 루비니(Giovanni Battista Rubini)가 맡았다. '청교도'의 런던 초연은 1835년 5월 21일 왕립극장에서 '청교도와 기사당'(I Puritani ed I Cavaliere)라는 제목과 이탈리아어 대본으로였다.
메트로폴리탄 무대
1막은 플리마우스(Plymouth)인근에 있는 월튼경의 성으로 청교도 군대의 요새이다. 왕당파 군대가 청교도 요새를 포위하고 공략코자 위협하고 있다. 청교도 병사들이 Arise(일어나라)는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이어 아침 기도가 울려 퍼진다. 그런 중에 요새의 사령관인 괄티에로(Gualtiero: Lord Wallton: B)의 아름다운 딸 엘비라(Elvira: S)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다. 청교도 군대의 지도자인 리카르도(Riccardo: Sir Richard Forth: Bar)가 엘비라를 사랑하여 결혼키로 되어 있다. 그러나 리카르도는 엘비라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한탄한다. 엘비라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왕당파에 속한 아르투로(Arturo: Lord Arthur Talbo: T)이다. 리카르도가 탄식하며 부르는 아리아가 Ah, per sempre, io ti perdei...Bel sogno beato 이다. 한편, 엘비라의 아버지인 괄티에로는 엘비라의 뜻에 반하여 딸을 결혼시키고 싶지는 않다. 이런 사정을 눈치 챈 리카르도의 친구 브루노(Bruno: Sir Bruno Robertson: T)는 리카르도에게 엘비라를 단념하고 오히려 청교도 군대를 지휘하는데에 전념을 다 해 달라고 당부한다.
마을 사람들이 엘비라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엘비라는 삼촌인 조르지오(Giorgio: Sir George Walton: Sir Valton: B)에게 리카르도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하며 도움을 청한다. 엘비라의 아리아가 Sai come arde 이다. 조르지오는 엘비라의 아버지인 괄티에로를 설득했으므로 괄티에로가 엘비라의 뜻에 반하여 결혼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로한다. 엘비라는 아버지 괄티에로가 자기와 아르투로의 결혼을 허락할 것을 알고 기쁨에 넘친다. 엘비라의 카발레타가 A quel nome 이다. 잠시후 아르투로가 요새를 찾아온다. 아르투로는 실은 청교도들을 반대하는 왕당파의 요원이다. 하지만 자기의 신분을 감추고 월튼경의 성을 찾아온다. 엘비라의 아버지인 월튼경은 아르투로에게 엘비라와 결혼할 것을 승낙한다. 아르투로는 엘비라를 이제 더 이상 비밀스럽게 만나지 않아도 되어 기쁨에 넘쳐 있다. 아르투로의 아리아가 A quel suono 이다. 모두들 모여 아르투로와 엘비라의 결혼을 축하한다. 기쁨에 넘친 아르투로의 아리아가 A te, o cara 이다. 아르투로는 처형 당한 챨스 1세의 왕비인 엔리케타(Enrichetta: Heinrietta di Francia: Henrietta Maria: MS)가 이곳 요새에 포로로 잡혀 있으며 얼마 후에 런던으로 압송하여 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챨스 왕은 크롬웰에 의해 처형을 당한바 있다.아르투로가 엔리케타를 런던으로 압송하는 책임을 맡는다. 그 일이 더욱 중대하므로 결혼식은 잠시 미루어진다. 아르투로는 엔리케타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비록 그를 구출하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스튜어트 왕실에 대한 충성심으로 구출하겠다고 말한다. 결혼식을 앞 둔 엘비라가 신부의 베일을 가지고 나타난다. 엘비라가 부르는 흥겨운 폴로네즈가 Son vergin vezzosa 이다.
아르투르와 결혼하게 되어 기뻐하고 있는 엘비라가 신부의 베일을 들고 있다.
