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라미데(Semiramide)
조아키노 로시니의 마지막 이탈리아 오페라
위대한 바로크 전통의 마지막 작품
조아키노 로시니
'세미라미데'는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인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 1792-1868)의 2막 오페라이다. 대본은 이탈리아의 시인이며 대본가인 게타노 로시(Gaetano Rossi: 1774-1855)가 볼테르의 비극 '세미라미스'(Semiramis)를 바탕으로하여 썼다. 볼테르의 '세미라미스'는 기원전 바빌론의 여왕인 세미라미스에 대한 전설에 대한 것이다. 로시니의 '세미라미데'는 지금으로부터 190년 전인 1823년 2월 3일 베니스의 테아트로 라 페니체(Teatro La Fenice)에서 초연되었다. (바빌론의 여왕 세미라미스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하여는 말미에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코자 한다.)
'세미라미데'는 로시니가 파리로 떠나 살기 전에 이탈리아어로 마지막으로 작곡한 오페라이다. 파리에 온 로시니는 프랑스어로 오페라들을 작곡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Il viaggio a Reims(렝스로의 여행)이다. '렝스로의 여행'은 파리에서 작곡했지만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미라미데'는 로시니의 생애에서, 나아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연혁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음악학자이며 평론가인 로돌포 첼레티(Rodolfo Celetti: 1917-2004)는 '세미라미데'의 중요성에 대하여 '세미라미데는 위대한 바로크 전통을 보여주는 마지막 오페라이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창의적이며 아마도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로돌포 첼레티의 말대로 '세미라미데'는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음악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자주 공연되지는 못하고 있다. 로시니는 1824년에 파리에 와서 1829년까지 5년 동안 살았다.
'세미라미데'의 한 장면
로시니는 주로 코믹 오페라들을 작곡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 '이탈리아의 터키인'(Il turco in Italia),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도둑까치'(La gazza ladra), '비단사다리'(La scala di seta) 등이다. 그러한 경력을 가진 로시니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20대 초반에 오페라 세리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로시니가 불과 21세의 약관일 때인 1813년에 '탄크레디'를 작곡한 것이 그것이었다. 로시니는 그로부터 약 거의 10년 동안 상당히 코믹 오페라를 작곡하는 중에도 여러 편의 오페라 세리아를 작곡했다. 주로 나폴리의 테아트로 산 카를로의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로시니가 코믹 오페라보다는 순수오페라인 오페라 세리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당시 정상급 드라마틱 소프라노인 이사벨라 콜브란(Isabella Colbran) 때문이기도 했다. 이사벨라 콜브란은 로시니의 애인이었다가 나중에는 결혼하여 로시니의 부인이 된 여인이다. 이사벨라 콜브란은 로시니의 '영국 여왕 엘리사베타'(Elisabetta, regina d'Inghilterra: 1815), '오텔로'(Otello: 1816), '아르미다'(Armida: 1817), '이집트의 모세'(Mose in Egitto: 1818), '마오메토 2세'(Maometto II), 그리고 '세미라미데'를 포함한 다섯 편의 오페라 세리아에서 타이틀 롤을 맡을 정도로 로시니의 생애와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사람이었다.
이사벨라 콜브란
로시니는 '세미라미데'의 작곡을 1822년 10월부터 시작하였다. 이사벨라 콜브란과 결혼한 직후이며 파리로 가서 살기 전이었다. 로시니는 대본가인 로시와 만나 볼테르의 '세미라미스'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하되 내용은 상당히 수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로시니는 그렇게 어려운 '세미라미데'를 불과 33일만에 완성했다. '세미라미데'는 라 페니체에서의 초연 이후 시즌동안 28회의 공연을 가질 정도로 대인기를 끌었다. 어떤 때는 4일간 매일 밤 연속하여 공연되기도 했다. 이후 이탈리아의 여러 곳은 물론, 비엔나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공연되기 시작했다. 파리의 첫 공연은 로시니가 파리로 옮겨가서 살기 시작한지 1년 후인 1825년이었다. 밀라노에서는 1829년에, 비엔나에서는 1830년에 첫 공연을 가졌다. 런던 공연은 밀라노나 비엔나보다 빨라서 1824년이었고 미국에서는 1837년 뉴올리언스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그러나 뉴욕 공연은 1845년이었다. 로시니와 정식으로 결혼한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은 1823년 베니스의 역사적인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고 이어 1824년의 런던과 1825년의 파리 공연에서도 주역을 맡았지만 목소리가 급격히 쇠약해 지는 바람에 더 이상 오페라에 출연하기가 어려웠고 세미라미데를 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런 저런 소프라노들이 세미라미데를 맡았다가 1830년부터는 줄리아 그리시(Giulia Grisi)라는 뛰어난 소프라노가 등장하여 세미라미데를 석권하였다. 특별히 줄리아 그리스는 1849년의 모스크바 공연과 1854년의 뉴욕 공연에서 놀라운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어 대환영을 받았다.
줄리아 그리시
1800년대 말에 가서 '세미라미데'는 어쩐 일인지 극장의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다만, 메트로폴리탄이 1892년, 1894년(넬리 멜바 주연), 1895년에 '세미라미데'를 잊지 않고 공연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세계의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1932년 독일어로 번역되어 독일 동북부의 로스토크(Rostock)에서 리바이발되었고 이어 전쟁의 분위기가 한창이던 1940년에 휘오렌티노에서 거장 툴리오 세라핀의 지휘로 잠시 모습을 보였다. 오늘날에는 '세미라미데'의 서곡은 자주 취입되어 음반으로서나마 들을수 있지만 오페라 공연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1962년에 라 스칼라에서 조앤 서덜랜드와 줄리에타 시미오나토가 공연한 것이 특별하다. 1962년으로부터 1990년 까지 세계에서는 약 70회의 '세미라미데' 공연이 있었다. 메트로폴리탄에서는1895년에 마지막 공연이 있은지 거의 1백년이 지난 1990년에 비로소 리바이발 되었다. 아르사체를 마릴린 혼이 맡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1992년에는 로시니의 고향인 페사로(Pesaro)에서 열린 로시니 페스티발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세미라미데'의 피날레. 아르사체와 아체마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타이틀 롤인 세미라미데는 바빌론의 여왕이다. 위대한 니노(Nino) 왕의 왕비였으나 여왕의 권세를 차지하였다. 아르사체(Arsace: Cont)는 니노왕의 아들로서 아시리아군의 사령관이다. 아수르(Assur: B)는 바알의 후예로서 왕자이다. 이드레노(Idreno: T)는 인도의 왕이다. 오로에(Oroe: B)는 마기(Magi)들의 대제사장이다. 아체마(Azema: S)도 바알의 후예로서 공주이다. 아체마와 아르사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아수르도 아체마를 사랑한다. 미트라네(Mitrane: T)는 경비대장이다. 그리고 니노(Nino)와의 혼령을 맡은 베이스가 등장한다. 시기는 기원전 약 2천년의 고대이며 장소는 바빌론이다. '세미라미데'의 서곡은 로시니가 이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제일 나중에 작곡했다고 한다. '세미라미데'의 서곡은 일반적인 다른 오페라의 서곡과는 달리 이 오페라의 내용 중에서 발췌한 음악으로 구성하였으므로 다른 작품의 서곡으로 재활용되기가 어렵다. '세미라미데'의 서곡은 로시니의 오페라 서곡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4개의 혼을 사용한 안단티노와 이를 현악기들이 피치카토로서 반복하는 형식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균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르사체 역의 마릴린 혼. 니노 왕의 무덤에서.
1막. 바빌론의 바알 신전이 무대이다. 대제사장인 오로에가 바밀론의 모든 사람들에게 신전 안으로 들어와서 바알 신에게 제물을 바치라고 말한다. 그중에는 인도의 왕인 이드레노도 포함되어 있다. 바알의 후예로서 왕자인 아수르가 이제 니노 왕이 세상을 떠났으므로 왕비인 세미라미데가 어서 후계자를 선정할 때가 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모인 사람들에게 그가 바빌론을 위해 얼마나 용맹스런 활동을 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인도의 왕인 이드레노는 아수르의 야심을 알고 놀란다. 모두들 아수르에 대하여 두려움과 걱정의 심정을 표현한다. 이윽고 세미라미데가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입장한다. 인도의 왕인 이드레노와 아수르는 과연 누가 선정될 것인지를 두고 생각이 다르다. 그런데 실은 세미라미데 자신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두렵다. 특히 누가 나타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두려워 한다. 니노 왕의 아들인 아르사체를 말하는 것이다. 갑자기 신전 안이 어두워진다. 모두들 신전이 당장이라도 무너질것 같아서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인다. 모두들 신전에서 빠져나가느라고 정신이 없다.