엘비라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또는 무슨 변덕이 들었는지 엔리케타의 머리에 신부의 베일을 씌어본다(다른 대본에는 엘비라가 자기도 모르게 신부의 베일을 떨어트리고 방에서 나간다고 되어 있다). 아르투로는 엘비라가 나가고 다시 엔리케타와 남게 되자 신부의 베일이 엔리케타를 요새로부터 탈출시키는데 크게 이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르투로는 엔리케타를 신부인 엘비라로 가장시킬 계획이다. 아르투로와 엔리케타가 급히방을 나가려는데 리카르도가 나타나서 이들을 막아 선다. 리카르도는 라이발인 아르투로를 죽일 생각으로 찾아온 것이다. 엔리케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들어 말리면서 자기의 신분을 비로소 밝힌다. 신부의 베일을 쓴 여인이 왕비인 것을 알게 된 리카르도는 일부러 두 사람이 도망가도록 놓아 둔다. 리카르도는 그것이 아르투로를 파멸시키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결혼식의 하객들이 몰려들자 리카르도는 아르투로가 엔리케타와 도망갔다고 말한다. 모두들 아르투로를 반역자라고 비난한다. 병사들이 급히 두 사람을 추격한다. 엘비라는 아르투로로부터 배신 당한 것으로 믿고 미칠 지경이 된다. 엘비라의 아리아가 Oh, vieni al tempio, fedele Arturo 이다.
엘비라의 아버지 괄티에로가 마침내 엘비라와 아르투르와의 결혼을 허락하고 두 사람을 축복하고 있다. 엘비라 역의 에디타 그루베로바.
2막은 요새의 다른 곳이다. 청교도들이 엘비라의 정신이상을 애통해하고 있다. 이들의 합창이 Cinta di fiori e col bel crin 이다. 엘비라의 삼촌인 조르리오는 엘비라가 계속 아르투로를 잊지 못하여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리카르도는 청교도들에게 의회가 아르투로를 사형에 처하도록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청교도들의 적인 엔리케타를 도망가도록 도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청교도들이 모두 나가고 아무도 없자 엘비라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나타난다. 이 장면은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의 광란의 장면을 연상케 한다. 엘비라는 행복했던 지난 날을 회상한다. 이때 부르는 엘비라의 아리아가 유명한 Qui la voce(당신의 부드러운 음성)이다. 엘비라는 마침 나타난 리카르도를 아르투로로 착각하여 그와 결혼하는 상상을 한다. 엘비라의 계속되는 아리아가 Vien, diletto 이다. 엘비라가 떠나자 엘비라의 삼촌인 조르지오는 리카르도에게 만일 엘비라가 비통에 빠져서 죽는다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면서 아르투로를 구출해서 엘비라의 행복을 찾아 주자고 설득한다. 리카르도는 처음에는 들은체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결국 조르지오의 말에 감동하여 엘비라를 돕기로 결심한다. 조르지오와 리카르도는 애국심으로 마음을 단합한다. 리카르도는 만일 아르투로가 친구로서 돌아온다면 목숨을 건질 것이며 그렇지 않고 다음번 전투에서 왕당파의 군대를 이끌고 나타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리카르도의 아리아가 Il rival salvar tu dei...Suoni la tromba(전투에서 죽는 것은 영광이다. 우리는 자유를 부르짖는다)이다.
조르지오가 엘비라를 측은하게 생각하여 위로하고 있다.