니노 왕의 명령에 의해 바빌론에서 추방되어 멀리 떠나 있었던 아르사체가 나타난다. 아르사체는 부왕인 니노 왕의 유물들을 담은 상자를 들고 있다. 그러나 아르사체는 어찌하여 자기가 바빌론으로 불려 왔는지 의아해 한다. 아르사체는 무엇보다도 아체마 공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다. 아체마 공주도 아르사체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르사체는 새로운 왕으로 아수르가 되는 것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선언한다. 아르사체의 아리아가 Eccomi alfine in Babilonia...Ah! quel giorno ognor rammento(오, 영광과 행복의 그날을 영원히 기억하리)이다. 아르사체는 대제사장을 만나기를 원한다. 오로에가 들어온다. 오로에는 아르사체가 들고 온 상자를 열어보고는 죽은 왕의 유물들인 것을 확인하고 감격해 한다. 오로에는 왕위와 관련하여 모종의 음모가 진행 중인 것 같다고 힌트를 준다. 오로에는 아수르가 오는 것을 보고 선왕의 유물을 가지고 떠난다. 아체마가 등장하여 아르사체가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아르사체는 아수르에게 아체마에 대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Bella imago degli dei(아름다운 신과 같은 이미지, 아체마 홀로 흠모를 받으리)이다. 아수르는 자기도 아체마 공주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자 아르사체는 아수르에게 '그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라는 말을 하고 아수르와 함께 D'un tenero amor(그대의 흉폭한 마음은 부드러운 사랑을 할수 없다)라는 듀엣을 부른다.
세미라미데가 바빌론에서의 봉기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는 그림
장면이 바뀌어 궁전의 접견실이다. 아체마는 사랑하는 아르사체가 지금 바빌론에 와서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인도의 왕인 이드레노가 아체마를 따라와서 아체마에게 청혼한다. 아체마는 이런 중요한 문제는 세미라미데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드레노는 자기의 라이발이 아수르 왕자뿐인 것으로 생각하고 아체마의 마음은 어떠냐고 묻는다. 아체마가 마치 조소를 하듯 '아수르는 절대로 아니다'라고 대답하자 이드레노는 오히려 안심한다. 이드레노는 사악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라이발을 벌주고 싶다고 말하고 계속하여 아체마에 대한 자기의 심정을 고백한다. 이드레노의 아리아가 E, se ancor libero(그리고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이 아직도 자유스럽다면 조금만이라도 동정심을 가져 주시오)이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다. 아르사체를 사랑하고 있는 세미라미데는 아르사체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서 공중정원에서 아르사체를 기다리고 있다. 세미라미데의 아리아가 Bel raggio lsinghier(아름답고 매혹적인 희망의 빛이 마침내 내게 비추었네)이다. 전령이 아르사체가 도착했다고 보고한다. 세미라미데는 아르사체가 마침내 이곳 궁전으로 들어온 것은 자기를 생각해서라고 믿어서 아르사체와의 사랑이 이루어 질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르사체는 아체마라는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체마라고 생각되는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의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만일 세미라미데가 원한다면 목숨이라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세미라미데에 대한 충성심을 선포한다. 그 말을 들은 세미라미데는 아르사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 세미라미데의 아리아가 Serbami ornor si fido(나에게 대한 당신의 애정과 마음을 변함없이 간직해 달라)이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왕궁의 대알현실이다. 모두들 세미라미데가 도착하여 그의 새로운 배우자가 누가 될 것인 발표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사체, 이드레노, 오로에, 아수르는 모두 세미라미데의 결정에 복종할 것을 맹세한다. 세미라미데의 아리아가 Giuri ognuno, a' sommi Dei(그대 모두는 나의 명령에 복종하겠다고 위대한 신들에게 맹세하라)이다. 세미라미데는 그가 선정하는 사람에게 충성을 서약할 것을 요구하며 그 사람은 자기의 남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미라미데가 아르사체가 선택되었다고 발표하자 아수르는 분노하여 어찌할 줄을 모른다. 이드레노는 그같은 결정을 받아 들이겠다고 하며 대신 아체마와의 결혼을 승락해 달라고 요구한다. 세미라미데가 이드레노와 아체마의 결혼을 승락한다. 이어 세미라미데가 대제사장인 오로에에게 아르사체와의 결혼식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자 옆에 있던 니노 왕의 석관에서 음울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니노의 아리아가 Qual mesto gemito Da quella tomba(무덤에서 우울한 신음소리가 들려 올때)이다. 잠시후 니노 왕의 혼령이 모습을 들어내자 모두들 두려움에 혼비백산한다. 니노 왕의 혼령은 죄악을 저지르면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아르사체에게 그가 다스릴 것이며 대제사장의 지혜를 존경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르사체에게 자기의 무덤으로 내려오라고 말한다. 모두들 번민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타이틀 롤을 맡은 '세미라미데'. 취리히 오페라