3막은 엘비라의 정원이 무대이다. 아르투로가 엘비라를 떠난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아르투로는 폭풍 속에서 청교도 병사들의 추적을 겨우 따돌린다. 하지만 자기를 따르던 모든 병사들을 잃는다. 아르투로는 사랑하는 엘비라를 먼 발치에서나마 보고자 아무도 모르게 요새를 찾아온다. 엘비라는 정원에서 지난 날에 아르투로가 엘비라에게 가르쳐 주었던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A una fonte afflitto e solo 이다. 아르투로는 엘비라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스튜어트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lealta(충성)와 fedelta(성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갈등이다. 아르투로는 엘비라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수 없어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어 나타난다. 엘비라의 기쁨은 한량이 없다. 아르투로는 엘비라에게 그가 도망하지 않을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엘비라가 그의 오직 하나뿐인 사랑이라고 분명하게 밝힌다. 아르투로의 아리아가 Vieni fra le mie braccie 이다. 청교도 병사들이 아르투로를 체포하기 위해 몰려온다. 아르투로는 체포되어 처형되기 직전이다. 바로 그때 크롬웰의 사자(使者)가 도착하여 마침내 왕당파가 전투에서 패배하였다고 전하며 크롬웰이 나라의 평화를 위해 모든 반대자에 대한 대사면을 내렸다고 전한다. 아르투로는 사면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 들은 엘비라는 정신을 되찾는다. 엘비라의 아리아가 Sento, o mio bell'angelo 이다. 아르투로와 엘비라는 모든 사람들이 기뻐 노래하는 가운데 행복하게 포옹한다. 막이 내린다.
엘비라와 아르투로
[주요 아리아와 듀엣]
- A te, o cara, amor talora(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 사랑을)(아르투로)
- A una fonte afflitto e solo fonto((어떤 시인이 샘가에 앉아서)아르투로)
- Ah per sempre io ti perdei(아 그대를 영원히 잃었다)(리카르도)
- Ah vieni al tempio, fedel Arturo(교회로 가요, 신실한 아르투로)(엘비라와 합창)
- Qual mai funerea(비탄에 젖어 있는)(엘비라)
- Quil la voce sua soave(그의 사랑스런 음성이)(엘비라)
- Son vergin vezzosa(나의 사랑스런 여인)(엘비라)
- Suoni la tromba, e intrepido(나팔을 불며 용감하게)(조르지오와 리카르도)
레일라 겐서와 자니 라이몬디의 음반
[지금까지 나온 대표적인 '청교도' 음반]
- 1953년: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 1959년: 안나 모포, 자니 라미몬디(Gianni Raimondi)
- 1960년: 조앤 서덜랜드, 니콜리 필라쿠리디(Nicola Filaccuridi)
- 1962년: 레일라 겐서, 자니 라이몬디
- 1963년: 조앤 서덜랜드, 피에르 뒤발(Pierre Duval)
- 1973년: 비벌리 실스, 니콜라이 겟다
- 1973년: 조앤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 1976년: 에디타 그루베로바, 호세 브로스(Jose Bros)
- 1979년 몽세라 카바예, 알프레도 크라우스
- 2007년: 안나 네트렙코, 에릭 커틀러(Eric Cutler)
안나 모포가 엘비라를 맡은 음반
[청교도의 주요 음악]
- O di Cromvel guerrieri(브루노, 엘비라, 아르투로, 리카르도, 조르지오, 괄티에로, 합창)
- A te, o cara(아르투로, 엘비라, 조르지오, 괄티에로, 합창)
- Son vergin vezzosa(엘비라, 엔리케타, 아르투로, 조르지오, 괄티에로, 합창)
- Ah vieni al tempio(엘비라, 브루노, 리카르도, 조르지오, 합창)
- Cinta di fiori(조르지오, 합창)
- O rendetemi la speme...Qui la voce sua soave(엘비라, 조르지오, 리카르도)
- Vien, diletto, e in ciel la luna!(엘비라)
- Riccardo! Riccardo!...Suoni la tromba(조르지오, 리카르도)
- Son gia lontani!...Corre a valle(아르투로)
- Fini...me lassa(피날레)
- Vieni fra queste braccia(엘비라, 아르투로)
- Credeasi, misera!(아르투로, 엘비라, 리카르도, 조르지오, 합창)
조앤 서덜랜드(엘비라)와 루치아노 파바로티(아르투로). 1973년 메트로폴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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