2막. 궁전에 있는 어떤 방이다. 경비대장인 미트라네는 경비병들에게 아수르를 잘 감시하고 절대로 왕궁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세미라미데가 나타나고 이어 아수르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서로 말다툼을 벌인다. 세미라미데는 아수르가 독약을 타서 니노 왕에게 주었기 때문에 니노 왕이 죽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수르는 '누가 나에게 죽음의 술잔을 건네 주었는가?'라면서 독약을 마련한 사람이 바로 세미라미데인 것을 상기시킨다. 세미라미데는 당시에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니노 왕을 죽인 사람이 자기 아들도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수르는 계속해서 세미라미데를 위협하면서 자기를 왕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세미라미데는 왕을 죽인 음모를 밝히겠다면서 아수르를 위협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Se la vita ancor t'e cara(만일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다면 어서 내 눈 앞에서 사라지라)이다. 이 노래에는 만일 사실이 밝혀진다면 서로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미라미데는 아수르에게 아르사체를 새로운 왕으로 인정하라고 계속 요구한다. 밖에서는 새로운 왕으로 아르사체가 선정된데 대하여 백성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수르는 세미라미데가 예전의 행복한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착잡하다. 마침내 아수르는 운명이 정하는대로 따르기로 한다.
현대적 연출의 '세미라미데' 무대
장면은 바뀌어 아르사체의 아버지인 니노 왕의 석관이 있는 장소이다. 대제사장 오로에와 박사(또는 술객이나 현자)들이 묘소에 모여 있다. 아르사체가 나타나자 오로에는 아르사체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고 말한다. 오로에는 아르사체에게 그가 니노 왕의 아들인 니니아(Ninia)라고 밝힌다. 니니아는 어릴 때에 사제 중의 한 사람인 프라다테에게 구원을 받아 그의 아들로서 자랐다는 것이다. 이 소리에 놀란 아르사체는 그렇다면 세미라미데가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로에는 이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니노 왕의 유언장을 꺼내어 소리 높이 읽는다. 니노 왕의 말한 것을 오로에가 받아 적은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서 니노 왕은 '아수르가 반역자'라고 단정하는 내용이 나오자 모두들 아르사체에게 몸을 굽혀 절을 한다. 아르사체는 너무나 뜻밖의 소리에 그 자리에서 정신이 혼미한듯 쓰러진다. 그러면서 오로에의 위로를 구한다. 아르사체의 아리아가 In si barbara sciagura(그와 같은 야만적인 불행)이다. 오로에는 마치 아르사체가 원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수르에 대한 복수를 주장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아르사체에게 검과 갑옷을 주며 어서 복수를 하라고 말한다. 아르사체의 아리아가 Si, vendicato, il genitore(그렇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이다. 아르사체는 검을 쥐고 밖으로 나간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세미라미데의 거실이다. 아체마 공주가 경비대장인 미트라네와 함게 있다. 아체마는 사랑하는 아르사체가 세미라미데 여왕과 결혼하게 되어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한탄한다. 아체마의 한탄소리를 마침 방으로 들어오려던 이드레노가 듣고 절망한다. 세미라미데는 자기에게 아체마 공주와의 결혼을 승락했는데 그 아체마 공주가 아르사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어 절망한 것이다. 그런 이드레노를 보고 아체마가 만일 아직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이드레노는 아체마가 사실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한다. 이드레노의 아리아가 La speranza piu soave(나의 영혼은 다시 한번 애정어린 희망을 맞이하게 되었다)이다. 시녀들과 영주들과 인도인들이 두 사람을 신전으로 인도하며 합창을 부른다.
세미라미데의 준 앤더슨
장면은 다시 바뀌어 신전 안이다. 세미라미데는 마침내 아르사체와 단 둘이서 만난다. 아르사체는 세미라미데에게 대제사장이 간직하고 있었던 문서를 보여준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문서이다. 놀랍고 두려운 세미라미데는 아르사체의 진짜 정체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후회하는 마음에 아들 아르사체에게 이제 복수를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르사체는 세미라미데가 어머니이므로 어머니를 구해주겠다고 말한다. 세미라미데와 아르사체의 듀엣이 Ebben, a te...Giorno d'orrore...Madre, addio!(신의 분노가 제일 먼저 내게 임하도록 하라)이다. 이어 두 사람은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어지는 듀엣이 Giorno d'orror! E di contento(공포의 그날, 그리고 희락의 날)이다. 아르사체는 우선 아버지 니노 왕의 무덤에 가서 필요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한다. 세미라미데는 아르사체가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알고 '승리하여 내게 돌아오라'라고 강조한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이번에는 니노 왕의 무덤이다. 아수르가 반항적이며 도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서 오늘이 이 세상에서 아르사체의 마지막 날이 될것이라고 소리친다. 아수르의 부하 한 사람이 아수르에게 그를 따르던 병사들이 모두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전한다. 그런데도 아수르는 아르사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아수르가 심복 부하 몇 명과 함께 무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뒤에서부터 붙잡는다. 니노 왕의 혼령이다. 혼령은 아르수에게 Deh ti ferma...Que numi furenti(오 그대로 있어라, 평정을 찾아라, 용서하라)라고 설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수르는 싸울것을 다짐한다. 아수르의 카발레타가 Que' Numi furenti, Quell' ombre fremente(분노의 신들이여, 공포에 떠는 그림자들이여)이다. 아르사체가 오로에와 함께 무덤 안으로 들어와서 아수르를 기다린다. 곧이어 아수르가 들어와서 역시 아르사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잠시후 세미라미데가 니노 왕의 무덤에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 나타난다. 세미라미데는 니노 왕에게 용서를 구하고 아들을 보호해 달라고 간청한다. 세미라미데의 아리아가 Al mio pregar t'arrendi: il figlio tuo diffendi(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당신의 아들을 지켜주소서)이다. 어둠 속에서 아르사체, 아르수, 세미라미데가 이러한 중대한 순간에 용기를 잃지 않게 해 달라면서 간구하는 소리가 혼잡하게 울려퍼진다. 이때의 트리오가 L'usato ardir(나의 담대함과 용기,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이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세미라미데가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고 두 사람의 가운데 들어 섰을 때 아르사체가 아수르를 찌른다는 것이 잘못하여 세미라미데를 찌른다. 그때서야 아수르는 아르사체의 진짜 정체를 알고 놀란다. 아수르는 당장 체포된다. 세미라미데는 죽어가면서 백성들에게 마지막으로 아르사체가 새로운 왕이 될 것임을 선포한다. 아르사체가 마지못해 수락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조앤 서덜랜드(세미라미데)와 마릴린 혼(아르사체). 1966년 보스턴.
[레코딩] 세미라미데, 아르사체, 아수르, 이드레노의 순서이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합창단이다.
- 1965/66: Joan Sutherland, Marilyn Horne, Joseph Rouleau, John Serge. Richard Bonynge.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암부르시안 합창단
- 1980: Monserrat Caballe, Marilyn Horne, Samuel Ramey, Francisco Araiza. Jesus Lopez Cobos, 스코틀랜드 챔버오케스트라와 액상프로방스페스티발 합창단
- 1990: June Anderson, Marilyn Horne, Samuel Ramey, Stanford Olsen. James Conlon.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 1992: Iano Tamar, Gloria Scalchi, Michele Pertusi, Gregory Kunde. Alberto Zedda, 볼로냐테아트로콤뮤날레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
- 1992: Sheryl Studer, Jennifer Larmore, Samuel Ramey, Frank Lopardo. Ion Marin,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합창단
- 1998: Edita Gruberova, Bernadette Manca di Nissa, Ildebrando D'Arcangelo, Juan Diego Florez. Marcello Panni, 비엔나라디오심포니오케스트라 및 비엔나 콘체르트코르
- 2004: Angeles Blancas, Daniela Barcellona, Ildar Abdrazakov, Antonino Siragusa. Alberto Zedda, 마드리드 테아트로레알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 세미라미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는 <나의 오페라 수첩 33편>의 참고자료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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